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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첫사랑의 향수
작가 : 마카롱파르페
작품등록일 : 2021.12.27

대학생인 서윤서는 향수를 뿌리고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정현과 마주친다.

현은 어머니가 제조하신 향수인 걸 눈치채고 윤서를 잡으려고 하지만 윤서는 사이비인 줄 알고 도망간다.

결국 현은 윤서를 놓치고 시간이 흘러 봄이 되자 대학교 캠퍼스에서 다시 윤서와 마주친다.

윤서는 도망갔지만 자전거를 탄 현에게 잡혀 사정을 듣게 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닌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윤서는 교환학생으로 온 정현에게 대학교를 소개해 주는데, 향수 때문인지 그의 매력 때문인지 현은 어느 순간 윤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윤서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 현과 추억을 쌓을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는데...

 
김광석 거리에서
작성일 : 22-01-07 20:28     조회 : 67     추천 : 0     분량 : 6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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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둑한 밤거리에 주황색 가로등이 비치니 술기운과 함께 기분도 말랑해졌다. 별빛도 비치지 않는 도시는 오로지 달만 어두운 하늘에서 우리를 향해 비추고 있었다. 겨울이면 별자리가 잘 보인다고 하던데. 외로이 빛나 보이는 달은 겨울이 되면 덜 외로울까.

  아직 쌀쌀함이 남아있는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가서 술 취한 사람처럼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술에 취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보지 않은 달의 맞은편 별을 보고 있으니까. 이름 모를 별은 달처럼 우리를 향해 반짝였다. 고개를 떨구어 주위를 보니 주황색의 따뜻한 가로등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고 마감 정리를 하는 가게 하나가 노르스름한 빛을 비췄다.

  사람들은 별 대신 문명의 이기를 택해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별이 우리를 비추는 대신에 곁에 있는 가로등이 우리를 비췄다. 그 덕분일까,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연수 선배의 얼굴은 가로등의 주황빛을 받아 반쯤 그림자가 져 보였다.

 

  "선배."

 

  술에 취해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저 위에 있는 별이 뭔지, 별이 속한 별자리가 뭔지 물어봤을 것이다.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봐도 이상한 말을 한 기억이 없으니까. 기분이 좋은 채로 지나치는 가로등을 스치며 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면 가로등도, 별빛도, 달빛도 사람들도 없는 어둡고 어두운 동굴 같은 집에 홀로 있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선배의 발걸음에 맞춰서 걸었다. 너무 뒤처지거나 너무 빠르지 않게. 뒤처진다면 선배는 민주와 함께 걸을 것이고 앞서간다면 나 혼자 걸어가 버릴 테니까. 토닥토닥 발걸음 소리가 담요를 두르고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추위를 녹이는 마음 같아 계속해서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맞아, 민주 집에서 자기로 했지.'

 

  그렇다면 이 모닥불 소리도 계속될 것이다.

 

 ***

 

  버스 정류장은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버스가 도착하려면 몇 분 동안 기다려야 해서 정현이는 내가 버스 탈 때까지 옆에 있겠다고 말했다.

 

  "여기 있자."

 

  몇 분에 도착하는지 정보가 뜨는 전광판이 잘 보이면서도 버스 오는 길이 잘 보이는 자리에 정현이는 섰다. 그리고 나를 불렀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키가 큰 정현이는 나름 괜찮은 키라고 생각했던 나를 완전히 가릴 정도였다.

 

  "이렇게 있으니까 넌 정말 가로등 같다야."

 

  아직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밤이 되니 제법 쌀쌀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빼꼼 들어 전광판을 보고 있으니 내 뒤에 서 있는 정현이는 마치 버스정류장의 지붕 같았다. 추위를 막아주고 빛도 막아주는 지붕같이.

 

  "그래? 그건 좋은 뜻이야, 아니면 나쁜 뜻이야?"

  "애매모호한 뜻."

 

  그냥 키 크다는 소리니까 내게는 좋은 뜻도 아니고 나쁜 뜻도 아니다.

 

  "그렇다면 윤서 너는... 꼭 아기곰 같아."

  "크면 사람을 찢을 만큼 강할 테니까 좋네."

  "... 왜 그런지 안 궁금해?"

  "어."

 

  정현이는 말이 없어졌다. 내가 너무 단호했나. 하지만 이유를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조금의 확률은 그가 낯부끄러운 말을 내뱉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버스 온다. 나 갈게. 담에 보자."

  "응. 조심해서 가. 주말에 만나는 거 잊지 마. 문자 할게."

 

  대구가 처음인 정현이를 위해 주말에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고 싶은 곳이 없으면 시내 맛집에서 밥 먹고 근대골목투어하면 될 테니까. 타지인들에게 꽤 알려진 곳이 김광석 거리와 근대골목투어니까 대구의 첫 이미지로 괜찮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정현이를 남겨두고 자리에 앉아서 그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다가 점이 되어 사라진 뒤에야 앞을 봤다.

 

  '문자 보낼까?'

 

  아기곰 같다고 한 이유를 말하지 못하게 해서 그런지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쌓였다.

 

  [정현아. 아기곰 같다고 한 이유가 뭐야?]

 

  문자를 보내고 몇 초 뒤에 답이 왔다.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을 감쌌잖아. 통통한 아기곰 같았어ㅋㅋ]

 

  얼굴이 추위에 데인 듯 붉게 익었다. 아까 한 추측을 정현이가 알았다면 나는 쥐구멍을 찾으러 도망갔을 거야!

 

 ***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던 우리의 약속장소는 변경되었는데 정현이가 김광석 거리에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광석 거리도 시내 근처에 있지만, 약속장소에서 걸어가려면 버스 정거장을 몇 개 지나쳐야 했다. 그래서 차라리 김광석 거리 입구에서 만나는 게 편했다.

  대구시민이지만 한 번도 가지 않은 김광석 거리는 내게 낯설었다. 김광석이란 인물에 관심도 없었고 볼거리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자기가 사는 관광지는 관심이 없는 법이다. 그래서 정현이를 만나 김광석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꽤 놀랐다.

 

  '생각보다 뭐가 많구나.'

 

  줄지어진 가게는 식욕을 사로잡았고 한쪽 벽면에 쭉 이어진 다양한 벽화와 구조물은 사진찍기 좋았다.

 

  "이런 곳은 연인과 함께 와야 하는데."

 

  김광석 노래가 잔잔히 들리는 길거리는 사진 찍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이 왜 여기서 데이트를 하는지 알겠어. 좋은 노래, 좋은 풍경, 추억을 남길 장소가 있으니까. 가끔 꺼내 보는 사진첩처럼 이곳도 연인들의 사진첩 역할을 하겠지.

  정현이는 뒤돌아 있어서 얼굴은 보지 못했으나 나름대로 즐기고 있을 거라 추측했다.

 

  "정현아. 이리 와 봐. 여기 스탬프 찍는 종이가 있어."

 

  거리에 있는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여기 가게에서 몇 퍼센트 할인을 해준다는 종이었다. 할인은 못 참지. 나 한 장 챙기고 정현이 한 장 챙겼는데 정현이는 내가 준 종이를 들고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

 

  왜 저런 눈으로 나를 보지. 스탬프 찍기 싫은가.

 

  "정현이가 아니라 현이야. 정은 성이고 현은 이름이야."

 

  뭐래. 성이랑 이름이랑 같이 부를 수 있지.

 

  "..."

 

  뭐, 친구들이 나를 서윤서야라고 부르진 않으니까. 서윤서라고 부르지. 그래서 정현아라고 불리는 게 어색했나 보다.

 

  "정현."

  "......"

  "현아."

  "응, 윤서야."

 

  속으로 한숨을 쉬고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보통 남녀 사이끼리 성 붙이고 부르지 않나. 그래도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친한 사이끼리는 성 때고 이름으로 불렀던 적이 있긴 하다. 그런데 정현이와 나는 벌써 친한 사이가 된 건가? 아직 만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정현이는 뭐가 좋은지 방긋방긋 웃는 낯으로 포토존마다 사진 찍어달라고 말했다.

 

  "이러다가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사진 찍겠네."

  "사진 찍으라고 만들어놓은 곳이잖아. 알차게 찍어야지. 그래야 나중에 추억을 회상할 때 꺼내 볼 수 있어. 사진을 찍지 않으면 좋았던 기억들이 날아가 버리거든."

 

  인정은 하는 바다. 그래서 정현이가 사진을 찍을 때 자기도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음식을 달라고 앉아서 손을 내미는 정현이의 사진도 찍어줬다. 또한 근처에 빨간 공중전화부스가 있어서 정현이는 들어가서 포즈를 취했다.

  그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어딘가 그리워하면서 애처로운 마음이 가득 담겼다. 전화박스에 등을 기대고 전화기를 귀에 대어 전화 소리를 듣는 척하면서 고개는 살짝 떨구자 속눈썹이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를 가렸다. 진지하게 임하는 그의 모습이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라서 저도 모르게 진지한 얼굴로 사진 몇 방 찍고 폰을 건네주었다.

 

  "왜 그래?"

  " ...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고 생각하니까 순간 몰입했어."

  "그렇구나."

 

  옆에는 추억의 불량식품과 장난감들을 팔았고 자물쇠 거는 하트도 있었지만 나는 지나쳤다. 어릴 때 불량식품을 먹거나 조잡한 장난감을 산 기억이 없었고 그러므로 저 추억들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물쇠 걸까?"

  "왜? 딱히. 별로."

 

  연인 사이도 아니잖아. 하지만 친구 사이도 자물쇠를 걸어 우정을 돈독히 하니까 걸어도 될 법했다.

 

  "나중에 되면 다 철거할 텐데. 흉물 덩어리가 될걸."

 

  사람들이 계속 자물쇠를 걸면 종국에는 걸 데가 없어진다. 그러면 자물쇠를 파는 상인들을 위해 철거할 것이고 우정이나 사랑을 위해 건 자물쇠들은 몽땅 땅속에 파묻히겠지. 나는 모두 지나치고 골목길 끝에서 멈췄다.

 

  "표지판은 오른쪽으로 꺾으라고 되어있는데 맞나?"

 

  골목 끝은 차들이 다니는 커다란 대로변이었기에 나는 의심했지만 표지판대로 오른쪽으로 꺾었다.

 

  "가자."

 

  도장의 마지막은 박물관이어서 할인을 받으려면 박물관을 찾아야 했다. 없으면 반대편도 가보지 뭐. 성큼성큼 빠르게 앞서나갔다.

 

  "어? 찾았다."

 

  다행히도 박물관이 있었고 헛걸음을 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김광석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나는 노래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굳이 둘러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곳에 전시되어있는 물품은 나에게 하등 영감을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현이는 아니었나 보다. 저 위층에도 둘러보려고 계단을 올라가는 바람에 나는 도장을 찍고 눈만 전시물을 쫓았다.

 

  '카페에도 가볼까.'

 

  몇 군데 있던데 흔한 관광지의 흔한 카페 분위기였다. 하지만 저녁까지 시간때우기 좋은 곳 같았다.

 

  '언제 나가냐.'

 

  정현이는 1층에서 서성이고 있던 내가 신경 쓰였나보다. 결국, 정현이의 주도로 나는 박물관 곳곳을 둘러봐야 했다.

 

  '재미없어.'

 

  기억에 남지도 않을 박물관에서 나와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정현이는 심드렁한 내가 눈을 반짝일 곳은 카페라고 생각했는지 카페로 끌고 갔다.

 

 ***

 

  카페 앞은 광장이 있고 뒤로는 골목길로 이어졌다. 3층, 아니 4층짜리 카페는 간단한 음료와 커피, 그리고 디저트를 팔고 있었다. 나는 달달한 음식들을 먹을 생각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고 행복하게 초콜릿 라떼와 딸기 케이크를 시켰다.

  광장이 잘 보이는 3층 창가에 앉아 밖을 들여다보니 아까부터 귓가에 들려온 노래를 부르는 청년이 여전히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상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실력자라서 음반을 틀고 있나 의심할 정도였다.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고 우리는 음료수가 오기 전까지 가만히 노래를 들었다.

 

  "케이크 맛있다. 현아, 너도 먹어봐."

 

  정현이는 케이크를 포크로 조금 잘라서 작게 입어 넣고 오물거렸다. 토끼 같아. 새하얗고 복슬복슬한 토끼.

 

  "맛있네. 하나 더 시킬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은데 내가 재미없다는 얼굴로 있어서 그런 걸까. 어쩐지 미안해서 케이크 한 개를 더 시키려고 했다.

 

  "아니야. 내가 낼게. 왜 네가 내는 거야?"

  "내가 너무 귀찮아한 것 같아서."

  "... 그랬어?"

  "... 아니."

 

  정현이는 피식 웃고 1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제 발 저렸구나! 그래도 나 때문에 기분이 처진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정현이가 올 동안 나는 카페 안을 구경했고 케이크는 결국 나와 정현이가 하나씩 차지하게 되었다.

 

  "윤서야."

  "왜?"

 

  그가 말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있던 그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나를 불렀다.

 

  "내가 왜 김광석 거리에 가자고 했는지 알아?"

  "몰라."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빠가 김광석을 좋아했거든."

 

  그랬구나. 그래서 김광석 박물관에 그렇게 오래 있었구나. 미리 알았다면 열심히라도 보는 척이라도 했을 텐데 미안했다. 그나저나 아버지의 취향을 알고 있다니 사이가 좋나 보다. 나는 아버지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김광석을 좋아하는지 다른 가수를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취미나 좋아하는 가수를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면 나중에 아버지 모시고 여기 오면 되겠다. 김광석을 좋아하시니까 분명 이곳도 마음에 드실 거야."

 

  김광석 박물관도 분명 좋아하시리라.

 

  "응. ...... 좋아하실 거야. 무척이나."

 

  석연찮은 대답에 마음에 구슬 하나가 막혀 내려가지 않은 기분이었다. 정현이답지 않은데. 평소 같으면 댕댕이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하거나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차분했다.

 

  "무슨 일 있냐. 말해봐. 다 들어줄게."

 

  나름 용기를 내서 말했지만, 대답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다.

 

  "아빠는 여기 못 오실 거야. 돌아가셨거든."

 

  어, 이런. 눈알을 불안하게 도르르 굴렀다. 뭐라고 말해야 위로가 될까. 잘못 물어봤다.

 

  "어어... 미안하다."

 

  정현이는 내 반응에 풋, 하고 고개를 떨구며 어깨를 들썩였다. 내 반응이 그렇게 웃겼나. 뭐, 그래도 울상인 것보다 웃는 게 한결 나아 보였다.

 

  "일단 명복을 빌게.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여기도 오셨을걸? 네가 여기 있으니까 아버지께서도 이곳에 있는 너를 보고 계실 거야."

 

  다시 생각해보니 오싹했다. 늘 자신을 보고 있는 아버지라니. 위로가 이상했지만, 정현이는 괜찮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고 싶었어. 그리고 사진도 많이 남겨두고 싶었고. 시간이 지나면 사진밖에 남지 않더라."

  "그래서 그렇게 많이 찍었구나."

 

  어느새 나는 정현이와 아버지의 소중한 추억을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딱히 생각나는 것도 아니었고 아직은 먼저 이혼 이야기를 꺼내는 게 이른 시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빠의 사진을 좀 더 찍어놓을 걸 후회가 됐어. 사진 속에 있는 가족사진에서만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누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리라 생각했을까. 네 잘못도 아니고 그저 운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추억 사진을 많이 찍으면 된다 위로했다.

 

  "현아. 우리 서로 비슷한 면이 있어."

 

  전혀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 엉겁결에 말해버렸다. 그가 내게 말한 말들이 내 혼자만 감당하기에 깊이와 무게가 깊고 커서 마음속에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렸다.

 

  "나는 어머니가 없거든."

 

  어머니가 돌아가셨냐는 말을 듣기 전에 황급히 방어했다.

 

  "아니아니, 이혼하셨어. 초등학교 때. 연락은 되고 매달 용돈을 부쳐주시지만 그뿐이야."

 

  생일에도, 졸업식에도 얼굴 한 번 비추시지 않았다는 말까지 할 뻔했지만 간신히 삼켰다.

  동정이나 위로 받는 건 싫은데. 하지만 그의 촉촉한 눈과 축 처진 눈썹을 보니까 현에게라면 몇 번이고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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