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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독한 보모일
작가 : 딴다라아나
작품등록일 : 2020.9.23

수탉의 머리에 뱀의 꼬리.

 
4. 재활용 안되는 쓰레기는 어디로?
작성일 : 20-09-28 14:48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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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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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토스는 건물 안내도에서 행정실을 찾았다. 행정실은 이층에 있었다. 뷔토스는 비상계단문을 열었지만 곧 눈살을 찌부렸다. 한 계단마다 시체들이 엎어져 있었다. 시체에 별 감흥이 없었지만 시체들 때문에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만한 수치가 없을 것이다. 다행으로 그녀는 사층에 멈춰서있는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시체들이 우수수 그녀의 발 밑으로 떨어졌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시체가 떨어지는 걸 보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한발자국 떨어졌다. 아슬아슬하게 구두코에 시체의 머리카락이 닿지 않았고 그녀는 시체를 밟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뷔토스는 엘리베이터 닫힘부분을 빠르게 몇 번 눌렀다. 앞으로 엎어진 시체가 엘리베이터 문에 걸렸다. 뷔토스는 버튼을 세 번 더 눌렀다.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삼층에 머리를 남겨두고 그녀를 이층으로 데려다 주었다.

 뷔토스는 행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액정에 피가 튀어 있었지만 그정도면 매우 좋은 상태였다. 몇 대는 총을 맞았는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컴퓨터를 찾아 그 앞에 앉아 있던 시체를 발로 차서 치웠다. 그녀는 피가 묻은 의자를 혐오스럽게 봤다. 뷔토스는 의자에 앉지 않고 자판을 몇 번 두드렸다. 그녀는 곧 경찰의 정보를 찾았다.

 "멜리브 바이런."

 시인의 이름을 가졌군. 그녀는 바이런의 시들을 좋아했다. 그 낙낙한 단어들이 주는 안온함을 좋았다. 뷔토스는 처형이 끝나고 시녀들에게 바이런의 시를 읽도록 시켰다. 그럼 그녀들은 당황하면 나오는 들쭉날쭉한 음성으로 바이런을 읽었다. 기묘한 불협화음이 뷔토스는 참을 수 없이 유쾌했다.

 뷔토스는 서류에 나와있는 정보들을 훑었다. 가족관계, 부모 모두 빗길에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미끄러져서 사망, 여동생 하나. 이름 아시온 바이런. 주소, 이스트엔드 푸르가트리오주택 반지하. 특이사항. 없음. 뷔토스는 몇 번 더 입 안에서 그 단서들을 굴렀다. 그녀는 그것을 완전히 다 외울 때까지 미동하지 않고 서있었다.

 잠시후 뷔토스는 컴퓨터에서 조회기록을 삭제했다. 아까 밀어트린 시체를 다시 의자에 앉히고, 피범벅이 된 키보드에서 자신의 지문을 지웠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시체의 손가락 하나를 집어들고 자판 하나하나에 지문을 손수 찍고는 시체의 머리를 들어 키보드에 떨어트렸다.

 그녀는 곧 그 자리를 떴다.

 한편 그때 경감은 서를 막 나온 상태였다.

 "젠장할. 대체 아까 그년은 뭐야."

 그는 최대한 서로부터 멀어진다. 아까 베일을 쓴 여자 한 명이 그를 뒤에서 덮쳤다. 가슴팍에 총을 맞았는지 그 부분이 유달리 젖어 보였는데 몸동작이 늑대처럼 재빨랐다. 여자는 순식간에 그의 발목 힘줄을 끊어냈다. 끄으악! 비명소리가 서에 울러 퍼졌다. 그는 여자가 자신을 다시 한 번 찍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을 뒹굴 굴렀다. 그리고 탕.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머리에 총을 맞은 여자는 뒤로 넘어갔다. 칼이 챙그랑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경감은 최대한 멀리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녀와 충분히 멀어졌다고 생각했을 즈음, 어디서 여자들이 더 나타났다. 그들의 관심사는 경감이 아니었다. 여자들은 이제 죽은 여자를 둘러싸고 늑대처럼 울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신음과 울부짖음 그 중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들은 섬뜻했다. 경감은 엉금엉금 기어서 서를 나왔다.

 경감은 운좋게도 바텐더를 발견했다. 시장을 보고 오는 길인지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대파와 사과가 비죽이 나와있는 모습은 그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이봐, 이봐 나 좀 도와줘...."

 바텐더의 눈이 둥그러니 커졌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모습에 지레 겁을 집어먹었는지 우물쭈물거렸다. 경감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빌어먹을 동양인 새끼가! 빨리 안 와?"

 바텐더는 그제서야 무릎을 짚으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자네, 자네 행색이 왜 그러나?"

 "그건 알 필요 없고, 경찰이나 불러와."

 "그런데-"

 순간 경감은 술집에서 느꼈던 위화감을 그대로 느꼈다. 원래 저렇게 키가 컸었나? 굽은 저 허리가 저렇게 펴질 수 있었던가? 경감은 배에서 발목과 똑같은 통증이 밀려오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천천히 그의 배를 내려다 보았다. 얼음 깍을 때 쓰던 칼이 그의 배에 꽂혀 있었다.

 "생각보다 질기군. 경감."

 "너, 너-"

 "왜 그래 클레메인 경감?"

 눈 앞의 남자는 빙글 웃으면서 말했다. 허스키한 미성이 나흘 전까지만 해도 들었던 쉰 목소리 대신 나왔다.

 "경찰이 널 가만두지 않을거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장면이 찰리 채플린이 나오는 무성영화의 장면과 닮아 있었다. 과장되게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경찰? 당신네 집단이 이미 썩어빠진 집단이라는 거 누가 몰라? 댁 그 유치한 소탕전 허락해준 윗전도 이미 우리 편이야."

 "우리편?"

 경감은 녹음기를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라도 무죄를 증명할수 있다면...! 남자가 칼에 발을 대고 눌렀다. 경감의 배 안쪽으로 나이프가 움직였다. 울컥 피가 바텐더의 바지 끝단에 튀었다. 바텐더가 얼굴을 구겼다.

 "끝까지 짜증나게 만드네. 이렇게까지 짜증나게 하는 사람은 또 처음 봐. 한 명 더 있긴 하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죽일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단 말이야...."

 "네, 네 놈은 대체-"

 "그래도 그동안 봐온 정이 있으니까 당신이 죽은 후에 사건이 어떻게 될지 정도는 알려줄게. 당신은 이 건물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있었던 사람이야. 혈관에서는 환각제와 기타 잡다한 약물들이 흐르고 있었고. 당신은 사람들을 죽이고 환각에서 깨자 자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거지. 그걸로 사건 종결. 땅땅땅!"

 "CCTV까지 네놈이 교체할 수 있었을 것 같나?"

 남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경감은 통쾌했다. 몸이 죽어가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는 환호성이라도 질렀을 것이다. 역시 그가 옳았다. 그는 지난달에 웬지 모를 꺼림직함을 느껴 상부에다가 CCTV에 접근하려면 막는 시스템을 설치하자고 했다. 아무리 날고긴다하는 해커라도 몇시간이 꼬박 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 그건 좀 시간이 걸렸어."

 그 뒤에 이어진 말은 경감을 절망케 했다.

 "십오분이나 걸렸어. 웬만한 건 다 오 분 안에 해결했는데 말이야. 나름 애 많이 썼네."

 남자는 절망한 경감의 얼굴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왜 그래?"

 남자는 먹잇감을 찾은 늑대처럼 경감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몇 바퀴나 돌았을까?

 "나, 나한테 대체 왜 그러나!"

 "억울하겠지."

 바텐더는 갑자기 표정이 없어졌다. 마네킹처럼 변한 얼굴을 보자 경감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아내와 십 년 전에 이혼했다지? 이혼 사유. 상습적인 폭행. 딸 성폭행까지. 밖에선 좋은 사람이었어야 하니까, 안에서는 쌓인 폭력성을 배출할 수 밖에는 없었겠지. 억울하지? 그래, 억울하겠지. 멜리브? 그 신입도 결국 말 안 듣고 뛰쳐나간 건데 당신이 죽인 걸로 됐으니까 억울할거고, 딸도 그래. 아빠가 되서 딸 좀 만진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치?"

 "너어, 넌 대체 누구냐?"

 "그건알 필요 없지. 그럼 잘가. 아주 훌륭한 장기말이었어. 당신은."

 경감의 시야가 천천히 흐려졌다. 기계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콰득.

 그의 몸뚱이가 들리는 게 느껴졌다. 어디로 가는 걸까? 그게 궁금했지만 곧 그의 모든 감각이 ㄲㄶ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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