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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27
작성일 : 22-01-31 23:48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7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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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셀과 마주 앉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며칠 못 봤다고 이렇게까지 멋있어질 필요는 없지 않나?!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엘리, 오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나 불안해서 어떡해?"

 

 고개를 번쩍 들어 마주한 그의 얼굴에 잠시 불안감이 스쳐갔다.

 말뿐이 아니고, 실제로 키셀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묘한 방식으로 확인한 그의 애정은 나에게 만족감을 줬다.

 

 "네가 더 멋져.

 오늘의 주인공은 네가 되겠는데?"

 "주인공은 필요없어.

 네 파트너이기만 해도 돼."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진심으로 대답하는 키셀이 어색해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그런데 우리 사업은 잘 되고 있어?

 너무 궁금해."

 "말해 뭐해. 엘리.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같은 옷을 몇 벌이나 만든건지, 혹은 오늘 짝수명이 방문할지 홀수명이 방문할지 돈을 거는 불법 도박판까지 문앞에 생겼어.

 이 가격이 맞냐고 여러 번 묻는 사람도 많고.

 경쟁사에서는 사람을 시켜서 샘플을 사들이는 것 같더라.

 품질이나 비법을 알아내려는 것 같지만, 어차피 불가능할테니 내버려두고 있어.

 말이 필요없는 화제의 중심이지.

 귀족들도 많이들 다녀갔고.

 프리미엄 라인 만들 때엔 피팅룸 겸 휴게실도 함께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아."

 "오, 안그래도 검밖에 모르는 리베론이 우리 매장을 알더라?

 뿌듯했어."

 "리베론이?

 너한테 우리 매장 얘길 왜 해?"

 

 험악해지는 키셀의 기세에 당황했다.

 리베론과 사이가 많이 안 좋은가?

 

 "요새 유명하다고 알더라고.

 다음에 가자길래 개학하면 다른 학생들과 같이 가보려고 했지?"

 "아하. 다음에 가자고 했구나.

 리베론이. 하하.

 좋아. 나도. 같이 가자."

 "그래!"

 

 불을 뿜을 것 같은 눈을 열심히 접어서 웃어보이는 키셀이 어딘가 힘들어보였다.

 이도 꽉 깨문거 같고.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러지?

 

 "엘리, 내가... 네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는데......"

 "나한테?

 갑자기? 뭔데?"

 

 말없이 수줍게 내민 것은 작은 악세사리 박스였다.

 순간 내 머릿 속에선 브레이크 없는 가속 페달이 밟아지고 있었다.

 

 '반지인가?! 프로포즈인가?! 아니야!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야! 정신차려 엘리온!'을 반복한 후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작고 심플한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너무 예쁘다, 키셀!

 꺄~ 나 오늘 마침 악세사리 안하고 왔는데!"

 

 크기가 크지 않아 튀지 않았지만, 영롱함과 컬러, 커팅상태 모두 최상인 다이아몬드가 틀림없었다.

 내가 반짝거리는거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마음에 들어? 다행이다.

 이왕이면 네가 어디에든 하고 다니기 좋게 다이아몬드로 만든 아티팩트야.

 널 노리는 세력들이 아마 마력으로 추적하는 것 같아서.

 네 마력을 주위의 마력과 섞거나 다른 사람들의 마력을 번갈아 반사하는 아티팩트야.

 마력을 읽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면 알아챌 수도 없을거고, 아마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쓸모가 없을거야.

 오롯이 너만을 위해 만든거야.

 매일, 하고 다녀줄래?"

 "정말? 대단하다 키셀!

 내가 이렇게 위대한 마법사와 파트너라니!!

 언제든 하고 다닐게.

 이렇게 복잡한 아티팩트도 만들 수 있는거야?"

 "파...ㅌ.... 그 놈의 파트.... 하.

 엘리, 나 생각보다 쓸모있어.

 내가 모든 아티팩트를 만들 순 없고...

 내가 설계하고 마탑이 생산하는 형식으로 해서 마탑산 아티팩트 사업도 벌려볼까 해."

 "지금도 이렇게 바쁜데?!"

 

 왠지 서운해졌다.

 지금도 많이 못 보는데.

 입이 살짝 나온 나를 키셀이 따뜻하게 바라보다가 귀걸이를 들어 내게 다가왔다.

 저 잘생긴 얼굴이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심장이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점점 더 가까이 와 얼굴의 솜털이 보일 정도가 되자 온 몸에 열도 올랐다.

 숨도 잠깐 멈출 정도로 온 몸의 신경과 감각이 그에게 집중됐다.

 더 이상 그를 쳐다볼 수 조차 없어서 눈을 깔고 숨을 겨우 뱉어냈다.

 내 볼과 귀, 목덜미에 느껴지는 키셀의 시선과 숨결이 느껴지자 눈 앞이 자꾸 아찔해졌다.

 그가 눈에 보이지 않는게 더 떨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었다.

 

 지금 나의 심장 박동 소리가 키셀에게 들키진 않을까.

 나 혼자 너무 김칫국을 마시는건 아닐까.

 의연해보이고 싶은데 목덜미의 경동맥이 난리를 치는게 느껴지겠지?!

 키셀의 향, 진짜 좋다....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숨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고, 자꾸 입에서 침이 고였다.

 이걸 삼키면 너무 변태 같겠지, 싶어 최대한 침착해보이고 싶었는데 성공적일지 알 수 없었다.

 내 마음도 모르고 키셀은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손 끝의 떨림도 없었고, 나처럼 숨결이 거칠어지지도 않았다.

 내 귀 끝을 잡고 귀걸이를 걸어주는데 찌릿, 하면서 키셀의 마력이 느껴졌다.

 동시에 내 오감이 극대화됐다.

 아마, 키셀에게 모든 감각을 집중한 마음에 능력이 감화된 것 같았다 .

 키셀의 마력에도 기분좋은 두근거림과 설레임이 담겨있었다.

 기뻤다.

 키셀도 나만큼 설레고 있다는 점이.

 일정하고 세차게 뛰는 그의 심장박동 소리에 맞춰 내 긴장도가 조금 가라앉았다.

 눈을 감고 키셀의 마력에 몸을 맡겼다.

 

 키셀도 리더인지라 곧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귀걸이를 걸어준 후, 우리는 한참을 손을 잡고 서로의 마력을 느꼈다.

 나는 키셀의 마력이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숲 속의 옹달샘 같아서 좋은데, 키셀은 내 마력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

 아무 말없이 서로의 마력을 느끼는 시간이 좋아 한참을 더 그러고 있었다.

 키셀의 따뜻한 손이 내 귀걸이로 가서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이제 이 아티팩트는 1년 정도는 무리없이 작동될 거야.

 그 전에 그 건방진 개, 아, 아니... 나쁜 놈들은 내가 싹 다 없애줄게."

 

 다정하게 내 손등을 톡톡 두드리는 그의 손길에 안정감을 느꼈다.

 이방인의 아이덴티티를 마음 속 깊이 담아두고 살아왔는데, 키셀에게는 왠지 그런 것은 상관없을 것 같았다.

 키셀만큼은 내 안에 꽁꽁 숨겨둔 진짜 내 모습도 좋아해줄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파티장에 도착했고, 마차에서 내려선 키셀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심호흡을 하고 마차에서 내리자 입장을 기다리던 수많은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싶어 약간 긴장했다.

 긴장한 나를 금방 알아채고 키셀이 내 손을 살짝 쥐었다가 풀었다.

 걱정말라는 그의 마음이 전해서 키셀에게 씩 웃어보였다.

 여기는 연극 무대고, 나는 하나의 역할을 연기하면 된다고 되뇌이며 허리를 곧추세우고 도도하게 발을 내딛었다.

 

 나도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들 우아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터 주었다.

 걸어가며 보니까 반은 나를 보는게 맞았지만, 나머지 반은 키셀을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다쟁이인 나도 아까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키셀은 멋졌으니까.

 

 "챔버 백작가의 엘리온, 마탑의 키셀 입장하십니다."

 

 시종이 외치자 모두의 눈길이 우리를 향했다.

 배에 힘을 뽝 주고 꼿꼿하게 걸어들어갔다.

 내 뒤엔 든든한 우리 아빠가 있다, 역시 빽이 최고야,를 속으로 되뇌었다.

 악몽에 자주 등장하던, 나를 보고 촌스럽다고 모두가 비웃는다거나 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나와 키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볼 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별 거 아니네.

 괜히 긴장했다."

 "응, 다들 너랑 어떻게 대화 한 번 해보려고 눈치 보는 거 봐."

 "쿡쿡. 키셀 너는 간신이 되었으면 나라 하나 거하게 해먹었을 것 같아."

 "아니, 내 진심어린 눈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그래서 더 잘 해먹을 것 같아."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키득거림을 애써 참고 있을 때였다.

 

 "엘리온 영애, 여기서 또 뵙는군요!"

 "트리드 경. 얼굴이 좋아보입니다."

 

 트리드 파인 근위 3단장이었다.

 특유의 호탕한 걸음과 말투로 내게 인사를 건네며, 손을 청했다.

 나도 기사나 다름없는 자격으로 이 자리에 초대됐는데, 악수가 아닌 손을 청하다니.

 기분이 살짝 안 좋았다.

 청하는 손을 우악스레 잡아서 억지로 악수를 해버렸다.

 파인의 당황함이 손을 건너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드레스를 보면 습관처럼..."

 

 다행히도 본인의 잘못을 빨리 깨닫는 타입같았다.

 

 "네."

 

 아니라는 말 없이 살풋 웃어보였다.

 이래봬도 나름 사과는 잘 받아먹는 편이다.

 저런 애들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줄 알고 다음에 또 저런단 말이지.

 

 무안해져서 다른 곳으로 가버릴줄 알았던 트리드는 지치지도 않는지, 온갖 시덥잖은 말을 걸며 내 곁에서 맴돌았다.

 키셀의 눈썹이 점점 꿈틀대는 게 보였다.

 트리드에 대한 내 평가를 수정했다.

 쾌남형이 아니고, 눈치 오지게 없이 자기 하고픈거 다 하는 타입이었다.

 본인 기분만 유쾌한 트리드와 화가 끓고있는 키셀 사이에서 내가 식은 땀이 나려고 할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자기들끼리 뭐라고 속삭이던 4명의 영애가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영애.

 저는 털러온 백작가의 뷔시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저희는 요새 티파티를 하면 영애 이야기 뿐이었답니다."

 

 뒷담화를 깐 게 아닐까요, 영애?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삼켰다.

 뷔시와 베스는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했다.

 정확히는 뷔시쪽 영애들이 베스쪽 무리를 시기하고 질투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뷔시와 아이들은 공공의 적을 정해서 함께 괴롭힌다거나, 심지어 본인들끼리도 따돌리기도 했다.

 다이내믹(?)한 친구들이었다.

 베스와 친한 사람들은 점잖음을 추구하는 영애들이었으니 서로 눈엣가시 같을 수밖에 없었다.

 나와는 정면으로 맞붙은 적은 없지만 피차 좋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었다.

 

 "부디 좋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네요. 호호."

 "어머, 당연하죠.

 저희들과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활발한 영애일 것 같아 기대했어요."

 

 이게 말로만 들었던 조직의 영입인가.

 당연히 나는 친해질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베스와 친한 걸 알텐데, 무슨 생각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잠시 내가 아무 말 않자, 뷔시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막상 보고나니, 저희와는 안 어울릴 것 같네요.

 이런 넝마같은 드레스를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저희 중엔 없어서."

 

 거절당하기 전에 뒤통수를 치는 저 강단!

 역시 조직의 세계는 비정했다.

 그녀의 말뽄새가 점잖게 거절하려는 나의 심사를 한껏 뒤틀었다.

 

 "아, 역시 영애는 알아보시는 군요?

 이 드레스의 디자이너를?"

 "네?

 아...... 누구......"

 "이 그물같이 엮어서 촘촘하게 옷의 짱짱한 질감을 살리면서 가로와 세로로 실의 굵기에 차이점을 주면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이 센스!

 역시 발손제국에서 요새 잘 나가는 디자이너답지 않나요?"

 "아! 그 분이요.

 아아아."

 

 물론 뻥이었다.

 이 드레스는 자드밀의 디자이너가 만든 많은 드레스 중 하나였다.

 여러 과감한 시도들을 하고 있어서 현재는 이름이 없지만, 유명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던 안나의 안목을 믿어서 내뱉을 수 있는 거짓말이었다.

 뷔시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조직의 수장답게 재빨리 표정을 갈무리했다.

 

 "네, 이 드레스 자드밀까지 공수하기 정말 힘들었는데 알아봐주시다니 대단해요.

 역시 영애의 안목이 소문대로네요."

 "호호호. 제가 관심이 많아서요.

 역시 그 분의 실력답네요.

 실을 엮은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놀라워요."

 

 캬, 나는 거짓말을 술술하는 너의 능력이 더 놀라운 걸?

 

 "그러게요.

 다음에 이 분 드레스 구매해보세요.

 자드밀까지 가져올 수 있더군요.

 함께 어울리지 못해서 아쉽네요.

 이런 높은 식견을 가진 분도 흔치 않은데."

 "흠흠. 그럼 제가 다음에......"

 

 아이쿠, 혓바닥이 너무 길었다.

 다시 영입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

 

 "좋은 대화 감사했어요.

 아, 디자이너는 본점보다 '구라다 뷔웅쉬나'로 찾아가면 더 다양한 상품이 있어요."

 "네. 네??......!!!!!!!!!!!!!!!"

 

 경악을 금치 못하며 얼굴이 시뻘개지는 뷔시 영애의 얼굴에 슬쩍 웃음을 날려주는 재미가 있었다.

 뒤에 서 있던 친구들도 함께 화를 내는 척 하면서도 슬쩍슬쩍 웃는 모양이 뷔시천하의 종말이 가까워지는 모양새였다.

 얼굴이 악마처럼 부풀어 오르는 게 욕을 들을수도 있을 것 같아 살짝 자리를 옮겼다.

 물론 내가 더 욕을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굳이 이 곳에서 뽐내고 싶진 않았다.

 

 하, 주인공답게 마지막에 등장할 걸.

 괜히 일찍와서 이런 고초를 겪는구나.

 

 "큭크크크큭큭. 아, 죄송합니다.

 영애, 상당히 재밌으신 분이었군요?"

 

 쟤는 또 왜 따라오는건지.

 굳이 날 따라올 필요는 없지 않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전하가 오시기 전까지 잠시 바람을 쐬어야겠어요."

 

 조용히 축객령을 내렸으나, 그럼 같이 가자는 발걸음으로 자연스레 우리를 따라왔다.

 호위기사도 아니고, 이 그림은 나에게 좋지 않았다.

 제발, 왕명으로 나를 지키러 와 준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트리드 경은 오늘 같은 큰 연회에서는 할 일이 많으시겠어요.(제발 그만 가라)"

 "오늘은 그래서 아예 휴가를 내고 왔습니다!

 근위 3단은 왕가의 호위보다는 왕실 주변 시내의 치안을 주고 맡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넌씨눈이다!

 그것도 강력한!

 

 결국은 포기하고 벤치에 앉았다.

 내 옆자리는 키셀이 사수했기에 나, 키셀, 트리드 셋이 나란히 앉은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나도 키셀도 기대했던 파티였는데 불청객이 끼어들어서 심사가 매우 날카로워졌다.

 말을 걸던 트리드도 키셀이 중간에 대신 대답하거나 말을 끊기를 4-5번 정도 하자 곧 음료를 가져오겠다고 일어났다.

 

 조용해지자 왕궁정원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정원에 나올 시간이 안되어 아무도 없었고 막 어둠이 내려앉은 정원 곳곳을 하나 둘 불을 넣은 등불이 밝히고 있었다.

 성큼 찾아온 가을의 서늘해진 밤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왕궁정원, 알알이 박힌 반짝거리는 불까지.

 마음을 평화롭게 만드는 광경을 원없이 구경하다 문득 키셀을 바라봤다.

 조용히 눈을 감고 공기를 즐기는 듯 했다.

 입가에 맺힌 작은 미소 때문인가, 오늘따라 키셀은 행복해보였다.

 미끄러질 듯한 그의 콧날이나, 먹으로 그린듯 가지런한 그의 눈썹보다 오늘은 그의 행복함이 먼저 보였다.

 

 "행복해?"

 

 잠시 놀란듯 나를 돌아본 키셀은 곧 활짝 웃었다.

 웃으니까 더 예뻤다.

 이렇게 그늘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응. 너와 이렇게 평화로움을 즐길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고 행복해.

 목표로 삼고 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생긴 것도 행복해.

 고마워,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따뜻한 질문을 해줘서."

 "오늘따라 네가 참 기분이 좋아보여서."

 

 날 따스하게 바라보던 키셀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행복했다.

 제발 이 세계가 멸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방해꾼이 재등장했다.

 

 "자, 다들 목마르시죠?

 샴페인 한 잔씩 하세요.

 오늘 정말 날이 좋네요."

 

 저런 근성은 칭찬해 줄 만했다.

 살짝 심통이 난 채로 샴페인을 받아들었다.

 말은 트리드가 하는데 목은 내가 마른 느낌이 들어 한 모금 하려는 순간 키셀이 내 잔을 날려버렸다.

 그러며 당황하는 척 자연스레 트리드를 쳐서 모든 잔을 놓치도록 했다.

 혹시나 트리드가 뛰어난 균형감각으로 안 놓칠까봐, 마법까지 몰래 사용했다.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더니, 키셀이 비장한 눈빛으로 나와 잔을 번갈아 보았다.

 

 바보다. 완전 까먹고 있었다.

 드레스에 물을 따로 챙길 곳도 없어 하루간 소금도 안 먹고 목마르면 침을 삼키자고 그렇게 다짐을 하고 왔는데!

 무슨 생각으로 샴페인을 마시려 한거지?!

 속으로 바보바보바보를 삼창하며 표정을 재빨리 갈무리했다.

 

 "엘리, 괜찮아?

 옷에 튀진 않았어?

 트리드 경 죄송합니다.

 엘리가 잔을 놓쳐 당황하는 바람에..."

 "괜찮습니다.

 잔이 3개나 떨어졌는데 상한 건 잔디밖에 없네요, 하하하."

 

 호탕하게 웃어젖힌 트리드를 보며 저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싶었다.

 알고보면 눈치가 너무 빨라서 없는 척 하는 고단수 아니야?

 

 "그럼 이만 들어갈까요?"

 

 나도 키셀의 연기를 돕기 위해 재빨리 일어섰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전환되었지만, 그래서였다.

 주스가 떨어진 곳의 잔디들이 점점 갈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지 못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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