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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유리의 벽
작성일 : 22-02-03 23:00     조회 : 167     추천 : 1     분량 : 5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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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의 벽

 

 지원이는 상민을 졸라서 부모님께 인사를 한번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엄마한테 말해볼게.”

 상민은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고상미여사에게 지원이가 집으로 인사를 하러 오고 싶어하니 한번만 만나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상미여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상민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너 그애집과 우리집이 수준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사내새끼가 얼마나 허술하게 굴었으면 데리고 놀던 기집애 하나 떼어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질질 달고 다녀? 이런 등신같은 놈!”

 그 말을 듣던 상미의 여동생 소연이 오빠를 안됐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고상미여사는 주변사람들에게 친절했고, 후하게 대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들이니까 가능했다. 좋은 학벌에, 뛰어난 미모에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고상미여사는 자신의 기준이 확실했다. 고상미여사는 축산업을 하던 친정에서 무난하게 성장했지만, 친정집 배경이 좀 더 수준이 높지 못한 것에 컴플렉스가 있었다. 그래서 그 콤플렉스를 상쇄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집안이 그녀의 친정보다 월등한 부자인 상민의 아버지와 결혼을 한 것이다. 고상미여사가 나이 차가 꽤 있지만 남편을 선택한 것은 시댁의 경제력과 집안 수준이 마음에 들었기때문이었다. 그런 잘난 고상미여사의 그녀의 집안에 들이는 며느리감, 사윗감은 그만한 수준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자식도 그만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상민이는 어릴때부터 아버지 사업 때문에 시골 공장지역에서 자라다보니 외로움을 유난히 많이 탔고, 고상미여사가 싫어하는 집안의 아이들을 쫓아다녔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으면 전화를 걸어서 끼워달라고 애원하고 매달리고 난리를 쳤다. 이게 다 남편의 공장 때문에 그녀의 가족이 시골에 살았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옛날 초창기에 남편이 없으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모든 것은 고상미여사의 뜻대로 되었지만 자식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큰아들 박상민은 어린 시절 함께 자랐던 가난하거나 편부모가정 혹은 다문화가정의 친구들을 더 좋아했다. 커서 대도시에 나가 만난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어울리길 바라는 그런 수준있는 친구들과는 깊이 사귀지 않았다. 고상미여사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기가 살아온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수준있는 집안의 자녀들과 어울려 자랄 수 있도록 공장을 벗어나서 나가 살아야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큰아들이 결혼까지 어린 시절 어울려놀던 엄마가 결혼이민자 출신의 여자친구와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자기 속을 썩인다고 생각했다.

 

 “오고 싶으면 오라고 해! 오는 건 그애 마음이다. 나도 그애를 가까이서 한번 봐야겠구나.

 그대신 너는 나가 있고 그애 혼자 오라고 해라. ”

 고상미여사는 다시 생각이 바뀌었는지 상민의 방으로 들어와서 내뱉듯이 말하고 돌아섰다.

 

 주말에 지원이 집에서 직접 구운 케잌상자를 들고 들어오자 고상미여사는 상자를 흘낏 바라보면서 물었다. 나이에 비해 아름답고 교양있어보이는 고상미여사는 굉장히 차가운 인상을 주었다.

 “이거 유기농밀가루로 구운 거 맞니?”

 “네? 아니요. 그냥 시중에 파는 중력분으로 만들었어요.”

 지원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위가 예민해서 그냥 시중에 파는 밀가루는 먹지 않는단다.”

 고상미여사가 나직하면서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네? 아, 네~~”

 지원은 뭔지 모르는 압박감에 눌려 이미 기가 죽어있었다.

 “어머님께서 외국에서 오신분이라고 들었는데?”

 “베트남에서 시집오셨어요.”

 고상미여사는 뭔가 씁쓸한 듯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오늘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해. 그럼 넌 놀다가렴. 상민이가 국회의원집 딸과 다음주에 맞선을 본단다. 그애 이모가 하도 성화를 해서 내보내려고. 아직 상민이는 모르지만. 난 너희들 사귀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상처받을까봐 걱정되는구나.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란 너희들이 정을 못떼서 여기까지 온 건 나도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 네가 순수하고 착한 것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상민이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야하고 사업이란게 혼자 힘으로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상민이에게 너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한번 잘 생각해봐. 너희가 그만큼 오래 사귀었으니 서로 아끼는 마음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오늘 너를 직접 보자고 한거다. 헤어지는 것도 좋게 헤어지길 바래.”

 고상미여사는 말을 마치고 일어섰다. 결국 지원은 말 한마디 못하고 배척당한 것이다.

 지원은 상민과의 결혼이 불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자신 때문에 상민이가 계속 힘들다면 놓아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사랑한다고 다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쯤 지원이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 상민의 어머니 고상미 여사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장점을 한번 피력해보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버렸다.

 지원은 맥없이 상민의 집을 나왔다.

 ‘이렇게 될 줄 진작 알고 있었어. 그런데 나 혼자서는 포기가 안되니까 여기까지 와 본거야.’

 휴대전화가 울렸다. 상민의 번호가 떴지만 지원은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지원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들지 못했다. 하룻밤을 꼬박 샌 지원은 문자 한통을 보냈다.

 

 <상민아. 우리 그만 헤어지자.>

 

 지원은 상민과 그렇게 헤어졌다. 결혼장벽이 너무 높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너무 상처를 줄 것 같았다. 상민에게서는 하루 지나서 답장이 왔다.

 

 < 미안하다. 정말...>

 

 어린 시절부터 십 수년의 삶을 함께 보냈지만, 두 사람의 이별은 쿨하게 끝났다. 아니 이미 이별이 예정되어있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인정하지 못했을뿐. 남녀사이를 떠나 아주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헤어진다고 생각해도 마음은 무덤덤했다. 하지만 마비된 듯한 이 감정이 어느날 태풍처럼 밀려와 그녀를 미칠 듯이 타는 고통에 몸부림치게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성의 둑으로 막고 있지만,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지원은 예감하고 있었다.

 지원은 그를 굳이 잊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생각나면 그리워하고,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잊은 것이구나 하기로 했다. ‘박상민’ 그가 있어서 많은 날들이 든든하고 행복했다.

 지원은 그동안 모아둔 통장잔고를 확인했다. 삼천만원쯤 들어있었다. 이 돈으로 어디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공부를 하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지원은 러시아로 떠나기로 했다.

 그냥 예전부터 <호두까기 인형>공연을 본 기억도 좋았고, 톨스토이, 도스도옙스키같은 문학의 대가들의 나라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이반에게 러시아어를 배웠던 것이다.

 뭔가 매진하고 싶었다. 지원은 이반에게 러시아어를 더 집중적으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부에 매진하면 정신적 고통도 덜 느낄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지원은 지난번 이반이 시나의 시동생들에게 얻어터질 때 그 야외운동장에 있었다. 그 근처에 상민이네 공장이 있었으니까. 그 야외운동장은 지원과 상민의 만남의 장소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이반이 어떤 여자와 그곳에서 만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지원은 일부러 눈에 안 띄는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지트를 바꿔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한국인 아저씨들이 쫓아와서 다짜고짜로 이반을 두들겨팼다. 그래서 지원이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그냥 놔두면 이반이 맞아죽을 것 같아서. 그런데 경찰은 전화를 했는데도 언제 올지도 몰랐고 이반은 덩치 좋은 한국아저씨들에게 죽도록 얻어터지고 있었다.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지원이 달려가서 자기가 이반의 약혼녀라고 말했던 것이다. 파출소를 나온 지원과 이반은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반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먼저 공장으로 휭하니 가버렸던 것이다. 지원은 이반의 기분을 생각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반은 그 다음날 얻어터져서 온 얼굴이 멍든채로 공장에 나왔다. 지원은 그냥 아무말 없이 이반 앞에 타박상에 바르는 약을 가져다 발라주었다. 이반은 지원의 눈길을 피하며 작업을 하러 갔다.

 “얼굴에 약 좀 발라. 그냥 가면 어떻해?”

 이반은 뭔가 화가 났는지 지원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큰누나뻘인 지원은 이반을 붙들어서 의자에 앉혔다.

 “가만 있어봐. 이렇게 엉망인 얼굴로 어떻게 일을 하니? 박주임이라도 보기라도 해봐. 온갖 잔소리 다할걸.”

 그제야 이반은 눈을 꼭 감고 지원이 약을 발라주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반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원은 왜 우냐고 묻지 않았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먼 나라에서 와서 얼마나 외로웠겠어?’

 지원은 말없이 가제로 이반의 흐르는 눈물을 찍어눌렀다.

 나이도 어린 이반이 그녀의 남동생같은 느낌이 들어서 챙겨주고 싶었다. 지원이 이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반은 아직 소년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반은 여자들이 봤을 때, 모성애를 자극하는 그런 어린 남자였다. 이반이 단기방문비자로 한국에 들어와서 곧 불법체류자가 될 신세라는 것도 지원은 알고 있었다. 지원은 베트남어머니 때문에 그런 쪽은 환히 꿰뚫고 있었다.

 

 란은 애미트와 강변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애미트가 란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꺄악”

 란이 자꾸 넘어지자 애미트가 일으켜주었다.

 애미트와의 데이트는 항상 즐거웠다. 순수한 애미트와는 대화를 많이 했고, 란은 애미트와 사귀면서 많은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하지만 애미트는 곧 인도로 돌아간다고 했다.

 란은 섭섭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이별보다는 애미트와 있는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기로 했다.

 대화가 전혀 통하지도 않고, 머리는 잡아뜯다만 닭처럼 듬성듬성하고 얼굴은 노틀담의 꼽추를 연상하게 하는 란의 남편은 더운 날에도 밤이면 들러붙기만 했다. 오로지 남편의 머릿속에는 먹고, 자고, 그것밖에는 들어있지 않은 듯했다.

 결혼하자마자 란은 남편이 뭔가 보통사람들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같이 한방에서 잠을 자는 것도 싫었다. 란의 베트남친구의 남편들은 자신의 남편처럼 모자라지 않았다. 나이가 삼촌뻘이었지만 나름 똑똑했고, 성격도 밝았다.

 ‘어쩌다가 내가 저렇게 모자란 남자와 결혼했을까? 정말 재수가 없었어.’

 란도 진작에 어디론가 도망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낳은 두 딸을 보면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두 딸은 란을 닮아서 무척 예뻤다. 돈을 벌어서 두 딸들의 옷을 사입히고 치장을 시켜주는 것이 란의 유일한 낙이었다. 두 딸만큼은 자신의 힘이 닿는데까지 투자해서 좋은 교육울 받게 해주고 좋은 직장을 갖게 하는 것이 란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처럼 모자란 남편대신 정상적인 남자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기를 바랐다.

 얼마후 애미트는 인도로 떠났다. 란은 회사에 월차휴가를 내고 공항으로 배웅을 하러 갔다.

 애미트는 란을 뜨겁게 안아주었다.

 “란 덕분에 한국에서 외롭지 않았어. 정말 고맙게 생각해. 당신을 잊지 못할거야.”

 “나도 고마웠어. 애미트. 우리 이제 못보지만 당신을 평생 기억할게.”

 애미트와 란은 짧은 입맞춤을 하고 헤어졌다. 떠나는 애미트의 뒷모습은 란의 눈물속에서 흐려지더니 사라져버렸다. 란의 마음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춥고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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