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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다른 사람의 세상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전쟁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끊이지 않는 멸망을 앞둔 대륙에서, 아무런 능력이 없던 헌터 하나가 떨어졌다.

 
3. 업보(1)
작성일 : 20-09-28 17:00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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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업보(1)

 

 마타 이장은 죄인이다.

 ‘모든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산다. 중요한 것은 속죄하고 나아가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아, 그건 좀……’ 이라 말하고 고개를 저으며 선을 그을 만 한 죄인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장직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죄를 들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마타의 인물됨은 모범적이고 배울 만 한 사람이었고, 마타는 단 한번도 공범을 만들지 않았기에 갈등이나 꼬리가 밟힐 염려도 없었다.

 

 혼자인 만큼 저지를 수 있는 죄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마타의 욕망을 채우기에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하지만 어떤 죄인이든, 어떤 선인이든 모든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죄를 속죄할 수 있다거나, 그렇기에 사람을 믿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닌, 그저 단순하고 건조한 사실로, 사람은 많은 경우에서 변화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에게 멍석말이를 당하고 쫓겨났어야 할 화양년에게 당신과 자신의 아들이 마루 밑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식의 귀띔을 듣는 경우도 수많은 변화의 기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샤디를 구출해낸 그 날, 마타는 진부하지만 다행히도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마타는 좋은 이장이 되었다.

 

 그리고 마타는 좋은 이장이 될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 범죄를 저지르며 들키지 않으려면 작은 마을의 모든 사람과 모든 땅을 알고 있어야 했다.

 

 마타는 샤디를 부모 없는 자식으로 만들었다. 대신에 마을을 부모 없는 자식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초심림에 들어간 마타는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임산물과 그 경제적 가치를 정리해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쩍산에 대로를 만들었고, 마타는 어떤 젊은이보다 더 먼저 앞장서서 길을 닦고 정리했다.

 

 사람들은 마타가 쓰러질까봐 걱정했고, 실제로 위태로운 순간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마타는 쓰러지지 않았고, 마을은 빠른 속도로 변해갔다.

 

 치안이 좋아졌다. 더 이상 세금에 쪼달리지 않았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마차를 타고 도시까지 쾌적한 길을 다녀올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마타가 이장이 된 것에 감사했고, 자신의 마을에 자부심을 가졌다.

 마을은 갈수록 살기 좋은 곳이 되어갔다.

 

 마을을 바꾸면서 마타는 어쩌면 하는 희망을 마음에 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이 속죄가 될 지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자신의 죄를 알리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식이 없는 말년의 이장의 마지막 소일거리로 샤디를 양자로 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마타는 샤디가 처음으로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마타의 희망이었다.

 

 희망을 세우기까지는 15년이 걸렸지만, 이를 무너뜨리기까지는 3일이 걸렸다.

 

 처음에는 소쩍산에서의 3건의 실종.

 그리고 실종된 사람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연이은 실종.

 

 그리고 마침내 힌돌이 대호를 발견했다.

 

 마타의 마을에는 호랑이를 잡을 만 한 사냥꾼도, 도구도 없었기에 마타는 호미국의 수도에 사자를 보냈다.

 

 평생이 걸린 것만 같았던 불안한 지옥의 끝에서 돌아온 대답은 처참했다. 전쟁 탓에 착호갑사를 보낼 수 없고, 군량이 부족하니 오히려 세금을 더 징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타는 벼랑 끝에 몰린 채 웅크렸다.

 마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목숨을 걸어도 부족한 것이 있었다. 평생을 준비해도 짧은 것이 있었다.

 

 착호사 같은말도 안 되는 별명으로 설치는 아들에게 할 수 있는 충고가 아무것도 없었다.

 

 ‘자백할까?’

 

 이것이 신의 천벌이라면, 마을에 자신의 죄를 알리고 죽어버린다면 대호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타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혼란스러운 마을의 유일한 구심점이었다. 마타가 죽은 뒤에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마을은 죽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정일이 찾아왔다.

 

 그 때의 마타는 의지도, 희망도 너무 약해져 있었다.

 마을을 위해 타오르던 노년의 불꽃은 이미 잔불까지 사라진 차가운 재가 되어 있었다.

 

 정일이 대호를 죽이고 나면? 그러면 죄가 사라질까?

 어쩌면 그 뒤에는 더 큰 죄가 마타를 치기 위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마타는 더 이상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마타는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단 한 명. 마타가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마타는 샤디가 정일과 동행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샤디가 마을을 떠나길 바랐다.

 

 ‘제발 떠나라. 저 하디와 함께 떠나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샤디는 젊고, 강하고 세상에 관심이 많은 소년이다. 매력적인 바깥세상을 알게 된다면 이런 지루한 시골 마을 따위는 관심도 갖지 않을 것이다.

 

 샤디가 떠난 뒤에는 마타는 자신이 없어도 마을이 지금의 행정을 유지하도록 인수인계를 마친 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일이 사라진 뒤에는 천벌이 마타를 찾아왔다.

 

 정일과 샤디가 떠나자 힌돌이 똥 마려운 개처럼 우물쭈물 하다가 나무 하러 간다는 핑계로 소쩍산에 들어갔다.

 

 그동안 껍질깨기가 두려워서 몸을 사리고는 있었지만, 그 누구 못지않게 마을을 아끼는 녀석이니 자신이 쓸 만 한 일이 있을지 싶은 모양이었다.

 

 “여기, 마법을 쓰는 인간이 온 적이 있었나?”

 

 그리고 정일과 같은 방향에서 한 인간이 찾아왔다. 마찬가지로 심상치 않은 기세를 품은 자였다.

 

 마타는 여전히 탁월함을 유지하는 자신의 직감과 분석력으로 노아가 묻는 ‘마법을 쓰는 인간’이 정일을 의미하는 것이며,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을 눈치 챘다.

 

 “마법을 쓰는 인간? 허허,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나? 마법을 쓰면 하디겠지. 말 같잖은 소리를 하는 것이 모험가들은 다 똑같구먼.”

 

 노아는 마타의 핀잔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마타는 노아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가 한숨을 쉬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일은 한탄으로 하늘을 본 것이 아니었다.

 맑은 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천둥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귀를 막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감히 내가 선택한 자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가?”

 

 기겁한 마타가 땅에 납작 엎드렸다.

 

 신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마타는 그 신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마타는 후련함과 공포에 몸을 떨었다.

 

 ‘천벌이 찾아왔다.’

 

 마침내 자신은 합당한 죗값을 치루고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정의는 지켜질 것이다. 그렇다면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은 평화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타는 눈을 감고 자신에게 떨어질 벼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쉴예는 마타의 죄를 묻지 않았다.

 대신 노아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대답해. 그 자식은 어디에 있지?”

 

 경외에 취해 곧바로 대답하려던 마타는 입을 다물었다.

 샤디가 정일과 함께 있다.

 

 왜 천벌을 내리려는 신이 엉뚱한 사람을 찾고 있는 걸까.

 설마 이게 천벌이 아니라면? 샤디를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모릅니다……”

 

 마타의 너무나도 티 나는 거짓말에 노아는 웃음을 터뜨리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저 바닥에서 돌을 주워 던졌을 뿐이었다.

 

 -퍽

 

 주먹 절반 만 한 돌이 히데오의 몸을 관통하고 땅에 박혔다.

 

 마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살인사건이, 마타의 눈앞에서 일어났다.

 

 정작 갑작스러운 살인을 저지른 노아 본인은 아무런 동요 없이 노아를 바라보았다.

 

 “모른다는 말은 받지 않는다.”

 

 한 박자 늦은 비명이 어우러졌다. 경비병과 착호사가 무기를 들고 뛰쳐나왔다.

 노아는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돌을 허공에 던졌다 받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기억이 돌아왔나?”

 “……모릅니다.”

 

 또 새로운 비명과 죽음이 추가되었다.

 마타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멍청이들아! 신이다, 신! 너희들이 뭘 어쩌려는 거냐! 나 혼자 죽도록 두고 빨리 도망칠 생각이나 해야지!’

 

 하지만 마타의 외침은 주민들이 아닌 엉뚱한 곳에 닿았다.

 

 “너희들은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아쉴예의 선언에 마을 외곽에 불이 붙었다. 사방에서 타는 소리, 비명 소리, 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밟혀 쓰러진 엄마를 붙잡고 우는 아이가 있었다.

 노아는 돌을 던져 아이의 머리를 터뜨렸다.

 

 “자, 이제 기억이 돌아왔나?”

 

 마타는 입술이 터질 때까지 깨물었다.

 마타는 마을 사람들을 지킬 수 없다. 마타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다.

 하지만 샤디는 지킬 수 있었다.

 

 “모릅니다.”

 

 노아가 마타의 목을 움켜쥐었다.

 

 “고작 외부인을 지키기 위해 네 마을을 포기한다고? 그 놈은 거짓말쟁이다. 무엇을 약속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리라 기대하지 마라. 그냥 말 해! 어디에 있지?”

 

 마타는 노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모릅……니다.”

 

 그저 자신의 삶의 마지막에서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사람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나는 여기서 죽겠다. 여기서 시간을 끌고 너를 지키고 죽겠다. 샤디야, 내 아들아.’

 

 마타는 이미 죽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죽지 않아도 될 마을을 죽였다.

 

 그것은 불공정한 천벌이었고, 불공평한 응보였다.

 그리고 평범한 이야기였다.

 

 노아는 목이 부러진 마타의 시체를 질질 끌며 정일의 행방을 알 만한 다른 사람을 물색했다.

 

 “왜 나를 말리지 않지? 네가 신이라면 인간을 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는 인간이 아닌가? 아니면 신은 더 많은 인간 편을 들어야만 하는 건가? 10명을 살리기 위해 매 순간 9명을 죽이는 신은 좋은 신인가?”

 “그러면 내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마을을 태워버리는 신은? 좋은 신인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지 모르겠군. 인간이 매일 주말에 한가할 때 무릎을 꿇어 주면 그 대가로 삶의 복지를 제공하는 몸종 같은 것이 좋은 신인가? 비양심적인 주인도 노예에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데 왜 양심적인 신도는 신에게 그런 기대를 품는 건지.”

 

 노아는 아쉴예의 말을 끊고 도망치는 소녀에게 돌을 던졌다. 다리가 끊어진 소녀는 발작을 일으키더니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노아는 이마를 문지르며 짜증스럽게 입술을 비비적거렸다.

 

 “왜 저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밝힌 거지? 난 당신에게 그런 걸 요구한 적이 없어.”

 “신은 네 기도를 듣는다. 그리고 기도는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아야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노아는 짜증스럽게 허공에 돌을 던지며 자신의 무의식을 원망했다.

 

 “필요 없다. 복수는 내 것이야. 너 따위 없이도 혼자서 복수할 수 있어. 다시는 내게 아무것도 베풀지 마라.”

 “그래? 그럼 그 부활과 힘은? 그 능력이 인간이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이뤄낸 산물 같나?”

 

 노아는 조용히 불길을 걸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더 죽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네 것이면 가져가라. 난 내가 복수할거다.”

 “글쎄……”

 

 아쉴예가 말끝을 흐리고 노아는 앞을 바라보았다.

 

 “알스트? 설마 이번에는 이 마을을 실험장으로 삼는 건가?”

 

 멀리서 노아가 잊을 수 없는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알스트가 같이 있나? 그렇다면 정말 기쁠 텐데.”

 

 그리고 화마 한가운데서 정일과 노아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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