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가슴에 사무쳐 저 끝까지 내려간다. 나의 우울함에 끝은 상대의 기분을 좌우하며 영향을 주었다. 내 인생은 사막 한가운데 목이 말라 죽어가는 낙타와도 같았으며 시련의 연속이었음을 중학교 2학년이 되던 겨울 방학의 끝자락에 깨달았다.
술을 마신 아버지의 폭력에 엄마가 한순간에 꼬꾸라져 일어나지 않아서, 눈을 뜨지 않아서 나의 사랑도 거기서 끝난 것이라 장담했다. 태어나 살면서 나에게 온전한 사랑을 준 건 엄마뿐이었다. 그래서 전부였는데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살고 싶지만 살기 싫었다. 혼자 사는 세상? 필요 없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지를 가진 인간이었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로 했으며 동조하여 살아 내야하는 인간이었다. 나는 살고 싶었다. 나만 살아서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나에게 사랑의 감정을 알려준 엄마가 매일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지옥과도 같은 삶에 엄마와 같은 따뜻한 사람이 또 다시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선배를 만난 것인가? 나는 학교에서 선배를 처음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또다시 배웠고 그 전에 떠오르지 않았던 아팠던 엄마의 모습이 매일 생각났다. 울어도 소용없는 걸 알면서도 선배가 내 앞에 나타나면 눈물이 흘렀다. 사실 이건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해 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도 된다. 아이에게 엄마는 내 인생의 친구이자 사랑이고 전부이고 남은 인생을 맡겨도 안전한 사람이다. 그런 엄마가 이 세상에 사라져서 그러한 존재가 필요했다.
나에게 그러한 존재는 엄마 다음으로 이 세상에는 선배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남은 건 나의 변화였다. 우울한 외톨이에서 화려한, 아니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 되는 것. 주위보다는 나, 자신을 똑바로 보고, 선배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었다. 선배를 보면 울고 웃는 인간다운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