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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젊은 연인들
작성일 : 22-02-03 23:15     조회 : 185     추천 : 1     분량 : 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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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연인들

 

 시나는 며칠동안 이반이 일을 마칠 무렵이면 마스크공장근처를 서성거렸다.

 이반은 화가 났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나도 외국인 친구들에게 주워들은 소리가 있어서 이반이 한국에 온지 몇 달이 지나서 비자만기가 다 되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결혼해줄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반이 결혼이민비자라도 발급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신세를 수도없이 한탄했다. 시나는 자신이 이반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사무실 창문 밖으로 시나의 모습이 지원의 눈에 띄었다. 이반과 러시아어공부를 하던 지원은 이반에게 창 너머를 가리켰다. 그러나 이반은 잔뜩 화난 표정을 짓고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나 오늘은 이만 마치고 집에 갈래. 피곤해서.”

 지원을 러시아어교본을 덮고 일어섰다. 그러자 이반도 마지못해서 일어났다.

 지원은 가방에서 봉투하나와 한글책을 한 권 꺼내어 이반에게 주었다.

 “그리고 이거 다음 달 과외비야. 한국에서는 과외비를 선불로 줘. 그리고 이반도 한국어 공부해. 장기체류비자를 받으려면 한국어자격증 정도는 따놓는게 좋을 거야.”

 이반은 봉투와 한글책을 받고 지원을 바라보았다.

 “이반, 여자를 울리지마. 시간낭비야.”

 지원이 퇴근하다보니 이반이 시나가 서성거리는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반은 화를 풀지 않고 시나에게 말했다.

 “왜 왔어? 가서 아들이랑 남편 돌봐야지.”

 “아직도 화가 난거야?”

 “어떤 남자라도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는 건 당연한거야. 난 모든 걸 걸고 너만을 바라보면서 여기에 왔어.”

 “비자기한도 다되어가잖아. 어떻게 할 거야? 불법체류자 신세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당신이 상관할일 아니야. 그만 가봐.”

 시나는 이반을 붙들었다.

 “아이처럼 이러지마. 당신은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서 엄마맘이 어떤 건지 몰라.”

 “그러니까 아들한테 가라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좋아지면 당신에게 갈게. 아이가 조금만 더 크고 나면. 당신이 이렇게 나랑 싸우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잖아.”

 이반은 괜히 시나에게 붙들린채 화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로 되돌아갔을 때 시나가 너무 그리웠다. 이반은 시나를 꽉 안았다.

 남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왜 이들에게는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짧았다.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은 아니었다. 이미 시나는 이반이 비행기사고로 죽을 줄 알았을 때 지옥을 경험했던 여자였다.

 ‘이대로 시나와 함께 남들이 모르는 곳으로 사라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련한 두 영혼이 어둠 속에 서있었다.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들에게 어느 한 사람이 없다면 다른 한 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서로가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땅이었고, 숨을 쉬는 공기였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은 절박했다.

 이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시나와 잡을 손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소심이 매일 집에서 술을 마시고 떡이 되어 누워있자 자연히 시어머니와 분쟁이 잦았다.

 그리고 시집가서 가끔 오는 시누이도 속을 썩이는 오빠를 싫어했고, 나소심은 떠밀리듯 고향마을을 떠나서 인근에 있는 공장단지로 이사를 했다. 쏭도 그곳 청춘마스크공장에 취직을 했다.

 그러나 남편의 술버릇은 고쳐지지 않았고, 쏭은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남편까지 돌보아야했다. 남편은 이제 술을 안마시면 손을 덜덜 떨기까지 했고 다시 알코올치료병원에 취직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던 그녀는 이젠 남편에게 질릴대로 질려서 헤어지고 싶었다. 남편이 다시 알코올치료병원에 입원했을 때, 남편과 살던 집에 남편의 짐만 남기고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남편의 병원으로 면회를 가서 이혼을 원한다고 말했다.

 “당신하고 이제 더이상 못살겠어요. 우리 이혼해요.”

 하지만 남편은 거부했다.

 “싫어. 나는 내 자식들하고 같이 살거야.”

 “당신이 보여주는 아빠모습. 아이들한테 얼마나 해로운지 알아요? 당신같은 아빠는 없는게 더 나을지도 몰라. 우리 이사했어. 당신이 모르는 곳으로.”

 쏭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나소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더 이상은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쏭은 아직 젊었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다.

  남편은 그녀에게 거친 세상의 방패가 되기는커녕 나약한 정신으로 그녀에게 짐만 되었고, 스물 한 살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 한국으로 왔던 어린 쏭의 몸과 마음을 황량하게 만들었다. 쏭은 절대 더 이상 남자에게 희망을 갖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쏭이 일하는 마스크공장은 근무시간이 주야로 자주 바뀌었다.

 ‘힘들어도 아이들과 함께 살려면 무조건 버텨야한다.’

 6개월 계약직으로 회사에 입사한 쏭이 젊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자 회사에서는 쏭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었다. 이제 쏭은 시골마을에서 살때보다 훨씬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새로운 자신감이 생겼다.

 몇 달후 알코올치료병원에서 나온 남편은 그녀와 순순히 이혼에 동의해주었다. 남편의 나이는 쉰이 넘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가끔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만나고 있다.

 쏭은 이제 갓 서른 둘을 넘겼다. 쏭은 아직 너무 젊고 예뻤다. 공장에서 같이 일을 하는 직원들 중에 남자들도 많았다. 결혼하지 않은 젊은 남자직원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쏭이 회사사람들과 회식을 하러 갔을 때, 회사직원 민호는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 주기도 했다. 쏭과 동갑인데 그는 미혼이었고, 젊고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다.

 “차비내고 가세요. 돈은 안받아요.”

 민호는 쏭에게 자신의 뺨을 내밀었다. 쏭은 민호의 뺨에 수줍게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민호는 자신감을 얻었는지 쏭을 껴안고 길고 긴 키스를 했다.

 한국사람들은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라서 그녀 또래의 사람들은 미혼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민호는 쏭이 보기에 철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저 이혼했고, 아이가 둘 있어요.”

 쏭이 솔직하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도 일찍 홀로 되셔서 저를 혼자 키우셨어요.”

 민호는 그녀의 말이 두 사람 사이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얘기했다.

 민호는 분명 쏭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아직 쏭은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 수가 없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한국남자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다. 누군가와 다시 시작하려면 오래 신중히 보아야한다고 그녀 스스로 다짐한다. 오늘도 민호는 쏭의 자리에 박카스와 비타민을 두고 갔다.

 ‘정말 그를, 다시 남자에게 기대를 해도 되는 것일까?’

 

 어느 날 밤, 쏭이 야근을 하는 공장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쏭은 창고로 가서 포장한 마스크를 박스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늘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하는 쏭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창고 안으로 스멀스멀 연기가 스며들었다. 그제서야 쏭은 뭔가 큰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쏭이 창고 출입문을 열었을 때는 복도가 연기로 자욱했다. 그리고 누군가 차단기를 내렸는지 조명이 모두 꺼져서 캄캄한 가운데에서 당황한 쏭은 방향을 알수가 없었다.

 “쿨럭, 쿨럭....”

 쏭은 회사에서 배운 안전지침대로 바닥을 기면서 계속 한 방향으로 더듬듯이 나아갔다.

 그때 누군가 손전등으로 그녀를 비추었다. 민호였다.

 “빨리, 이쪽으로..........”

 마스크를 쓴 민호는 기침을 하면서도 쏭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민호덕분에 쏭은 공장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병원에 실려가 같은 병실에 나란히 누워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다. 눈을 뜬 두 사람은 팔을 뻗어서 손을 마주 잡았다.

 죽을 고비를 넘긴 쏭은 민호에게 마음을 열기로 했다.

 쏭은 민호와 가끔 주말에 데이트를 한다. 서로 아직 결혼을 하자거나 미래를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쏭은 민호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고, 또 쏭이 민호를 미리 차단해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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