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과 란
토요일 아침이었다. 램이 3층 베란다에서 보니 가방을 멘 란의 딸들은 어디를 가는지 일찍 집을 떠났다. 새벽에 란의 남편 이기범이 근처 농장으로 일을 하러가는 것을 보았다.
램은 잠시후 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란, 나야.”
“......”
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집 씽크대에 물이 안나와. 와서 좀 고쳐줘.”
“나중에 수리기사를 불러서 보내줄게.”
란의 목소리는 쌀쌀했다.
“지금 당장 고쳐줘! 난 그때까지 못기다려! 집주인이 그런건 알아서 고쳐줘야지.”
“우리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아이! 이런 쌍년을 봤나. 야! 너 내가 전화 왜 했는지 다 알면서 그래? 한번만 와보라고.”
란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램은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 감빵간 너희 공장장과 사귄 것 네 남편도 알고 있어? 애미트랑 사귄 것도 내가 너희남편에게 알려줄까? 아니다. 너희 딸들한테 얘기하는 게 더 낫겠군.”
“무슨 헛소리야? 램? 너 남의 말 막하고 다니면 감방가는 거 몰라?”
란이 맞섰다. 그러나 램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흥! 나 그런 것 하나도 안무서워.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너희 가족만 모르는 것 같아서. 그리고 너희 가족들도 알 권리가 있잖아. 내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저런 남자는 싸우면 안되고 살살 달래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잠시후에 3층으로 올라갈테니까 기다려.”
란은 남편의 원룸건물로 올라갔다.
램이 얼른 문을 열고 란의 팔을 안으로 끌었다. 그리고 주위를 휙 둘러보고는 서둘러 문을 닫았다. 란은 가슴이 훤하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더 예뻐보였다.
램은 좋아서 히죽 히죽 웃으면서 란을 끌어안았다.
“자기, 이렇게 올거면서 왜 그렇게 튕기는거야?”
란은 램의 가슴을 확 밀치면서 짜증스럽게 말했다.
“너 이 자식. 아까 뭐라그랬어? 애미트가 어쩌고, 공장장이 어째?”
란은 램의 뺨을 한 대 철썩 때렸다.
“내가 누구를 만나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너 남의 사생활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감옥가는 거 알지? 앞으로 한번만 더 헛소리했다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남자새끼가 입이 왜 그렇게 싸?”
램은 란에게 뺨을 맞고도 뭐가 좋은지 히히 웃으면서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응, 앞으로 조심할게.”
“너 내가 만나주는 것 오늘 딱 한번뿐이야. 또 들러붙으면 죽는다!”
램에게 잔뜩 겁을 준 란은 원피스끈을 내렸다. 나비처럼 가벼운 옷감이 주르륵 흘러내리자 란의 늘씬하고 풍만한 몸매가 드러났다. 램은 란에게 달려들어 침대 위로 쓰러졌다.
잠시후, 볼일을 마친 란이 일어서서 옷을 입었다. 그러자 벗은 상반신에 털이 북슬북슬한 램이 란의 허리를 안으면서 또 들러붙기 시작했다.
“벌써 가는거야? 자기 좀 더 있으면 안되니?”
란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야, 이 자식아. 너 징그럽게 그 자기란 제발 하지마. 소름 돋는다. 내가 왜 니 자기냐고?”
“란, 오늘 너무 좋았어~~”
램이 란의 허리를 껴안고 가슴에 머리를 비벼대었다.
“더워죽겠어. 이자식아! 저리 떨어져! 오늘 한번뿐이라고 내가 아까 분명히 경고했다!”
란은 몸에 붙은 벌레 털어내듯이 램을 털어내고는 현관문쪽으로 갔다.
그러더니 뒤를 홱 돌아보고 램에게 말했다.
“그리고 저 수도꼭지는 니가 고쳐서 써! 알았어?”
그러자 램은 아이처럼 고래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알았어. 자기야.”
란은 눈을 귀신처럼 무섭게 뜨면서 램에게 꽥 소리를 질렀다.
“자기라고 부르지 말라고. 이 자식아! 돌대가리같은 놈. 말귀를 못알아들어. 너 밖에서 나한테 친한척 하지마라. 그리고 너 우리남편이나 우리애들 앞에 얼씬거리면 그땐 너 죽고 나죽는다.”
란이 아무리 거친 말을 퍼부어도 램은 이미 란에게 흠뻑 빠져서 바보처럼 고개만 위아래로 흔들었다.
란이 남의 눈을 피해서 원룸건물에서 빠져나와서 대문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란이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뒤에서 남편 이기범이 딸기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면서 그녀를 불렀다.
“여보, 란! 어디갔나와?”
란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이! 깜짝이야. 갑자기 뒤에서 큰소리를 내면 어떻해요? 놀랐잖아요.”
남편은 란의 위아래를 살피면서 코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란은 남편의 머리를 밀치면서 짜증을 냈다.
“아유, 당신이 개야? 왜 이상한 행동을 하고 그래? 저리 비켜요!”
란은 남편을 구박하듯이 말했지만, 란은 알았다. 지적능력이 좀 모자라는 남편은 짐승같은 본능으로 눈치코치는 정말 빨랐다. 특히 란이 어디 나가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오는 건 아닌가 모든 촉이 그런 쪽으로만 집중되었다. 란은 속으로 남편이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에도 남편에게 더 타박을 하곤 했다. 그녀의 행동을 남편이 알까봐 미리 선수를 치는 일종의 방어의식이라고 할까?
란은 램이 싫었지만 그 후에도 몇 번의 만남이 계속 되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램을 만날수록 란은 램의 야비하고 거친 성격탓으로 그를 잘라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란이 램을 멀리하려고 노력할수록, 램은 더 집요하게 들러붙었다.
란과 몇 번 잠자리를 가졌다고 해서 램은 란이 자신의 소유물인것처럼 취급했다.
란이 만남을 거절하면 항상 으름장을 놓았다.
“너, 남편과 자식들한테 다 불어버리겠어.”
참 어이가 없었다. 어쩌다 저런 야비한 놈과 엮이게 되었을까?
란은 램의 하는 짓거리가 괘씸해서 되도록 피해다녔다. 하지만 램은 란의 집 바로 맞은편 원룸에 살고 있어서 란이 언제 나가는지, 란이 언제 들어오는지 훤히 다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