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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를 잊은 그대에게
작가 : 하나
작품등록일 : 2020.9.14

7년을 만난 애인에게 예고도 없이 차인 단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그녀 앞에 옆집 남자 윤완이 나타났다. 이별 극복을 도와준다는 모임 '라벤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단비의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데....과연 단비는 새로운 사랑을 붙잡을 수 있을까.

이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여자 이야기.

 
16화) 뜻밖의 선물
작성일 : 20-09-26 13:47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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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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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힘든 하루였다. 친구들에게 이별한 사실을 고백하고, 옛 사랑의 비밀을 알게 되고. 한 몸으로 동시에 여러 일을 겪은 것처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럴 땐 쉬어야 하는데 내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나를 기다리는 건 황규성 사촌 형의 러브 스토리였다. 스토리 노트를 받은 선배는 엄청난 분량을 보고 놀란 것도 잠시, 한 번 쭉 훑더니 각자에게 숙제를 내줬다.

  ‘어차피 이거 다 못 쓰니까 중요한 것 위주로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래야 대본도 빨리 나오지. 분량 나눠줄 테니 내일까지 해 와. 반드시 해 와야 한다.’

  나는 침대 위에 엎드려 할당받은 노트를 펼쳤다. 내가 받은 부분은 앞쪽이라 첫 만남부터 시작됐다.

  그 날은 비가 왔다. 강한 장대비는 아니었고, 내리는지도 모를 만큼 아주 가는 는개비였다. 나는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시속 80으로 달리고 있었다.

  나는 시속 80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 사람이 진짜. 연극에 꼭 넣고 싶은 부분만 부탁했는데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전부 적어놓다니. 이러니 분량이 많을 수밖에.

  어찌나 쌩쌩 달렸는지 주변의 사물이 전부 기괴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다 압구정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신호에 걸려 정차하고 있는데……

  몇 줄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치고 말았다. 하고 싶은 건 오로지 휴식뿐이었다. 그래도 선배가 시킨 거니 해야겠지. 겨우 버텨가며 세 번째 페이지까지 넘어갔을 때였다.

  [다음 주 금요일에 라벤더 모임이 있습니다. 참여하실 분은 회신 부탁드립니다. 정원은 항상 그랬듯 10명이고, 인원이 넘어가면 최근에 참석하셨던 분은 뒤로 밀려나게 되십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민이 됐다. 참석하고 싶긴 한데 윤완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단비 씨. 참석 안 하십니까. 흑기사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분도 안 돼 또 다른 문자가 도착했다. 또다시 자신을 흑기사라고 지칭하는 그. 그가 그리 나오니 괜한 심술이 났다.

  [네. 안 가요.]

  [그리고 그 흑기사라는 말 좀 그만 할 수 없어요? 놀리는 것 같아서 별로예요.]

  연속으로 보낸 두 개의 문자. 저쪽에선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으흠. 드디어 꼬리를 내린 건가.

  [제가 사과의 의미로 현관문 손잡이에 뭘 좀 걸어 놨어요. 확인해 보세요.]

  [누가 채가기 전에 빨리요.]

  빠른 판단과 반성이라. 그럼 받아들여야지. 하지만 시키는 대로 덥석 따르면 없어 보일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스토리를 정리하며 한 시간 쯤 흘려보낸 뒤,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문손잡이에는 그의 말처럼 쇼핑백이 걸려 있었다. 서둘러 들어와 안을 확인했더니 반지 케이스만한 상자와 그것보다는 약간 큰 상자, 편지 한 통이 나왔다.

  나는 편지와 상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작은 상자부터 열었다. 안에 든 것은 윤이 나도록 잘 닦여진 반지였고, 그것의 익숙한 자태에 놀란 나는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반지는 상자에서 튕겨 나와 저만치 굴러갔다. 나는 반지를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편지를 펼쳤다.

  깜짝 놀란 데다 그 반지가 왜 나한테 있나 싶죠?

  나는 헤어진 뒤에도 커플링을 가방에 꼭꼭 숨겨 넣고 다녔다. 이젠 의미가 사라져버린 한낱 액세서리에 불과한 거였지만 차마 버릴 수 없었다.

  그날, 단비 씨가 길에 던져버린 거예요.

  그랬구나. 취한 내가 버린 거였어. 언뜻 뭔가를 던진 것 같기는 해서 궁금했는데 이제야 풀렸다.

  그걸 왜 주워 왔냐고 지금 욕하고 있죠?

  귀신같네. 그렇게 내 마음을 이해하면 이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한편으론 반지가 돌아온 게 안심되죠?

  역시 귀신. 솔직히 말하자면 커플링은 가방에 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굳이 찾아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사라진 걸 알게 됐더라면 굉장히 신경 쓰였을 것 같았다.

  내가 단비 씨 마음을 꿰뚫고 있어서 놀랐죠? 놀랄 것 없어요. 저도 다 경험한 일이니까.

  그의 이별도 나 못지않게 참 지독했었구나.

  그래서 알려주는 거예요. 버리려면 제대로 버려요. 후회하지 않을 때 말이에요. 그게 아니면 소용없어요. 내가 왜 버렸지 하며 또 다른 후회를 안겨 줄 뿐이죠.

  그리고 그땐 길에 말고 금은방에다 팔아요. 보니까 꽤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 돈으로 마음 고생한 당신에게 새로운 선물을 하는 거예요.

  오호. 괜찮은 방법인데. 우울한 와중에도 귀가 솔깃했다.

  커플링만 받으면 너무 우울해하실 것 같아서 하나 더 준비했어요. 아직 안 봤으면 다른 상자도 열어볼래요?

  편지에 적힌 지시대로 했더니 매듭으로 만들어진 팔찌가 나왔다. 아주 예뻤다.

  두 가지 실을 엮어 만드는 매듭은 행복한 결합을 상징한대요. 그래서 커플이 나눠 차면 사이가 더 단단해지고, 싱글이 차면 꼭 맞는 짝을 만날 수 있다네요. 저는 단비 씨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합니다.

  윤완의 마음은 내게 큰 감동을 줬다. 내가 받아도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이 행복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저만치 굴러간 반지를 찾아 상자에 넣고 서랍 속으로 감췄다. 팔찌는 화장대 거울 옆에다 걸어 놓았다. 윤완이 매일 차고 다니라고 했지만 아까워서 찰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곧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으니 그거면 됐다.

 

  뜻밖의 선물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줬지만 졸음까지 쫓아내진 못했다. 주어진 몫의 절반도 하지 못했는데 자꾸만 잠이 쏟아져서 큰일이었다.

  나는 결국 일거리를 가지고 24시간 하는 카페로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선 잘 순 없을 테니 아침까지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카페는 북적였다. 다들 노트북이나 책을 옆에 끼고 있는 걸 보면 나처럼 밤새 해야 될 일이 많은 모양이었다. 빈자리를 찾지 못해 서성이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아는 체를 했다.

  “단비 씨.”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네요.”

  그가 써준 마음이 고마워 인사가 부드럽게 나갔다. 윤완이 기쁘게 웃었다.

  “이 시간에 웬…….”

  윤완은 말을 하다가 내 팔에 걸린 묵직한 가방을 보곤 이해했다.

  “밤새 하실 게 있으신가 보네요. 저도 그런데.”

  윤완이 가리킨 테이블엔 노트북과 각종 서적들이 쌓여 있었다. 양만 본다면 이곳에서 며칠 밤을 지새워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응원을 보낸 뒤 헤어졌다.

  나는 자리를 잡기 위해 카페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한 자리도 얻을 수 없었다. 사람 수에 비해 자리는 많았지만 혼자서 4인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저랑 같이 해요.”

  어느 틈에 온 윤완이 나를 자신의 자리로 데려갔다. 그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러웠지만 집에서 끝낼 자신이 없어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 게 고마워 간단한 요깃거리를 샀다. 윤완은 내가 사준 빵으로 배를 채운 뒤 다시 일에 집중했다.

  노트북을 만지는 그는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열정적이고 집중력이 대단했다. 반면 나는 집중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졸린 것은 아니었고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또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져 몸을 몇 번이나 들썩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끊임없이 자극해 갑갑했다.

  가끔씩은 윤완의 작업상황이 궁금해 훔쳐보기도 했다. 물론 윤완은 나의 이런 산만함에도 자기 일에만 집중해 하나씩 끝내갔다.

  “으.”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디선가 강한 빛이 들어와 내 눈을 자극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잊고 눈도 다 못 뜬 채로 크게 하품을 했다. 입이 가장 크게 벌어진 순간,

  “좋은 아침이에요.”

  윤완이 눈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잠시 동안 상황을 더듬어 보다가 얼른 입을 닫았다. 손으로 가리곤 있었지만 몹시 창피했다.

  “까 깜빡 잠이 들었네요. 지금 몇 시……으아. 아침이에요? 아침인 거 맞아요?”

  “네. 아침이에요.”

  학창 시절, 시험 기간만 되면 왜 이린 졸린 지. 공부할 게 산더미인데도 잠을 이기지 못해 깜빡 잠들면 아침까지 자곤 했다. 어쩜 나는 이리도 달라진 게 없을까.

  다행히 지각은 아니었지만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서 괴로웠다. 여유 시간과 차 안에서 본다 해도 정확히 35페이지나 남아서 제 시간에 끝내기란 무리였다.

  “중요한 거예요?”

  짐을 정리하던 윤완이 내게 슬쩍 물었다.

  “회사 일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게 어디 있겠어요.”

  나는 출근하기 전까지 한 페이지라도 줄여보려고 눈에 불을 켰다. 짐 정리를 끝낸 윤완이 깜찍한 usb를 내밀었다.

  “걱정 말아요. 제가 대신 정리해 놨어요.”

  “네?”

  믿기지가 않아서 그가 준 usb를 확인했다. 그 안엔 에피소드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걸 왜 하셨어요?”

  “제 일은 끝났는데 단비 씨가 곤히 주무시고 계셔서 깨울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마침 카페인 과다라 잠도 안 오고 해서 단비 씨 일이나 돕자 싶었죠.”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나는 너무 고마운 나머지 그의 손을 붙잡았다. 놀라서 금방 놓았지만 그의 온기는 오래 갔다.

  “시간 되시면 같이 아침 드실래요?”

  “네. 당연히 그래야죠. 뭐 드실래요? 도움도 받았으니 제가 사드릴게요.”

  윤완이 나에게 메뉴를 양보해서 우리는 계란찜을 먹으러 갔다. 그곳은 계란찜과 밥, 소금 김만 나오는 곳인데 아침 식사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그런지 인기가 좋았다. 당연히 맛도 좋았고.

  나는 윤완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밥을 먹으며 그가 정리해 준 파일을 살폈다. 에피소드 중에서 눈에 띄는 걸 체크하고 그것들 중에서 또 한 번 선별 작업을 했다.

  “근데 그게 뭐예요? 연애소설인가.”

  내가 먹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자 윤완이 물었다. 내내 궁금했던 얼굴이었다.

  “의뢰인의 러브 스토리이니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두죠.”

  “의뢰인이요? 단비 씨 무슨 일 하시는데요?”

  나는 밥을 떠 넣다가 윤완을 봤다. 맞다. 우린 서로 직업을 모르지. 나이도 모르고. 아는 거라곤 이름과 사는 곳, 사랑했던 사람에게 차였다는 것뿐이네.

  “저는 이벤트 회사에 다녀요. 그리고 이건 의뢰인의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위한 거죠.”

  “와. 멋진 일을 하시네요.”

  “뭐라고요?”

  “멋지다고요. 저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일보다 멋진 일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마웠다. 듣기 좋게 포장한 게 아니라 정말로 그리 생각하는 것 같았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일을 무시하는 부모님께 받은 상처 위에 좋은 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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