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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11)
작성일 : 16-10-29 21:41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5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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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다행히 난장판인 카페 안은 아직 정리된 상황이 아니었다. 이 상황이 끝나버리면 조안나와 체크 남방이 다시 마주치기는 어렵다. 그러면 조안나가 리셋인 노트북을 터치할 상황은 멀어져버린다. 이야기를 지키기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된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그녀가 진상고객의 노트북을 만지게 할 수 있을까? 헤롤드는 고민했다.

 

 밤중이라 손님이 없을 시간, 헤롤드는 갑자기 카페 안에 등장한 인물이다. 그런데 진하도, 조안나도, 수혁도, 진상고객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헤롤드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 상황에 다들 몰입했다는 말이다.

 

 “내 원고! 내 원고 어쩔 거야!!”

 “어쩌긴 뭘 어째요. 나중에 집에 가서 다시 쓰세요.”

 “그게 며칠을 쓴 건지 알기는 알아? 곧 마감일이라고! 그 안에 저걸 어떻게 다 복구 하냐고.”

 “그건 아저씨 사정이죠. 그러니까 남의 퇴근 방해해가면서 일을 하는 게 나빴던 거라고요. 그런 생각은 안 드세요?”

 

 조안나는 한 마디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진상고객에게 당당하게 맞서며 말싸움에서 우세한 상황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그래, 원래 진상고객에서 논리라는 것을 찾기는 힘들다. 갑이라는 입장에서 소리만 크게 지르면 다 되는 줄 안다. 논리가 없이 소리만 잘 지르면 다들 요구를 들어주니까.

 

 레이널드에게 들은 을의 연애 요약판이 꽤나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을의 연애 안에서 일어나는 갑질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대로 물러설 거라고 생각해? 나 네들 다 고소할 수 있다고! 업무 방해로.”

 “그런 거라면 저희가 먼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미 마감 시간에서 한 시간이 넘게 지나간 상황입니다. 오늘이 처음이 아니고요.”

 

 수혁이 입을 열고 있었다. 헤롤드는 진하의 상태를 살폈다. 지금이라도 진하가 로맨스로 빠진다면 이야기는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다.

 

 ‘글렀군.’

 

 진하의 얼굴을 본 헤롤드는 리셋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대로 상황이 진행하게 두면 을의 연애는 을의 반란이 되어버릴 것이다.

 

 지금 진하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동지애였다. 같은 을이 갑에게 반란하고 있다는 것에 과하게 몰입하고 있었다. 조안나와 에리카로 인해 이미 오래전에 갑질을 하는 진상고객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아버린 것이 극의 흐름을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뜬금없는 캐릭터가 되어 이들 사이에 끼어들어야 한다. 이미 이 밤중에 네 사람이 싸움 중인 카페에 나타나는 손님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가장 뜬금없는 캐릭터는 무엇일까.

 

 헤롤드는 노트북을 노려보았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기에 조안나의 손이 닿게 할 수 있을 거란 말인가. 그래, 원고가 아직 멀쩡하다는 비두를 비춘다면, 그렇다면. 그게 아니라면 복구할 수 있다고 하면? 아!

 

 헤롤드는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것은 참으로 쉬웠다.

 

 “저…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죄송합니다. 어쩌다보니 싸움구경이 됐네요.”

 

 여덟 개의 눈동자가 헤롤드를 향했다. 헤롤드는 주목받는 상황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이런 일들이 잦아서 면역이 된 탓이었다. 게다가 그 중 세 명은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닌가.

 

 “누구십니까? 이 밤중에 또 커피를 사러 온 손님은 아니겠지요?”

 

 수혁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느껴졌다. 이미 수혁 또한 로맨스에서 벗어나 을의 반란에 함께하고 있는 지 오래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하고 돌아가야겠다. 헤롤드의 귀소본능이 강해졌다.

 

 “그건 아니고요. 시끄러운 소리에 들어와 봤는데. 이 상황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해결이라니요? 무슨 해결 말입니까?”

 

 해결이라는 말에 가장 반가워하는 것은 승준이었다. 역시나 저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면상만 봐도 한 대 치고 싶다. 헤롤드는 여전히 기분 나쁘게 머릿속을 맴도는 승준의 말에 인상을 팍 썼다. 나도 울리고 싶구나, 너를 내 아래에서. 더 때리지 말라고 눈물 흘리며 빌 때까지 패보고 싶다.

 

 하지만 꾹 참아야 했다. 여기서 개입해버리면 헤롤드 또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말이다. 억지로 미소 짓는 얼굴을 만들어내며 헤롤드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맥락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제가 PC쪽에는 일가견이 있어서 말입니다. 날아간 파일 복구 전문입니다.”

 “헉! 그게 정말입니까?”

 

 체크 남방의 눈이 빛났다. 사실 저 녀석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것은 마음에 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를 지키냐 마느냐의 문제니까. 역시 이 일은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 헤롤드는 머릿속의 괴리 속에서 직업 정신을 택하고 유지했다.

 

 “정말이고말고요. 복구가 전문입니다.”

 “안 돼! 그 진상고객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요!”

 

 발끈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은 조안나였다. 그래, 이대로라면 충분히 종료될 수 있다. 헤롤드는 그가 계산한 대로 움직이는 조안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입 꼬리를 올렸다.

 

 “앗! 어딜 가려는 거야?”

 

 조안나를 막으려는 체크 남방을 조안나는 간단히 제압했다. 체크 남방 이마 한 가운데에 손날춉을 날리고는 고통에 무너지는 그를 두고 유유히 노트북 가까이로 갔다. 자 이제 손만 대면 된다.

 

 하나, 둘, 셋!

 

 조안나가 노트북에 손을 댐과 동시에 모든 배경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헤롤드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당황하는 조안나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조안나. 저는 이야기를 수호하는 자, 키퍼의 헤롤드입니다.”

 “키… 퍼? 아! 나는 지금까지.”

 “이제 좀 알겠습니까?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그녀가 한 일을 깨닫는 조안나를 보니 이번에는 쉽게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뭐 단골 사고뭉치였던 소롤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 비하면 이번에는 양반이었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휘말릴만한 내용이기도 하고 말이다.

 

 키퍼인 에리카마저도 휘둘렸으니 알 만 하다. 요약본만 전해들어도 뒷골이 지끈지끈한, 무척이나 보스급이었던 소설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러려고 이런 게 아니고요.”

 “알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닙니까. 그만 돌아가죠. 이야기는 리셋되었으니 말입니다.”

 

 헤롤드는 조안나와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다른 공간에서 탈출하지도 못한 채 머물던 에리카도 함께였다.

 

 “헤롤드, 해결했구나!”

 “에리카. 수고했다.”

 

 헤롤드는 수고했다는 말만 꺼내고 남은 감정들은 다 감춰버렸다. 이제 와서 말해야 뭘 하겠나. 앞으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아, 에리카언니도 키퍼였던 건가요?”

 “그래, 내가 너 폭주하는 것 막겠다고 들어갔다가 함께 폭주해 버렸어. 키퍼 자격 없는 거지 뭐.”

 “아뇨, 저는 에리카언니가 함께 있어서 오히려 더 즐거웠는걸요. 갑자기 사라져서 놀라긴 했지만요.”

 “아하하하하. 작가의 뜻에 휘말려버린 거야.”

 “… 네?”

 “그런 게 있어. 아하하하.”

 

 역시나 키퍼는 키퍼다. 에리카 또한 주변이 리셋이 되는 순간 깨달았을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그 순간은 지켜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스토리이니 극적으로 구성해 둔 것이다.

 

 키퍼가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작가가 장치를 잘 쓴 것이었다. 이런 식의 진상이라면 독자들도 참기가 쉽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든 나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열 받게 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맞대응을 하면서 욕을 하는 것은 하수, 주먹질을 하는 것은 중수, 상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파괴하는 것, 그것이 고수다.

 

 상황이 극적으로 치달으며 감정이 격앙될 때,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강한 파괴의 욕구를 느낀다. 게다가 을의 연애와 같은 경우는 이런 상황이 중첩적으로 반복되며 일어나기에 같은 감정들이 차곡차곡 적립된다. 그 쌓였던 감정이 단번에 폭발하는 순간은 딱 이 순간일 것이다. 쌓이고 쌓여서 응어리 진 마음은 강한 한 방을 원한다. 단순하게 맞대응을 하는 것보다는 더 원초적으로 상대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독자들을 고수가 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상황을 감당하며 지켜볼 수 없는 독자들이 스스로 리셋 버튼을 누르게 만들어 버린다. 접근하기 용이하게 위치한 노트북. 게다가 마침 작업창도 열려있는 상태. 컨트롤과 a키를 누르고 백스페이스를 누른 후 저장만 누르면 끝나는 과정인 것이다.

 

 일부러 진상 고객도 작가로 설정한 것 같다. 작가가 가장 열 받을 순간은 무엇일까? 그거야 당연하잖아, 작업하던 원고가 날아갈 때지.

 

 작업물만 지우지 않고 노트북을 파괴해버리는 경우도 동일하게 들어간다. 어쨌거나 작가에게 정신적 데미지를 주는 방법은 작업물을 파괴하는 것. 노트북을 부숴도 맥락은 비슷해진다.

 

 “그나저나,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을 더 쌓아드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력이 남는 것은 남는 것입니다. 이번 인적 사항과 사건 정황은 기록되어 보관됩니다. 알고 계시죠?”

 “……. 네, 알고 있어요. 동의서에 서명하고 이용한 거니까요.”

 

 조안나가 말이 잘 통하는 상대여서 다행이었다. 헤롤드는 몇 번이고 사과를 하는 조안나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고 돌려보냈다.

 

 “아… 오늘도 정시퇴근은 멀어졌군.”

 

 원래대로라면 정시퇴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리카가 노트북에 손을 대면서 일이 꼬였으니 뭐. 헤롤드는 쩝 입을 다셨다.

 

 “미안 헤롤드, 이번에는 내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에리카는 이런 순간 놀랍게도 상황 파악이 빨랐다. 그녀는 그가 강하게 나가야 할 날과 약하게 엎드려야 할 날을 귀신같이 파악했다. 오늘은 후자로 정했나보다.

 

 “일단 오늘은 시간이 지났으니 퇴근하고. 다음 출근 때 시말서.”

 “헐! 리더님, 이러지 마시고요.”

 “이럴 때만 리더님이라고 하지?”

 “에이, 그러지 말고. 헤롤드, 응?”

 “이미 사서장님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헐… 그 능구렁이가 도와줬다고?”

 “그래, 아! 한 가지 좋은 정보를 알려주지. 남자 주인공은 승준이 아니고 수혁이라고 하니까 마음 편히 먹고 읽어도 좋다.”

 

 헤롤드의 말을 들은 에리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 또한 리얼북에서 수혁의 모습을 봤으니 알 것이다. 이미 남주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그 말 잘하는 남자 알바생 맞지? 아, 그래. 그 놈이 주인공이어야 했다니까?”

 

 금세 시말서에 대한 내용은 잊고 웃음을 터트리는 에리카를 보며 헤롤드는 단순해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에리카 덕분에 좋은 구경도 했고 말이다.

 

 “자, 어서 퇴근해. 어서 가라고! 나도 집에 좀 가자고!”

 “알았어. 리더님, 퇴근하겠습니다.”

 “어서 가버려!!”

 

 헤롤드는 꽁지 빠지게 서고를 떠나는 에리카의 뒷모습을 보다가 달력을 들어 체크해 두었다.

 

 OT, 30분. 헤롤드, 에리카.

 

 물론 월급은 더 들어오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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