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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당신의 말
작가 : 배로만자루
작품등록일 : 2019.11.6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온전한 사랑을 전해준 엄마 사이에서 자신과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10대소녀의 이야기.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학교 선배가 그녀의 진정한 사랑이 되어줄 수 있을까?

 
1. 나의 인생이 죽는 날까지
작성일 : 22-02-08 10:10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5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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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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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분명 어제는 또 한바탕 두려움에 떨며 아버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울 수가 없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면 떨리기만 한다. 손가락이 살짝 베이는 것보다 힘줄까지 완전히 잘리면 감각이 사라져서 뜨거울 뿐이고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두 눈은 뜨겁고 심장은 심하게 떨려오며 온몸에도 느껴지는 고통은 아버지의 괴성과 폭력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버지가 지쳐 쓰러지면서 입으로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었다. 쳐다보기도 싫은 아버지의 조금에 움직임조차도 찬찬히 지켜보다가 죽은 듯이 조용해지면 그 옆에서 최대한 몸을 둥글게 모아 잠을 청한다. 나의 몸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자다가 발로 차이기라도 하면 아프니까.’

  잠시 잠잠해졌다고 울고 싶지만 울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반복되는 내일이 되니까. 나는 시궁창에 사는 짐승과도 같았고 너무나 꼭 감은 두 눈이 멍이 들 정도로 아팠지만 잠을 청했던 어제 밤이었다. 눈을 감고 고작 3시간이었지만 내가 그나마 쉴 수 있었던 밤이 두 눈을 깜박이는 순간에 지나간 것이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나는 3년 전 겨울을 잊을 수가 없다. 현실은 불행하고 언제나 행복은 없다. 엄마가 돌아가신 날 나는 응급실 앞에서 통곡했다. 늘 아버지에게 맞던 불쌍한 엄마이지만 이제는 그런 엄마도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슬픔의 공기는 나를 가두고 나의 심장에 꽂혀 내려앉았다.

  오늘도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현실에 앞에 두고 걸어 나가야했다. 오늘의 현실은 학교를 가야한다. 수많은 학생들과 선생님, 경비원과 학교 가는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마주해야했다. 그게 싫었다. 타인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으니 말이다. 나를 마주한 상대의 시선은 언제나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쥐새끼라도 본 것 마냥 미간을 찡그리고 콧등을 찡그렸다. 나에게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심각할 정도로 못생긴 것도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나와 닮았다는 엄마는 예쁜 사람이었다. 아무리 초라한 옷을 입고 식당에서 고된 일을 했던 터라 손이 쭈글쭈글했어도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눈매가 고운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엄마와 나를 낮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목소리가 큰 아버지를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술만 먹으면 식당에 돈을 내지 않아 깽판을 부리는 것은 예사가 아니었다. 그런 아버지를 엄마도 처음에는 보살폈지만 내가 3살이 되던 무렵, 말을 시작한 딸이 자신을 욕하는 것 같다며 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렀다. 아버지의 폭력이 시작된 이후로는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포기를 했다고 하는 게 맞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자신을 챙기지 않는 엄마에게 주먹질을 시작하면 말리려고 아버지에게 손을 뻗는 나를 엄마가 자신의 몸을 내던져 감싸 안기 바빴다.

  엄마는 자신의 몸에 흉터가 생기는 것보다 나의 손등에 빨간 자국이 생기는 것조차 싫어했다. 지금 나는 나의 등 뒤에서 나를 꼭 껴안아주던 엄마가 그리웠다.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리는 엄마의 표정이라도 마주하고 보고 싶었다.

  ‘맞고 살았던 엄마가 그립다니.......’

  나도 참 이기적이다. 아버지의 피가 섞여서 그런 것인가? 나는 내가 쥐새끼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입도 뻥긋하지 않고 표정 없이 살아간다. 살더라도 죽은 것처럼.

 

  오늘도 역시 궁상 떨 듯 최악인 하루가 시작되었다. 학교로 가야하는 현실이 눈앞에 닥쳐와 있었다. 엄마를 생각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바쁜 아침이다. 아직 잠이 들어있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옷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집 대문 밖을 나왔다. 학교 가는 길 내내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거슬렸지만 꿋꿋하게 발을 집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학교에 도착하여 교실에 들어가서 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숨도 잘 쉬지 않을 정도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 서랍 안에 책을 꺼내어 펼쳐놓고 그 위에 엎드렸다. 책의 냄새라도 맡으면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풀숲의 냄새와 비슷했다.

  교실에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은 없었지만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뭐라도 놀림거리가 있으면 한마디씩 던지려는 것이다. 시선조차 나를 옥죄고 있었다. 오늘도 내가 한숨을 길게 내쉬자마자 바로 옆에서 재잘거리던 여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야, 어디서 냄새나는 것 같지 않아?”

  “무슨 냄새?”

  “어디서 시궁창 냄새 같은 거 나지 않아?”

  “야 그만해라. 아침부터 놀리는 건 심하지 않아?”

  “뭐가 심해. 같은 교실 쓰는데 냄새 풍기는 건 민폐지.”

 

  ‘본인들이 민폐라는 건 모르나보다.’

  뱉어도 되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는 법이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보면 철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없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분명 남을 욕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떠들어댄다.

  참 입이 더러운 인간들이다.

  애써 무시하고 그들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의 자리가 창가 옆이었던 탓에 열려있던 창문으로 학교 정원이 보였다. 정원 중간에 혼자 서 있는 저 나무가 참 든든해보였다. 거대하게 커서가 아니라 환한 햇살을 온전히 받아드리고 찬란하게 빛나는 잎을 머금고 있는 나무가 부러웠다. 그냥 자신의 모습을 살아가는 것일 텐데 나는 그게 부러웠다.

  울적한 기분에 입을 꾹꾹 짓누르며 감정을 삼키고 있는데 아침 종이 울렸다. 곧 이어 교실에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나는 아침조회 시간 인사를 위해 고개를 들었다.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인사를 잘 안하는 편이지만 담임 선생님께만은 인사를 꼭 인사를 했다.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고 첫날이 되던 날, 나는 교무실을 찾아 교무부장 선생님께 자퇴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 옆에서 시무룩한 나를 교무실 문으로 들어올 때부터 지켜보던 지금의 담임 선생님이 나의 자퇴서를 가로채서 나를 상담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혀서 “뭐 마실래?”라며 평범한 질문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선생님이 상담실을 나가는 걸 지켜봤다. ‘엄마의 뒷모습과 조금 비슷한가?’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의 조금에 배려와 말도 소중했다.

  돌아온 선생님의 모습을 더욱 깊게 살펴봤다. 내 앞에 의자에 앉으신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고 잠시 정적이 일었다.

  “어머니는.......”

 선생님의 흐려지는 말투 끝에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엄마는 이미 4년 전에 돌아가신 사람이었으니 나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면 슬프지는 않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엄마 돌아가신지?”

  “돌아가셨구나. 그건 몰랐어. 하지만 너의 집에 사정은 들었어.”

  이미 소문이 많이 나 있었다. 학교와 집이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함부로 떠드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이고 싶었다. 학교 선생님조차 나에게는 적일뿐이고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답은 반감이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

  “........”

  “학교 선생님들이 다 너를 걱정하시고 계셔. 학교를 그만 두고 싶은 이유를 물어도 되겠니?”

  “어차피 저에게 다 관심 없으신 거 알아요. 그냥 실적 올리고 싶으신 거잖아요. 저는 살 이유도 학교를 다녀야할 이유도 없어요.”

  굳이 살 이유가 없다고 말을 한 것은 나를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선생님은 어른이니까 어떤 도움이든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동네 슈퍼에 모인 엄마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 아주머니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에게 ‘아니야, 너라도 살아야지.’라는 말 한마디조차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다들 한숨만 푹푹 내쉬고 ‘에 휴’라며 돌아서기 바빴다. 그래도 내가 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다시 한 번 던진 말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답변을 기다렸다.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사실 너를 잡은 건 너의 삶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붙잡은 거야. 선생님이 무리했을까?”

  “아니에요. 학교는 계속 다닐게요. 잘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헛된 약속이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나를 두고 이제 이래라 저래라 꾸짖고 괴롭힐 것이다. 중학생 때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선생님이 학생을 잡았다는 것을 핑계로 살 이유가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싶은 것일까. 자꾸 의문이 피어나지만 드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그날에 상담 마지막 행동과 말이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네가 졸업할 때까지 내가 도와줄게. 네가 넘어지지 않게 이렇게 손을 잡아줄게. 어때?”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나의 손을 꼭 잡아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했다. 그 행동이 꼭, 엄마가 ‘지우야, 학교 잘 다니고 잘 살아.’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의 담임 선생님은 그 날 이후로 학교에서 유일하게 인사하는 사람이었다.

 

  다시 오늘 아침 조회 시간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맨 앞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나를 돌아보는 게 곁눈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신 선생님 말고는 그 어떤 누구와도 눈이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인사와 안내를 하신 후, 아침조회가 끝나고 교실을 나가셨다. 그리고 지옥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매 교시 전,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쳐다볼까 숨이 막혔고 수업시간에는 제대로 바로 보지 않고 힐끔힐끔 나를 훔쳐보는 선생님들의 시선이 역겨웠다. 그럴 때마다 ‘그냥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해 주시지.’라고 입으로는 내뱉지도 못하고 생각만 했다.

  그저 책상 위에 고개를 묻고 나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나, 스스로 뿐이었다. 학생들은 아직 세상을 제대로 살아보지 않아서 철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선생님들은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수업을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면 꼭 내 이름은 불렀다.

 

  “야, 이 지우! 너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일어나! 너는 살아야지. 인생 거기서 끝난 거 아니다?”

 

  가슴에 칼을 꽂아도 유분수지. 피가 나는 곳에 소금을 뿌려대는 선생님들이라니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내 이름만 부르시고 뒷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나의 인생에도 나의 학업에도 어떠한 배움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누구든지 말리거나 ‘너무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교실에 없었다. 아마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다. 내가 다른 반에 있어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들의 칼날 같은 한마디에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의 말을 들은 게 아니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수업에 맞지 않는 엉뚱한 과목의 교과서 위에 눈물이 한 두 방울씩 떨어졌다. 슬픈 나의 표정을 보아도 선생님들은 당황 한 번 하지 않는다. 괜한 헛기침을 ‘흠흠’ 내뱉은 뒤 정신을 차린 몇몇의 학생들을 둘러보고 수업을 다시 이어갔다.

  그런 선생님의 뒷모습을 노려보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지독히도 못 살 것 같은 인생'이라 생각했다. 이럴 때 집에 가서 엄마의 한마디를 들으면 살 것 같았는데.......

 

  “지우야, 그건 선생님들이 너를 위해서 하신 말씀일 거야. 네가 자극 받아서 성공하라고. 그러면 엄마도 기분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우리 지우는 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엄마가 생각나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최대한 소리 없이 창밖을 내다보며 훌쩍이는 이 시간에 나의 기분은 더럽고 창피하고 우울했다. 아무도 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 순간에도 외로움에 사무친 내가 한심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친절한 담임 선생님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주시지만 결국 나에게 비수로 꽂혀 날아드는 이 시간들이 내가 죄인이라서 그런다고 누가 귓속말을 해주듯이 나의 온몸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훌쩍이다 멍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친구, 선생님 그 누구도 지우를 사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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