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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용병아이돌
작가 : 엉클레오
작품등록일 : 2022.1.5

특수부대 출신의 아이돌!
그가 자유와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을 위해 다시 총을 들었다!
세계를 누비며 춤과 노래로,
그리고 정의의 결단으로 악한 세력을 처단하는 아이돌용병의 밀리터리액션!

#공모전 #아이돌 #밀리터리 #액션 #현실적 #미남 #인류애

 
제14화 사명자들
작성일 : 22-01-13 21:01     조회 : 166     추천 : 0     분량 : 7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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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촌에는 여러 개의 텐트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사람들이 쓰는 공동화장실과 취수장 등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유니월드> 직원 한 명이 하람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꽤 오랫동안 여기서 머무르고 있어요.

 구호물자들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기는 하는데 전염병이나 소요가 한 번 발생하면 끝장이죠. 이런 거 처음 보시죠?”

 

 하람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 대답했다.

  “사실은 예전에 소말리아에 6개월 정도 파병을 간 적이 있습니다. 난민촌은 아니었는데 모가디슈 근교에서 이런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죠.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딜 가나 비슷하더라구요.”

 

 이렇게 말하는 하람에게 그 <유니월드> 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시군요. 맞다! 특수부대를 나오셨다고 했죠? 대단하시네요. 저는 신영철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장하람씨의 시리아 일정을 제가 담당할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손을 내미는 영철과 악수를 하며 하람도 밝은 어조로 답했다.

 

 영철은 하람과 함께 난민캠프의 사이로 거닐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리아는 아시다시피 ISIS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너무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어요. IS에 의해서만이 아니고 우방국들에 의해서도요. ”

 ※ISIS: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의 영문이니셜. 줄여서 통상 ‘IS'라 칭한다.

 

 하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영철의 말을 받았다.

  “IS가 민간인 지역에 섞여 있어서 그런 피해가 생겼다죠?”

 

 영철은 한숨을 크게 쉬며 돌멩이를 툭 찼다.

  “맞습니다. 비열한 놈들이죠.

 그놈들은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에게까지 욕을 먹을 정도로 악랄해요.

 그런 IS를 피해서 많은 시리아 사람들이 요르단이나 이라크 등으로 도망갔죠.

 그러는 과정에서도 그 나라 국경수비대나 군인, 경찰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지금 이 곳은 시리아에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안전지대에요.

 나머지는 IS가 장악해 버려서 사람들은 이곳에서 포화상태가 되어 엄청 고생하고 있죠.

 심지어는 구호물자를 그놈들이 가로채는 경우도 허다해서

 여전히 병이나 굶주림에 취약한 상태입니다.”

 

 말을 이어가던 영철은 뭔가 떠오른 듯 멈춰 섰다.

  “그래서 하람씨 같은 분들의 홍보가 절실합니다. 홍보라고 하니까 좀 상업적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 동원해서 이 사람들이 이런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해줘야 해요. 지금은 그나마 휴전인데 언제 IS가 다시 약속을 깨고 여길 쑥대밭으로 만들지 몰라요. 미군들이나 러시아군도 다 포기하다시피 하고 철수하고 있으니까요.”

 

 그때, 히잡을 한 소녀가 다가왔다. 히잡 속에 얼굴이 반은 가리워져 있었지만 앳된 모습의 소녀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Nice to meet you. I expect to mee you. ”

 (반갑습니다. 당신을 만나기를 기대했어요.)"

 그 소녀가 서툰 발음의 영어로 말했다.

 

 하람은 눈을 크게 뜨며 소녀에게 웃어 보였다. 옆에 있던 영철도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Hi, Pretty lady. Are you Fan of J.K.B(진격소년단의 영문이니셜)?”

 (안녕, 예쁜 아가씨, 진격소년단의 팬이야?)

 영철이 장난스럽게 부른 레이디라는 호칭에 소녀는 킥킥 웃었다.

 

  “Sure, I am very fan of you. I like you so much, Haram.”

 (당연히요, 저는 당신의 열렬한 팬이에요. 당신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하람.)

 

 “앗쌀라 무 알라이쿰(안녕하세요.)”

 하람의 아랍어 인사에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옆에 있던 영철도 웃으며 소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소녀는 자신의 크로스백에서 뭔가를 꺼냈다. 순간, 영철이 잠시 뒷걸음을 쳤는데 하람 이외에는 눈치 채지 못했다.

 소녀가 꺼낸 것은 <진격소년단>의 브로마이드였다. 얼마나 열심히 접어 놓았는지 종이가 너덜너덜했다. 소녀는 사진 속에 가운데 있는 하람을 가리키며 좋아했다.

 

  “Sign on it, please. (여기에 싸인 해 주세요.)"

 소년가 수줍은 소리로 묻자 하람은 웃으며 자신의 가방에서 펜을 꺼냈다. 영철이 파일케이스를 받쳐주고 하람은 소녀의 브로마이드에 싸인을 해 주었다.

 

 “What's your name? (이름이 뭐지?)"

 

 "Sadina (사디나)“

 

 사디나는 하람의 싸인이 든 브로마이드를 반으로 접더니 좋아하며 돌아서 갔다. 가면서도 내내 그녀는 하람에게 손 인사를 했다. 하람도 웃으며 여러 번 인사에 응했다.

 

 영철이 다시 걸으며 말했다.

  “놀랍지 않아요? 여기 이 아이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할 건 다해요. 처음에 제가 여기 왔을 때 중동 사람들이니까 알라신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더라구요. 아이스크림, 축구공, 그리고 외국의 팝스타들을 너무 좋아해요. 다만 이런 것들을 자유롭게 누리지 못할 뿐이죠.”

 

 하람이 의아한 듯 물었다.

  “이런 것도 제약을 하나요?”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게는 한류스타나 배우들은 우상이 될 소지가 있어서 악한 것들이죠. 전에 알레포 지역에서 마이클잭슨의 노래를 듣던 10대 아이들 두 명이 IS에게 처형되었어요. CD를 입에 물린 채 목을 썰어 버렸어요. 산 채로......”

 

 영철의 이런 말에 하람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취미활동일 뿐인데, 그것을 신성모독으로 보는 이들......

 

 한 천막에 다다르자 영철은 하람이 들어갈 수 있게 걷어주었다.

 하람은 들어가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았다. 사디나가 남동생으로 보이는 꼬마와 손을 잡고 한 쪽에서 하람을 훔쳐보고 있었다. 하람은 씨익 웃어주고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아까 사디나라는 아이가 가방에 손을 넣었을 때 놀라신 건 혹시나 테러일 수 있어서인가요?”

 하람은 사실 이유를 알았지만 확인하고 싶어 물었다.

 

  “네, 여기서는 흔한 이유죠. 예전에도 난민촌에서 미군들이 테러에 당한 적이 많습니다. IS가 난민으로 위장을 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난민 중에 가족이 인질로 잡혀 어쩔 수 없이 테러에 가담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저런 어린 아이들도 테러범이 될 수 있나요?”

 하람의 질문에

 

 영철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죠. 그런데, 또 끔찍한 건 저런 어린 여자 아이들이 IS에 성노예로 납치되는 거죠.”

 

  “성노예요? 그런 게 실제 있습니까?”

 

 하람의 질문에 영철은 자리에 앉으며 물을 컵에 따르고는 대답을 이어갔다.

  “매우 흔한 편이죠.

 IS전사들이 성전을 치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도록 강요하면서 그 전에 여자 아이들을 던져 주고 쾌락을 경험하게 하죠.

 그러고는 ‘네가 알라를 위해 죽어 천국에 가면 이런 쾌락을 매일 누릴 수 있다.’

 뭐, 이렇게 세뇌한다고 해요.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친한 IS가 없어서...”

 

 농담을 섞어 하면서도 영철의 표정은 어두웠다.

 

  촬영팀과 광고에 관한 콘티를 논의하고 하람은 바람을 쐬러 울타리 곁으로 왔다.

 시리아 병사 한 명이 하람을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영문은 몰랐지만 좋은 뜻으로 하는 것 같아 보여 하람도 같은 제스쳐를 그에게 보여줬다.

 그가 씨익 웃더니 다시 경계를 섰다.

 

  하람은 걷다 난민촌 한 구석에 있는 하얀 천막에 눈이 갔다.

 다시 보니 그 천막의 중앙에 붉은색 십자가 표시가 있는 걸로 보아 임시진료소인 듯 했다.

 하람은 조심스럽게 그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의사 가운을 입은 이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간호사로 보이는 여자 세 명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이들 중 남자는 서양인이었고 여자는 아시아계였다.

 

 하람이 다가서자 붕대를 감고 있던 여자 의사가 하람을 보더니 반갑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 연예인이다.”

 

 그녀의 한국말에 하람은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물었다.

  “한국 사람이세요?”

 

  “방금 들으신 대로요.”

 여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하람에게 대답했다.

 

 옆에 있던 서양인 남자의사도 하람에게 눈인사를 하듯 미소를 지었다.

 

 하람은 신기한 마음이 계속 되며 여의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의사는 처치를 마치더니 간호사에게 나머지를 부탁하며 돌아섰다.

 

  “이제 다 끝났네요. 아, 세 시간 동안 서 있었어요. 커피 한잔 하실래요?”

 

 여의사의 제안에 하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막 옆에 있는 컨테이너로 하람을 데려간 그녀는 그에게 믹스커피를 타주었다.

 

  “물이 미지근할 거에요. 전력을 옆의 병동에서 다 끌어 써서 약해도 그냥 이렇게들 먹어요.”

 

  “감사드립니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이신가요?”

 하람의 질문에 의사가 자리를 권하며 여유 있게 대답했다.

 

 “네, 맞아요. 저는 대구 사람인데 여기저기 다니며 치료하다 보니 대구에 가본지는 10년도 넘었네요.”

 

  “저는 어떻게 아세요?”

 하람의 의아한 표정에 여의사는 크게 웃더니 말했다.

 

  “왜요? 아줌마가 아이돌을 아니까 신기한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하하”

 

 하람의 멋쩍은 웃음에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우리 딸이 지금 고삐리에요. 그런데, <진격소년단> 빠순이라나? 빠순이가 뭔진 알죠?”

 

 그 말을 들은 하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쉽게도 선생님이 팬은 아니네요.”

 

  “오, 저도 지금 이렇게 하람씨를 보니까 팬이 막 되고 싶은데요.”

 

  “여기 계셨군요. 한참 찾았어요.”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영철이 끼어들며 들어왔다.

 

  “아, 두 분이 벌써 인사 나누고 계신 거에요?”

 

  영철의 물음에 여의사가 하람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이연숙입니다. 외과의사고요.

 아시는 바대로 <국경없는 의사회> 빠순이에요. 하하하”

 

  그녀의 경쾌한 말에 하람도 영철도 웃음지었다.

 

  “여기 와서 한국분들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갑네요.”

 

  “그러게요. 저도 외국에서 오래 있다 보니 한국 사람만 보면 막 본 성격이 나와요.

 친한 척 하고 싶고, 수다도 떨게 되고.”

 

  “여기 오래 계셨어요?”

 하람의 질문에 영철이 거들었다.

 

  “우리 연숙 누님은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도 위험한 곳만 찾아서 가는 완전 멋진 여자에요. 남자들도 꺼려하는 분쟁지역들만 찾아서 다니시는 분이죠.

 한국에서 계셨으면 대학병원 교수님은 맡은 당상인데 다 마다하고

 이렇게 함께 하시며 난민들이나 군인들을 치료해 주세요.”

 

 영철에게 손을 저의며 연숙이 말을 받았다.

  “아우, 과장님! 나 비행기 태우지 마.”

 

 이어 연숙은 하람에게 말했다.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친정엄마한테 맡기고 중동으로 왔어요.

 처음엔 이라크, 그리고 아프칸, 또 여기 시리아... 남편의 유언이었거든요.”

 

  이 말을 들은 하람의 표정이 흠칫 놀라는 기색이 보이자

 연숙이 말을 잠시 멈췄다 이어갔다.

 

  “우리 애 아빠도 저랑 같은 외과의사였어요. 같이 의대생 시절부터 C,C(캠퍼스 커플)였는데 결혼식도 아프리카에서 올렸죠. 동료들과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축하받으면서, 저의 꿈이기도 했는데 남편도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참 잘 맞는다 싶었고 일도 열심히 했지만 저를 끔찍이 아껴 줬는데 6년 전쯤인가? 이라크에서......”

 

 연숙은 마시고 난 종이컵을 버리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편의 뜻을 저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못 떠나고 있어요. 힘든데도......

 죄송해요. 제가 초면에 너무 말이 많죠?“

 

 숙연히 듣던 하람은 정색했다.

  “아닙니다. 힘드셨겠어요. 대단하세요.”

 

 영철이 한 마디 했다.

  “그렇죠? 보통 그런 일 겪고 나면 이 쪽은 쳐다도 보기 싫을 텐데 우리 누님은 정말 대단하신 거에요. 그동안 연숙누님이 살린 난민들과 군인들이 몇 트럭일 텐데,

 심지어는 IS놈들도 치료해 주신다니까요.”

 

 연숙이 말렸다.

  “아이고, 됐어요. 그러다 내 위인전 쓰겠네. 그럼, 전 또 일하러 갑니다.

 행크가 나 오래 쉰다고 또 투덜거리겠다. 호호”

 

  행크는 아마도 아까 그 서양인 의사를 가리키는 듯 했다.

 컨테이너를 나가던 연숙이 다시 문을 열고는 하람에게 말했다.

  “참! 여기서 떠나시기 전에 우리 딸에게 싸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같이 사진도 찍어주시면 더 영광이고! 진격소년단 직접 봤다고 말만 하면 안 믿을 거 같아서~”

 

 하람은 당연하다는 듯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얼마든지요.”

 연숙이 문을 닫고 나가자 하람은 자리에 앉은 채로 영철에게 물었다.

  “저는 <국경없는 의사회>도 잠깐씩 이렇게 왔다 가는 줄 알았는데 저렇게 오래 봉사하시는 분들도 있군요.”

 

  영철도 믹스커피를 타며 대답했다.

  “네, 대단한 분들이죠. 의사라고 하면 실력에서도 누구한테 뒤지지 않고

 각자 자기 나라에서 돈이든, 명예든 다 가질 수 있는데 저렇게 한번 경력 쌓으러 왔다가, 또는 젊은 혈기에 왔다가 떠나지 못하고 계속 있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거 보면 슈바이처가 따로 없어요.”

 

  하람은 시선을 영철에게 돌렸다.

  “과장님도 그런 거에요? 한번 오셨다가 여기 사람들의 상황이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는 그런 거?”

 

  영철은 커피를 마시다 쓴 웃음을 지었다.

  “저 같은 사람은 비교가 안 되죠. 저야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저 분들은 다 자원하는 거거든요.”

 

  영철의 그 말에 하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무리 회사에서 시켜도 이런 곳까지 오는 건 대단하신 건데요.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봐요. 저는 사실 그 사명감이라는 말에 대해 한없이 부끄러운 사람이라 과장님이나 의사선생님 같은 분들을 뵈니 고개가 숙여지네요.”

 

  “하람씨 같은 분이 부끄러울 게 뭐가 있나요?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제가 더 부끄러워지네요. 그런데, 사실 이 일이 그래요.

 저는 사회복지과를 다니면서는 여러 가지 꿈을 꾸었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지, 내가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되어야지 하고요.

 그러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고 오지나 분쟁 지역으로 파견을 나오면 또 일이니까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렇게 힘들다고 투덜거리며 일하다 보니까 언젠가부터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무 죄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죽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굶주림으로 힘들어 하면서 쓰러져 가는 사람들...

 그리고, 다음에 회사가 다시 들어오라고 해도 마냥 좋아하지 못해요.

 이곳의 사람들 눈빛이 너무 생각나죠.

 피부색도 다르고, 말하는 것도 생판 틀린데 저만 보면 달려와서 좋아하는 아이들이나

 구호물품을 받고 정말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부모들...

 그런 자녀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노인들... 가족들을 지키려 총을 잡아야 하는 소년들... 이런 것들이 저를 자꾸 돌아오게 만들고 못 도망가게 붙잡죠.”

 

  하람은 다시 숙연해 졌다.

 

  “저도 하람씨 앞에서 말이 많았네요. 하하~ 쉬세요.

 얼른 숙소로 가 보세요. 불편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해 놓았습니다.”

 

 영철도 숙연한 표정에서 다시 밝은 표정으로 바뀌더니

 이 말을 하고는 바로 컨테이너를 나섰다.

 

 

 

 

  다음 날,

 CF촬영이 시작되고 하람은 아이들을 안고 있다가 감독의 큐 싸인에 연기를 시작했다.

 콘티에는 하람이 난민 아이들에게 영양식을 먹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하람은 스태프가 데려온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눈에 초점이 없었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하람이 싱긋 웃어도 아무 반응 없이 그저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

 

  영철이 옆에서 하람에게 귀뜸을 했다.

  “동네에 IS가 들이닥쳐서 탈출을 하다가 부모를 잃은 아이에요.

 지금은 옆집 사람들이 같이 데리고 있는데 집 안으로 들어온 수류탄을 아버지가 몸으로 감싸서 가족들을 살렸다나봐요. 그 때 충격으로 애가 실어증에 걸렸고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안되니...”

 

  수류탄을 덮어서 대신 죽었다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하람이 움찔했다.

 자신의 허물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하람은 아이를 보며 아무 표정도 할 수 없었다.

 감독의 큐 싸인에도 하람이 아무 연기가 없자 감독이 하람을 불렀다.

 

  “하람씨?”

 

  하람은 혼란스러운 듯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제가 잠시 쉬었다 할 수 없을까요?”

 

  감독은 ‘빨리 찍고 가야 하는데... 위험지역이라’라며 중얼거리듯 말만 하고는 알았다고 했다.

 

  하람은 밖으로 잠시 나가서 바위 위에 앉았다.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누구보다도 그랬어야 하는 사람인데...’

 

 이런 생각이 들자 다시 괴로운 기분이 엄습했고 심장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하람 자신도 이런 생각에 계속 사로 잡혀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상념에 빠져 있던 그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람씨, 고민이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 이야기 해줄래요?”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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