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해주는 말을 듣다 보면 꼭 이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인간관계를 맺고 끊는 게 참 힘들다고.
그때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랐는데, 이제는 잘 알겠다.
김밥 꽁지 맛있는 줄 모르던 꼬맹이 시절처럼, 커서야 알 수 있는 일이었나 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보통은 약하게, 때로는 굳건히 맺어진 실들 속에서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방심할 때가 있다.
아니, 내가 지금 방심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를 때가 있다고 해야 할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때서야 깨닫곤 하는데, 그 대가는 참 크다.
믿음도 우정도 사랑도, 몽땅 불신하게 되는 병에 걸리게 되니까.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나 싶기도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렇게 일찍 뒤통수 맞은 게 더 좋다고도 생각된다는 거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의, 일종의 액땜이라고 여기면 되니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친구는 소중하다’며 이런 말을 하는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걸 안다.
물론 그들의 그런 말이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이 공감해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비슷한 일이라도 겪어봐야 공감을 해줄 수 있을 테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에 공감하기는 어려우니까.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싶다.
절친했다고 여긴 친구가 때린 뒤통수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은 최소한 나한테 화는 내지 않으리라.
나 만한 경험을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아픔을 공감해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