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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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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3
작성일 : 23-04-08 08:37     조회 : 89     추천 : 0     분량 : 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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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딸기 - 우정

 

  어째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베이스부터 이것저것 바꿔가면서 발라봤는데 얼굴 위로 자꾸 뜨기만 하고 제대로 스미지 않아 애를 먹었다. 건조한 겨울을 나며 피부 곳곳에 허연 각질이 일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자꾸 손으로 뜯어내다 피가 나기도 했다. 아, 싫다. 피부에 좋다고 하는 음식 일부러 챙겨서 먹고, 주변에서 추천하는 영양크림 죄다 사다 발라봐도 잠시 뿐이고 어느새 예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오늘은 정기적으로 어울리는 모임이 있는 날. 애 키우고 일하면서 정신없이 사는 가운데 가지는 몇 안 되는 내 삶의 낙 중 하나다. 모임이라고 해봤자 나를 포함해서 만나는 멤버는 세 명. 다홈이는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 살며 알고 지냈다. 중학교까지는 함께 다니다 고등학교 진학하며 갈라졌지만 워낙 친하게 지내서 그 인연의 끈은 놓지 않았다. 엄마 돌아가실 때 친척이 별로 없는 나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준 사람이 다홈이었다. 남편이랑 결혼하는 문제로 살짝, 사이가 벌어졌다, 둘이 흠뻑, 취해서 대판 싸우고 화해했다. 다홈이는 현무 아빠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인데, 다홈이는 그런 그의 성실함조차 일만 하는 목석같다고 못마땅해 했다. 사람에 따라 똑같은 일면을 봐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게 하필 내 남편 될 사람이라니. 그렇게 친자매보다 더욱 친하게 지냈던 베스트 프렌드가 반대를 하니 견디기 많이 힘들었다. 안다. 다홈이가 나를 걱정해줘서 그렇게 반대했다는 걸 안다. 무덤덤한 그의 성격이 나를 외롭게 하고 감정적으로 진이 빠지게 만들 거라 염려했었다. 이제 와 얼핏, 그런 다홈이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결혼을 다시 물리기도 그렇고 애까지 있는 마당에 애써 그걸 무시하고 긍정적으로만 보려 노력한다. 세상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그 사람은 다홈이가 걱정했던 단점만큼이나 다홈이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걸 더욱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그런 그를 믿고 사는 거다.

  택수는 어영부영 모임의 멤버가 돼버렸다. 사실 모임이라고 할 만큼 대단치 않다. 다홈이와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얼굴 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매달 만나던 중, 어느 날 택수가 다홈이를 따라 나왔다. 다홈이에게 묻혀서 나오게 되었다는 게 맞는 말일 게다. 그땐, 다홈이가 사과를 하며 동행이 있다고 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었다. 가끔씩 변화를 줘도 좋지, 라고 여겼다. 이렇게 택수와 함께 정기적으로 만나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처음 만난 날, 내심 놀랐다. 두 사람이 너무 스스럼없이 친해 보이기에. 남녀 사이 우정이란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편이다. 우정에 성별은 큰 장애가 아니라며. 그렇지만, 약간 질투가 날 정도로, 둘이 척, 척, 죽이 맞았다. 스스럼없이 편해 보이는 분위기 속에 끊임없이 둘 사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택수를 처음 만나게 되어 아무래도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택수는 나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했다. 집에 돌아와선 그가 일부러 그런 태도를 보이려 노력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나아간 생각이라며 스스로 자책하며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긴 했지만. 택수가 나와 그렇게까지 친해지려 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그런 성격인 거겠지.

  딱히, 내 기억 속엔, 다홈이가 택수와 함께 계속 만나자고 부탁한 적 없다. 다홈이와 어울릴 때면 그가 자주 동행하는 일이 이어졌고, 반복해서 만나며 얼굴이 익숙해져 버렸다. 초반엔 항상 택수 씨라고 경어를 붙였다. 그러다 대뜸, 택수가 먼저 그만 말 편하게 놓고 친구 먹자고 했다. 그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다홈이도 내심 신경 쓰고 있었는지 둘이 편하게 지내라며 덩달아 부추겼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렇게 나오자 나도 굳이 싫다고 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곤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 모임이 결성되었다. 정말 큰 일이 아니라면, 이유 불문하고 셋이서 출석해야 하는 날을 정하자고 합의가 이루어졌다. 의무라고 할 정도로 강조하면서. 그게 그렇다. 그렇게까지 강조하지 않으면 꾸준히 만나기 힘들다. 다들 바쁘게 사는지라 만나자고 해놓고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미루게 된다.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나오지 않으면 벌금까지 물리도록 정했고, 매달 열심히 출석하게 되었다. 매일 쳇바퀴 돌듯 정해진 일정 안에서 살아가는 내겐, 내심 두 사람을 만나러 나오는 게 기대가 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아직 싱글인 두 사람에 비해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내 모습이 후줄근해 보일까 매번 나올 때마다 머리 한쪽에 걱정이 앞선다. 그게 둘이 만날 때와 셋이 만날 때가 다르다. 아님, 택수가 남자라서 그럴까? 그런 남녀 사이 흐르게 될 긴장 때문에 성별이 다른 사람끼리의 우정은 기대하기 힘든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이렇게 기대하고 긴장하며 나갈 자리가 있다는 게 소중하다. 이런 날조차 없다면 정말 사는 게 삭막했을 거다.

  “어휴, 얘는. 그 부지런한 한여은 아니랄까 봐서 미리 이렇게 나와 있네.”

  “나 부지런한 거 이제 알았냐?”

  어릴 때부터 부지런해야 한다고 몸으로 체득했다. 그게 남들보다 앞서서 잘 하겠다는 목적은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절박함이었다. 아빠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나를 키우며 힘들게 살았다. 엄마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내 눈으로 보면서 이해했다. 이 세상에선 부지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성년의 날을 겨우 지나고 엄마마저 세상을 버리자 그런 생각이 더욱 집요해졌다. 나같이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부지런하지조차 못하다면 더 이상 세상이 날 받아들여주지 않을 듯했다. 바로 세상 끝으로 내쳐질 거라는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고 앞서서 준비하고 몸을 빠릿하게 놀리도록 이끌었다. 가슴에 간절한 마음이 드니 몸은 덩달아 바빠진다. 내게 약속이란, 항상 먼저 나와 있어야지 늦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중요 임무다. 어쩌다 정해진 시각보다 늦을 때가 생기면 이건 그냥 안절부절 못해서 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신경쇠약이라는 게 왜 있는지 이해가 될 정도다.

  “택수가 조금 늦는데. 월말이라 일이 밀리나 봐.”

  “그럼 우리끼리 먼저 시킬까? 넌 여기 와봤다고?”

  “응. 요즘 내가 월남국수에 푹, 빠져서 산다. 처음엔 그 역한 소고기 냄새 맡기조차 싫었는데 지금은 그게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몰라.”

  “흐흐. 진짜 맛있는 건 세 번은 먹어봐야 제대로 그 맛을 안다고 했어.”

  오늘 약속을 잡은 곳은 베트남 쌀국수집이다. 다홈이가 월남국수 먹고 싶다고 하자 다들 그러자고 순순히 응했다. 가게는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베트남 분위기가 나도록 제대로 꾸몄다. 요즘엔 이렇게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외국에 온 분위기가 나도록 꾸민 식당이 흔하다.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외국의 느낌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하려는 배려겠지.

  “그나마 날씨가 슬슬, 풀려서 일하기 좀 낫지? 너 손 안 봐도 뻔하다. 일이 일이다 보니 맨날 물 만져야 하는데 내가 준 핸드크림은 잘 바르고 다니냐? 주부습진은 항상 달고 살잖아. 어머, 너 얼굴 봐. 각질 올라왔어. 아무리 애 키우느라 바쁜 아줌마라도 그 정도는 관리하고 다녀야지. 이리 봐봐. 내가 괜찮은 크림이 있어.”

  “얘가 밥 먹는 식당에서 왜 이래? 남들 쳐다본다, 쳐다 봐.”

  “지금 손님 별로 없는 시각이잖아. 우리 사이에 남들 시선은 의식하고 그래.”

  됐다고 괜찮다고 해도 다홈이는 막무가내다. 다홈인 이럴 땐 동갑인데도 꼭,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큰 언니 같다. 화장품을 손에 들고 내 얼굴 위에 마구 찍어댄다. 택수가 오기 전 얼른 마무리 했으면 싶었다. 나이 든 여자 둘이서 식당에서 화장품 꺼내놓고 발라대는 건 아무래도 지나친 감이 있다.

  “왔어? 생각보단 빨리 도착했네.”

  다흠이가 들어서는 택수를 보고 알은 체를 한다.

  “말도 마라. 배고파서 더 서둘렀어. 어째 사는 게 이러냐?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다닌다. 어라, 여은이 너는 요새 잘 챙겨먹고 다니는가 봐. 얼굴이 번들번들 하네.”

  “야, 아니야. 지금 다홈이가 내 얼굴 가지고 별 짓을 다 한다.”

  “너는 나한테 그게 할 소리니? 일부러 이렇게 가꿔주는데.”

  미리 시켜놓았던 소고기 월남국수가 나온다. 택수는 국물요리는 오늘 별로라며 쌈 요리를 시킨다. 그것도 맛있지, 라며 다홈이가 입을 다시자 음식 욕심 좀 그만 내라고 택수가 핀잔을 준다. 그래도 뺏어먹을 거라며 다홈이가 물러서지 않자 택수가 차라리 하나 더 시키자고 한다. 이번엔 다홈이가 그건 너무 많지 않나 주저하자 택수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안 먹는다고 하고 나중에 시키면 다 뺏어먹는 불한당이라고 몰아붙인다. 다홈이는 음식 때문에 불한당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냐며 억울한 표정으로 택수 이마에 꿀밤을 놓는다. 그런 다홈이에게 택수가 목 위로 팔을 둘러 조르는 시늉을 하자 이내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어휴, 다 큰 어른들이 잘들 논다.

  스스럼없이 많이 가까워 보이는 다홈이와 택수.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슬그머니 의구심이 드는 걸 피할 수가 없다. 남녀 사이의 우정이라. 우정이라는 게 어디까지가 우정이고 얼마나 선을 넘으면 애정이 되는 걸까? 만약 이 우정이 애정으로 발전하다고 가정하면, 택수는 싱글이라 아무 문제없는 거고, 다홈이는······. 조금 더 복잡하다. 다홈이와 광휘 씨는 현재 별거 중이다. 둘이서 그렇게 좋아 죽겠다고, 서로 없으면 못 사는 사이라고 불타는 연애를 하고 난 후 결혼을 했지만 사람 마음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서로 정신병자라고 몰아붙이며 비난한다. 나야 항상 다홈이 편이지만 광휘 씨와도 나쁘지 않게 지냈었다. 두 사람 사이가 안 좋아져 많이 속상했었다. 별거녀와 싱글남? 별 생각을 다 한다. 분명 남녀 사이에도 우정은 존재하는 거다. 한여은, 너무 앞서 나아가지 말자. 멀쩡히 잘 지내는 두 친구를 왜 그렇게 이상하게 몰아가는 건데. 둘이 이렇게 귀엽게 잘 놀고 있잖아. 그 우정 변치 않고 마지막 눈 감을 때까지 잘 지내면 좋겠다. 친구란 존재는 인생에서 중요하다. 사는 데 활력소가 되는 청량제이자 힘들 땐 서로의 버팀목이 돼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앞에서 치근덕거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두 사람, 언제까지나 그렇게 내 앞에 있어주면 좋겠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푸르른 소나무처럼 내게 활력을 주니까. 보물이 따로 있나. 이런 우정이 진정한 삶의 보물이다. 그저 바라보는 걸로 좋다. 음식을 아직 뜨지 않았는데도 벌써 배가 불러오는 기분이 든다.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 고팠나 보다. 취할 수 있을 때 실컷, 들이켜야겠다. 오늘따라 그게 참, 맛나다. 사람 맛 좋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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