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공포물
구독자 사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2.2.19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포 단편들...

 
20. 내집 마련
작성일 : 22-02-23 14:16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6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무려 12년 전 일입니다.

 

 저희 집은 제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시점부터 가난했습니다.

 

 아빠는 제가 2살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으며,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원래 가난했던 저희 집은 더 가난해졌습니다.

 

 전세는 고사하고 매번 지하단칸방 월세에 살았습니다.

 

 저보다 3살 많았던 형은 철이 들면서부터 자신을 집안의 가장이라고 생각하였고, 스스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 무렵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했던 형은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미루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문계에 진학하여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던 저는 철없게도 그런 집안 형편과 자신을 희생하는 답답한 형이 싫었습니다.

 

 형이 다니는 공장은 쇳물을 녹여 주물틀에 찍어내는 아주 고단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 무렵 알고 있었습니다.

 

 형은 알게모르게 틈틈히 공부를 하고 있었단 것을요.

 

 형도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형이 일을 마치고 나서 월급을 받은 날이었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낡은 운동화 때문에 놀림을 받은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어렵게 끊어준 독서실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땐 형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제가 계단에서 내려가는 동안 불 켜진 반지하 창을 통해 형과 엄마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엄마. 이제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도 이제 성인이고 성현이도 대학 들어가면 엄마 이제 고생 끝이야. 알지요? 내가 아파트 한 채 근사하게 사줄테니까."

 

 "에휴 내가 뭔 자격이 있다고 아파트에 들어가겠냐? 나는 됐고, 너나 어서 야간 대학이라도 다니고 아가씨 만나서 연예라도 해야 하는데..."

 

 "아하하하 엄마. 나 아직 여자한테 관심없다니까. 우리 집에 이렇게 여왕님이 있는데 뭘. 여왕님한테 어울리는 아파트 하나 장만해서 우리 성현이랑 같이 세식구 남들처럼 옹기종기 살아봐요."

 

 "그래. 허허허 말만이라도 고맙다."

 

 그들의 행복한 웃음이 저는 싫었습니다.

 

 덜컹

 

 "어? 성현이 왔니? 야. 오늘 월급날이라서 내가 치킨 사왔어. 같이 먹자. 그리고 오늘같은 날은 미성년자라도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형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보자 괜히 심통이 올라왔습니다.

 

 "누가 그런 치킨 먹고 싶대? 나도 스테이크 이런 거 먹고 싶다고."

 

 "얘. 성현아 너 형한테 그게 무슨말이니?"

 

 빌딩 청소부로 근무하시는 엄마였습니다.

 

 "엄마도 그래. 형이랑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겨우 이딴 찢어진 운동화? 이걸로 뭐 해?"

 

 "야. 너 뭐하는 짓이야? 그래도 엄마는."

 

 형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형을 밀쳤습니다.

 

 "형은. 뭐 형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평생 그렇게 공장에서 쇠나 만지다 반지하에서 평생 살게 될 걸. 그런데 뭐 아파트? 하하하하 서울 아파트 값이 얼만지나 알아? 동생 운동화 사 줄 돈도 없으면서,"

 

 짝.

 

 형의 손이 올라가고 내 뺨은 금세 붉게 부풀어 올았습니다.

 

 "전부다 거지처럼 살다가 죽을거야. 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당하고 지내는 지 알아. 다들 나보고 반지하 곰팡이 냄새 난데. 운동화 살 돈도 없는 거지래. 친구도 없어. 같이 간식 사먹을 용돈도 없으니까."

 

 "성현아."

 

 "비켜."

 

 그렇게 집을 나온 나는 마땅히 갈데가 없었습니다.

 

 여름이라 다행이었습니다.

 

 나는 가로등도 거의 없는 깜깜한 놀이터 그네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져서 너무 잠이 왔던 나는 미끄럼틀 아래 웅크리고 꾸벅꾸벅 졸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형이 출근한 시간을 피해 들어간 나는 싱크대 위에 놓인 맥주 한 캔과 치킨 반마리를 봤습니다.

 

 배가 고팠던 나는 치킨을 가득 입에 물었습니다.

 

 "형이 뜬 눈으로 밤새 너 기다리다가 이제 출근했어."

 

 등을 돌리고 있던 내 눈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형이 퇴근하면 사과는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다정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잔 나는 당연히 학교에서 졸았습니다.

 

 점심을 먹자마자 엎드려 잠 든 나는 가위에 눌리고 말았습니다.

 

 "윽. 으으윽."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들어오더니 내 주위를 맴도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윽윽. 으으윽."

 

 너무 무서웠던 나는 엎드린 채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책상 아래로 내려가더니 나의 얼굴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겨우 몸이 움직여졌습니다.

 

 식은 땀도 멈추었고, 주변에서 아이들 소리도 들렸습니다.

 

 "휴우."

 

 한숨을 쉬며 눈을 뜬 나의 눈 앞에 얼굴 껍질이 벗겨진 피투성이 귀신이 눈에서 피를 흘리며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으아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주위 친구들이 바라보더니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주위를 살피자 그 귀신을 보이지 않았고, 내가 꿈 꾼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황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하고 화장실 안에 숨어 있다가 수업이 시작될 때쯤 나왔습니다.

 

 "2학년 6반 김성현. 김성현 학생은 교무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교내방송에서 제 이름이 나온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공장에서 숨진 형의 비보를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엄마는 정말 울다가 실신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걸 감당하기에 너무 어렸습니다.

 

 형이 일하던 공장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오히려 형이 안전수칙을 위반하여 공장에 피해를 입히고 여려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내민 서류에 정신 없이 사인을 하고 얼마 찾아오지도 않는 조문객을 맞이하자 장례식도 끝이 나 버렸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다시 무덤같은 반지하 단칸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 저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부스럭 부스럭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그대로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시커먼 도둑같은 형체 하나가 서랍장을 뒤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너무 놀란 나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소리도 지르지도 못한 채 그저 벌벌 떨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시커머 형체가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돌아섰습니다.

 

 "으... 으아악."

 

 피투성이 얼굴에서 피눈물을 흘리던 그 형체가 나에게 덤벼드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고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엄마는 또 울고 있었습니다.

 

 "흐흐흑. 성현아. 너까지 왜 그러니? 왜 그래? 이제 정신 좀 차려."

 

 "어.. 엄마 왜? 왜 그래?"

 

 엄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서랍장 물건들이 마치 도둑이 든 것처럼 다 꺼내져 있었습니다.

 

 "어? 저.. 저게."

 

 엄마는 밤에 자던 중 갑자기 내가 일어나 저렇게 했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똑같이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엄마와 전 이제 잠드는 것조차 무서워졌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 다른 데서 잘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이 일의 원인을 제거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서랍장의 물건을 모두 치우고 서랍장을 버리기 위해 옮기던 그 순간 서럽자 2번째와 3번째 사리에 끼여 있던 봉투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서랍 사이에 끼여 있어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서류였습니다.

 

 "응?"

 

 그리고 며칠 후 변호사를 만난 엄마와 전 믿을 수 없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예. 이거 근로계약서 맞구요. 어머님. 공장에서 주장하는 그 알바라는 거 모두 거짓인 걸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잘하신 겁니다. 그리고 여기 이거는 아드님이 든 생명보험인데요. 아주 똑똑한 청년인 거 같군요. 꽤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아드님이 그렇게 되신 것에 대해서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참 그리고 피해자분 물건이라는데 이제 돌려드리게 됐네요. 회사측에서 뭐든 다 꽁꽁 숨기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형의 마지막으로 사준 운동화를 저는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짝퉁이었지만 저는 아직도 아까워서 그 운동화를 신지 않고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공장에서는 형이 정식 채용된 직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고, 저는 그들이 만든 거짓 서류에 서명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형의 근로계약서가 나오자 그들이 태도는 돌변하였고, 저희 가족에게는 큰 액수를 보상해 주었습니다.

 

 물론 언론에 알리지 않는 조건이었지요.

 

 형의 생명보험회사에서도 처음엔 말이 없다가 제가 생명 보험 서류를 들고 가자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저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큰 돈을 만지게 되었는데요.

 

 띠리리리

 

 엄마 휴대폰이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요새 아파트 상담때문에 정신이 없네요. 지금 이 물건 좋습니다."

 

 엄마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부동산 아저씨의 말에 엄마와 전 뭐에 홀린 듯이 계약을 하였는데요.

 

 마침 수중에 들어온 돈과도 딱 일치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한 날. 저와 엄마는 그 부동산 아저씨에게 떡을 돌리러 갔는데요.

 

 그 아저씨가 엄마를 보고 말했습니다.

 

 "하이고. 그 아드님은 안 오셨나 보네요. 허허허 어쨌든 물건 잘 잡았습니다. 앞으로 크게 오를겁니다. 여기가 입지가 아주 좋거든요. 이 떡은."

 

 "아들이요? 저희는 얘 하나밖에 없는데요."

 

 엄마가 입을 열자 그 부동산 아저씨는 잠시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아? 그런가요?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하하하하. 안그래도 제가 전화한 날 전에 밤에 한 청년이 들어와서 전화하라고 연락처를 알려주고 갔었거든요. 제가 다른 집이랑 착각했나 봅니다. 아니. 아닌가? 하하하 뭐 이쪽일이 하도 사람을 많이 만나니까 저도 제 기억이 오락가락 하네요. 뭐 어쨌든 떡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부동산에서 나오는 길에 엄마와 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그 서랍장 주변에서 이상한 형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시커먼 그림자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다시 만난다면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꼭 말하고 싶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0 40. 버스터미널 2022 / 2 / 26 191 0 4834   
39 39. 게임을 찾아주세요. 2022 / 2 / 26 186 0 4146   
38 38. 펜션 마지막집 2022 / 2 / 26 186 0 5052   
37 37. 지문 2022 / 2 / 26 197 0 3817   
36 36. 사신 2022 / 2 / 26 183 0 3205   
35 35. 건설 현장 감독관 2022 / 2 / 26 190 0 4513   
34 34. 담력 체험 2022 / 2 / 26 192 0 3779   
33 33. 보이스피싱 2022 / 2 / 26 216 0 4210   
32 32. 야간알바 2022 / 2 / 26 214 0 4751   
31 31. 쌍둥이 2022 / 2 / 26 190 0 4150   
30 30. 과양생이 2022 / 2 / 25 214 0 4834   
29 29. 명계의 음식 2022 / 2 / 25 186 0 4443   
28 28. 전원 주택 2022 / 2 / 25 183 0 3889   
27 27.나무인형 2022 / 2 / 25 213 0 4327   
26 26. 인터넷 전쟁 2022 / 2 / 25 198 0 4429   
25 25. 중고마켓 2022 / 2 / 25 193 0 3586   
24 24. 톡친구 2022 / 2 / 25 201 0 4532   
23 23. 교전 2022 / 2 / 25 193 0 2262   
22 22. 유서 2022 / 2 / 25 194 0 3941   
21 21. 꿈 속의 장례식 2022 / 2 / 25 204 0 4059   
20 20. 내집 마련 2022 / 2 / 23 194 0 4623   
19 19. 사이에서 2022 / 2 / 23 182 0 2489   
18 18. 나이테 2022 / 2 / 23 183 0 4362   
17 17. 공장 창고 2022 / 2 / 23 195 0 3665   
16 16. 엄마의 품속 2022 / 2 / 23 200 0 3579   
15 15. 저승가는 길 2022 / 2 / 23 181 0 3629   
14 14. 밤마실 2022 / 2 / 23 204 0 2937   
13 13. 캠핑 2022 / 2 / 23 200 0 4501   
12 12. 옆 집 아가씨 2022 / 2 / 23 194 0 4374   
11 11. 백구의 복수 2022 / 2 / 23 202 0 4849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구령세기
김선을
수학자
김선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