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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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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5
작성일 : 23-04-13 07:22     조회 : 89     추천 : 0     분량 : 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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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강아지풀 - 노여움

 

  쌓이고 쌓였던 게 제대로 터졌다. 평소라면 그저 넘어갈 일이었는데 이게 문제가 되려니 그렇게 걸려 넘어지게 된다. 시부모님에게 애 맡기는 게 미안한 마음이 항상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해서, 최대한 고분고분하게 굴고 뭐든지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분명 현무 단 거 너무 많이 먹이지 마시라고 그렇게 일렀는데도 얼마나 먹였는지, 꽃집 마감하고 애 찾으러 들렀더니 애가 방, 방, 거리고 돌아다니며 난리를 피운다. 안 그래도 마감하고 들어갈 땐 이미 진이 빠져서 지쳐있는데 애까지 이러면 아주 힘들어진다. 게다가 이제 내가 일을 시작한 지 꽤 됐는데도 아직도 일 계속 해야겠냐고 물어본다. 슬슬, 애 보기 싫어진 건가 싶어 어디 보육원에라도 맡길까 물어보면 그건 또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소중한 손주 남한테 맡기고 마음 편치 못할 거라고. 이러기도 그렇고 저러기도 마음에 안 들면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인지. 그 마음이 나도 모르게 얼굴 위로 드러났던지, 아님 무심코 건네는 말 속에 날을 세웠던지, 애를 챙기는 날 보는 어머님 표정이 편치 않다. 아버님은 평소처럼 왔냐, 라며 짧은 인사만 건네고 어느새 방으로 들어가신다. 얼른 나오고 싶어 서두르는데 어머님이 뒤에서 마지막 한 방을 제대로 날리셔서 그대로 머리 뚜껑이 열려버렸다.

  “마트 들렀었는데 네 남편 얼굴이 요즘 말이 아니더라.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냐? 가게 챙긴다고 너무 스스로 혹사시키는 거 아닌가 걱정되더라.”

  자기 아들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인 건 알겠는데, 그게 며느리에겐 내 자식 하나 제대로 못 챙겨주는 부족한 아내라는 비난으로 들린다. 슬금슬금,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려는 뜨거운 화를 애써 눌렀다.

  “잘 먹이려고 하는데 어째 입맛 없다고 이것저것 가려요. 반찬으로 뭘 할까 결정하는 것도 일이라니까요.”

  “봄이잖니. 철 바뀌면 입맛 떨어지고 그런 거다.”

  “아직 쌀쌀해요. 완전히 봄 되려면 좀 더 있어야 할 텐데.”

  “미리 알아서 챙겨라. 몸보신이라는 게 앞서 준비하는 거지 지나고 나서 해봐야 소용없다.”

  “아무래도 어머님 음식이 제가 한 것보다 더 그이 입맛에 맞지 않을까요?”

  쌜쭉한 음성으로 그렇게 내뱉어버렸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어낸 말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매섭게 째려보는 어머님 눈빛이 남편과 똑, 닮았다. 그렇구나. 저걸 어머님한테서 내려 받은 거였어.

  “왜? 이제 애 돌봐주는 것도 부족해서 네 신랑 음식까지 해다 바치라고?”

  아, 속에서 뜨끈한 기운이 훅, 올라오려 한다. 안 되는데. 참아야 하는데.

  “어머님, 제가 그런 뜻으로 드린 말이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그 사람이 워낙 어머님이 하신 음식 좋아하니까······.”

  “너는 애가 밖으로는 그렇게 잘 나돌아 다니면서 집안 일 배울 생각은 안 하니? 네가 배울 생각이 없으니 음식 솜씨가 늘지 않는 거다. 바깥 일도 좋지만 집안 일이 우선인 거야.”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아, 거의 한계다. 바로 툭, 건드리면 그대로 튀어나올 순간, 덜컥, 방문이 열리고 아버님이 나오신다.

  “당신, 어디 나가게요?”

  “오늘 저녁 먹고 들어온다고 했잖아. 동창들이랑 약속 잡았다고.”

  “그랬나? 아휴, 내 정신 좀 봐. 손주 봐준다고 정신없어서 내 생활을 제대로 못 챙기네, 못 챙겨.”

  만약 아버님이 나오시기 전 그 말을 들었다면 바로, 이제부터 애 안 봐주셔도 되니까 어머님 생활이나 제대로 챙기시라고 소리를 질렀을지 모른다. 다행히 아버님 등장으로 한 박자 쉬었더니 올라오려던 게 아래로 조금 가라앉았다. 얼른 나서는 게 상책이다. 어머님이랑 싸움이라도 할까 조바심이 난다.

  “어머님, 그럼 저도 가볼게요.”

  “그래. 모처럼 집에 혼자 남아 여유자적한 시간이라도 보내야겠다. 간만에 피부 보습도 하고.”

  보습은 주름부터 펴고 하시라고 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행히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랬다면 속은 후련했겠지만 그 뒷감당은 어쩌랴. 그럼 안 되는 걸 알지만 시댁에서 받은 화 기운을 남편한테 터트리고 말았다. 애꿎은 남편이 무슨 잘못인가 싶어도, 어쨌든 발단은 다 그 사람 때문에 시작되었다. 애를 데리고 집에 도착하자 오히려 가라앉았다 싶었던 화가 두 배 기세로 치고 올라온다. 어디다 풀어낼지 몰라 손톱만 잘근잘근 씹어대는데, 하필이면 오늘따라 그 사람이 일찍 집에 들어온다. 참 타이밍하곤.

  “나 왔어. 아이구, 우리 현무 오늘 할머니, 할아버지랑 잘 놀았어?”

  “그 대단하신 양반들이 애를 얼마나 잘 돌봐줬겠어.”

  “당신 어째 말에 가시가 돋쳤다. 무슨 일 있었어?”

  휴, 참자. 참을 인 글자가 세 개면 사람 목숨도 살린다 했다. 이 사람한테 화풀이 할 일이 아니다.

  “일은. 그저 하늘 같은 우리 시부모님께서 어찌나 당신 걱정을 하시는지 눈물겹더라고.”

  남편 표정이 서늘해진다.

  “부모가 자식 걱정하는 건 당연하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도 그게 아무 상관없는 사람한테나 당연한 소리로 들리지 나처럼 직접 관련된 사람은 좋은 소리로만 안 들려.”

  “자기가 어떻게 관련됐는데?”

  “당신 얼굴이 말이 아니래.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묻더라. 그 의미가 뭐겠어? 그 밥 해먹이는 사람이 난데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잖아.”

  “부모로서 자식 걱정해서 하는 소린데 너무 고깝게 듣는 거 아냐?”

  참자고 속으로 되뇌는데 그게 노력해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 조금씩 묶어둔 고리가 풀리려 한다.

  “당신은 자기 챙겨주는 말이라 좋게만 들리지? 내 입장이 돼 봐. 그게 좋게만 들리는지.”

  “고부 사이가 쉽지 않다는 거 알지만 그럴수록 너무 나쁘게만 보려 하지 말고 좋은 사이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지.”

  “쉽지 않은 걸 알면 좀 도와주던가. 좋은 사이가 되도록 당신이 노력한 건 뭔데!”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남편 눈빛이 어두워진다. 일부러 내 시선을 피하려 현무를 껴안고 장난을 친다. 참아야 하는데. 애써 조금 톤을 내렸다.

  “나도 나름 노력한다고. 애 돌보며 꽃집 다니고 당신 부모님 신경 쓰고. 그걸 다 챙기려고 하다 보면 힘에 부칠 때가 있어.”

  “굳이 밖에 나가서 돈 벌어오라고 떠다 민 적 없어.”

  그랬다. 누구 하나 내가 하는 일에 신성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부가 수입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직업이라는 걸 떠나, 꽃을 가꾸고 나무를 돌보는 과정 속에서 그나마 삶의 위안과 의미를 얻는 내 속내를 알아주길 바라는 건 그저 속절없는 사치다. 툭, 묶으려 애쓰던 끈이 끊어진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밥이 되던 죽이 되던.

  “어, 그래. 당신에겐 마트를 관리하는 일이 세상 가장 중요하지. 그것 말고 다른 건 안중에도 없잖아.”

  다시, 쌩, 하고 치고 올라가는 내 목소리 톤에 남편이 놀란 눈으로 본다.

  “아무리 그래도 마트가 마트지, 그게 무슨 대단한 금은보화라도 된다고 그래. 장사 안 되서 말아먹기라도 하면 어쩔 건데? 그런 생각은 해봤어? 그런 건 미리 대비해야지 않아?”

  남편이 마트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기에 일부러 더욱 그걸 물고 늘어졌다. 그는 대꾸할 말을 꺼내려다, 말대답을 해봤자 언쟁만 더 커질 거라 여겼는지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가 말이 없자 가슴 속 화가 더욱 치밀어 오른다.

  “평생 마트만 챙기다 인생 끝낼 생각이야? 그 이후는 생각 안 해봤어?”

  그저 애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만 반복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애지중지, 애를 돌봤다고.

  “그래, 잘 됐네. 오늘 당신 일찍 들어왔으니까 애 좀 봐. 애 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제대로 겪어보라고.”

  카디건을 꺼내 걸치고 지갑을 찾아 들었다.

  “다 늦어서 어디 가려고?”

  “나도 스트레스 풀며 살아야겠어. 이렇게 가슴에 쌓아만 뒀다간 울화병 나서 뒤로 넘어가겠거든!”

  남편이 뒤통수에다 대고 뭐라 외치는데 제대로 귀에 닿지 않는다. 열이 제대로 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나마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열이 식는 기분이 든다. 아직 쌀쌀한 늦겨울 밤공기가 알싸하게 주위를 두른다. 어디로 가야겠다는 목적 없이 앞으로 향했다. 이럴 때 시댁 불평하며 하소연 꺼낼 수 있는 친정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내게 친정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없다. 하필이면 생각 없이 걸었더니 남편 마트 앞이다. 나도 별 수 없다. 그렇게 욕 해놓고 도달한 곳이 겨우 여긴가. 얼핏,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주위를 둘러봤지만 눈에 띄는 사람은 없다. 화가 머리 꼭대기 근처까지 뻗쳐 이성이 마비되었나 보다. 별, 이상한 느낌이 다 든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저 걸었다. 내 걸음에 얼마 못 갈 거라는 걸 알아도 목적지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어두운 시각 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각종 주점이다. 주점이야 밤손님을 받아야 하니 밤에 가장 휘황찬란하게 빛나도록 장식을 하는 게 당연하겠지. 요즘엔 혼족이 유행이라던데.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영화 보며, 혼자서 술 먹고 고기도 먹는다 했다. 혼자서 고기 먹는 건 솔직히 엄두가 안 나는데, 혼자서 술을 마실 순 있을 듯하다. 그럴까? 혼자서 한 잔 해볼까? 살면서 혼술 해본 적은 없는데. 요상한 간판을 올린 곳은 아가씨 대동해서 술 마시길 원하는 아저씨들 상대하는 곳이다. 가라오케도 날 위한 곳은 아니다. 혼자 술 취해 마이크 들고 주정하는 상상에 큭, 실소가 나온다. 나름 인테리어 깔끔하고 분위기 괜찮은 곳이면 좋겠는데. 어, 재즈바? 술 마시며 재즈 들으라고 음악 틀어주는 곳인가? 인테리어가 지금까지 본 곳 중 가장 마음에 든다. 들어가 볼까? 혼자 술 마실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 주저된다. 아무리 그래도 혼술은 무리가 아닐까? 문득, 뒤가 근질거려 돌아보니 누군가 서 있다. 아, 내가 앞을 막고 있었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알았으면 얼른 비켜줬을 텐데.

  “안 들어가세요?”

  대답을 하려다, 목구멍에서 말이 걸려버렸다. 이 남자······.

  “네, 그게, 저기, 아니, 그, 그게 말이죠.”

  윽,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 속으로 서두르니까 그게 더 안 나온다. 밀어내려고 하니 더욱 진득하게 달라붙으며 저항이라도 하듯이.

  “혼자서 한 잔 하시려구요?”

  “······.”

  혼자 술 마시는 이상한 여자라고 하는 건가?

  “사실 저도 오늘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어째 동행을 찾지 못하겠네요. 어색하시면 같이 들어가시죠. 굳이 하고 싶지 않은 대화는 억지로 나누지 않아도 괜찮아요. 둘이 함께 들어가면 이상한 시선 받을 필요도 없고 편하니까 그것만 이용하죠. 그러곤 각자 원하는 술만 마시구요. 괜찮은 제안이죠?”

  그가 내 옆을 돌아 앞선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도, 마음을 정하기 힘들었다. 어쩌지? 어쩐다? 이 사람······, 그 남자다. 비싼 정장을 입은 그. 어떻게 그와 이렇게 마주치게 된 거지? 이건 뭔 상황일까? 하늘이 나를 불쌍히 여겨 이런 기회라도 준 건가? 살면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 중 하나다. 선택을 해야 한다. 그를 따라 들어서던지 아님 못 들은 척 지나쳐 버리던가. 그게, 어찌 해야 할지 쉽게 정하지 못하겠다. 눈에 달콤하게 들어오는 그, 라는 유혹이 커서 온갖 정당화하는 소리가 귀에 울린다. 그저 술 한 잔 하는 건데 왜? 대화할 필요도 없고 각자 알아서 술만 마시자는데 왜? 그가 추파를 던진 것도 아닌데 앞서서 하는 걱정은 왜? 일부러 가지는 죄책감은 왜? 그가 문을 잡아주며 돌아본다. 그의 눈빛이 서글서글하다. 따라 들어선다? 아님 지나쳐 버린다? 어떻게 하지? 아, 어쩐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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