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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죽지 않는 여자(부제 할리페란 꽃)
작가 : 밤비
작품등록일 : 2021.12.30

전생을 기억하는 유마리는 소설가다. 부족사회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인간애와 사랑에 관한 스토리다.

#전생 #시간여행 #마법 #휴머니즘 #노블리스오블리쥐 #사랑

 
4화 <이성과 감성 사이>
작성일 : 21-12-31 08:10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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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해서 시몬느는 그날 밤 바늘 세 개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후작이 말한 시계의 버튼을 눌렀고, 그녀 눈앞에 열린 문을 10초가 되기 전 통과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녀는 어떤 외딴 골목에 서 있게 됐다.

 원래 그녀가 있던 곳은 밤이었지만, 그녀가 도착한 그곳은 낮이었다.

 물론 그곳이 어딘지 그녀는 알 수 없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그녀가 살던 세상과 완전 다른 세상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의상도, 자신의 의상도 이전에 보지 못한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그녀가 살고 있던 세상에 비해 심리적으로 암흑에 가까운, 뭐랄까? 사람들의 표정이 많이 초췌해 보였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듯한, 뭔가 많이 불안정하고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보지 못하던 바퀴 달린 것 위에 사람들이 앉아 있기도 했고, 건물 양식도 많이 달라 보였다.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어리둥절해 있는 그때 중후한 한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자신을 레프 다비드피치라고 소개하면서 그녀에게 시몬느 베이크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금테안경을 쓰고 있었고, 콧수염을 달고 있었으며, 뭔가 초조해 보였다.

 예의를 모르는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워낙 시급하고 불안해서인지 초조한 행동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녀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곳 역시 이 전에 본 적 없는 그런 장소였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그들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와 말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시몬느는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뭘 마시겠냐고 묻는 거였다.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전생 덕이 확실할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분명 그녀가 예전에 살았던 곳에서 썼던 언어를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머뭇거리는 그녈 보더니 레프가 뭔가를 주문했다. 자신과 그녀를 위해.

 그리고 잠시 후 그들 앞에 차가 나왔고, 그녀는 그걸 마셨는데 그건 차가 아니라 예전에 한 번 마셔본 적이 있는 매우 쓴 음료였다.

 인상을 찌푸린 채 있는데, 그녀가 앉은 곳에서 창을 통해 정면으로 보이는 한 가게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인 듯 보이는 사람을 몇 사람이 폭행하는 장면, 그리고 그 가게 앞 유리창에는 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안 된다는 종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무슨 일인지 살펴볼 필요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지만,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레프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간단하게 이런 거라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우리는 만인이 평등해지기 위해 최후 승리하는 그날까지 혁명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르주아 계층은 이 혁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왜냐면 그들은 내부의 모순성으로 인해 서로 합의를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녀는 그의 행동부터 언어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에 촉각을 세우고 그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들을 주의 깊게 들었고, 듣다가 중요한 대목은 펜으로 노트에 쓰기도 하면서 임무에 충실했다.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간혹 분심이 들기도 했는데 왜 아니겠는가?

 그나마 담대하기에 이 모든 상황을 견뎌내지 심장이 콩알만한 사람이라면 벌써 그 콩알은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어 지나가던 새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 있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처음 보는 생경한 것들에, 처음 보는 남자와 마주 앉아 있는 것까지, 상황이 이러할진대.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가면서 그와의 일은 예상외로 잘 이뤄졌다.

 물론 그녀는 그가 말하는 걸 주로 받아 적는 입장이긴 했지만, 가끔 그가 신중하고 사려 깊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적절한 답변을 내놓기 위해 그녀가 사력을 다해야 했다는 것만 빼놓고 보면 그런대로 괜찮았단 의미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쫓기는 자의 경계심이 그의 주변을 휘감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는 그녀가 하는 말에 의심을 품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이전까지 여러 생을 살았고, 그 기억의 편린들이 그녀에게 준 혜택 덕이라고 해두자. 그녀의 전생과 자기가 살던 세상, 그리고 지금 세상의 차별성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면서 어느 정도 상황을 맞춰갔던 것으로.

 한참 얘기 중이던 그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는지 엉뚱한 질문을 그녀에게 던져왔다.

 “만약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은가요?”

 의외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고소하고도 달콤한 뭔가를 먹으며 사람들이 활동하는 장면 같은 걸 보고 싶습니다. 그 장면들이 낭만적이고, 희망적이었음 좋겠고요.”

 “하하~ 사람들이 활동하는 걸 보고 싶다고요? 영화를 말하는 건가요?”

 그의 말에 마땅히 대꾸해야 할 답을 갖고 있지 않았던 그녀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냥 얼버무렸다.

 그리고 그에게 던지는 맥락 없는 엉뚱한 질문으로 상황을 타개해나갔다.

 “그래서 아까 하신 말씀은 부르주아들은 서로 합의를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거죠? ”

 얼마간의 시간이 다시 흘렀고,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무사히 마쳤다.

 대화를 마친 그들은 밖으로 나왔고,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가 멀어져가자, 갑자기 그녀는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될 거 같단 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와 헤어진 후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녀는 한동안 거리를 헤맸다.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려면 어차피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갈 곳이 없었다.

 그녀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낯선 것뿐이었고, 심신이 피곤해진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던 특유의 호기심에 굴복할 힘조차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근처를 한 바퀴 돈 다음 아까 그 장소로 다시 갔다.

 

 그곳에 들어섰을 때 웬 젊고 패기 넘치는 한 사내가 그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의도적으로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 그의 옆 비어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고 있던 그에게 말을 붙였다.

 “담배 한 개비만 빌릴 수 있을까요?”

 너무나 놀랍게도 그녀는 그때 그들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이죠. 여기 있습니다.”

 하면서 그가 그녀에게 담배를 건넸다.

 “불이 없어 마치 크림 빠진 에클레어 같은 꼴이니 이를 어쩌죠?”

 그가 직접 그녀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프랑스에서 오신 분 같군요. 그런가요?”

 “아, 네, 뭐...”

 머뭇거리는 그녀를 배려하는 듯 그는 조용한 미소를 그녀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녀 쪽으로 의자를 당겨 앉으며 프랑스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그쪽도 딱히 바빠 보이시진 않으니”

 “네... 뭐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렇게 해서 그들은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로 대중에 대해,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자기가 주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물론 주로 듣는 쪽을 택했다. 그러다 가끔 그가 우쭐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칭찬과 공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단한 달변가였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더불어 앞으로 뭔가 큰일을 할 사람으로 보였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그가 그녀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이곳에 연고지를 갖고 있지 않거나 혹은 유대 조상의 피를 갖고 있다면 하루빨리 이곳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겁니다.”

 그녀는 알겠다고 심플하게 답을 한 다음 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다.

 “사실 어떤 사상을 선전하는 건 일종의 예술 행위죠. 그런 의미에서 선전하는 사람들은 민중을 다룰 줄 아는 심리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고요.”

 “하지만 선전을 한다고 해서 모든 민중이 그 선전을 믿는 건 아니죠.”

 “모르는 말씀입니다. 거짓말도 천 번 말하면 진실이 된답니다. 사람들은 한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 번 말하면 의심하다가도 세 번 말하면 곧 그걸 믿게 되죠.”

 “과연 그럴까요?”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엔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점차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언변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런 기분이 전혀 싫지 않다는 데 있다고 그녀는 자평했다. 그리고 어딘가 그에게선 낯설지 않은 느낌이 풍기고 있었다.

 한참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그는 그녀에게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못 이긴 척 그를 따라가 약간의 포도주를 곁들여 그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가 묵고 있는 곳으로 갔다.

 

 보통 때의 그녀 같으면, 그러니까 원래 있던 세상의 정숙하고 똑부러진 그녀라면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그때는 한 번뿐인 시간여행자로서 새로운 경험과 기회에 될 대로 되라는 심리가 그녀에게 도사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매력적이고 패기 넘치는 한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는 일이 그다지 나쁜 행위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그녀는 자신이 원래 살던 세상에서 남자와 동침한 적이 없었지만, 이것으로 실질적으로 자신이 처녀성을 잃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이건 먼 미래에서 벌어진 한 번의 해프닝일 뿐이라고, 그냥 꿈같은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는 의미다.

 호기심이 많고 어느 정도 대담한 그녀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추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녀는 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갔고, 거기서 그들은 아주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녀는 마치 경험이 많은 여인처럼 그 과정을 즐겼고, 그 역시 그래 보였다.

 그리고 잠에 빠진 그를 뒤에 남기고 욕실로 가 동그란 물건을 들여다봤을 때 그녀는 곧 때가 됐음을 알게 됐다. 그녀는 살며시 옷과 노트를 챙겨 다시 욕실로 갔다.

 초조한 마음으로 때를 기다리던 그녀는 드디어 세 개의 바늘이 한곳에 모였을 때, 튀어나온 부분을 힘껏 눌렀고, 눈앞에 나타난 문을 통과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아주 쉽게, 첫 번째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매우 이색적인 체험을 마친 후 꿈에서 깨어나듯 자신이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려 자신이 지내던 침실을 확인한 다음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는 것으로 그녀는 자신이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을 알게 됐다.

 다만 그곳으로 갔을 때 시간이 바뀐 것처럼 밤에 그곳을 떠났지만 도착해보니 살던 곳은 아침이었다.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예전 그대로였고, 모든 게 다 그대로였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계집종이 들어와 그녀에게 후작의 전갈을 전했다.

 “시몬느님! 후작님께서 아래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는 일단 사유를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계집종에게 알았다고 말하곤 급히 세수를 마친 다음 곧 서재로 향했다.

 그 전에 옷 속에 감추고 있던 노트 한 권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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