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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23
작성일 : 22-01-29 22:29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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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원피스 안에 숨겨있던 쌍둥이를 확인하고, 마력의 흐름에 집중했다.

 

 "삐이- 삐이-!!"

 

 하늘이었다.

 

 바로 쌍둥이를 풀로 꺼내들고 마력을 따라갔다.

 기분 나쁜 마력이 흘러나오는 걸로 보아, 자연적인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날 섣불리 공격할 생각도 없는지, 멀찍이서 나를 지켜보기만 했다.

 관찰용 마물인지 고민할 때였다.

 새의 목덜미 부근에 마력이 응집하는 것이 보였다.

 

 '저, 키메라 같은 게 용을 흉내내려나보네?'

 

 다행히 지난 사건을 계기로 나도 무기를 업그레이드 한 상태였다.

 드레스 곳곳에 꽂아놓은 비도를 꺼내 쌍둥이 장치와 연결 후 바로 던졌다.

 단검만 12개 정도 들고 다니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무게도 그렇고, 익숙치 않은 단검의 공격기회가 12번 밖에 없다는 게 불안했다.

 그 때 김지혜가 읽었던 무협 소설 속의 비도가 머리를 스쳤다.

 떨어지는 공격성 대신 무한한 횟수를 가지면 낫지 않을까.

 강한 내구성을 가진 얇은 쇠철심으로 비도와 쌍둥이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훈련하는 중이었다.

 

 나라간의 전쟁에서는 갑옷을 입기 때문에 암기는 큰 효용성은 떨어지는 게 그간의 이론이었다.

 하지만 요새 내게 위협을 끼치는 게 마물이라는 점에서 암기는 꽤나 효율적이었다.

 집에 있는 동안 연구만 해온 비도를 드디어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쐐액-!

 

 비도는 새의 목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위협적인 속도에 새는 곧 마력 모으기를 멈추고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빠르게 내 머리 위를 빙빙 돌다가 멀리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젠장."

 

 아무래도 그 한 방으로 목을 꿰었어야 단서를 잡았을 수 있을 것 같다.

 비도를 더 가볍고 빠르게 만들고, 미리 연결해 놓고, 훈련도 더 늘려야겠다 생각하며 몸을 돌렸을 때였다.

 

 "엘리!!"

 

 리베론이 미친듯이 뛰어오고 있었다.

 

 "리베론?"

 "엘리, 괜찮아?

 저건 뭐였어?"

 "어? 여긴 왠일이에요?"

 

 리베론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내게 달려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 다쳤어?

 저게 공격했어?

 어디? 어떻게?"

 "아, 아뇨.

 리베론, 나는 괜찮아요.

 한 번 공격하면서 간을 좀 보려다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도망간 거 같아요."

 "엘리 다치지마.

 내가 여기에서 당분간 지낼까?"

 

 리베론의 가쁜 숨길과 초점이 흐릿한 눈길이 낯설었다.

 파티 날 이후로 훈련 외엔 말도 없던 남자가 갑자기 왜 이럴까.

 

 "리베론, 괜찮아요?

 무슨 일 있었나요?"

 

 어디 독에라도 중독된 걸까, 긴장이 되었다.

 

 "아니, 마물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네 침실 쪽이었어.

 더는 ... 안 돼.

 다시는... 안 돼."

 

 얘도, 맛이 갔네.

 키셀에게 배운건지 말을 웅얼거리던 리베론 뒤로 기사단이 뛰어오고 있었다.

 

 "다들 괜찮아!

 정찰새였다!"

 "아가씨!!"

 "아가씨, 부단장 이 놈 새끼는 어디 있습니까?"

 

 홈크의 눈이 푸른 색이었나?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면 저 푸른 색은 귀기로 밖에 설명이 안 되니까!!!

 

 "내 훈련 스케줄을 안나와 논의 중이야."

 "그렇습니까??"

 

 씨익 웃는 홈크를 보며 나사가 나간게 분명해 말릴 사람을 찾으려고 다른 기사단을 훑었다.

 다들 눈빛이 흉흉했다.

 마물은 이미 가버렸는데, 왜 내가 이 눈빛을 받고 있어야 하냐고!!

 

 "다들 진정해!

 아무 일 없었고, 이 정돈 예상했잖아.

 무기를 좀 다듬어야겠어.

 훈련도 살짝 바꾸지, 단장.

 다들 정렬!"

 "채앰-버!"

 

 헐떡이며 달려온 숨이 무색하게 우렁찬 구호와 함께 칼각을 맞춰 섰다.

 내가 정렬시켜 본 적은 처음이었다.

 기사들이 보내는 나에 대한 믿음의 눈빛, 이게 유대구나.

 서로의 눈빛에서 오가는 신뢰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전우라는 것, 짜릿하게 좋은 기분이었다.

 

 "다들 돌아가고, 저택 호위는 오늘부로 1층에 2명씩 교대를 해서 6명을 추가한다.

 단장은 나와 응접실로 올라가지."

 "엘리..!"

 

 아, 리베론은 우리 기사단이 아니지.

 

 "단장, 먼저 올라가."

 "채앰-버!"

 

 단장이 못 마땅하지만 각이 잡힌 경례를 올린 후 먼저 응접실로 올라갔다.

 

 "리베론?"

 "엘리, 엘리...... 미안해.

 내가 설명할 용기가 없어서...!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러니 방학만이라도 내가 곁에 있으면 안 될까?"

 "무슨 소리죠?

 뭘 설명해요?

 이 사태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나요?"

 "아니, 그거 말고......

 내가 저번에 파티 날, 설명할 용기가 없어서......

 네게 마음을 열지 못했어."

 

 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타이밍은 맞게 두드려야 할 게 아닌가.

 이 무슨 2년 전 티켓을 들고 콘서트에 온 과거 여행이란 말인가.

 

 "리베론. 휴......

 처음부터 저는 설명을 해달라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지, 제가 궁금했던 이야기는 아니란 말이죠.

 둘째로, 당신이 제게 마음을 열었다면 마물이 저를 찾아오지 않았을까요?

 지금의 상황과는 상관없는 말이 분명하군요.

 셋째로,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하길 권유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묻고 답에 귀기울여주세요.

 혼자 넘겨짚지 마세요.

 곁에서 함께 훈련을 하시는 거라면 저는 언제든 감사하게 여기겠습니다.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으니.

 오늘은 이만 들어가 볼게요."

 

 우아하게 인사를 한 후, 내 응접실로 돌아갔다.

 

 "...... 바보같은 놈."

 

 리베론의 목소리가 감겨왔지만, 못 들은 척 했다.

 리베론의 소통방식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할 뿐이었다.

 

 

 **

 

 

 "어우, 미쳤나봐!

 그대로 갈 뻔했네!!"

 "괜찮으십니까?"

 "괜찮겠냐?

 와이씨, 그 장로 3명이 실력이 없던게 아니었네.

 우와, 서늘했다. 진짜."

 "노란통이 그 정돕니까?"

 "흐흐."

 

 파란 로브가 벗겨진 채로 목을 문지르며 음흉하게 웃던 대장 격의 마법사가 돌아섰다.

 찬란한 금발의 군데군데 섞인 푸르른 하늘색 머리, 그에 어울리는 투명한 하늘색 눈, 잡티없이 하얀 피부까지.

 무해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아름다운 피사체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쏘여? 이제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전방위 공격이지.

 가까이서 불러내는 고위급 마물이 아니면 힘들겠어.

 이런 원거리 마물로는.

 일단은.

 마물말고, 인간 선에서 끝낼 수 있으면 끝내지.

 전쟁 나도 돼.

 이번엔 내가 자드밀로 간다."

 

 오랜만에 껄렁대는 느낌을 쫙 뺀 파란로브가 명령을 전달했다.

 

 "네!"

 "대답만 하지말고!

 이번엔 좀 제대로 준비해봐.

 독을 위주로 준비한다.

 자를 꼬리도 준비해.

 꼬리도 여러 단계로 준비해서 다른 쪽은 독 묻힌 칼 같은 것도 준비시켜봐.

 일타 삼피면 제일 좋으니까.

 노란통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이렇게 디테일하게 지시 내려야 돼?

 정리해서 2일 내로 갖고 와."

 "네!"

 "떼잉, 쯧!"

 

 다시 본연의 껄렁거리는 걸음걸이로 돌아온 파란 로브는 다시 얼굴을 가린 후, 포털을 향해 걸어갔다.

 

 "어후, 진짜 잘 좀 하자! 엉?

 공정 얼마 안 남았다?

 그 안에 장애물은 깨끗이 치워놔야 하지 않겠냐."

 "네!"

 

 휘휘 손을 내저으며 텔레포트 한 그의 뒤로 보라색 로브들이 참았던 숨을 내쉬며 분주히 흩어졌다.

 

 

 **

 

 

 1시간이 가까운 격한 토론 끝에 3일은 근육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3일은 껍질의 아름다움에 전념하기로 결론이 났다.

 '그러게 내가 처음부터... '를 말하는 나는 뒤로 하고 셋이 정중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흡사 서로 존경하는 전쟁터의 적장들 같았다.

 부단장 녀석의 코를 가로로 만들어 놓겠다며 먼저 올라온 홈크는 어째서 함께 진지하게 안나와의 토론에 임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화려한 챔버 기사단의 두 수장을 상대로 혈혈단신으로 무승부를 얻어낸 안나가 새삼 대단해보였다.

 지금도 몰래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놀다가 마물과 상대한 걸 들켜서 혼이 날까 걱정돼 내 마음이 콩닥대는 걸 보라.

 세계관 최강자는 안나일지도.

 

 순간 내 창문 맡에 키셀과의 비밀 연락망인 검은 비둘기가 내려 앉았다.

 

 'style. D-2.'

 

 드디어!

 길고 길었던 준비 끝에 드디어 더셀 오프라인 매장 '스타일'의 오픈 날짜가 잡혔다.

 나는 '스타1'로 짓고 싶었는데, 더셀 사장이 벌레보는 표정으로(키셀의 전언에 따르면) 절대 반대권을 꺼내들어서 성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나의 센스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섭섭했다.

 매장의 인테리어도 공들여 마감해놓고 물건만 생산하면 바로 오픈한다더니, 역시 생산 자체는 얼마 안걸렸다.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에 갇혀있다시피 할 때, 키셀은 밖에서 혼자 얼마나 고군분투 했을까 싶어 가슴이 쓰렸다.

 동시에 그같은 조력자가 없었다면 이 사업은 시작조차 못했겠구나 싶어 고마움도 샘솟았다.

 

 설렜다.

 지난 생, 사업의 ㅅ자도 모르던 내가 이 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섰다.

 몇 년간의 내 용돈이 모조리 공중분해 될 수도 있겠지만 괜찮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시작하자마자 공중분해 될 거라면 신이 말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또, 일링 상단도 이 사업의 성공을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반응만 오면 바로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낼 수 있도록 부지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했다.

 멸망 후 신의 손이라 불렸던 상단주의 선택이라면 괜찮지 않겠는가.

 떨리는 마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신님아, 부자되게 도와주시라.'

 

 다음 날 드레스를 골라준다는 명목하에 베스가 방문했다.

 왕실에서 입는 드레스는 나이와 지위에 따라 입을 수 있는 드레스 타입이 한정적이어서 고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엘리, 매실이 소식 들었어?"

 "아니? 뭔가 물어보면 없어보이잖아.

 난 너무 궁금한데 다들 눈치만 보면서 말을 안해주더라."

 "내가 그럴줄 알았지.

 걔 그렇게 잡혀가서 심문을 심하게 당했나봐.

 잠을 안 재우기도 하고.

 2일 꼬박 심문하기도 하고.

 밝혀진 바로는 저번 사건이나, 이번 마물 사건이랑 관련은 없는 것 같대.

 내가 봐도 걔가 그정도로 실력이나 뒷배가 있어보이진 않았어.

 그지?"

 

 차마 입밖에 내진 못했지만, 속이 다 시원했다.

 쌤통이다.

 

 "응, 그냥 남자 좋아해서 여기저기 어장 쳐놨다가 자기 맘대로 안 되니까 자폭한거 같은데?"

 "깔깔깔. 어장 맞다.

 정확하다."

 "베스, 나 할 말이 있어."

 "어머, 너 왜 이렇게 각을 잡아?"

 "안나, 다들 나가 있어줄래?"

 

 굳은 내 표정에 베스도 웃음을 멈추고 진지해졌다.

 

 "무슨 일이야, 엘리?

 너 .... 혹시 사고쳤니??"

 "무슨 사고???"

 "어휴, 엘리!

 내가 포옹까지만 하라고 했잖아!

 키스하거나 한 건 아니지??

 혼전 임신은 치명적이라고!"

 

 우리 귀여운 베스.

 후작가의 철통 방어 아래 키스하면 아이가 들어서는 줄 알고 있었다.

 옷을 벗어야 하는 옵션이 추가가 되어야 한다는 건 어렴풋이 배워가는 것 같았지만 아직도 정확한 방법은 모르고 있었다.

 성교육은 어머니만이 할 수 있다는 의식이 확고한 이 곳에서 내가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도 결혼 직전에 어머니가 손을 잡고 앉아 에둘러 설명하는 게 전부라고 들었다.

 상상만으로도 숨막히고, 제대로 진행될리가 없는 대화일 것이 분명했다.

 고로 내가 정확한 임신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보단 베스가 너무 귀여워서 피식 웃어버렸다.

 

 "왜... 왜 웃어? 엘리?

 진짜야?"

 "아니야! 깔깔.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다, 베스."

 "아, 놀래라.

 그럼 뭔데?"

 

 더 이상 베스 모르게 키셀과 만나는 것도 죄책감이 들던 차였다.

 그리고 이 설레는 마음을 누군가에게는 털어놔야만 했다.

 키셀과의 관계, 리베론의 답답하고 고장난 리액션 등등 한참을 설명했다.

 

 "허얼? 엘리! 너 이 기집애!

 나한테 이런 걸 말 안했어?

 나 서운해!!"

 "네가 처음이야, 베스.

 그럴 정신이 없어서."

 "난 진짜!!

 편지만 와도 다 말했는데!!"

 "알아 알아. 미안해.

 앞으론 다 말할게."

 

 불퉁거리며 발을 구르는 베스가 정말 꼭 사랑만 받고 자란 귀족영애다워서 밉지가 않았다.

 

 "그치만 엘리, 나 너무 설레!

 봄바람 같은 설렘을 이 늦여름에 느낄줄이야!!

 나는. 내 마음은 알아.

 꺄 미쳤나봐!!!

 마법사님 그냥 까칠한 남잔줄 알았는데, 장난 아니다~"

 "그지, 베스.

 나 진짜 매일 설레서 잠이 안 와.

 한동안 밥도 안들어가더라고.

 그런데 베스, 그...... 나한테 좋다거나 사랑한다거나 교제하자거나 한 게 아닌데......

 너무 나 좋을대로 설레는거 아니야?

 나중에 뒤통수 얼얼해지는거 아니야?"

 "너는 홈크 단장님한테 가서 머리도 쓰다듬고, 매일 꽃도 들고 가고, 단장님 저는 제 마음은 알아요, 이런 멘트 할 수 있니?"

 "....... 쏙쏙 들어오는 지적이었다."

 "그래, 그래도 아직 마음 다 주지마.

 너에겐 루터라는 마지막 장애물이 있다는 걸 잊지말고!"

 

 홀라당 잊고 있던 루터의 존재감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조연의 신세란 그런 것이다, 루터야.

 

 "그래, 루터는 뭐하고 사려나.

 인성은 괜찮은 애였는데."

 "네 막돼먹은 요구에도 수긍해준 것만 봐도 정말 세상 다시없는 착한 남자지.

 심지어 너한테 맞아서 모래를 먹었는데도 말이지!

 처음엔 그 좋은 혼처를 차버리나 싶어서 설득하려고 했는데.

 마법사님이 너무 혼을 빼놔서 루터에게 못 돌아가겠다, 너."

 "헤헤. 그런데 나 리베론경이 왜 저러는지 정말 모르겠어.

 나는 그냥 잊고 예전처럼 지내려고 하는데, 사이가 너무 불편해져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네."

 "너, 진심이야?"

 "응. 그래도 정말 좋은 스승인데."

 "에휴. 리베론 경만 불쌍해졌네."

 "왜?"

 

 혀를 끌끌 차던 베스는 곧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건 너희가 알아서 풀 문제지, 뭐.

 하지만 예전처럼 돌아가긴 그른 것 같고.

 리베론 경이 사람 상대하는데에는 서툰 점이 많아 보이니까, 네가 기회를 좀 줘 봐.

 누구나 너처럼 자신을 표현하고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능숙하고, 용감하지는 않아.

 마법사님만 해도 처음엔 삽질 많이 했잖아?"

 "그건 네 말이 맞다.

 내가 성격이 급해서....."

 "알지 알지~

 오죽 급했으면 무술 실력을 그렇게 쫙쫙 늘렸겠니.

 그나저나 너 지금 엄청 유명인사인거 알아?

 나는 그런거 몰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우리 마일러 기사단도 난리났어.

 널 한 번 초대해주실 수 없겠냐고 단장이 와서 직접 부탁하더라고."

 "에휴. 정말 별거 없는데......

 소문이 너무 과장되게 나서.

 걱정이다."

 "그래도 네 절친이라고 거들먹거려 놔서, 가을되기 전에 한 번 방문해줘. 호호."

 "네 부탁이면 당연히 가야지!

 걱정마, 베스.

 그나저나, 너도 왕실 파티 가?"

 "난 외출금지야.

 저번에 마물에 당할 뻔한 얘기를 듣고 집안이 난리났었어."

 

 은근 파티를 좋아하는 베스인데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너 없으면 나는 누구랑 수다떠니......

 파티 다음날 이벤트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다 곱씹는게 내 삶의 낙인데......"

 "나도 그래.

 그런 빅 이벤트를 눈물로 떠나보내야할 판이야.

 나는 지금 그간 얌전히 행동했으며 다른 영식과 눈길도 주고받지 않았다는 걸 부모님을 설득해야해.

 정원에 둘이 있다가 마물이 나타난 걸 들켜버려서......

 지금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아.

 그래도 너는 지금 왕국의 영웅이라 여긴 보내주신거지."

 

 한없이 발랄했던 베스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베스 부모님의 언사를 알고 있기에 속이 쓰렸다.

 

 "베스, 내가 제국에서 출판된 책을 한 권 봤는데.

 자식은 부모에게 불만이 있을수록 부모와 비슷한 사람을 선택해서 결혼하는 성향이 있대.

 그리고 부모에게 불만이었던 점을 바꾸고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똑같은 갈등을 겪으며 불행해진다는 이론이었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었어.

 그러니까 네가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불편하다면, 최대한 편안하고 네게 다 맞춰주는 남자랑 결혼해야 해.

 알았지?

 네가 미친듯이 끌리고 미친듯이 사랑하는 그런 남자 말고."

 

 선을 넘는 일일까 걱정됐지만,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물론 제국에 저런 책이 출판됐을리는 없고, 김지혜로 살던 시절 관심있게 읽었던 심리학 책에서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부분이었다.

 사회 분위기상 베스는 어른이 되자마자, 애정과 안정이 뭔지도 모르고, 불타는 열정이 사랑인 줄 아는 시기에 결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고르는 남자는 베스 부모님처럼 능력있고, 리더십있고, 동시에 강압적으로 통제를 하는 어른 남자일 확률이 높았다.

 베스는 또 지나치게 성실한 구석이 있어서, 자신을 억누르고 완벽한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지.

 그런 결혼에서 베스가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베스가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 사회에서는 저런 발언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가문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 영지전을 벌이기도 했다.

 얼굴이 빨개졌던 베스는, 자신의 손을 잡은채 제발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애타게 바라보는 내 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내가 걱정이 된거지?

 나... 순간 좀 화가 났는데......

 날 위해 목숨걸고 싸워준 네가 하는 말이니까,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응! 고마워, 베스.

 나도 주제 넘는 말인 건 아는데......

 네가 정말정말 행복해져서 너랑 가까운 곳에 살면서 매일 수다떨고 노는 게 내 꿈이란 말이야."

 "풉. 그럼 재밌긴 하겠다."

 "그지? 헤헤."

 

 우리 착한 베스는 곧 마음이 풀려, 해가 질 때까지 나와 수다를 떨고 놀았다.

 베스를 돌려보낸 후, 안나를 불러 2일 뒤 시내 외출을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림자 사장이지만 그래도 브랜드가 오픈하는 날에는 꼭 직접 보고 싶었다.

 어차피 내 돈으로 내 걸 사는 모양새겠지만, 마수걸이도 하겠다는 포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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