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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28
작성일 : 22-01-31 23:49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7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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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부모님이 입장해 계셨다.

 열심히 나를 눈으로 찾던 부모님은 키셀과 트리드 경이 내 곁에 붙어있는 것을 보더니 안심한 듯 했다.

 

 "국왕전하와 왕후마마 드십니다."

 

 시종장의 근엄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곧 국왕 내외가 입장했다.

 이 날을 위해 뼈빠지게 익혔던 예법이 자연스레 나왔다.

 조기교육은 위대하다!

 

 "다들 일어나라.

 오늘은 챔버 백작가의 엘리온 영애와 아카데미 교수인 샤벤 자작을 치하하기 위해 짐이 마련한 자리다.

 모두들 들어 이미 잘 알고 있겠지.

 둘은 앞으로 나오라."

 

 긴장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실제로 왕을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근엄해 보이면서도 따스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어느 새 와 있던 리베론과 눈길을 주고 받으며 왕 앞으로 갔다.

 치하의 말을 듣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여기까지는 이미 교육과 리허설을 통해 실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빈틈을 노려야했다.

 

 "자드밀의 광휘, 전하를 뵙습니다."

 "이런 훌륭한 인재가 우리 자드밀에서 둘이나 나왔다는 것이 하늘의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짐은 오늘 매우 흡족하고 기쁘다.

 리베론 경에게는 작위를 선물하였는데, 엘리온 영애에게는 무엇을 선물할지 모르겠더구나.

 딸 바보로 유명한 챔버 백작이 부족한 것이 있도록 키웠을 것 같진 않아서. 허허."

 "그렇다면 청이 하나 있습니다."

 "오오, 무엇인가?"

 "이 자리에 계신 왕후마마를 포함해 모든 귀부인들께 장갑을 하나씩 선물하고자 합니다."

 "장갑?

 초대가 늦었는데, 장갑을 모두에게 줄 만큼 준비했단 말인가?"

 "네. 제가 운좋게 연이 닿아 빠르게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가져와 보라."

 

 인자하게 답하면서도 기대를 전혀 안하는 눈치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종들이 장갑박스가 산처럼 쌓인 트레이를 밀고 들어와 하나씩 전달하기 시작했다.

 제일 화려한 상자에 예쁘게 포장된 왕후의 장갑은 내 손에 전달되었다.

 

 "왕후마마, 부족하더라도 제 선물을 어여삐 봐주십시오."

 "고맙네, 영애."

 

 짧은 눈웃음으로 대신한 왕후는 우아하게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리고는 살짝 커진 눈으로 놀라움을 대신했다.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니 저정도 반응이면 충분했다.

 아주 얇은 금사와 제일 촉감이 좋고 통풍이 좋은 얇은 실을 한데엮어 만든 장갑이었다.

 금사만으로 만들자니 손밖에 안 보일 것 같아 여러 조합을 실험해 만든 것이었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만드려면 20일은 족히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 정도 스킬을 가진 장인과, 금사, 실크와 팔목 쪽에 박은 루비까지.

 보통은 장갑에 이 정도의 돈과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에 감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장갑이라 칭해져도 좋을거라 장담했다.

 장갑은 빛을 받자 은은하게 황금색이 감돌아, 황금빛 눈으로 불리는 왕후의 아름다운 옅은 갈색 눈과 잘 어우러졌다.

 우아한 그 눈에 만족감이 깃들어서 반은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엘리온 영애, 멋진 장갑 고마워요.

 이 장갑을 만든 장인은 누구인가요?"

 "마마, 이 장갑은 수도 내 '스타일'에서 만든 장갑이옵니다.

 멋진 옷을 대량으로 빠르게 만들어서 파는 곳이라 하여 제작을 부탁했는데, 품질도 마마의 마음에 찰 정도라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오, 그 곳은 얼마 전에 연 곳이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대단한 인맥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장갑의 품질도 만만치 않았다.

 왕후만큼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놀랐을거라고 장담했다.

 디자이너가 궁금하던 차에 '스타일'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오자 귀족들 사이에서는 술렁거림이 들려왔다.

 매우 흡족스러웠다.

 화려한 홍보전략보다는 잔잔바리 버전으로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잘 먹힌 것 같았다.

 참가자들에게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파티에서 논하기 좋은 가벼운 소재가 되었으며, 이 파티에 참석했다는 징표와도 같이 통용될 것이다.

 

 혹시나 홍보인 것을 틀킬까봐 혼신의 연기를 다했는데, 다행히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웅성거리는 군중 사이로 사라지려고 할 때였다.

 공사가 다망하실 왕이 나를 불러세웠다.

 

 "챔버 영애."

 "네, 전하."

 "내가 작은 영웅을 이렇게 보낼 수야 있는가.

 내실로 들지.

 리베론 경은 다음에 따로 초대하도록 하겠네."

 "넵. 알겠습니다."

 

 왜? 왜? 나를 왜? 무슨 이유로?

 내실은 왕과 독대할 때만 쓰는 공간으로 대단한 권력자들이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는 공간이었다.

 아직은 영애인 나를 굳이 그 곳에 초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를 호위에 쓰려고?

 내 능력을 시험해보려고?

 내실에 마물이 있나?

 아니야! 왕이 실은 마물인거지!

 그래서 나를 없애버리려고!!

 나의 상상력은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왕이 나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까지 진행이 됐다.

 

 3초만에 왕의 구애를 받게 된 비련의 여주인공에 몰입해서 어떻게 거절을 해야하나 고민하며 왕의 뒤를 따랐다.

 내실로 안내를 받아 차를 앞에 두고 잔뜩 긴장해 손끝이 하얘지도록 꼭 맞잡고 있었다.

 왕은 그런 나를 보며 곧 웃기시작했다.

 

 "긴장말게, 영애.

 여기로 초대한 것은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는 안 되는 정보를 자네에겐 말해야해서일세."

 "네! 네.

 그런데 저 같은 일개 영애가 그렇게 귀중한 정보를 알아도 될까요?"

 "하하하. 걱정말게.

 내가 말할 것은 자네에 대한 정보니까."

 

 찌릿. 몸이 굳었다.

 역시 왕은 왕인가?

 다 알고 있는 건가?

 뭘 알고 있는 걸까?

 

 "저요?"

 "그래. 내가 지금 말할 정보는 왕실의 직계, 그 중에서도 왕의 후계자 내외만 알고 있는 내용이야.

 자네도 입조심을 해야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절대 끊어져서는 안 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왕과 왕후, 둘 중 하나는 꼭 살아야만 해.

 행여나 둘이 같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된다면 반드시 왕후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게."

 "제가요?

 그럴 일이 생기나요?"

 

 혼란스러웠다.

 이런 정보는 나에게 왜 주는거야?!

 왕은 일어나서 잠시 내 뒤의 책장에서 무언가를 조작해서 책장 안쪽을 해체하더니 낡은 책이 담긴 투명 상자를 꺼내왔다.

 

 "건국부터 전해져오는 왕실 예언서네.

 환란이 불어닥칠 때도, 전쟁이 났을 때도.

 단 한번의 훼손없이 지켜낸 예언서이지.

 이 얇은 책에는 여러가지 내용들이 있어.

 그 중 제일 중요한 정보는 자네에 대한 이야기일세.

 엘리온, 자네는 리더(Reader)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 맞지?"

 "!!"

 

 깜짝 놀랐다.

 나도 신이 알려준 것이 아니라면 나의 경지가 '리더'라고 불리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어차피 극소수의 사람만 이룰 수 있는 초인적인 경지인데다, 그 사람들도 대부분 은둔하길 좋아하는 마법사들이라 딱히 명칭도 없었다.

 

 "하하하. 얼굴을 보니, 본인의 경지가 '리더'라 불리는 것도 아는 모양이군."

 "어... 어찌..."

 

 너무 당황해 표정을 수습할 수도 없었다.

 나는 아직 심약하고 연약한 30년밖에 못 산 중생이라고!

 

 "너무 놀라지 말게.

 다 적혀있네.

 자네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긴 하네만......

 자네의 상징 빛이 '찬란한 황금빛이었다'라고 모든 목격자들이 말했네.

 알고 있었나?"

 "저는 그 당시가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지금 자네의 그 뭔지 모를 능력을 내 앞에서 써볼 수 있나?"

 

 역시 타고난 왕다웠다.

 남들은 어렵게 할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딱히 나쁜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기감을 개방하고 내실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과연.

 왕의 내실답게 안팎으로 엄청난 수의 호위들이 있었다.

 읭스러운 부분까지 호위로 알차게 수납되어 있는 내실을 다 읽어내고 나서 눈을 떴다.

 실은 눈을 감지 않아도 가능했지만, 왕이 한 부탁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시위하고 싶었다.

 

 "오, 과연. 아름다운 능력이군."

 "과찬이십니다."

 

 인자하게 웃는 왕의 낯빛에 조금은 속좁게 굴었던 내 본심이 들통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처음으로 능력을 얻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은은한 금빛 막이 내 주위에 둘러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앞으로는 그 빛조차 없이 자유자재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이제 내가 자네와 거리낄 것 없이 대화를 할 수 있겠네.

 

 '먼 곳에서 나타난 황금의 리더가 자드밀을 구하리라.

 어디가 황금인지, 무엇이 리더인지, 보는 순간 모두가 알게되리라.

 황금의 리더가 나타난 때, 모두 찬양하고 모두 두려워하라.

 그 없이는 구원이 안 될, 재앙도 함께할테니.'

 

 이렇게 예언서에 적혀있어.

 여기엔 아주 추상적이고 애매하게 적혀있는 것들이 많지.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는 구절이 많지 않을 정도네.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고.

 

 어릴 때, 이 구절을 참 좋아했어.

 아마도 내가 영웅이 되지 않을까 싶어 황금색을 두르길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 내 왕후의 금빛의 눈도 사랑하게 되었지.

 자네가 이렇게 나타나고 나니 허탈하긴 하네.

 정말 예언서에 쓰인 그대로 보는 순간 알게될 것을......

 수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고민에 썼군. 허허.

 

 여하튼 자네가 나타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고난이 닥칠 것임이 자명해졌네.

 필요한 게 있거든 언제든 내게 요청하도록 하게.

 적어도 영웅을 핍박하고 방해하는 인물로 역사에 남고 싶진 않으니.

 필요할 때 쓰도록 작은 특별 기사단을 구성해줄까 하는데, 어떤가?"

 "정말 감사합니다만, 저에겐 챔버 백작가 기사단이 있습니다."

 "그렇군.

 그 정도면 부족함이 있진 않겠어.

 트리드 경과의 친분도 있어보이던데, 필요할 때 근위 제 3단을 위임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놓도록 하지."

 

 종일 트리드가 쫓아다니길래 왕명인줄 알았더니 개인적인 호기심이었나보다.

 자꾸 트리드와 엮이는게 불편했지만 더 이상은 거절을 할 수 없었다.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무슨. 나가는 길에 시종장이 자네에게 패를 줄걸세.

 자드밀 안에서는 호위대, 근위단, 수비단 전국 어디서든 이것만 내밀면 자네의 수족이 되어줄거야.

 무슨 재난이 어떻게 닥칠지 안다면 좋을텐데, 이 정도 밖에 못 돕겠군."

 "이미 넘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닐세.

 자네가 영식이었다면 더 많은 것을 당연히 누려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치 않을텐데......

 나도 요새 지 오빠보다 잘난 딸내미를 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말일세. 허허."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현대에서 온 나조차도 나에게 쏟아지는 왕의 배려와 특혜가 부담스러웠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쓰였다.

 하지만 상상해보니 별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유서깊은 충신 가문의 장남이 오래된 왕실 예언의 주인공이 되었다?

 게다가 아직 어리고 발전가능성이 풍부하다?

 이미 마물도 때려잡고 사람들도 구했다?

 이것은 당장 작위를 하사하고 모두 경외심을 품으며, 그를 따르는 세력이 당장 생겨나 촉망받는 나라의 인재로 키워질 일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나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어차피 잘난 영애가 되는 순간, 훌륭한 신붓감에선 멀어졌다.

 누가 아들보다 잘난 며느리를 환대하겠는가.

 며느리의 명성에 기대어 집안 좀 펴보려는 쭉정이들만 잔뜩 들러붙을 것이었다.

 남을 배려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운명에 순응하려했던 내 모습에 살짝 짜증도 났다.

 야망이 큰 여자는 팔자가 사납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나도 모르게 꿈을 작게 가질뻔 했다.

 예언서에도 딱 나온대로, 나는 앞으로 없던 좆도 빠질 정도로 열심히 멸망을 막아야 할 처지인데 뭐라도 요구를 해야겠다 싶었다.

 

 "전하, 그렇다면 청이 있습니다."

 "말해보라."

 "작위를 주소서.

 기사 서임 말고, 작위로 주소서."

 "!!"

 "이왕이면 높은 걸로."

 

 내내 인자했던 왕의 얼굴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되바라진 영애의 요구사항에 얼이 빠졌다가 화도 났다가, 하지만 구국의 영웅이 될 몸이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결혼을 안 한 공주들에게 기사서임과 비슷한 지위를 내리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계승은 안 되는데다, 공주라서 얻는 특혜였다.

 내 실력으로 기사서임은 충분히 받을 수 있겠지만, 공주들도 못 받는 작위를 달라고 했으니 놀랄만 했다.

 왕의 반응을 보니 충분히 큰 요구를 한 것 같아 뿌듯했다.

 

 "허, 참. 참나.

 그런 요구를 뻔뻔하게 해놓고 뭐 좋다고 웃고 있는가?"

 "작위받을 생각에 신이 나서 그러합니다."

 "허허. 이제보니 아주 정신이 나간 영애였구나."

 "종종 듣사옵니다.

 역시 전하는 사람보는 눈이 범인들과 다릅니다."

 

 서로 웃는 낯으로 심한 말을 주고 받았다.

 역시 성깔이 있어 보이더라니.

 그래도 당장 내 목이 떨어지진 않을 것 같아서 웃을 수 있었다.

 

 "일단 나가라.

 내가 영애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예정이니."

 "네. 감히 한 말씀만 더 올리자면, 사후약방문 같은 영웅 작위는 보람찰지 모르나 제 활동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한마디로 나중에 다 구해놓고 나면 치하하면서 작위내릴 생각말고, 도움이라도 되게 미리미리 작위를 달라, 이 말이었다.

 할 말 다하고 나니 마음이 시원했다.

 역시 나는 입이 방정이지만, 꼴리는대로 다 말하고 살아서 속병은 안 날듯 싶었다.

 

 이쯤되니 왕은 아예 배를 잡고 웃었다.

 

 "하하하하. 영애.

 덕분에 내가 많이 웃는군.

 좋아서 웃는게 아닌 것을 꼭 알아주길 바라네."

 "황송합니다."

 "내가 또라이같은 주장에 유쾌해지는 타입인 줄 미쳐 몰랐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네."

 

 웃는 낯이긴 했지만, 골치가 아플 일을 던져주고 나와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단칼에 거절할 수도 있었을텐데, 일단은 성사시켜보려는 왕의 자세에 살짝 감동한 상태였기도 했고.

 

 파티장으로 돌아왔더니 키셀과 리베론이 둘 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

 "엘리! 무슨 이야기 했어?"

 "나중에 말하자.

 별 대단한 얘긴 아니었어."

 

 예언서의 일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대충 얼버무리고 점점 무르익어가는 파티장을 바라보았다.

 춤 신청은 여러 번 들어왔으나, 키셀과 리베론의 기세가 워낙 험악하기도 했고 물 한 모금 입에 못 대는 상황에서 춤을 추기엔 지친 상태였다.

 이제 슬슬 집에 가자고 할까, 할 때였다.

 

 "발손의 사신단과 이드릭의 사신단이 입장하십니다."

 

 외국에서 온다던 귀빈단이 도착했다.

 하필 딱 타이밍이 겹쳐서 더 비비고 있어야할 모양이었다.

 

 문이 열리고, 사신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려한 장신구와 문양들로 어디를 봐야할지 모를 정도로 치장한 발손제국 사신단이 들어왔다.

 어느 새 파티장으로 돌아온 왕과 제국의 사신단이 인사하는 동안, 뒤이어 이드릭의 사신단이 입장했다.

 발손제국에 비하면 수수했지만 앞장 선 이드릭의 사신단장이 범상치 않았다.

 

 천사가 강림한 듯한 성스러운 외모에, 밝은 금발의 중간중간 섞인 푸른 빛 머리카락도 신성해보였다.

 사신단이 모두 하얀색으로 맞춰입고 끝자락만 금실로 문양을 넣은 탓에 더욱 그렇게 보였다.

 모두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긴장되지도 않는지 오히려 대중들을 훑어보며 씩 웃었다.

 연보라색 눈은 빛이 그대로 통과된 프리즘같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투명한 피부와 잘 어울렸다.

 실제로 이 세계에도 흔치 않은 투톤 컬러 머리와 연보라빛 눈이, 화려한 동시에 성스러워보이는 엄청난 시각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동쪽 끝 자드밀까지 오는 일이 거의 없는 발손 제국 사신단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이드릭으로 옮겨갔다.

 옆나라지만 폐쇄적인 구석이 있고, 산업이나 관광이 발달한 국가도 아니라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라였다.

 호기심과 경계심, 설렘이 섞인 눈빛들이 어지럽게 얽혀들 쯤, 왕이 입을 열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이드릭의 젊은 왕이 여기까지 직접 행차해주다니!

 영광입니다. 허허."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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