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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용병아이돌
작가 : 엉클레오
작품등록일 : 2022.1.5

특수부대 출신의 아이돌!
그가 자유와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을 위해 다시 총을 들었다!
세계를 누비며 춤과 노래로,
그리고 정의의 결단으로 악한 세력을 처단하는 아이돌용병의 밀리터리액션!

#공모전 #아이돌 #밀리터리 #액션 #현실적 #미남 #인류애

 
제7화 맥락없는 참견
작성일 : 22-01-05 00:47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8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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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실에서는 정대표와 강실장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현이는? 병원에 있어?”

 

 정대표가 묻자 강실장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아마 곧장 하람이가 발견해서 조치한 거 같습니다.”

 

 정대표는 썩소를 지었다.

 

  “너무 다친거 아니지?”

 

  “네, 가벼운 뇌진탕이라 하루 이틀 쉬면 회복될 거라고 합니다.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정대표가 소파에 앉으며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인간들한테 설마 명함 같은 거 주고 온거 아니지?”

 

 강실장이 손사래를 쳤다.

 

  “그럼요. 나중에 뒤탈 생기지 않게 돈만 전해주고 의뢰만 했습니다.”

 

 

  밖이 소란스러워 졌다.

 정대표와 강실장이 문 쪽을 보자마자 문이 거칠게 열리고 하람이 들어왔다.

 하람의 손에 가죽벨트로 묶인 사채업자를 본 강실장의 표정이 당황스런 기색이 드러났다.

 

  “저 사람 맞아? 바른 대로 말 안하면 여기서 바로 숨통 끊긴다!”

 

 하람의 날선 위협에 사채업자는 힘없이 답할 수밖에 없었다.

 

  “맞어라. 저 양반. 돈 주면서 시켰지라.”

 

 강실장이 급히 일어나며 소리쳤다.

 

  “하람아, 뭐야? 그 사람은 또 뭐고? 대표님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그때, 비서실 직원들과 보안요원들이 뛰어 들어왔지만

 정대표가 손짓하자 인사를 하고는 나갔다.

 

 하람이 강실장을 쏘아보며 물었다.

 

  “시현이한테 일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 사람 말이 그걸 시킨 사람이 있답니다. 전 믿지 않지만 이 사람이 말한 대로 하면 강실장님이 그 사람 인상착의와 제일 비슷합니다.

 아닌거죠?”

 

 강실장이 소리치듯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시현이를 해꼬지를 하라 하겠어?”

 

 하람이 눈을 더욱 치켜떴다.

 

  “저는 시현이한테 해꼬지 했다는 말은 안했는데요.”

 

  “그건... 보나마나!”

 

  강실장은 자신의 말실수에 말문이 막힌 듯 했다.

 

 그때, 정대표의 호탕한 웃음이 울렸다.

 

  “호호호호~ 됐어. 강실장은 가만있어. 내가 생각보다 빨리 나서야겠네.

 하람아, 그만 하고 앉아. 강실장, 저 분 보내드려.”

 

 강실장이 주춤거리다 하람이 그 사내를 풀어주자 함께 대표실을 나섰다.

 

 “앉아. 난 사람이 서 있음 불안해.”

 

 정대표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여유 있게 하람에게 말했다.

 

  “정말 강실장님이 저 사람들에게 시현이에 대한 린치를 지시한 게 맞는 건가요?

 대표님도 알고 계셨어요?”

 

  “정확히 하면 강실장이 아니라 내가 지시한 거지.”

 

 하람은 의아해졌다.

 

  “대체 왜 대표님이 그런 일을?”

 

 “이것도 비즈니스야.

 넌 이해 못하겠지만 우연히 우리 <진격소년단>에 대한 이슈가 터졌지?

 그리고,

 지금 신인인 너희들이 주가를 잘 올리고 있고,

 이런 일이 터졌는데 가만히 있음 바보인거야.

 노래가 훌륭하고 아무리 춤이 볼만 하고 해도

 사람들은 연예인들한테서 뭔가 미담을 원하거든”

 

 하람은 침을 삼키며 화를 참았다.

 

  “그래서요?”

 

  “이왕 터진 문제 크게 터뜨리는 거지. 스토리가 나오잖아?

 앙심을 품은 사채업자들이 시현이를 해치고 그 중에 강한 힘을 가진 맏형이 가서

 그들을 제압해 경찰에 넘긴다.

 그리고는 멤버들의 결속력은 더욱 다져지고 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정말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될 수 있는 이미지를 심는 거지.

 하람이 너는 목숨 걸고 멤버를 지켜낸 의리 있는 아이돌로 팬들에게 기억될 거고,

 연애나 마약, 학폭으로 논란거리 많은 연예계에서 이 정도 스토리면

 우리 아이들 이미지 메이킹 확실히 되지 않겠어? ”

 

 하람은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러다 시현이가 정말 크게 다치기라도 했다면요?”

 

 “그러지 않았잖아?

 적당한 선에서 병원으로 바로 갔고 너는 우리 예상대로 쳐들어가서 그 놈들을 혼내줬고,

 아이돌 중에 원래 가수만을 하기로 하고 오는 애들은 드물어.

 다들 배우나 탤런트로 가는 지름길이지.

 처음부터 하람이 너는 액션배우로 지목하고 뽑은거야.

 이제 네가 단순히 특수부대 경력자만이 아니라 싸움실력도 뛰어난 아이돌인걸 알렸으니

 여기저기서 너의 이미지에 맞는 러브콜이 많이 들어올 거야.

 시현이가 많이 걱정되겠지만 내가 정도로 무모한 사람은 아니니 걱정 마.

 곧 회복된댔어.”

 

  하람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섭네요. 대표님도, 이 바닥도......

 

 

 정대표는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

 그녀는 하람에게 돌아서며 물었다.

 

  “설마 이런 일로 그만 둔다느니 엄살은 않겠지?”

 

 하람도 뭔가 결심한 듯 일어섰다.

 

  “아뇨, 그만 두다뇨. 더 제대로 해서 대표님께 좋은 결과를 안겨드려야죠.”

 

 정대표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그거야. 젊음이 있으니 독하게 한번 해봐야지? 안 그래?”

 

 하람도 정대표에게 다가서며 웃음을 보였다.

 

  “그래야죠. 제대로 해서 성공해서 이번에 대표님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을 하셨는지

 제대로 무안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정대표가 피식 웃었다.

 

  “동기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잘하기만 해.

 우리는 너희를 키워주고 그만큼 벌면 되는 거야.”

 

 하람이 정대표에게 오기가 서린 인사를 허리 굽혀 하고는 대표실을 나서다 다시 물었다.

 

  “제가 그 시간에 운동을 하러 내려 갈 건 어떻게 안거죠?

 그리고, 시현이를 밖으로 불러낸 건요? 영배입니까? 중간자(中間者)가?”

 

 “군인출신이라 그런지, 정보 분석력도 뛰어나네. 영배는 죄 없어.

 걔야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하람이 밖을 나서자 사무실 앞에 영배가 서 있다가 하람을 보고는 시선을 피했다.

 하람은 영배 옆을 지나쳤다. 그때, 영배가 뒤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형, 미안해요......”

 

 하람은 손을 뒤로 하여 영배의 어깨를 툭 치고는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하람은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걸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멤버들을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람은 치를 떨며 생각이 많은 채로 거리로 나섰다.

 

 

 

 삼일이 안되어 <진격소년단>의 방송활동은 계속되었다.

 

 “오늘의 1위곡을 발표합니다!

 시청자들의 전화투표와 스트리밍 등의 결과로 뽑힌 이번 주 1위곡은!

 <진격소년단>의 ‘헤드 업(Head Up)'입니다! 여러분 축하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연예가중계 오늘의 길거리데이트는 바로바로 여러분들이 너무나 사랑하시는 매력만점,

 의리의 아이돌 <진격소년단> 모셨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격예능토크쇼! 비디오스타!

 오늘의 초대 손님은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의 주인공들이죠.

 <진격소년단>의 하람과 숀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진격소년단>은 실력 뿐 아니라

 인성까지 제대로 갖춘 연예인으로 팬들에게 확실한 도장을 찍은 셈이죠?

 역시 대한민국 특전사 출신의 아이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각종 음악차트는 물론, 음반시장까지 <진격소년단>의 미니앨범‘더 웨이브(The wave)’가 장악했습니다.

 이 기세로 가면 세계시장에 또 하나의 한류신화를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겠는데요.”

 

 “<진격소년단>의 미니앨범 타이틀곡인

 홀드 마이핸드(Hold my hand)’ 뮤직비디오가 발표 일주일 만에

 영상조회수 1억뷰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이는 2주 전,

 미국의 유명 가수인 크리스티나 존슨의 뮤비조회수 기록을 무려 삼일이나 앞선 것으로...”

 

 

  <진격소년단>의 인기는 상상 이상으로 치솟고 있었다.

 정대표의 예상 대로였다.

 물론,

 노래와 춤이 관건이었지만

 그룹을 둘러싼 사건사고들과 그에 대한 결과를 다룬 뉴스들이

 그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한 몫을 했다.

 

 내막을 알고 있는 하람은 씁쓸한 면도 있었지만

 부상에서 회복되자마자 그룹에 복귀한 숀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과 동시에

 숀이 받을 상처를 염려해 함구하기로 했다.

 하루에 몇 번씩 음악방송과 예능, 그리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팬덤이 생기는 등 그들의 인기는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연습할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출연제의가 들어왔고

 정대표의 예상대로 하람에게는 액션영화의 오디션까지 프로포즈들이 와 있었다.

 

 이런 식으로라면

 정말 단기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가 멤버들을 흥분시켰다.

 하람은 늘 그런 멤버들에게 이런 때에 방심하면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로도 한 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며 멤버들을 단속시켰다.

 

 팬들의 환호에 시큰둥하던 건이도 하람의 요구대로 팬들에게 미소로 화답했고

 긍정적으로 축적한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으려 멤버들은 모두 애를 쓰고 있었다.

 

  오른 것은 인기 뿐 아니라 출연료였다.

 광고제의가 들어오고 있었으며 대기업들이 서로 <진격소년단>을 광고에 넣기 위해

 앞 다투어 섭외를 시도했다.

 강실장은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으며

 일이 진행되어 갈수록 정대표는 흐뭇해했다.

 

 

 

  스케쥴을 마친 후,

 회사 세미나실에서 회의를 마친 멤버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미리내가 들어왔다.

 

 강실장이 환하게 웃었다.

 

  “오, 우리 J.J의 여왕께서 납시었군. 후배들 격려해 주러 오셨나?”

 

  미리내는 여유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선배라고 하기에는 <진격소년단>이 너무 금새 최고가 되었는걸요.

 저랑도 놀아주세요. 요즘 오빠들 때문에 제가 나갈 프로가 없어요.“

 

  준호가 깔깔 웃었다.

 

  “아니, 오빠라니, 누나는 무슨 말을 그렇게 섭하게! 제가 한참 영계인데!”

 

  미리내가 입술을 내밀었다.

 

  “잘나가면 다 오빠야. 이것아! 호호~하람 오빠 역시 실물이 받쳐준다.”

 

 하람이 살짝 웃으며 화답했다.

 

  “여기서 인물은 제가 제일 빠지는걸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선배님”

 

  미리내는 J.J엔터테인먼트에서 첫 솔로 가수로 내놓은 가수 겸 배우였다.

 고1때 데뷔해 이제 20대 중반인 그녀는

 잇달아 앨범들과 시트콤,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출연하면서

 대한민국 연예계의 블루칩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정대표가 특히 다른 소속 연예인들보다 아끼는 재원으로

 ‘정대표의 조카이거나 숨겨진 딸이라는 루머’까지 돌 정도였다.

 

 하지만, 2년 전,

 프로포폴 투약사건에 이어 재벌2세와의 불륜설이 터지며 민심은 멀어졌고

 급기야 방송에서 퇴출 위기까지 간 것을 정대표와 강실장이 발로 뛰며 겨우 수습했지만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며 순식간에 인기는 식어버렸다.

 그런 그녀가 여전히 J.J의 소속 연예인들에게 선배 노릇을 하고 다녔고

 자신이 나갈 프로그램 따위는 허세라는 것을 모든 이가 알고 있었다.

 

  “선배님이라뇨, 편하게 주연(미리내의 본명)이라고 하세요. 오빠!”

 

 강실장은 영배에게 멤버들을 데리고 나가라는 눈짓을 하며 미리내의 팔을 잡아당겼다.

 

  “자, 대표님 기다리시니 우리 여왕님은 나랑 가실까?”

 

 미리내를 끌어당기다시피 하며 강실장이 데리고 가자

 <진격소년단>도 세미나실을 나오며 다들 한마디씩 했다.

 

 “하아~ 사람 팔자 진짜 한순간이다.”

 

 건이 내뱉은 말에 피터가 궁금해 했다.

 

  “팔자? 에잇(eight)? 팔이 왜?”

 

 그러자 숀이 설명했다.

 

  “팔자는 숫자 팔을 말하는게 아니고, 영어로...... 관두자. 암튼, 얼굴도 두껍다.”

 

 준호도 한숨을 쉬었다.

 

  “맞아. 한 때는 혼자서 우리 회사 수익의 반을 저 누나가 벌었다는데...

 우리는 저러지 말아야지. 안 그래요? 형?”

 

  하람은 그냥 웃기만 했다.

 

 영배가 거들었다.

 

  “너희들도 인기 있다고 교만해지면 바로 나락가는 거다.

 요즘은 인터넷 땜에 사람들이 모르는 게 없어요.

 절대 술집 같은데도 가지마! 특히, 여자들 나오는 술집은,

 술 먹고 싶음 형한테 사오라고 시켜. 미니스커트 입고 사올게.”

 

 준호가 정색을 했다.

 

  “그냥 가수 때려 칠 생각하고 술집 가야겠다. 그 꼴을 보느니!”

 

 멤버들이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미리내가 강실장과 함께 대표실로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 못 보던 사람들이 대표실을 찾았다.

 영배가 안내하자 점잖게 대표실로 들어갔지만 하람은 그들에게서 날카로운 느낌을 받았다. 특히,

 한 남자의 소매 밑으로 보이는 손목의 문신이 신경 쓰였다.

 멋을 위한 문신이 아니고 조폭들이 하는 것이었다.

 하람은 또 정대표가 무슨 일을 꾸미는가 싶었지만 그냥 고개를 저었다.

 

 

 

  멤버들은 바쁜 탓에 숙소에 오면 곯아떨어지는 날이 많았다.

 하람이 방을 나오자 물을 마시려 주방에 있던 영배가 놀란 듯 했다.

 

  “하람이형, 안자요? 피곤하실 텐데.”

 

 “응, 잠이 안와서, 나 연습실에 갔다 올게. 어제 실수한 게 마음에 걸려서...”

 

  “애들하고 같이 하셔요. 그냥 내일요. 피곤한데 혼자 어딜 간다구...”

 

 하람이 손을 저었다.

 

  “아니야.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혼자 다녀올 테니 쉬어.”

 영배는 멋쩍게 웃었다.

 

  “네, 형! 얼굴 잘 가리고 다녀오세요. 사람들 알아보면 난리 나요. 하하”

 

 하람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현관을 나섰다.

 후드티에 마스크까지 하고 연습실로 향했다.

 

  춤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늦게 합류한 까닭인지 확실히 자신이 둔하다고 느껴졌다.

 하람이 연습실 문을 열고 불을 켜려는데 갑자기 구석에서 소리가 들렸다.

 

  “불 켜지마!”

 

 하람은 놀라며 돌아봤다.

 

  “누구세요?”

 

 어둠 속의 목소리는 흐느끼는 듯한 음성으로 재차 말했다.

 

  “불 켜지마. 제발......”

 

 다시 들으니 미리내의 목소리였다.

 

  “선배님?”

 

 하람의 말에 미리내가 답했다.

 

  “하람오빠, 미안해요. 근데, 불 켜지 마요. 나 지금 엉망이야.”

 

 하람이 보조등을 켠 채 다가가자 연습실 한 구석에 미리내가 벽에 기댄 채로 앉아 있었고 옆에는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안주도 없이 깡소주에요? 무슨 일이에요? 안 좋은 일 있었어요?”

 

  미리내가 눈물을 닦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나야 늘 안 좋은 일투성이죠.

 내 인생도 망치고,

 잘 나가던 인기도 망치고,

 인성은 진작에 망가졌고......”

 

  “오늘 대표님이 뭐라 하셨어요?”

  “대표님이 뭐라고 했을까요? 이제 나 버리려나 봐요. 나 어떻게 하죠? 오빠!”

 

 하람은 아까 본 손님들의 정체가 궁금하던 차였다.

 

  “무슨 일인데요? 제가 알면 안 되나요? 선배님이 많이 괴로운 것 같아서요.

 보기 안 좋아요.”

 

  “오빠도 제 꼴이 우습죠?”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미리내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대표님이 저보고 필리핀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래요.”

 

 하람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 그러셨어요? 좋은 일이네요.”

 

 미리내가 썩소를 지었다.

 

  “오빠, 몰라요? 그게 무슨 뜻인지? 저 던지기 하는 거에요.”

 

  “던지기라뇨? 무슨 말이에요?”

 

  “이제 나 가망 없다고 갖다 버린 다구요.

 필리핀에 가서 가수하라는 소리 같지만 가서 모바일 화보 찍으래요. 알죠? 벗고 찍는거,

 그런 거 하고 나면 이제 여기서는 영영 안녕이에요.

 아까 필리핀 소속사 관계자들 왔다고 했는데, 관계자는 무슨...

 조폭 새끼들인 거 뻔히 아는데...”

 

 하람이 흠칫했다.

 

  “이런 대형 소속사에서 그런 짓을 벌인다고요? 믿기 힘든데요.”

 

  미리내는 비웃듯 웃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녀의 눈가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빠 진짜 순진하구나. 이 바닥을 하나도 모르네. 아직 내 몸 탱탱할 때 잘 써먹으라는 거죠. 거기서 그 놈들하고 일하는 것 같지만 죄다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 몸으로 접대하고 싸구려 영화에서 벗는 연기나 하면서 입에 풀칠이나 하라는 거라구요!

 내 인생 완전 조졌어요! 아아앙~”

 

 미리내의 울음이 터지고 하람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정대표가 무서운 사람인 것은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이 아끼던 연예인을 처리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떤 위로도 건네지 못한 채,

 하람은 그저 울고 있는 미리내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미리내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가 있어 안심이 되었는지 한 시간 가까이 울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놨다.

 하람은 그 이야기를 듣느라 새벽이 되어서야 미리내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연습도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와서도 피곤한 가운데서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미리내와 깊은 관련이 없는 사이지만 미리내의 필리핀 행은 막고 싶다는 생각에 뒤척였다.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 차후에 자신과 멤버들도 어떤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아울러 들었다.

 

 

  다음 날,

 광고주와 미팅이 있어 멤버들과 회사에 온 하람은

 회의실에 힘없이 앉아있는 미리내가 여전히 신경쓰였다.

 광고주가 곧 도착할거라는 영배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잠시후,

 영배의 말대로 광고회사의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멤버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그때, 어제의 그 남자들도 회사 현관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하람이 영배에게 말했다.

 

  “영배야, 저 분들 알아?”

 

 영배가 하람의 귀에 손을 대고 조심스레 속삭였다.

 

  “잘은 모르는데, 연예기획사 차려놓고 돈버는 건달들이래요.

 근데, 왜 자꾸 우리 회사에 들락거리나 몰라.”

 

  순간, 회의실에 앉아있던 미리내의 캐리어를 든 남자가 나오자

 뒤따라 뒤에서 다른 남자가 미리내를 이끌어 나왔다. 강실장이 대표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우리 주연이, 대표님이 지금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가는 걸 못보신다네.

 잘 가고, 가서 연락해.”

 

 미리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선 남자가 미리내의 캐리어를 차 트렁크에 싣자 두 번째 남자가 차문을 열었다.

 그때,

 갑자기 하람이 미리내의 손목을 잡았다.

 미리내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고

 옆에 있던 남자들도 상황을 파악하려 했는지 한참을 보았다.

 

  “선배님! 가지 마세요. 거기 가면 진짜 끝이라면서요. 가지 마세요!”

 

 하람이 힘주어 이렇게 말하자 미리내의 눈에서 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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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7화 맥락없는 참견 2022 / 1 / 5 175 0 8321   
6 제6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022 / 1 / 5 159 0 6243   
5 제5화 또 다른 길 2022 / 1 / 5 171 0 5571   
4 제4화 뉴스타트(New start) 2022 / 1 / 5 167 0 7221   
3 제3화 결심의 독촉 2022 / 1 / 5 172 0 6376   
2 제2화 기억의 잔류 2022 / 1 / 5 187 0 5949   
1 제1화 악몽과의 동거 2022 / 1 / 5 284 0 7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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