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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6. 덫
작성일 : 21-12-31 19:47     조회 : 49     추천 : 0     분량 : 2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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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풀 사이로 모래 섞인 바람이 불었다. 어둑해진 숲을 걷던 여자와 마르카는 바람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았다.

 “근래 들어 숲이 제 기능을 못 하네요. 금방 여기 안까지 모래가 쌓이겠어요, 어머니.”

 푸줏간 주인 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둘째 아들이 귀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첫째가 만든 덫을 숲에 심었다. 큼직한 사냥감이 걸려들기를 고대하며. 하지만 빈손으로 귀가하는 날이 일상이었고, 푸줏간에 하찮은 품목만 진열된다고 웃으며 불평하는 손님이 늘었다. 가축은 아직 덜 자랐거나 먹이를 부족하게 먹어 몸집이 작았다. 그마저도 수가 적었다.

 덫은 아들이 만든 쇠창살로 만든 우리였다. 마르카가 어머니 대신 자신이 덫을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뒤따라나서는 어머니를 말리지 못했다. 하긴, 어쩌다 덫에 걸린 동물을 처리하는 솜씨는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니. 다만 그날은 유난히 혼자 나서고 싶었다. 그런 낌새였으나 그날따라 어머니는 완고했다. 레아는 덫의 위치를 자꾸 깜박했고 아들은 모든 덫이 어디 있는지 외우고 다녔다. 그들이 다섯 군데 돌아보고 나니 해가 졌다. 아들이 램프를 켰다.

 마지막 덫에 다가가 빛을 비추어 보니 팔뚝만한 새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달리는 새, 에뮤. 우리 안에 걸려든 에뮤가 갈대 굵기만 한 창살 하나를 부리로 집요하게 쪼아댔다. 마르카가 팔뚝까지 오는 두툼한 가죽장갑을 끼고 우리에서 새의 긴 목을 붙잡아 꺼냈다. 그동안 레아는 허리춤에 맨 칼집에서 칼을 빼냈다.

 “부리가 상당한데요. 쇠창살이 다 찌그러졌어요.”

 사나운 새가 다리를 버둥거리며 장갑 낀 마르카의 손목을 공격했다. 장갑 목이 긴 덕분에 다치지 않았지만 새가 할퀸 부분이 찢겨졌다.

 “발톱도 단검 같아요.”

 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장장이 아들이 만들어준 칼로 단숨에 에뮤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이런 종자는 처음이야. 다른 새같이 다루듯 다루면 안 돼.”

 순간, 둘은 어둠 한쪽에서 송곳처럼 날아드는 비명을 들었다. 마르카는 손에 힘이 빠져 짐승을 놓쳤지만 개의치 않고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보다 앞서 달리던 어머니가 몇 발자국에서 먼발치로 멀어졌다. 아득하기만 하던 달빛이 구름을 걷고 길을 안내해주었다. 바람에 실려 도착한 레아는 겁에 질려 소리치는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몸에 엉겨 붙은 악몽을 간신히 떨쳐내듯 몸부림쳤다. 아이 앞에 그림자가 뾰족한 물건을 내미는 모양이었고.

 마르카는 흙바닥에 쓰러진 램프가 밝히던 장면이 떠오르는 일을 막을 수 없었다. 그 기억은 가공할 수 없는 날 것이다. 피가 흐르는 칼을 든 어머니의 손이 몹시 떨렸고, 목이 사라진 시체는 앞으로 고꾸라져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나무상자에서 번뜩이는 날붙이 하나를 꺼내 어머니와 시체를 향해 좌우로 힘없이 휘둘렀다. 아이는 도망칠 틈을 발견하고 굴 밖으로 나와 내달렸다.

 아들은 램프를 들고 천천히 어머니에게 다가가 칼 쥔 손을 풀어주었다. 이윽고 레아의 아들 역시 황망히 불빛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괴한으로 알던 남자, 입 벌린 바르미야, 동생의 얼굴이, 가족을 올려다보았다.

 

 *

 

 나면서부터 형이 동생을 질투했다고, 평생 보아온 이웃들이 사건을 기다리기라도 한 마냥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어쩜 말이야, 형 동생이 뒤바뀐 모양인지도 모르고 살아왔을지.”

 레아는 자신이 나서려 했으나 아들이 앞서 내가 죄를 지었노라고 모두를 납득시켜버렸다. 어머니보다 남들을 먼저 설득시키고 나서야, 모자의 집안에서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완곡한 설득과 조용한 강요가 오갔다. 결정은 이러했다.

 “사형을 선고받은 자는 사형수의 소송이라는 권리를 내세우잖아요. 마침 원하던 바가 있던 터라 그 권리로 이루겠습니다. 우리가 키우나 정작 우리는 한 번도 음미하지 못한 노을차를 부르겠습니다.”

 천진하게 미소 띤 아들을 보고 레아가 힘없이 입술을 실룩였다.

 “그래, 오래전 사람들의 손에 찻잎이 쉬이 들어왔었지. 어렴풋하게나마 기억난다. 마신 적이 있어. 그런 기억을 어딘가 남긴 이웃이 남아 있을 거야. 마르카, 그래, 솔직히 차가 얼마나 좋은 맛을 안겨주었나 기억은 안 나는구나. 그러나 숨 거두기 전 목을 축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을 거란다. 그렇게 기억하련다.”

 얼마 후 마르카는 교수대에 올랐고, 자신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아도 개의치 않다고, 전혀 섭섭하지 않다고 뇌이었다. 자신이 저주를 내릴까 봐 우려하여 원로들이 차를 내놓는다면 과감히 찻잔을 밀어 내리라 다짐했다. 비스듬히 뒤에 서 있는 사형집행인에게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고 농담조로 말했다. 누더기를 얼굴에 뒤집어쓴 집행인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사형수는 그가 외상으로 호미를 사 간 단골손님임을 알았다.

 “배고프기 시작하는데. 허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 때 자연사하고 싶은데.”

 사형수와 집행인이 교수대에서 마음에 없이 웃음을 지었다. 헛웃음이 그칠 즘, 누군가 좁은 광장으로 달려와 소리쳤다.

 “적들이다! 적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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