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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우 박사
작성일 : 22-02-18 22:43     조회 : 75     추천 : 0     분량 : 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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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고, 그럼 어제 사물함에서 꺼내온 봉투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지?”

 “아까 말하셨던 항구에서 일어났던 밀수 사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굳이 확인 안 하시더라도 오늘 저녁이면 신문을 통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찌 됐든 간에 카쟝은 아무 이유 없이 아이를 납치할 사람은 아닙니다.”

 "당신, 도대체 누구 편이야? 우리 편이야 아니면 그 녀석 편이야?"

 

 형사는 참다 참다 못 참겠는지 다른 제보를 꺼냈다.

 

 "아이들이 사라진 날, 공원 근처 도로에서 검정색 고급 세단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어. 마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차종이지만 달구에서는 보기 드문 차종이란 말이야."

 

 그러나 마루 사람이 차를 타고 달구까지 가서 아이들을 납치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다. 마루 시민의 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달구시였다.

 

 "마루 사람이 굳이 차를 타고 달구로 갈 일은 없잖아."

 

 달구 시민이 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도난차량이 아닌 이상 극히 드물었다. 그 때문에 달구시에서는 고급 세단은커녕 멀쩡한 자동차를 보기도 힘들었다.

 

 스윽-

 

 형사는 편집장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과연 고급 세단을 탈 수 있는 달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 편집장과 형사의 얼굴 사이 거리는 한 뼘도 되지 않았다. 편집장에게 압박을 가하는 자세였다.

 

 "이건 100% 카쟝의 짓이야."

 

 하지만 편집장의 얼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카쟝이 아니라 다른 마루시 사람이 꾸민 짓일 수도 있죠."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지."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편집장의 표정에 형사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용의자가 마루 사람으로 밝혀지는 순간, 흑사단 전체가 마루로 들이닥칠 거야."

 

 ‘흑사단’의 경우라면 터무니없는 말도 아니었다. 흑사라면 자신의 아들을 데려간 납치범을 잡기 전까지 마루시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였다.

 

 "흑사단의 전력이면 경찰도 막기 힘들 거라고."

 

 흑사단의 정확한 인원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대략 1000여 명에 가까운 무리라는 것이 경찰의 추산이었다.

 

 “이미 흑사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게 우리가 여기 온 이유야.”

 

 그때 형사에게 순경 한 명이 다가왔다.

 

 “형사님, 신문사 구석구석을 뒤져봤는데 최근 이틀 동안 이덤이 보낸 문서는 밀수 관련 정보가 전부였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회사 내에서 수색이 진행된 것이었다. 편집장은 언짢았지만 티를 낼 순 없었다.

 

 “흐음.......”

 

 형사는 길게 콧바람을 내뿜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일단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을 조사해봐야겠어. 혹시라도 이덤에게서 다른 정보가 오면 바로 연락해.”

 “알겠습니다.”

 

 공손한 말투와는 다르게 편집장의 주먹에선 힘줄이 하나둘 서고 있었다.

 

 또각또각.

 

 잠시 후 형사는 편집장실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사라졌다. 이제 방에 남은 사람은 오효인 편집장 혼자였다.

 

 “카쟝.......”

 

 경찰들이 이렇게 찾아다닐 정도면 조만간 다른 신문사들에게도 정보가 흘러들어갈 터였다. 강상 일보사 외에는 카쟝과 별 다른 연결고리가 없으니 이번 사건은 카쟝의 탓으로 기사화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마루 시민들도 흑사의 분노를 카쟝에게 돌리고 싶어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카쟝이 위험해진다.'

 

 그는 고개를 돌려 컴퓨터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이덤이 보낸 USB 내용이 떠있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거야?’

 

 화면에 보이던 내용은 백 사장의 'DTS 프로젝트'문서였다.

 

 '카쟝,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겁니까?‘

 

 ***

 

 

 민관의 눈동자에 서서히 초점이 잡혔다. 시야의 중앙으로 진홍빛 액체가 비쳤다.

 

 “이게 그 새로운 혈액인가?”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구해온 혈액입니다.”

 

 민관은 온탕에 몸을 담글 때처럼 온몸의 힘을 쫙 뺐다. 티 없이 맑은 젊음이 튜브를 타고 그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흐으음, 생기가 들어오는 게 느껴지는군.”

 

 그는 와인을 음미하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몇 살짜리 혈액이지?”

 

 민관은 지난 저녁 소믈리에에게 와인의 생산년도를 물었던 것처럼 품위 있게 입을 열었다.

 

 “갓 10살 지난 아이의 혈액입니다.”

 

 비서의 대답을 들은 순간, 사장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설마 문제를 일으키거나 한 건 아니겠지?”

 

 비서는 차분하게 답했다.

 

 “네. 사장님이 분부하신 대로 아무 문제없도록 조치했습니다.”

 “그래. 납치라도 했으면 탈날 수 있으니까, 합법적으로 해결해.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깐 말이지.”

 “네. 알겠습니다. 합법적으로.”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 실험도 금지하는 판국에 사람 납치를 합법적으로 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와중에 사장은 비서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가 들썩거렸다. 그의 커다란 아랫입술은 오늘따라 더 오동통해보였다.

 

 “그래, 몇 명이나 찾아온 거야?”

 "20명 정도 됩니다."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모두 달구 애들입니다.”

 "그쪽 애들이라...."

 

 민관은 여전히 의구심에 찬 말투였다. 평소에도 의심이 많긴 했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에는 더욱 예민하게 굴었다.

 

 “달구면... 그래, 마루 애들이면 큰일이지. 그나저나 달구 쪽 애들은 못 먹고 자라서 뽑을 피도 없었을 텐데?”

 “그래서 살집이 있는 애들로만 선별해서 데려왔습니다. 지금도 끼니때에 맞춰 충분한 식사를 하고 있고요.”

 “하하하핫!”

 

 백민관은 코미디 쇼라도 본 것처럼 폭소했다. 그는 입에서 침이 튀길 정도로 만족감을 쏟아냈다. 장 비서에겐 최고의 칭찬이었다.

 

 “좋아. 장 비서,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불현듯 민관은 정면의 벽을 바라보았다. 벽시계를 보는 것이었다.

 

 [PM 5:00]

 

 “우 박사는, 도착했나?”

 

 장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 그래도 2시간 전에 회사에 도착하셔서 여태까지 실험실을 구경하시고 계십니다.”

 "기분은 어때 보였나?"

 "워낙 무표정이셔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민관은 팔짱을 꼈다.

 

 "흠, 정성을 다해 데려왔겠지? 그 사람이 있어야 내 꿈을 이룰 수 있단 말이지."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연구실부터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지하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습니다."

 “회사 오면 내 얼굴부터 보라니깐, 원. 우 박사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네.”

 “지금 사장실로 모실까요?”

 “그래. 이제 곧 저녁시간이니까 얼굴이나 좀 보자고 전해. 저녁식사 후엔 내가 방송 스케줄이 잡혀있으니까 만나려면 지금 만나야 한다고도 전해. 그냥 보자고 하면 절대 안 올 사람이거든.”

 “예.”

 

 대답을 하기 무섭게 장 비서는 곧장 사장실을 나갔다. 현재 우 박사를 모시고 있는 사람이 따로 없기 때문에 우 박사를 데려오기 위해선 비서 본인이 직접 움직여야했다.

 

 딸깍

 

 장 비서는 간부 전용 승강기 앞에 서서 버튼을 눌렀다.

 

 위잉-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고, 비서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실험실에서 뭘 하시는 거지?’

 

 우 박사는 사장실의 위치도 알고 있었다. 장 비서는 그녀를 그저 내버려 두면 제풀에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2시간 동안이나 구경할만한 게 있었나?'

 

 지금 실험실에는 우 박사 혼자뿐이었다. 다른 경우라면 우 박사에게 다른 사원을 붙여 편의를 제공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박사가 있는 실험실은 워낙에 통제된 장소였다.

 

 '우 박사가 돌아왔으니 조만간 비밀 실험도 끝이 나겠어.'

 

 비밀 실험실은 명장제약회사의 핵심 임원진 중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장소였다. 실제로 그 장소에 들어가 본 사람은 백 사장, 장 비서, 제한된 연구원 5명, 그리고 장관급 인사 10여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 연구원 5명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연구원이 바로 ‘우 박사’였다.

 

 정확히 5분 뒤, 사장실 밖의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알렸다.

 

 띵-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민관의 얼굴로 미소가 떠올랐다.

 

 "내 최고의 부하이자 꿈의 열쇠가 돌아왔군."

 

 똑. 똑. 똑.

 

 장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겠습니다. 사장님."

 

 노크소리를 들은 백민관은 산타를 기다리는 꼬마처럼 기대 가득한 소리를 냈다.

 

 “그래, 들어와.”

 

 곧이어 사장실의 문이 열리고 장 비서가 들어왔다. 민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 박사는?”

 

 그제야 장 비서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우 박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하이.”

 "왔구만."

 

 백 사장의 눈동자에 비친 우 박사의 형상이 점점 커졌다. 하이얀 피부는 까만 단발머리와 비교되어 더욱 빛났다. 통통한 볼과 비교되는 삐쩍 마른 몸으로 등장한 그녀는 사장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백 사장과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었으나 외모와 행동은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그것도 호기심 왕성한.

 

 “여긴 뭐 변한 게 없네?”

 

 초등학생만한 체구는 장 비서와 비교되어 더욱 왜소해보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주위로 흘러나오는 기운은 제법 묵직했다.

 

 "백 사장, 오랜만이네? 애들 피 빠는 짓은 여전하구만?"

 

 민관이 누군가에게 반말을 들은 건 1년 만이었다. 물론 1년 전에 들은 반말도 우 박사와의 면회에서 들은 것이었다.

 

 "말투를 들어보니 우 박사가 확실하네."

 "그럼 나지. 누구겠어?"

 "큰집 갔다오더니 얼굴이 많이 하얘졌어. 햇빛도 안 쐬었나 봐?"

 "별 시덥잖은 소리 마."

 

 우 박사는 아무 경계심 없이 민관이 수혈 받고 있던 혈액팩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직도 이 취미를 못 버렸네.”

 

 그녀는 팩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을 본 장 비서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러시면...!"

 

 다른 사람이었다면 민관이 불 같이 화를 냈을 상황이었다. 화내는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될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관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왜지?'

 

 민관의 표정에선 불쾌함이 전혀 비치지 않았다. 그녀의 앞에선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했다. 아니, 오히려 호의적이었다.

 

 "까칠한 말투는 여전하군. 그나저나 10년 동안 수고많았어."

 "수고한 건 알고?"

 "그래도 내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거야."

 

 우 박사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민관은 교도소 안팎으로 박사의 뒤를 봐주었다. 심지어 매년 교도소 내에서 그녀의 생일을 거하게 챙겨주기까지 했다.

 

 "케이크 하나 넣는 과정도 얼마나 까다로웠는데."

 

 우 박사는 민관의 노고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돈도 많은데 뭔들 못하겠어. 난 그저 나의 연구를 끝내겠다는 일념으로 10년을 버틴 거야. 출소하자마자 여기 온 것도 그 연구를 매듭짓기 위해서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내심 자신의 정성이 통한 줄 알았던 민관은 우 박사의 드센 답변에 기가 죽었다.

 

 "말을 또 그렇게 하면 내가 서운하지."

 "됐고, 난 마무리 못 한 내 연구 끝내러 온 거니까 당분간 신경 꺼. 실험실 가기 전에 내가 뭐 따로 해야하는 거라도 있어?"

 

 우 박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민관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미 실험실도 갔다 오지 않았어? 뭘 해야 할 지는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뭐야. 하던 실험만 마무리하면 되겠네. RB프로젝트? 이름도 거창하게 붙였더라? 예전에 하던 거랑 별반 차이도 없더만. 그럼 오늘부터 한다?"

 

 그녀의 톡 쏘는 듯한 대답에 민관은 금니를 드러냈다.

 

 "당연하지. 그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어."

 "됐고, 지금까지 연구 상황은?"

 

 우 박사는 고향 친구를 만난 것처럼 거칠게 대화를 나눴다.

 

 "우 박사만 있었으면 진즉에 끝난 연구인데 우 박사가 없는 동안 다시 진행하려니까 쉽지가 않더라고. 일단 동물 실험은 15차례 정도 끝냈어."

 "성공률은?"

 "유인원에서 90%."

 "겨우? 백 사장, 내가 없으니까 굉장히 형편 없어졌네."

 

 백민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몰아붙이는 쪽은 우 박사 쪽이었다.

 

 "내가 했던 실험에 마침표만 찍으면 끝나는데, 도돌이표를 찍어놨네. 실험도구들도 죄다 고성능으로 갈았더만."

 

 우 박사는 불만 가득한 음성과 함께 팔짱을 꼈다.

 

 "난 지금 당장 실험해도 99% 이상 성공하겠는데."

 

 허세가 아니었다. 그녀가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실험 성공률이 100%에 육박했다. 동물보호단체의 고발이 없었다면 그녀의 연구 산물은 이미 상용화되고도 남았다.

 

 "10년 전에 실험했던 개체들은 아직 잘 살아있더만."

 "그렇지. 우 박사가 없는 동안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지"

 "그 동안 부작용 같은 건 없었고?"

 

 백 사장의 입에선 미소가 꿀처럼 흘렀다.

 

 "부작용은 없었,"

 "없었겠지.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실험이었어."

 

 백 사장이 우 박사를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이유였다. 우 박사의 완벽주의는 그녀의 연구를 견고히 완성시켜갔다. 심지어 그녀가 교도소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실험에 사용됐던 개체의 미세한 변화까지 전부 기록해 놔."였다. 그녀는 자신의 복역기간동안 실험체의 장기독성을 평가한 셈이었다.

 

 "우 박사가 사용했던 실험체들은 부작용은 당연하고 아무 탈 없이 잘 생활하고 있지."

 "예전에 기록했던 실험 데이터들은 어디 있지?"

 "하나도 빠짐 없이 실험실 컴퓨터에 입력해놨어. 우 박사는 그저 편하게 마무리만 하면 돼."

 "좋아. 그건 잘했네. 마무리만 하면 되겠어. 실험 동물은 준비됐고?"

 "저기...."

 

 장 비서는 10년 전보다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다고 말할 참이었다.

 

 스윽-

 

 이를 눈치 챈 백 사장은 손바닥을 들어 그를 저지했다. 비서가 그 사실을 말하지 않도록 하는 무언의 명령이었다. 벌써부터 민관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그녀의 실험이 만들어낼 결과물들로 가득 차있었다.

 

 "당연하지. 동물은 얼마든지 지원해줄 테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해."

 "임상 실험도?"

 

 임상 실험을 진행하겠다는 말은 곧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겠다.'는 의미였다. 지금 같은 사회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리였지만 명장제약의 사장실에선 불가능할 게 없었다.

 

 "필요하면 언제든 지원해줄게."

 "알았어.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할래. 실험실 정리는 다 해놨거든."

 

 말을 꺼내면서 그녀의 발은 사장실 밖을 향하고 있었다. 이미 실험실로 출발하는 중이었다. 굳이 백 사장의 답변은 듣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그럼 수고하고."

 

 민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의 손은 문을 열고 있었다.

 

 딸칵.

 

 우 박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향했다.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백 사장은 비서를 불렀다.

 

 "장 비서, 이제부터 우 박사가 요구하는 건 뭐든 다 들어줘."

 “뭐든지요?”

 “뭐든지.”

 

 거짓이 단 1%도 안 섞인 진심 어린 어조였다. 백 사장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RB프로젝트는 우 박사가 전담하는 겁니까?"

 "그렇지. 누구라도 RB프로젝트를 방해했다간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설령 그게 대통령이라고 해도."

 

 사장의 비장한 한 마디에 장 비서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 모습을 본 사장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 대통령이 이 프로젝트를 반대할 이유가 없거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백 사장은 검지를 까딱거리며 장 비서를 불렀다. 가까이 와보라는 제스처였다. 사장실에 둘 밖에 없음에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장 비서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자, 민관은 비서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우 박사가 일주일 안으로 임상실험을 한다고 전할 거야."

 "예."

 "실험체로 인체가 필요할 텐데."

 "예."

 "...그것도 곧 준비해야 돼."

 

 한마디로, 실험에 필요한 인간을 데려오라는 말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미리 준비해둬. 연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아무 문제 일으키지 말고."

 "네."

 

 '조만간 또 달구로 가야겠어.'

 

 비서는 다시 한 번 경호팀을 소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사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왜?"

 "카쟝 녀석은 어떡할까요?"

 "아! 카쟝."

 

 백 사장이 우 박사를 대면하는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이름이었다.

 

 "신문사들은 잘 처리했지?"

 "네. DTS 프로젝트의 의 'D'도 보이지 않게 만들어 놨습니다."

 

 카쟝이 몇몇 신문사에 'DTS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넘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신문사를 좌지우지하는 방면으로는 백 사장이 한 수 위였다.

 

 "잘했어. 생각지 못한 지출이 나갔어. 게다가 아직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 녀석의 존재가 여전히 거슬리긴 해."

 "어떻게... 조치를 취할까요?"

 "아냐. 그 녀석은 나한테 맡겨둬. 조만간 그 녀석을 내 앞으로 끌고 올 테니까."

 

 민관은 다 떨어진 혈액팩을 올려다보았다.

 

 "됐어. 모든 건 시간문제야. 장 비서, 넌 하던 대로만 하면 돼. 하던 대로만."

 

 백 사장은 스스로 주사바늘을 빼고 바늘의 자입부위를 꾹 눌렀다.

 

 "우 박사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이 프로젝트는 성공이야. 내 최고의 대리인, 최고의 연구원, 그리고 최고의 도구."

 

 

 ***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후 8시, 일호는 하루 일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상하의를 환복하고서 넥타이를 매던 그의 시선은 우연히 한 곳에 머물렀다. 탈의실 출입문 옆에 비치된 TV였다. 화면 속에선 뉴스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때 화면 밑으로 일호의 눈길을 끄는 자막이 지나가고 있었다.

 

 [잠시 후, 백민관 명장제약 사장 단독 인터뷰]

 

 "어? 또 나오신다고?"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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