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2부 옆 과수원 덕칠이오빠 & 수상한 위씨아저씨
작성일 : 20-11-19 07:15     조회 : 324     추천 : 1     분량 : 731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부-<옆 과수원 덕칠이오빠!>

 

 강가에 있던 밭에서 파농사를 짓던 아저씨가 밭을 팔고 새로운 주인이 왔다. 새주인은 위씨아저씨라는 사람이었는데, 집은 다른 곳에 있고 밭에다 어린 사과나무만 수백 포기를 꽂았다.

 위씨아저씨는 교육청에서 높은 분의 차를 운전한다고 했는데 여가치기로 농사를 지으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농사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다. 농사꾼이 새벽부터 보살피고, 물도 제때 대주고, 거름도 제때, 농약도 제때 쳐도 날씨만 조금 안맞거나 해도 안되는 것이 농사인데 일 안하는 날 와서 시부지기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옆집 밭의 나무들은 배배 말라비틀어지고 도무지 자라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한 포기 두 포기 말라죽고 마는 것이었다.

 그 후 농장에 일을 할 일꾼을 데려왔는데 이름이 덕칠이였다. 덕칠이는 나이가 스무살쯤 되고 몸은 마른 편이고 더부룩한 장발머리 때문에 머리가 더 커보였다. 그리고 항상 머리와 어깨를 수그리고 꾸부정한 자세로 걸었다. 하지만 우리 동네아이들이 아무리 놀려도 화를 내는 법도 없고 때리는 법도 없어서 마음만은 아주 고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를 덕칠이오빠라고 불렀다.

 주인여자는 가끔 와서 멀쩡히 일을 하고 있는 덕칠이오빠에게 잔소리를 한바탕 늘어놓는 것이 특징이었다.

 “니는 그것도 못하나? 이건 또 와 이래했노?”

 그걸 보고 우리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일은 덕칠이 혼자 다하는구만, 여편네가 알지도 못하면서 잔소리는 더럽게 한다. 내같으마 그 돈 받고 그 많은 일 안하겠구만. 덕칠이가 갈 데가 없어서 그렇지. 으이구. 쯧쯧쯧.”

 일꾼에게 모질게 하는 것은 과거의 무지막지한 유물이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에도 동네 다른 집에 과수원 일꾼으로 일하던 벙어리총각이 있었다.

 나이는 한 스무 살 쯤 된 오빠였는데 늘 일을 하고 있었다. 과수원일 뿐만 아니라 과수원 옆에 붙은 작은 밭을 갈아 옥수수도 심고, 사과나무를 베어서 차곡차곡 쌓기도 했다. 마음이 고와서 우리에게 늘 웃어주었다.

 한겨울에도 헌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손이 시퍼렇게 되어도 장갑도 끼지 않고 일을 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주인은 늘 그 벙어리총각에게 일을 못한다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그 주인은 우리에게는 늘 친절했다.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저 오빠야는 일을 몬하나? 혼자서 리어카에 사과궤짝도 다 실어나르고 밭도 잘 갈던데? 와 주인은 맨날 일을 못한다고 혼을 내노?”

 엄마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못하기는? 그 집 과수원 농사 그 총각이 다 짓는데? 갈데없는 벙어리라꼬 일은 종일 시키면서 돈도 쪼매 주고. 그 영감님도 참 숭악타.”

 “그 오빠야는 엄마아부지가 없나? 와 자기집에 안살고?”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저 아랫동네 삼촌이 사시는데 돈 좀 벌라고 여기로 소개해서 왔다아이가?”

 그 총각은 항상 우리집 옆을 지나서 주인집 일을 하러 갔는데 우리가 고구마나 술빵을 쪄서 먹을 때면 엄마는 벙어리오빠를 불러서 같이 먹었다.

 그 집주인은 아주 고집이 세고 무서운 사람이어서 일꾼들을 모질게 부려먹었고, 대개

 일꾼들은 한 해 농사를 짓고 나면 떠나버렸다. 덕칠이오빠도 주인이 마음보가 고약해서 아마 오래 못갈 것 같았다.

 

 우리 엄마의 말은 맞았다. 덕칠이오빠가 오고 나서부터 여름가뭄에 물도 잘 대주고, 거름도 부지런히 주고 틈틈이 가지치기도 해준 덕분인지 옆 밭의 나무들은 더이상 말라죽지도 않았으며 그런대로 잘 자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덕칠이는 주인이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타박을 해도 항상 예.예하고 순종했다.

 위씨부부는 과수원 한 귀퉁이에 엉성한 가건물을 지어놓고 그 한쪽에 방을 대충 하나 만들어서 덕칠이를 생활하게 했다. 덕칠이는 부엌이 따로 없어서 마당 한 곁에서 대강 천막을 쳐서 하늘만 가린다음 그 아래에서 밥도 짓고 라면도 끓여먹고는 했다.

 우리엄마는 파인애플할배집에 뭔가를 갖다 줄 때면 항상 덕칠이오빠에게도 똑같이 갖다주었다. 덕칠이오빠도 김치가 떨어지면 우리집 부엌 앞으로 그릇을 들고 오곤 했다.

 동네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너무 심심했던 우리는 괜히 마당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하는 덕칠이오빠를 보면 놀리곤 했다.

 “하하하. 바보.”

 “덩신.”

 위씨부부가 덕칠이오빠에게 하던 말을 오빠, 나. 위선자. 막둥이는 똑같이 따라하면서 놀렸던 것이다. 그런데 덕칠이는 우리가 놀려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하던 일만 묵묵히 했다.

 그러면 약이 오른 우리는 동네 길가에서 조그만 돌조각을 주워서 덕칠이오빠가 설거지를 하는 수돗가로 던진다.

 “핑!”

 “톡!”

 돌조각이 양은냄비에 튀어도 덕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었다. 또 우리는 덕칠이오빠가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이 약이 올라서 덕칠이오빠의 방문에 작은 돌조각들을 던지면서 바보, 덩신, 천치 하면서 놀리는 것이었다. 우리가 던진 돌조각들과 모래가 방문을 사정없이 난타할때라야 비로소 마음씨 착한 덕칠이는 방문을 열고 인상을 조금 찌푸린다음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이노무 쉐끼들! 맞는다이!”

 그러고 나야 우리는 짐승들처럼 ‘우’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흩어져 달아나는 것이었다.

  과수원에 일이 없는 일요일 아침에는 덕칠이오빠가 머리에 무스를 발라서 올백으로 넘긴다음, 좋은 옷을 빼입고 구두까지 신고 어디론가로 나가는 것이었다.

 “어디가나?”

 마당 건너편에서 내가 쳐다보면서 물었지만 덕칠이오빠는 한번도 내게 대답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휙 지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엄마, 저 금방 지나간거 덕칠이아이가?”

 내가 엄마에게 물으면 엄마도 훤칠한 모습의 덕칠이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대꾸했다.

 “와아이라? 덕칠이 오늘은 멀끔하구마. 어데 선보러라도 가나보네. 니는 삼촌뻘인 사람한테 덕칠이가 머꼬. 덕칠이가?”

 엄마는 나를 쥐어박았다.

 “덕칠이오빠도 선보나?”

 “덕칠이 인물 좋데이.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한 것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런데 있어서 그렇지.”

 “아아~”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니 덕칠이오빠 좋아하나? 와 그렇게 덕칠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노? 니는 오빠야한테 나누기나 좀 배아라. 지공부도 몬하는주제에 남 간섭만 독으로 하지 말고.”

 “인자 나누기 할줄 안다고~”

 옆집 위씨부부가 덕칠이를 자꾸 바보 덩신하니까 나도 덩달아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후 덕칠이오빠는 여자친구가 생겼는지 어떤 날은 화장을 곱게 하고 세련된 커트머리에 앞머리만 웨이브가 들어간 어떤 젊은 여자가 찾아와서 덕칠이오빠와 같이 과수원에서 떨어진 사과를 줍기도 하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오빠! 이렇게 큰 사과가 떨어졌다. 아까워.”

 그 웨이브머리 언니가 사과를 줍자 덕칠이오빠는 질색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야야, 니는 하지마라. 놔둬라. 내가 하께.”

 그리고 두 젊은 남녀는 뭐가 좋은지 과수원에서 왔다갔다하면서 하하하.호호호. 웃어대었다.

 덕칠이오빠에게 애인이 생기고 나서야 우리 동네 아이들은 덕칠이오빠가 바보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더이상은 놀리지 않게 되었다.

 

 이상한 위씨아저씨

 

 옆집 위씨아저씨는 일을 하다가 전화를 걸일이 생기면 자주 우리집에 와서 전화를 사용했다.

 어떤 날은 엄마. 아부지가 장에 가서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집에 있을 때도 안방문을 휙 열고 들어와서 자기 마음대로 전화를 썼다.

 “어어.. 그래. 너거 애들은 잘 크나?”

 그다지 바쁜 용무도 아닌 것 같은데 자기 전화가 아니라고 삼사십분씩 통화를 했다.

 여자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안방에서 TV를 틀어서 만화를 보고 있으면 또 마당을 가로질러와서 문을 벌컥 연다.

 “나 축구 봐야된다.”

 그러면서 남의 방에 쑥 들어와서 자기마음대로 축구를 틀어서 보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열 살 무렵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남이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왜 남의 빈 집에 와서 지멋대로 전화를 쓰고 텔레비전도 자기마음대로 틀어대는 건지도 짜증이 났지만

 나는 위씨아저씨가 싫고 무서웠다. 우리 옆에 오래 같이 살아온 파인애플할배도, 밤도망을 친 앞집 구원자네 아버지도, 돼지농장 봉씨아저씨도, 친한 닭집아저씨도 우리집에 와서 맘대로 안방에 쑥 들어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뭔가를 빌릴 때도 엄마아부지가 없으면 나에게 좀 써도 되냐고 물어보고 썼다.

 ‘뭐 이런 아저씨가 다 있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내 작은 덩치로 뚱뚱한 위씨아저씨를 이길 수는 없다고 판단해서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위씨아저씨가 우리집에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밭으로 달아나서 제일 높은 사과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서 엄마아부지가 언제 오나 기다렸다.

 

 작년에 가을 무렵, 우리 할머니와 동네 아지매들이 우리밭에서 사과를 따고 있었다.

 얼굴에 기름이 흐르고 몸은 짤뚱한 위씨아저씨가 온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우리밭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밭 한가운데는 파란 가파를 펴놓고 아주머니들이 노랗고 붉은 사과를 딴 망태를 갖다주면 우리 할머니와 엄마아부지는 받는 족족 사과꼭지를 가위로 자르는 작업을 함께 하고 있었다. 사과꼭지를 제거해주어야 다른 사과가 찍히지 않기때문이었다.

 “아이고, 모친 작업하십니까?”

 위씨아저씨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띠면서 여기저기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했다.

 “힘들지예?”

 그리고는 사과를 따는 우리 할머니나 동네 아지매들의 곁으로 가서 오래 같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떠들어대다가 우리아부지에게 공판장 시세를 묻고는 돌아갔다.

 그러고 나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쑥덕쑥덕대는 것이었다.

 “저 미친놈은 뭐꼬? 막 우리모친, 우리모친 하면서 모개할매 젖가슴을 막 주물러대고.”

 같이 일하던 금실이아지매가 말했다. 그러자 은기엄마도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와 아이라! 내가 혼자 사다리에서 사과망태 내릴 수 있는데 굳이 도와준다면서 사다리 밑에 기웃기웃하면서 남 궁둥이에 손을 올리고. 짜증난다.”

 “누가 카던데. 저 남자 다른 데서도 맨날 그란다카더라. 병인기라.”

 “맞다. 지 마누라봐라. 마른 와라바시같이 삐쩍 말라가지고 어데 손 갈데나 있겠드나? 처녀도 아니고. 니가 참아라마.”

 동네 아지매들이 은기엄마에게 말했다.

 “처녀아이라꼬 아무나 만져도 된다 그말이가?”

 통통한 몸매의 은기엄마는 짜증을 냈다. 동네아지매들은 자기가 당한 일이 아니어서인지 단체로 와하하하하 웃어댔다. 우리할머니는 그냥 아무일없었다는 듯이 사과만 땄다.

 그 이야기를 곁에서 들은 우리엄마와 아부지는 얼굴이 좀 벌개졌다. 그 후 여자들은 위씨아저씨를 보면 인사는 반갑게 해도 어디론가 나무 높이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얼마후, 옆 과수원에는 사과나무가 부족했다. 그래서 위씨아저씨는 우리밭에서 사과나무를 사서 옮기기로 했다. 위씨아저씨와 덕칠이오빠는 경운기를 끌고 와서, 사과나무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주변의 흙을 깊이 판 다음 조심조심 실었다. 우리아부지도 함께 거들었다.

 “이거는 오년생 이상이라서 한 그루에 오만 원은 받아야되는데. 내가 동생한테 싸게 해준다.”

 “하모. 하모.”

 세 남자는 이야기가 잘 되었는지 일하는 내내 웃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말이 달라졌다.

 “아까 큰 거랑 작은 거랑 총 열 그루 삼십 만원이다.”

 위씨아저씨는 갑자기 흥분을 하면서 목청을 높였다.

 “형님, 아까 자잘한거는 그냥 공짜로 준다꼬 안캤능교? 우째 돈이 삼십만원인교?”

 두 남자가 티격태격하자 덕칠이오빠는 그만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위씨아저씨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부인까지 데리고 왔다.

 “아까 분명히 작은 나무는 공짜로 준다안캤심니까?”

 위씨부인은 우리아부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마구 해댔다.

 “허허,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노? 나는 한 적 없다. 너거가 잘못 들었겠지! 내밭에도 나무가 귀한데 와 내가 공짜로 줄꼬? 와 없는 말을 지어내노? 그라마 안되겠다. 없던 일로 하고 나무는 내가 다시 파가 가지뭐.”

 우리아부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씨아저씨는 자기머리로 우리아부지의 배를 들이받았다.

 아부지는 받친 배를 끌어안고 마당에 잠시 주저 앉았다.

 그 다음 순간 동네씨름선수였던 우리아부지는 위씨아저씨를 메다꽂았다.

 “아이고, 이런 법이 어데있노? 동네사람들. 여기 사람죽이네. 살인난다. 동네사람들.”

 하지만 동네사람들은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다. 인색한 위씨부부는 동네에서도 인심을 별로 얻지 못했던 듯하다. 옆집 위씨부인은 우리아부지의 가슴팍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가 난 우리엄마는 옆집 위씨부인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내려 그녀를 우리아부지로부터 떼어놓았다. 옆집 위씨부부는 힘으로는 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계산을 했는지 더이상 어쩌질 못하고 물러갔다.

 

 그러나 그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 당시 막둥이는 다섯 살이었다.

 어느 날 막둥이가 모래밭에서 혼자서 놀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배를 심하게 걷어차여서 온몸에 구렁이 감긴 듯 시퍼랬다. 옆집 위씨부부의 삼학년짜리 아들이 어른들끼리 싸움을 한 분풀이를 막둥이에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엄마는 막둥이의 손을 잡고 학교로 곧장 쳐들어갔다. 그리고 아침에 자습하고 있는 삼학년 교실로 다짜고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엄마를 보고 도망가는 삼학년짜리 위씨아들의 멱살을 잡았다.

 “야 이새끼야. 니가 사람이가? 와 얼라를 죽도록 패놨노? 니 집에서 그렇게 배웠나? 니같은 놈은 당장 경찰서가자!”

 “와 이카십니까? 어머니?”

 담임교사가 와서 뜯어말렸다.

 “이거 한번 보고 말하소!”

 우리엄마는 막둥이의 웃웃을 걷어올렸다. 가슴과 배에 피멍이 드러나자 담임교사는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쌍놈의 시키가 이랬다네요. 저거 아부지가 우리집에 사과나무를 사갖고 갔는데, 자꾸 돈도 안주고 우리가 나무를 절반은 꽁짜로 주기로 했다고 이상한 소리를 해서 어른들끼리 좀 싸웠기로 이 개아들놈이 우리 아들을 죽도록 패놨다아입니까? 의사가 하는 말이 창자가 안터진게 다행이라카네요. 이런 시키는 당장 경찰서로 끌고 가서 콩밥을 믹이야됩니다.

 저거 아부지가 일하는 교육청에도 가야되고요. 교육청 공무원 아들놈이 지보다 한참 어린 남의 아들을 이따위로 무지막지하게 패놔도 되는지 가서 내 한번 물어볼랍니다.”

 위씨부부의 아들은 교장실로 불려가서 두 손을 싹싹 빌고 다시는 막둥이를 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위씨부부는 그제야 사과나무값을 갖다주었다.

 그 후 얼마되지 않아서 사꾸라농사꾼 위씨부부는 농사를 포기하고 그 밭을 아랫마을 자옥이네 큰아부지에게 팔고 나갔다. 새주인은 사과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거기에 배추와 무를 심을 것이라고 했다. 덕칠이오빠도 졸지에 일터를 잃고 어디론가 떠나갔다.

 우리 동네아이들은 오랫동안 덕칠이오빠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했다. 아마 그동안 괴롭힌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옥이의 큰아버지부부는 그 밭에 파, 배추, 무, 자두나무를 심었다. 제대로 된 농사꾼이었던 자옥이의 큰아버지부부가 오자 그 밭에 심는 것은 뭐든 잘 되었다.

 자옥이큰엄마는 파나 배추를 잔뜩 뽑으면 다 못팔거나 허드레 채소로 남는 것은 우리집 마당에 휙 던져놓고 갔다. 그러면 우리엄마는 먹을만한 것은 다듬어서 우리의 밥상에 올리고, 나머지는 흙을 탈탈 털어내고 외양간의 소구시에 갖다주었다.

 소는 싱싱한 야채를 많이 먹어서인지 병치레를 많이 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나나 20-11-21 17:39
 
경상도 사투리 교재로 써도 될 만큼 훌륭하십니다ㅎㅎ 서울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요.. 제가 사는 곳은 하루 열명씩 나오고 있고요.. 완전 무서워요.. 코리아님도 조심하세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코리아구삼공… 20-11-21 21:39
 
나나님! 안그래도 서울이랑 경기 코로나 너무 많이 퍼져서 걱정하고 있었어요. 나나님도 안전하게 꼭 집에 머무세요.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7 2부 옆 과수원 덕칠이오빠 & 수상한 위씨아저… (2) 2020 / 11 / 19 325 1 7314   
46 미국에서 온 편지 2020 / 11 / 19 267 1 2728   
45 구식이삼촌과 민자언니2 2020 / 11 / 18 265 1 3590   
44 2부 산불 그 이후의 이야기 (6) 2020 / 11 / 12 350 1 3695   
43 2부 삼각관계 그리고 산불 2020 / 11 / 11 263 1 4376   
42 2부-꽃사슴농장사람들 2020 / 11 / 11 280 1 3115   
41 2부-큰이모와 큰이모부 2020 / 11 / 11 260 1 4842   
40 2부 천대포아저씨네 (1) 2020 / 11 / 4 322 1 4889   
39 2부-가을풍경들 & 잘생긴 준수아재 (2) 2020 / 11 / 3 346 1 6255   
38 복숭아서리 & 버스사이에 끼인날 (2) 2020 / 11 / 3 327 1 6160   
37 2부-도벽 (2) 2020 / 10 / 23 333 2 6945   
36 2부 여름편-과일서리 2020 / 10 / 18 276 2 4815   
35 <2부>봄-친척아저씨 도끼들다. 2020 / 10 / 12 277 2 2607   
34 <2부> 겨울편-사과나무 가지치기 2020 / 10 / 9 265 2 5204   
33 버들밭아이들 2부-가디건 2020 / 10 / 9 283 2 4139   
32 버들밭아이들 1부 종결 (2) 2020 / 9 / 28 358 2 619   
31 겨울 메주만들기 & 친할아버지 2020 / 9 / 28 289 2 4138   
30 막둥이 낳던 날 & 앵두네 살구밭 2020 / 9 / 28 282 2 5206   
29 초상날 & 삼청교육대 2020 / 9 / 25 279 2 3935   
28 겨울 사과포장하기 & 장날 사과팔던 날 2020 / 9 / 25 288 2 9267   
27 팥죽, 호박죽 그리고 귀신 (2) 2020 / 9 / 23 346 2 9514   
26 학교생활-변소청소 & 토끼고기 2020 / 9 / 23 272 2 4884   
25 80년 봄, 구식이삼촌 2020 / 9 / 21 286 2 3924   
24 강아지 키우기 & 개도둑 2020 / 9 / 21 281 2 5423   
23 두더지고기 먹던 날 2020 / 9 / 21 281 2 3433   
22 물귀신 2020 / 9 / 21 308 2 3317   
21 감자캐던 날.(굼벵이술) (3) 2020 / 9 / 21 346 2 6683   
20 일학년 입학 & 봄소풍 (1) 2020 / 9 / 20 336 2 7738   
19 외삼촌 2020 / 9 / 20 274 2 4643   
18 말자이모 (2) 2020 / 9 / 19 336 2 510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시나의 결혼기록
코리아구삼공일
반로국왕자 비름
코리아구삼공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