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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35
작성일 : 22-02-10 00:10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7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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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단장이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마일러 부기사단장으로써,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시작하시죠."

 

 이번엔 대련의 자세를 취했다.

 쌍둥이도 2단까지 오픈을 하고 먼저 다가오길 기다렸다.

 잠시 눈치를 보던 부단장은 내 왼쪽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허리 쪽을 횡으로 긋는 속도도 빨랐지만 밸런스가 좋았다.

 이런 애들은 속도도 방향도 자유자재로 바꿔서 상대하기가 까다롭단 말이지.

 

 내가 옆으로 피하는 순간 방향을 바꿔서 오른쪽을 노릴 것이다.

 나는 뒤로 눕는 걸 택했다.

 이 쪽도 코어와 밸런스라면 뒤지지 않으니까.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피하자 오른쪽을 공략하려던 검이 잠시 길을 잃었다.

 보통은 내 쌍둥이만 신경을 쓰고 다리는 신경을 안 쓴다.

 나는 온 몸을 쓰는 체술가인데 말이다.

 

 쌍둥이로 짚고 몸을 지탱한 나는 발로 무릎을 걷어찼다.

 잠시 몸의 균형을 잃었을 때 바로 일어서 왼둥이로 내리그었다.

 부단장은 휘청이면서도 칼을 들어 내 왼둥이를 막으며 몸을 뒤로 굴렸다.

 아마 놀고 있는 오른둥이가 부담스러웠으리라.

 

 이번엔 내가 먼저 파고들었다.

 체술의 좋은 점은 바로 앞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어떤 공격을 할지 상대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날려 명치를 공격했다.

 몸을 돌린 부단장은 중심을 잃은 내 다리쪽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아마 나 정도 스피드가 아니었다면 그 공격이 먹혔을 것이다.

 굴러서 피한뒤 바로 몸을 돌려 추진력을 얻었다.

 

 이게 바로 태권도의 돌려차기다 이 말이야.

 어릴 적부터 보고 배웠던 태권도를 체술에 결합해 훈련한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었다.

 

 재빨리 피하긴 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부단장은 턱 쪽에 약한 타격을 입고 비틀거렸다.

 그 정도 빈틈이면 충분했다

 쌍둥이로 찌른 왼 어깨를 가쁘게 틀다가 그는 오른쪽 턱을 오픈하고 말았다.

 나의 왼둥이가 그의 오른턱에 정확히 꽂혔다.

 빡.

 

 그 소리를 끝으로 부단장은 또 실려나가는 신세가 됐다.

 

 "단장. 해가 질 때가 다 됐으니 나는 이만 가보겠소.

 오늘 맞은 부분들이 본인들 약점이니 열심히 훈련하라고 해 보세요."

 

 돌아서 나오는 내 뒤로 챔버기사단의 불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초면이라고 너무 봐주는 거 아닙니까?

 저 정도면 뭉친데 풀려서 내일 훈련 더 잘 되는 정도 아닙니까?"

 "조용히 해.

 내일 대련하고 싶지 않으면."

 "......"

 

 눈가가 발개진 베스를 보니 아차, 싶었다.

 

 "베스, 내가 너무 심했나?

 미안해.

 기사들이란 호승심이 강해서 저렇게 밟... 눌러놓지 않으면 제대로 들어먹질 않아서......"

 "전혀 아니야.

 그렇게 당당히 싸우는 네가 넘 멋져서, 나도 나만의 뭔가를 가지고 싶어져서 그래."

 "그런거면 다행이고.

 저 녀석들 네게도 그다지 깍듯하지 않던데......

 앞으로 계속 그러면 나한테 말해."

 "으응....."

 

 원래도 착한 베스이긴 하지만 이렇게 연약하고 눈물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었다.

 걱정이 되지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은 베스의 개인사정에 끼어들 수 없는터라 무거운 발을 집으로 옮겼다.

 

 

 ***

 

 싸늘한 공기가 공간을 맴돌고 있었다.

 냉동고 같은 겨울 바람 외에도 싸늘한 쏘여의 눈빛이 앉은 마스터들의 면면을 훑고 지나갔다.

 날씨와는 정반대로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그래, 그렇게까지 준비해놓고.

 결국은 손끝하나 못 대고.

 내 정체만 까발려지고.

 너무 신나서 어깨춤이 나온다, 나와.

 우리의 이번 작전 리뷰를 자신있게 읊어볼 사람?!"

 

 물론 그 어느 누구도 숨소리를 낼 정도로 용감하지 않았다.

 

 "그렇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하기도 지칠거야.

 이번 일 주도한 놈 누구지?

 일어나."

 

 8명 중 오른쪽 2번째에 앉아있던 비교적 젊은 인물이 일어났다.

 

 "이야. 3번, 니가 짰어?

 이번 판?"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음료와 음식을 입에도 안 댈 줄은 몰랐습니다!

 폭탄의 정체도 빠르게 알아챘...!"

 "닥쳐.

 지금 무슨 의미가 있어?"

 

 쏘여가 미소를 짓자 3번이라 불린 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쏘여는 양쪽 입꼬리를 다 끌어올려 다정하게 웃는 법이 없는 자다.

 딱 한 경우.

 미치게 화가 난 경우를 빼고.

 

 "일이 아주 거지같이 됐어.

 그 꼬맹이는 아주 당돌한 아티팩트를 차고 왔더군?

 2번, 니가 책임지고 보안 점검해."

 "저희 쪽 보안 말입니까?"

 "당연하지?

 그 꼬맹이가 차고 온 아티팩트는 본인의 마력을 가리는 거였어.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지도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도 있어.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계획이 실패한 것도 이상하고.

 순탄히 진행되던 공정이 자꾸 삐그덕 대는 것도 수상해.

 일단 점검해서 보고 올려.

 3번, 뭘 잘했다고 계속 서 있어? 앉아.

 그리고 1번, 공정에 문제가 생겼어?"

 "네. 95프로까지 왔던 공정율이 며칠 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되돌아 가고 있습니다."

 "하.... 하하하하하하하.

 나 너무 웃긴다.

 이게 지금 가능한 상황이야?

 목표였던 세 놈은 생채기 하나 없이 발 뻗고 자고.

 우리 공정은 후퇴를 하고?"

 "현재는 93프로까지 떨어졌으며, 이유는 불명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계기판의 오류인줄 알았습니다만...

 마력이 빠져나가는 게 확실해졌습니다."

 

 박자에 맞춰 따각따각 움직이던 쏘여라 불린 남자의 손가락이 멈췄다.

 

 "마력이 새는거야?

 빠져나가는거야?

 후자면 누군가가 마력을 빼돌리고 있다는 거 아니야?'

 "그게.... 원인을 찾아내는 중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좋아.

 빠져나가면 채워넣어.

 원인도 찾아보고, 채워넣을 방법도 찾아봐.

 아니면, 강제로 채워넣는게 더 편할 수도 있겠군?"

 

 허공에 떠 있던 쏘여의 손가락이 탁, 하고 튕기는 소리가 났고 3번이 목졸린 듯한 소리를 냈다.

 

 "얘부터 갈아넣어보자.

 괜찮은 방법이지?

 어차피 죽을거 좋은 일이라도 하고 죽으면 좋잖아."

 

 예쁘게 웃어보이는 그의 미소가 모두의 심장을 방망이질 치게 만들었다.

 저 싸이코는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그의 공포 정치는 복종과 임무 완수 외에는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빼가는 거면 찾아내자.

 누군지 몰라도 그 녀석부터 갈아서 넣어버려야지. 룰룰루.

 갈아서 넣으면 될까요~

 통째로 넣으면 될까요~

 아니면 조각조각 넣을까요~"

 

 그는 소름돋는 말을 노래처럼 부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켁켁대는 3번을 어렵지 않게 공중에 띄워서 끌고 갔고, 1번은 그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아 있던 나머지들이, 오늘은 쥐죽은 듯 있는게 신상에 좋겠다는 무언의 합의에 도달할 쯤이었다.

 

 "엉덩이가 붙었어?

 와서 분석 안 해?

 내가 강제로 엉덩이를 분리해줄까?"

 

 우리의 합의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

 

 

 '스타일에 한 번 놀러오지 않겠어? -K-'

 

 아침 훈련이 끝난 후, 상쾌함을 느끼던 중 키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력 보호막이 생긴 후로, 안심되고 좋았다.

 하지만 그가 비밀스럽게 찾아오거나 그의 마법 동물 친구들이 전해주는 쪽지를 받아보거나 할 수는 없었다.

 키셀을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세차게 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신나게 준비하면서도 안나에게 이제야 연락이 왔다는 둥, 내가 예전보다 많이 보고 싶진 않은 것 같다는 둥, 나의 불안들을 쏟아냈다.

 물론 나의 훌륭한 마취총, 안나는 그 때마다 키셀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이유들을 말해주어 안심을 시켜줬다.

 내 몸에는 키셀이 선물해 준 각종 아티팩트와 함께 무기들이 장착되어있었다.

 멀쩡한 아름다운 드레스에 무기 수납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내야하니 아마 침방 하녀들이 죽을 맛일 거다.

 봉급을 인상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택을 나설 때였다.

 

 "엘리!!!!

 어디 가니?

 호위는? 몇 명이나?

 언제 올거니?"

 

 요새 들어 많이 불안함을 느끼는 엄마가 어떻게 알았는지 바람같이 달려왔다.

 목적지를 분명히 밝히고 나의 아티팩트와 무기들을 자랑(?)한 후, 기사들의 면면을 보고 나서야 엄마는 나를 보내줬다.

 스타일 앞에 위풍당당하게 선 마차와 호위기사들에 이미 누가 방문한 건지 사람들이 수군대고 있었다.

 제법 매서워진 바람에 두꺼운 실크 드레스와 호사스러운 털이 가득한 케이프를 입은 내가 내리자 다들 조용해졌다.

 이상했다.

 

 '뭐지? 내가 모두의 입을 꼬맬 정도로 아름다움을 주려면 5시간은 꾸며야하는데.'

 

 오늘따라 내가 어어어엄청 이쁜가보다 싶어서 위풍도 당당하게 스타일에 입성했다.

 오늘도 스타일은 성업중이었다.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쇼핑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북적이던 1, 2층을 지나 프리미엄존이 있는 3층을 향해 올라갔다.

 

 비록 습격사건에 가려 빛을 잃기는 했지만, 스타일에서 나눠준 장갑의 퀄리리는 사교계에서 그대로 묻힐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스타일에서도 고급품을 꽤나 잘 제작한다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하고 오픈한 프리미엄존은 오픈 하자마자 대박을 쳤다.

 타겟층은 귀족이었지만, 돈 꽤나 있다는 평민들도 들어오는데 문제가 없는 공간이어서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휴식하며 쇼핑도 가능하고 간단한 다과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존은 예약 없이는 찾아오기 힘든 사태에 이르렀다.

 키셀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재수 없게도 그 중 하나는 뷔시 털러온이었다.

 그새 본인들 크루에서 내침을 당했는지, 지금 함께 있는 영애들은 뉴페이스들이었다.

 

 "어머, 영애!"

 "오랜만이네요."

 

 베스가 잠시 사교계를 비우자 기세가 등등해졌는지, 목소리가 아주 거슬리는 하이톤이었다.

 

 "그러게요.

 지난번에 영애 덕분에 진정한 우정이 뭔지 깨달았지 뭐에요.

 정말 고.마.워.요."

 "괜찮습니다.

 다 영애를 위해서였는걸요."

 

 또 주는 감사는 다 받는게 나다.

 빈말이든 비꼼이든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 신경을 긁어줬는데도 발끈하질 않는 걸 보니 슬슬 불안해졌다.

 

 "영애 덕분에 나라가 시끄럽더라고요.

 작위를 요구했다면서요?

 절대 제가 한 얘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데뷔탕트도 안 치른 영애가 건방지다는 둥,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는 둥.

 이 기회에 다른 작위들도 돈 받고 팔아버리라는 둥......"

 

 시중에 도는 모든 소문을 읊을 기세여서 끊으려고 했다.

 그 때였다.

 

 "그래서요?"

 

 뷔시의 뒤쪽에서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아름다운 키셀이 반짝반짝한 외모로 뷔시를 위협하고 있었다.

 

 "아! 그.... 그래서 전 걱정이 되어서...

 이런 의견들이 있다는 말을... 전하면 어떨까......"

 "그렇군요.

 저희 스타일은 그렇게 몰상식하고 저급한 시중의 말들을 퍼뜨리는 온상지가 될까 항상 경계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그런 대화는 여기에서 오른쪽 세번째 집 드렁큰이라는 주류판매점이 적당할 듯 싶습니다."

 "그 더러운 선술집이요?!"

 

 당황해서 한 옥타브 올라간 뷔시의 목소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키셀이 입구에 서있던 직원에게 눈짓을 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프리미엄 존은 특별 고객에게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저희와 맞지 않는 고객분들은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나가주시겠습니까?"

 "뭐라고? 미쳤어?

 아니, 내가 왜 나가?

 이런 탐욕스러운 여자도 들어오는데?"

 

 뷔시의 손가락이 나를 향했다.

 깜짝이야.

 

 "직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건 더더욱 안됩니다.

 향후 1달간은 스타일 프리미엄 존의 방문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하지만 나가주시죠."

 

 아, 꼬시다.

 그러게 심보 좀 곱게 쓰지.

 앞으로 꼬쉬라고 부를까, 같은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뷔시의 뒤에 서 있던 새로운 친구 둘의 안색도 안 좋아졌다.

 

 "저... 저희도요?"

 "두 분은 더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 둘에게 지옥에서 온 야차같은 뷔시의 눈빛이 꽂혔다.

 너넨 있겠다 이거야? 라는 속마음이 내게도 들렸다.

 물론 의리가 생길 시간도 없던 그들은 아주 당연하게도 뷔시에게서 두 걸음 멀어졌다.

 

 "야! 니네!"

 "삐익!"

 

 직원이 호루라기를 불고, 가드들이 오고 뷔시가 에스코트(라고 쓰고 끌려나감이라 읽는다) 당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탄산을 사발째 마신 기분이었다.

 쟤는 왜 꼭 나한테 시비를 털다가 험한 꼴을 당하는지 모르겠다.

 뷔시가 잘 들려나가는지 지켜보다가 돌아섰는데 분위기가 예상대로였다.

 이미 파다하게 퍼졌는지 힐끔거리며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뷔시의 꼴을 봤으니 대놓고 시비를 걸러오는 사람은 없겠지만 눈빛이 호의적이진 않았다.

 아, 신문을 좀 보고 올걸!

 이래서 옛 조상님이 하루라도 신문을 읽지 않으면 뒷담을 못 깐다고...!

 이어지던 잡념들도 시야를 가리는 상큼한 비주얼때문에 멈췄다.

 

 "키셀! 오랜만이야!"

 "그러게.

 오늘 뉴스가 발표 됐나보다.

 날이 애매했네?"

 "나 안 반가워?"

 

 나도 모르게 입술이 쭉 나오고 말았다.

 나는 원래 밴댕이도 손절치는 소갈딱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하하. 보고싶었어.

 나도 못 들어가게 보호막을 만든 스승님이 미워질 정도로."

 

 머리를 가볍게 넘겨주며 하는 달달한 말 때문에 과부하가 왔다.

 손길도! 대화도! 너무 달콤해!!

 낭랑 18세에 당뇨에 걸릴 거 같아!!!

 예전엔 곧잘 무시하기도 하고 받아치기도 했는데, 내 마음을 인식한 후로는 자꾸 굳었다.

 으휴, 바보바보!

 

 "흠흠.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수색 작전까진 많이 바빠서 잘 못 볼 것 같아서, 미리 봐두려고.

 배당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런데 저 여자 주위 시선 의식 많이 하는 타입인데.

 저렇게 대놓고 으르렁 대는 걸 보면 걱정이네.

 지금 여론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아."

 "예상했잖아? 후후.

 그나저나 키셀, 더 바쁘면 어떡해?

 지금도 충분히 혹사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피크닉 한 번만 가달라니까."

 

 묘하게 눈꼬리를 흘리며 웃는 키셀이 요사스럽고 아주 좋았다.

 

 "맞다. 가야지.

 둘 다 바쁘다고 피크닉 한 번을 못 가네."

 "응. 저렇게 말로 하는 건 얌전한 축일테고, 뒤에서 해꼬지 하려는 사람들도 생길 것 같은데...

 아티팩트를 더 가져다 줄까?"

 "또? 이러다 아티팩트에 압사 당할걸?!"

 "그럼 경량화 아티팩트를....."

 "키셀, 난 이미 온몸이 무기야....."

 

 내 여우는 정신이 좀 돌아버린 여우였다.

 귀여운 녀석.

 주위 시선은 상관없이 한참을 떠들다가 일어날 때였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에 눈을 돌리니 오랜만에 보는 리베론이 있었다.

 

 "경?!

 아, 이제 자작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엘리온."

 "무슨 일 있었어요?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요?"

 

 깜짝 놀랄 정도로 리베론의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살도 쭉 빠지고, 몸도 더 탄탄해지고.

 젖살이 빠진건가 싶기에는 안색이 안 좋았다.

 

 "...... 아니다."

 "싱겁긴.

 혈색이 안 좋아요.

 건강 잘 챙겨야죠."

 "그러도록 하지."

 

 왠지 기운이 없어보이는 리베론을 보니, 리베론도 베스도 겨울을 타나 싶을 정도였다.

 

 "키셀과 볼 일이 있는거죠?

 두 분이 말씀 많이 나누세요~

 자작님도 나중에 저택에 대련하러 놀러오시고.

 요새 저 못 보셨죠?

 실력 엄~청 늘었어요. 호호."

 "... 그래."

 

 안 본 사이에 사람이랑 말 섞은 적이 없는지 더 과묵해진 리베론을 뒤로 하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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