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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를 잊은 그대에게
작가 : 하나
작품등록일 : 2020.9.14

7년을 만난 애인에게 예고도 없이 차인 단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그녀 앞에 옆집 남자 윤완이 나타났다. 이별 극복을 도와준다는 모임 '라벤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단비의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데....과연 단비는 새로운 사랑을 붙잡을 수 있을까.

이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여자 이야기.

 
17화) 배우 선정
작성일 : 20-09-26 13:48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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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회사 사람들은 하나 같이 피곤에 전 얼굴들이었다. 모두 밤새 그 재미없는 이야기와 씨름하느라 많이 지쳐있었다. 나는 괜히 찔리는 마음에 커피를 타 한 잔씩 돌렸다.

  “고단비 씨. 어째 너만 얼굴이 쌩쌩하다. 일 한 거 맞아?”

  “네. 아침에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드렸는데. 못 보셨어요?”

  선배는 그 자리에서 메일을 확인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보곤 흡족해 했다. 끝까지 내가 한 게 아니라 양심에 찔렸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우리는 서로가 정리한 것을 보면서 대본에 쓸 에피소드를 추려냈다. 의뢰인이 꼭 넣어줬으면 하는 에피소드 중에서는 딱히 쓰고 싶은 게 없었는데, 특히 돼지껍데기를 처음 먹었던 날의 에피소드는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모두 비슷한 마음이라 대본 회의는 빨리 끝났다. 섭외한 작가에게 막내가 자료를 보내는 동안 우리는 다음 회의에 들어갔다. 배우 선정이었다.

  “예산에 제한은 없댔으니까 연기 잘 하는 사람으로 불러요. 퀄리티 있게.”

  모두가 태석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무대도 있고 대본도 있으니 완전한 배우만 있다면 진짜 공연과 다름없을 테니까.

  “문제가 생겼어.”

  갑자기 선배가 목소리를 깔았다. 내내 낯빛이 어두웠던 게 밤새 일해서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막상 하려니까 비용이 너무 든대요?”

  정한이 살짝 빈정댔다. 한 번씩 욱하는데 지금 그 성격이 나왔다. 진정하라며 막내가 찬물을 가져다 줬다.

  “예산 문제는 아니니까 걱정 마. 규성 씨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의뢰인이 규성 씨더러 자신의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대.”

  “왜요?”

  도정하가 물었다. 모두가 궁금해 해는 사항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얼굴이 전혀 달라서 몰입이 안 되니 닮은 구석이 있는 사촌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력히 주장한대.”

  “규성 씨는 하겠대요?”

  이번엔 내가 물었다. 규성의 대답을 예상해보지만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바쁜 사촌을 위해 프러포즈 진행을 대신하는 걸 보면 할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라 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의 대답은 ‘한다’였다. 왠지 깊게 생각 안 해보고 대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막내가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여자 배우만 섭외하면 되는 거예요?”

  “아니. 규성 씨한테 맞춰야 해서 여자도 배우는 쓸 수가 없어.”

  응?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선배는 회의 시간 내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할 말들만 늘어놓았다.

  “이것 역시 그쪽의 조건인데. 규성 씨가 연기에 전무하니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써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다나. 그래서 여자는 우리 중 하나가 연기해야 돼.”

  우리라면 나를 포함한 여기 있는 여자들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도정하도 나와 같은 심정인지 짜증을 냈다.

  “진짜 까다로운 고객님이시네. 그냥 연기 못하는 배우 써요. 이제 막 시작한 배우라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달라. 어쨌거나 교육을 받았을 테니까.”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빼주세요. 하고 싶지 않아요.”

  선배가 주장을 굽히지 않자 도정하는 선수 쳤다. 그러자 막내도 못하겠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그것만큼은 부끄러워서 싫다나. 나도 하기 싫다고 말하려는데 선배가 먼저 말했다.

  “미안하지만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 자진해서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말이지. 그러니까 공평하게 투표로 진행하자.”

  “제가 되면 그 이벤트는 망치는 거니 알아서들 판단하세요. 허풍 아니에요.”

  투표에 들어가기 전, 정하는 날카롭게 쏘았다. 말은 저렇게 해도 막상 맡게 되면 잘 할 것 같지만, 도정하는 한다면 하는 여자였다. 연습을 아예 안 하거나, 무대 위에서 미친년처럼 굴지도 모른다.

  협박이 통했는지 도정하가 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표를 주고 싶었지만 황규성의 얼굴이 떠올라 참았다.

  막내 차례에서도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막내보다는 나 선배가 나을 것 같아서 두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선배였다. 아. 이 불길함은 뭐지.

  “단비 씨가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손 들어봐.”

  선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정하가 손을 들었다. 저런, 저.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기가 막히게 떠넘기지. 그녀를 흘겨보는데 옆에 있던 태석의 손이 슬그머니 올라갔다. 내가 쳐다보자,

  “여자 분을 묘사한 부분이 있었는데 단비 씨하고 느낌이 비슷해서 말이야. 규성 씨도 닮아서 무대에 오르게 됐으니 단비 씨도 그래야 할 것 같아.”

  라며 뽑은 이유를 덧붙였다. 그때 정한도 내게 투표했다.

  “정한 씨는 왜 나야?”

  “고생해서 만든 프러포즈를 망치기 싫으니까요.”

  이것으로 벌써 세 표를 받았다. 나와 막내가 선배에게 투표한다고 해도 내가 지는 싸움이었다. 그걸 알아선지 선배도 막내도 내게 투표했다. 나는 전원 몰표를 받았다. 다른 일이었다면 한없이 기뻤겠지만 이번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정신이 아찔해져 갔다.

  “단비야. 잘 부탁한다. 너의 에너지를 보여줘.”

  선배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게 당부했다. 내가 벗어날 수 없도록 말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진짜 해야 될 것 같아서 아무도 없을 때 선배에게 꿈틀댔다.

  “선배님. 존경하는 선배님.”

  “안 돼.”

  나 선배는 뭔지도 모르면서 단번에 차단했다.

  “저 아직 본론도 말 못했거든요?”

  “안 들어도 뻔하지. 하기 싫다는 거잖아. 못 하겠다는 거잖아.”

  “네. 못하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에요.”

  나는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선배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투표로 결정된 거니 순응하라며 나를 살살 달랬다. 안 되겠다. 더 세게 나가야지. 나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살짝 내리쳤다.

  “철회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망칠 거예요.”

  “협박은 어울리는 사람이나 하는 거야.”

  아, 진짜. 대체 이 지옥에선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 거야.

  “그러지 말고 저 좀 봐주세요.”

  “네가 나 좀 봐주라. 이거 큰 건이라서 무조건 성공시켜야 해. 알잖아. 대신 보너스 팍팍 줄게. 응?”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회사에 가기 싫다는 거였다. 그러나 나이도 있으니,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리는 소녀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꾸역꾸역 일어났다.

  불만으로 퉁퉁 분 얼굴을 씻고 간단히 화장을 한 뒤 집을 나섰다. 이미 도착한 엘리베이터엔 윤완이 있었다. 윤완은 때마침 내가 나온 게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 내렸다.

  “30초만 더 기다려보고 안 오시면 내려가려고 했어요.”

  “저를 기다리셨어요?”

  “이때쯤 출근하시니까요.”

  나는 아침부터 그를 만난 게 반가워 표정을 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편의점 가세요?”

  “이 차림이 편의점 가는 걸로 보여요?”

  그러고 보니 그는 정장을 쫙 빼 입고 있었다. 몸매가 슬림하고 다리가 길어서 굉장히 잘 어울렸다.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나. 종종 출근길에 만나는 그는 추리닝 차림으로 편의점에서 나왔다. 아니면 가는 길이거나.

  그러나 백수는 아니었는데, 저번에 직업에 대해 물었을 때 얼버무릴 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을 안 했던 걸 보면 내보이기 어려운 직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침부터 출근하는 곳으로 재취업을 했을지도. 그럼 지금 입고 있는 정장이 설명되지 않는가.

  “단비 씨는 왜 아침부터 그렇게 부어 있어요.”

  숨기지 못한 표정이 그에게 고스란히 노출됐다.

  “골치 아픈 일이 생겼거든요.”

  연극을 떠올리자 두통이 몰려왔다. 그냥 오늘 하루 무단결근할까. 마지막으로 도저히 못하겠다고 시위를 해보는 거지. 그러나 몸과 마음은 일체되지 않았다. 마음은 아직 갈팡질팡하는데 몸은 회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회사가 어디에요? 태워드릴게요.”

  가야 할 방향을 들은 뒤에도 그가 태워주겠다 해서 사양하지 않았다. 이 기분으론 도저히 지옥철에 몸을 실을 수 없었다.

  윤완의 차 내부는 깔끔했다. 보여 지는 이미지 그대로 청소를 잘 하는 모양이었다. 조수석 앞쪽엔 차량용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안에는 여자 사진이 들어 있었다. 단정한 여자는 얼굴선이 윤완과 비슷했다. 애인인가.

  나는 그동안 그에게 애인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애인이 있다면 취한 옆집 여자를 도와줄 것 같지 않았고, 선물을 해줄 것 같지도 않았으며, 잠들었다고 밤새 기다려 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그렇담 결론은 하나. 역시, 선수였어. 흑기사 어쩌고 할 때부터 수상쩍다 했더니. 사진 속 여자에게 미안해 졌다. 내가 태도를 분명히 해야겠다.

  “어머니세요.”

  내 시선이 계속 사진에만 머물러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윤완이 말했다. 어머니? 애인이 아니라?

  순간 넘어갈 뻔 했지만 곧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일지도 몰라. 어차피 난 어머니의 얼굴을 모르니 속이기 쉽다고 판단했을 거야.

  “어머니라고요? 엄청 젊으셨을 때 사진을 걸어놓으셨네요. 제 또래쯤으로 보이는데.”

  “그 시절 사진 밖에 없어서요. 제가 한 살도 되기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이런. 실수했다. 나로 인해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사진을 보지 말 걸. 애당초 차에 타지 말 걸.

  “부모님 생전에 사진 많이 찍어 두세요. 나중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 얘길 듣고 생각해보니 내게는 부모님 사진은 물론 함께 찍은 사진조차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전부 어디로 갔을까. 본가에 있나. 한번 찾으러 가볼까.

  “여기서 세워주세요.”

  오늘따라 교통체증이 없어서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밀렸다면 그에게 미안해질 뻔 했는데 다행이었다. 나는 차에서 내리며 그에게 손을 흔들어 고마움과 인사를 전했고, 차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누구야?”

  회사로 들어가려는데 어디선가 도정하가 나타났다. 가만 보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게 취미인지 불쑥불쑥 잘 나타나곤 했다.

  “누구냐고. 저 남자.”

  어디서부터 지켜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남자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니 윤완을 본 모양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이유도 없었고,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왜? 내 사생활인데. 그러나 정하는 집요했다. 알아낼 때까지 물어볼 생각인지 1분에 한 번씩 누구냐고 묻고 또 물었다.

  “아는 지인일 뿐이니 궁금해 하지 마.”

  “아는 지인이라고? 근데 출근을 시켜 줘?”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니. 그녀의 쓸데없는 참견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네 말 따위는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얼굴을 하고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입을 다문 그녀는 뭔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목소리를 낮췄다.

  “설마 내 조언을 받아들인 건 아니지?”

  그녀가 내게 조언이라는 걸 한 적이 있었나. 아아. 생각났다. 한 사람만 만나면 억울하니 잠깐이라도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었지. 허허. 그게 조언이었나.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그녀가 무슨 말을 이어할지 내 쪽에서 먼저 궁금했는데,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쯤에서 대화를 끝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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