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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는 어느 로판에 빙의한 거죠?
작가 : 김김쓰
작품등록일 : 2022.1.16

이름부터 완벽한 평범의 길을 걷던 김지혜, 빙의조차 평범한 백작영애에게 했다?
특징조차 없는 주근깨투성이 이 영애는 도대체 누군데요?
남들은 빙의하면 악녀도 되고, 부자도 되고, 성녀도 된다는데 나는 여기서도 흔한 사람 1 역할을 맡고 있다.

빙의한 책을 찾기를 포기하고 돈 많은 난봉꾼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풀리는 빙의의 실마리들.
난봉꾼은커녕 세상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철벽 미남 2명을 모두 꼬셔야 한다?!

썸의 여신, 베스의 훌륭한 조언은 어려워서 성질대로 했더니.

"사업에 관련된 계약만 해야하나요?
제 영혼이나 당신의 지능과 같은 것과는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나요?"

나사가 풀린 마법사와,

"다, 다음에 한 번 가가같,이 한 번 가보는게 어떨지 네 생각이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 편이었어."

생각보다 더 쑥맥인 검사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하는 빙의녀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거사 좀 치뤄보자 우리?
응? 100년을 기다렸잖아?"

빌런이 100년간 계획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온의 이야기.


#동생바보 #딸바보 #평범 #빙의 #멸망 #먼치킨 #흔녀의_2회차_삶 #힐링

 
13
작성일 : 22-01-21 19:05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7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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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쓰러진지 1주일이 됐다.

 

 "아!! 못 참겠다!!!!

 안나, 운동복이 어디있지?"

 

 한량도 나름이었다.

 이번 생은 포기한 한량을 뒤로하고 연무장으로 나갔다.

 

 "아가씨!"

 "어?

 다들 있었네?"

 

 부단장을 필두로 한 기사단이 모두 철컥,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저희의 불찰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래그래~ 모두의 불찰이지.

 생각같아서는 아카데미장도 벌을 주고 싶으니까.

 벌은 앞으로도 쭉, 평생, 죽어서도 영원히, 내가 원하면 나와 훈련 해주는 거야."

 

 찡긋, 습관같은 웃음과 윙크의 조합에 어린 종자 몇이 얼굴을 붉혔다.

 짜식들.

 누나한테 벌써 반하면 나중에 장가 어찌 가려고.

 

 "네!"

 

 기합이 잔뜩 들어간 기사단을 일으켜세워서 같이 몸을 풀었다.

 오랜 기간 침대에 늘어져있던 근육들이 늘어져있고 싶은 의지를 어필했으나 반강제로 팽팽해졌다.

 역시 움직임의 상쾌함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무술 대회의 몇 안 되던 대련이 도움이 됐는지, 스스로의 움직임이나 공격루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훈련해보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검사들이 검술 스타일에 따른 공략법을 알려줬고, 거기에 나의 타고난 스피드와 탄력이 더해지자 시너지가 굉장했다.

 

 "아가씨, 저같은 검사는 이렇게 힘이 들어간 다리는 방어력이 강합니다.

 뒤 쪽의 다리를 공격하는 게 정론입니다."

 "그럼 이렇게 공격해 들어갈 때 나를 노릴 거잖아?

 그럼 내가 힘이 들어간 중심다리를 공격하는 건 어때?"

 "그건 의미가 없을텐데요.

 방어구도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거기말고, 이 다리 뒤쪽."

 

 몸을 날려 지탱하는 다리의 종아리나 오금을 공격하자 기사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하, 젠장!"

 "가서 박아.

 젠장이 뭐냐!"

 

 어느 새 나타난 홈크 단장이 기합을 명했다.

 

 "단장, 나도 젠장 정도는 알아!"

 "네네.

 아가씨, 좀 더 일찍 나오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약해지셨군요."

 

 한 번도 내게 보인 적 없던 차가운 단장의 표정에 말문이 막혔다.

 

 "아가씨의 말이 옳았습니다.

 저희는 아가씨를 백프로 지켜드릴 수 없으니 스스로 모든 경우를 대비하셔야 합니다.

 오늘부로 저, 홈크는 백작님의 허락 하에 아가씨를 강하게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정중하게 양 손 아래 검을 쥔 자세로 그는 스승과 사제의 예를 취했다.

 얼결에 같은 자세로 인사를 마친 후, 내 앞에 펼쳐진 지옥 훈련에 후회를 하기까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아오!

 너희 원래 이렇게 훈련해?

 미쳤네!"

 "아가씨가 이 정도도 안 하고 그런 실력을 이룬 것 자체가 신기한 겁니다!"

 

 동료와 경쟁했다가, 스스로와 경쟁했다가, 신과 경쟁했다가, 죽음과 경쟁할 때쯤 겨우 홈크가 외쳤다.

 

 "기초는 여기까지다.

 모두 모래주머니를 풀고, 무기를 들어라."

 

 신이시여.

 역시 학생들 사이에 4강 정도는 왕국 리그에서 이 정도의 위치였다.

 자드밀의 백작가에서 이렇게 빌빌대면 멸망을 막기는 커녕, 시정 잡배 잡는 자경단 정도나 할 수 있으리라.

 고통을 호소하는 내 몸은 쌍둥이까지 장착하자 차라리 쓰러지는 것을 택하려고 했다.

 괜시리 동공을 풀어보려는 순간 홈크의 목소리가 나를 잡았다.

 

 "쓰러지는 새끼들은 내일 기초 2배다.

 정신 붙들어."

 

 그래!

 나는 할 수 있다!

 엘리온 화이팅!!!!!

 

 

 매일 훈련이 끝나고 쓰러지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도저히 못 나가겠다는 전언을 보내려다가 아카데미 4강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나,라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나가는 날도 있었다.

 수저 들 힘도 없고, 토할 정도로 반복된 훈련으로 식욕도 떨어지는 날들이 지나 베스의 전언이 왔다.

 

 '3일밖에 안 남았는데, 드레스는 언제 고를거야? 난 이미 골랐는데! -B-'

 

 라는 짤막한 메모를 보고야 달력을 확인했다.

 쏜살같이 흘러간 시간을 보고야 정신이 들었다.

 

 "안나!

 나 드레스 맞출 시간이 없는데 3일 후에 파티야!

 내가 주인공 중 하난데 어떡하지?"

 

 내가 파티의 주인공이라는 멘트를 하는 날이 오는구나.

 항상 '그 외'나 '등등'을 맡던 나로써는 감격스럽지 아니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호들갑을 떠는 나를 바라보며 안나가 전문가다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가씨 이미 사이즈에 맞춰서 다양한 드레스를 미리 주문해뒀습니다.

 내일이면 다 올테니 고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디테일 수정은 저희가 다 할 수 있으니 걱정마시고요."

 "안나, 건방진데 너무 멋있었어 방금.

 아니 그런데 파티는 하룬데 그렇게 많이 주문하면 어떡해?"

 "아가씨 그동안 아가씨에게 배정된 의복비로 운동복밖에 안 사셨잖아요!

 드레스들을 주문하고도 돈이 남는 수준이에요.

 챔버가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이랬던 적이 없단 말입니다."

 

 잔소리가 시작되려는 기미가 보였다.

 지금 커트하지 않으면 족히 15분이야!

 

 "역시 우리 안나밖에 없다!

 정말 대단해.

 와우! 퐌타스틱 어메이징!

 그럼 나 베스한테 이거 전하고, 내일 베스와 옷 갈아입으며 놀 수 있게 장소 셋팅이랑 다과들 준비해줘.

 내일은 오후 훈련 쉬어야지, 안 되겠어."

 "어머, 아가씨 잘 생각하셨어요.

 근육 푸는 마사지 말고도 이제 미용 마사지와 향유팩도 하셔야죠."

 "그래, 내일 오후부터 이 몸은 안나의 것으로 명한다!"

 

 간만에 활짝 편 안나의 얼굴을 보며 지옥 탈출을 자축했다.

 저녁은 안 먹어도 미용은 건너뛰면 안 된다며 억지로 늦은 저녁 안나의 일당들에게 일으켜졌다.

 점점 강렬해지는 여름 햇살에 그을려진 몸과 얼굴에 열기를 빼는 팩을 한 번, 미백의 팩을 한 번, 탄력의 팩을 또 한 번 하고, 향유 마사지, 두피 마사지 등등 셀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해방될 수 있었다.

 전문가의 손길에 잠이 들 만하면 깨고, 몽롱해지다가 깨고를 반복하다보니 마지막 쯤엔 잠이 완전히 깨버렸다.

 

 마사지를 받으며 안나에게 훈련이 얼마나 모공과 피부에 좋지 않은지, 단장의 지옥 훈련이 승모근 발달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설명했다.

 안나는 무서운 기세로 파티까지는 훈련에 절대 나갈 수 없다고 선포했고, 이를 전하러 곧 기사단으로 갔다.

 안나는 천하무적이니까 3일간 훈련은 열외구나.

 감격의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당분간 새벽 훈련도 없겠다, 산책을 나가볼까!'

 

 챔버가는 사용인들이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역사도, 명예도, 능력도 있는 백작가였다.

 작위는 백작이지만 공작이나 후작의 수가 많지 않은데다 대대로 행정가를 배출하며 충성을 다 해온 집안이었기에 백작 중에서는 돋보이는 위치였다.

 이를 보여주 듯 챔버가의 수도 저택은 규모가 상당했다.

 정원도 화려함은 덜 했지만 정갈했고, 역사를 증명하듯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움을 뽐냈다.

 

 여름 밤의 녹음을 뿜어내는 나무와 풀들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밤은 깊었지만 달이 있어 어둡지 않았고, 가끔 순찰을 도는 기사단이나 하루를 마치고 삼삼오오 숙소로 가는 사용인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더 고즈넉한 산책을 기대했는데 마주치는 사람이 많아지자 조금 더 깊이, 정원 안쪽을 걷게 됐다.

 

 사람의 발자취가 닿지 않을수록 녹음의 향은 짙어졌고, 여름 밤의 향내와 풀내음, 벌레의 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만 남아 신비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문득 아무도 없는 요정의 숲을 혼자 걷는 기분이 들어 충동적으로 신발을 벗었다.

 사브작 거리는 발소리와 발을 간지럽히는 푹신한 잔디의 느낌에 무척이나 행복해졌다.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뱅글뱅글 돌기도 하다 누워볼까 싶어서 앉았을 때였다.

 

 "흡."

 

 이상한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려왔다.

 

 "누구냐."

 

 나무 사이의 인기척이 문득 사라져버려서 잘못 들은걸까 갸우뚱할 쯤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났다.

 하필 무기도 없는데!

 저택 안이라 너무 안심했다.

 

 "나와.

 어떤 새낀진 몰라도 똑똑하진 않나보네.

 기사단 부를 필요도 없어."

 

 조용히 들고 있던 슬리퍼에 손을 집어넣어 밀착시켰다.

 깃털과 가짜진주로 장식된 슬리퍼가 내 손에서 비장하게 나풀거렸다.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들어는 봤을 것이다.

 지옥의 쌍둥이를 들고 다닌다는 갈색 마녀다.

 마마라는 별명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군. 후후."

 "크하하하하하학. 읔억학학학."

 

 비장한 내 말이 끝나지도 전에 건방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으로 해보는 자기 소갠데!

 바들바들 떨어야지 저런 경박한 비웃음이라니!!

 

 "웃어? 웃어????

 야, 나 진짜 빡쳤다.

 나와라.

 사지를 뼈만 분리해서 빨래처럼 늘여 정문 앞에 널어줄테니."

 "끄끄끄끄끅. 흐히하흐힣.

 에...엘리 미안. 쿠캌쿸쿠쿸.

 나다 리베론."

 "아, 진짜!!

 리베론, 왜 여기 있어요!

 깜짝 놀랐네!!"

 "후하후하. 아니 홈크단장이랑 한잔 하고 가려다 달빛이 좋아 여기까지 왔는데. 푸흐흐헙.

 네.. 네가 신발벗고 이상행동을 하더니... 크크크크킄크.

 아 배가 너무 아파.

 운동했을 때보다 복근이 아프군. 풉큭큭."

 

 내가 한 행동과 말을 곱씹은 뒤, 나는 폐관수련을 결심했다.

 아무리 뻔뻔한 나여도 도저히 창피해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안녕히 들어가셔요.

 아카데미는 자퇴하고 개인 교습도 끝입니다.

 세상을 하직하는게 나을지도......"

 "아 잠시만!"

 

 삐걱거리며 돌아서는 나를 날듯이 다가와 리베론이 팔을 낚아챘다.

 무기를 들지 않은 리베론의 손길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내 팔에 날 듯이 앉은 그의 손이 불처럼 뜨겁게 느껴져, 화들짝 놀라며 한발짝 떨어졌다.

 훈련 때와는 다른 조심스러움이었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이미 창피함은 저 멀리 날아갔다.

 

 "네?"

 "아, 갑자기 잡아서 무례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네가 갑자기 가려고 하니까......

 그래도 무례한 게 맞긴 한데......

 하... 왜 이렇게 말이 안나오지.

 미치겠군."

 

 그에게 말을 정리할 시간을 주려고 또 빤히 쳐다보며 기다렸다.

 웃느라 시뻘개졌던 그의 얼굴은 평소 혈색을 되찾았고, 술을 한잔 했는지 얼굴 근육도 풀리고 장벽도 낮아진 그는 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

 짝다리를 짚고 뒷머리를 긁적이는 그는 항상 단정하던 머리가 좀 흐트러져있었다.

 자세도.

 술버릇이 잘 웃는 것인지 눈가에는 촉촉한 웃음이 가득 달려있었고, 가지런한 건치는 환상적인 미소를 그리듯 그려냈다.

 남아있는 여름 낮의 뜨거움 때문인지 얼굴에 살짝 맺힌 땀까지, 완벽한 섹시함을 뽐내며 리베론이 내 앞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엘리, 우리 걸을까?"

 

 그의 그런 모습이 그제야 20살의 서툰 청년의 모습 같았다.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려던 냉철한 교수의 실제 모습이 이렇게나 소년같다니.

 의외였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글쎄, 마마에게 슬리퍼로 뼈도 못 추리게...푸흡.

 맞더라도 빨리 구해지도록....합하아합.

 좀 트인 .......곳으로......풉크크크크킄."

 "전 이만 접시물에 코 박으러 가 볼게요."

 "아니다, 내가 세상에서 본 것 중에 제일... 강렬해서 그래."

 

 그 일은 영원히 잊어버리지 않겠지?

 지금 돌로 머리를 세게 치면 기억상실에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온갖 험한 계획을 세우다가 리베론의 얼굴을 보았다.

 새까만 강아지가 간식 든 주인을 보는 얼굴로 초롱초롱하게, 눈가에 웃음을 주렁주렁 매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그가 저런 얼굴로 체리를 바라보는 것을 알았던 날.

 멸망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베스의 말처럼 그가 나를 마음에 담은 것은 아닐까?

 오해와 망상을 마구마구 생성시키는 무장해제 눈빛을 하고있었다.

 

 어쩌면, 리베론은 그냥 나를 놀려먹는 게 그 정도로 재미날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그가 나와 절절한 사랑만 빠지지 않는다면 그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는 느낌은 참 좋았다.

 

 "네네. 리베론 20살이었다면서요?

 전혀 몰랐네요.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무위를 이룰 수 있었죠?"

 "내 나이 몰랐어??"

 "네. 누가 봐도 산전수전 다 겪은...... 30대....."

 "아니, 말이 안 되지 엘리!

 이 얼굴로 30대까지 싱글일리가 없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징글징글한 자기애다.

 대단하다 정말.

 

 "아마 성격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죠?"

 

 얄미워서 툭 내지른 대답에 리베론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는 법이 없지, 하여튼.

 검은 유전적이기도 했고, 아버지가 무위가 뛰어나셨거든.

 그리고 일찍부터 체계적으로도 배우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어.

 모든 박자가 잘 맞춰졌고, 그 덕분이지.

 엄청난 천재 그런 건 아니야."

 

 굳은 살이 잔뜩 박혀버린, 노력의 손바닥을 펴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달빛에 잘 보이지 않는 그의 노력을 자세히 보려 손을 가까이 하자, 움찔, 그의 손이 조금 멀어졌다.

 아, 이 착각러.

 분위기에 취해 마음이 열린 건 그가 아니고 나였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생에서도 금사빠의 오명을 씻지 못하더니 여기서도 그러고 있네.

 

 "그런 좋은 분위기에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독립하게 된 거에요?

 아직은 결혼도 안 했고.

 또 그런 가풍은 평민가에서는 나오기 힘들텐데......"

 "아, 제국에 있을 때?

 사정이 있어.

 아직은 누구에게 말하기는 그렇고, 그냥 세계의 평화를 위해 그런 거라고 생각해둬."

 

 네네, 그런 님이 막상 세계의 멸망 앞에서는 연인을 택한다 이 말 입니다.

 

 "그래요 그럼.

 그건 그렇고 리베론도 힘 좀 빼요.

 만사 그렇게 진지하고 고독하게 고민하며 살려면 힘들잖아요."

 "내가 그래 보여?"

 "네, 혼자 세상을 구하고 싶어하는 영웅 같아요.

 그런데요, 영웅과 빌런의 차이는 영웅들은 잘 뭉치지만 빌런들은 이기심 때문에 흩어진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항상 영웅들이 이길 수 밖에 없는거죠!

 그러니까 혼자 그러지 말고 친구도 좀 만들고 그러세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답은 않고 나만 빤히 쳐다보다가 씨익 웃는 그를 보며, 이해를 포기했다.

 그래, 나도 이제 모르겠다.

 니 꼴리는대로 해라.

 나, 엘리는 연애 고자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 늦은 밤에 남자와 단 둘이 정원산책을 하다 걸리면 사단이 날 것이 분명했기에 어서 나가보라고 돌려보낸 후,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저택의 담이 보일 정도의 구석진 곳에 정교하게 조각된 조각상이 보였다.

 나무에 잔뜩 가려져서 오히려 낮에는 나무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조각상이었다.

 

 크기도 작고, 상징성이 있어보이지도 않고, 왜 이런 구석진 곳에 이런 정교한 조각상이 있는지 한참을 둘러보았다.

 조각상은 가문의 상징인 매였다.

 상당히 오래 되어 보이고, 관리도 되지 않았지만, 먼 곳을 바라보는 매의 날카로운 눈빛만큼은 아직도 잘 표현되어 있었다.

 매 옆에는 둥지처럼 보이는 작은 오목한 홈이 파여있었고, 나뭇잎과 먼지만 쌓여있을 뿐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유적을 탐사하듯 한참을 앞에 앉아 관찰하던 중 매가 올라선 단상에 새겨진 문양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 이 문양은...'

 

 마법 문양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학자 외엔 알아보는 사람이 없겠지만 나는 분명히 알았다.

 키셀과 계약을 마치고 악수를 하면 손등에 떠오르곤 하는 그런 문양이었다.

 이게 왜 여기 있지?

 나중에 키셀에게 물어봐야지, 하고는 문양을 외워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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