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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독한 보모일
작가 : 딴다라아나
작품등록일 : 2020.9.23

수탉의 머리에 뱀의 꼬리.

 
2. 성공적인 심문
작성일 : 20-09-24 09:15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8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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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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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멘스 경감은 유리 너머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까 그녀가 한 말은 사실일까? 여자는 호리호리하고 키가 켰다. 무용수 같은 체격에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날렵하고 우아했다. 얼굴은 앳되었지만 사람을 죽여본 것 같은 살인자의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살인을 했다고 하지는 못했다.

  여자는 아까 입고 있던 옷을 벗지도 않았다. 검을 아직도 품에 안고 있었다. 경감은 콧수염을 비비 꼬았다. 이래서는 혈흔 검사는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심문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신참이 그녀를 안타깝게 보고 있었다. 경감은 신참의 손에서 서류를 빼냈다.

  "자네는 왔으면 빨리 빨리 보고를 해야지."

  신참, 멜리브는 경감의 짜증어린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아까 자신이 한 행동은 정말 경찰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용의자 앞에서 질질 짜다니. 멜리브는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서 앉아 있었다. 집어 넣은지 한 시간 째인데도 허리가 아직까지 한 번 굽여진 적이 없었다. 경감은 멜리브의 얼굴을 보고 한숨쉬었다. 그는 안경을 벗고 얼굴을 문질렀다. 이번 일에 승진이 걸려 있었지만 진심으로 그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보고 심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네가 들어가."

  "네, 네?"

  "자네가 들어가라고. 보니까 관심있어보이던데. 쓴 맛 한 번은 봐야 진짜 경찰이 되는 거야."

  "아, 네."

  멜리브는 살짝 기뻤다. 그는 아직 세상의 선함을 믿는 이였고, 동쪽 도시에서는 드문 사람이었다. 멜리브는 그의 여동생을 연상시키는 여자를 바라 보았다. 도자기 인형 같은 외모에 주렁주렁 보석을 달고 있는 여자를 보면 여동생이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생의 품에 들린 인형이. 공사장을 진전하며 받은 돈으로 산 것이었다. 일곱 살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인형은 고급품이었고, 동생도 그 사실을 하는지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인형은 앞은 그 흔한 스크래치 하나 있지 않았다. 그가 더러워진 인형을 씻기려고 옷을 벗기지 않았어도 그는 인형은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형의 등에는 거미줄 같은 금이 있었다. 동생이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 애는 하나뿐인 인형을 늘 애지중지했으니까.

  금이 간 것을 보고 멜리브는 분노했다. 그가 흙먼지 묻은 옷을 입고 가서 이런 불량품을 준 걸까?

 하지만 그는 동생에게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동생이 알게 되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몰랐다. 열세 살 어린 동생은 이제 아홉살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인형을 품에 끼고 다녔다.

  "자네, 서류는 읽고 들어가. 오 분 후에 심문이야. 난 담배나 한 대 피고 오지."

  "네, 다녀오세요."

  멜리브는 오면서 읽은지 오래였지만,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한 번 더 읽기로 했다.

  여자는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의 지문은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뭐야, 이거. 옛날 공산주의 국가에서 탈출하기라도 한 거야? 담당관이 투덜거렸다. 이렇게 완벽하게 비밀에 싸인 존재는 베테랑인 그녀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멜리브는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새내기인 그가 그녀를 감당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경감이었다.

  "아직도 안 들어갔어?"

  "하하, 들어가야죠."

  그는 애써 쾌활하게 웃으면서 심문실에 들어갔다. 여자는 눈동자만 굴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멜리브는 시선에 위축되었다. 경찰이 용의자의 시선에 쪼그라들다니. 전 세계 경찰들이 다 비웃을 일이야. 그는 스스로를 다독거리면서 의자를 당겼다. 끼이익- 심문실에 크게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 멜리브는 창피해 죽을 지경이었다.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절벽에서 뛰어 내려서 여자로부터 벗어났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심문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제부터 말씀하시는 모든 건 다 녹음될 거에요."

  여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멜리브는 실망하지 않았다. 용의자가 묵비권을 취하는 건 그가 배우던 책에서도 나오는 것이었다. 그는 우선 친밀감을 쌓기로 했다.

  "어 음, 오늘 날씨가 참 좋죠?"

  이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스스로 혀를 깨물고 싶었다. 여기서 사흘간 창문 없는 문에 구금당하다가 여기로 옮겨온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못한 말이었다. 게다가, 밖에는 지금 천둥이 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결코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비가 오는군."

  뷔토스는 공기 중에 섞여 들어오는 은은한 물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비를 좋아했다. 밖에 나가서 비를 맞는 것은 싫어했지만, 안에서 비를 바라보는 건 그녀 안에 어떤 것을 일으켰다. 여리고 어린 어딘가가 비가 내리면 환호했다. 단순히 피냄새를 비가 씻겨내는 게 좋은 걸지도 몰랐다. 비를 내리는 것은 원로들이었고, 뷔토스는 그것때문에 고분고분 굴었다,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뷔토스는 다시 경찰을 바라보았다. 어리바리하고, 멍청하고, 상냥한 인간. 눈 앞의 경찰에 대한 뷔토스의 평가는 그 정도였다. 나쁘지 않은 평이었다.

  "냄새가 나. 너는 비를 좋아하나?"

  고풍스러운 말투였다. 애가 쓸 법한 말투가 아닌데. 멜리브는 천천히 대화 주제를 가족 부분으로 바꾸려고 했다.

  "저는 비를 좋아하지 않아요. 제 여동생이 좋아하죠."

  "여동생?"

  여자는 관심을 보였다. 멜리브는 속으로 환호했다.

  뷔토스는 경찰의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경찰이 하는 생각 정도는 손바닥 보듯이 훤히 꿰뚫어 보았다. 저 남자는 스스로가 표정관리가 안되는 걸 알까? 갑자기 튀어나온 궁금증이었다. 사흘 전에 떠오른 나이에 대한 궁금증과 같았다.

  "저는 열세 살 차이나는 동생이 있어요. 정말 순하고 착해요."

 진한 파란색 눈동자가 기쁨에 찼다. 정말 동생을 아끼는 모양이었다. 뷔토스는 속으로 경찰에 대한 호감도를 낮췄다. 그녀 기억 속의 경찰은 냉혹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경찰, 더 나아가서는 괜찮은 인간의 기준이었다.

  "그래?"

  "이제 아홉 살인데 얼마나 착하고 귀여운지- 그 애를 보는 누구나 다 사랑에 빠질 거에요."

  이제 경찰은 심문을 멈추고 동생의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살짝 한심하게 여겨지기는 했지만 뷔토스는 잘 들어 두었다. 누가 알겠는가? 이것이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지.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멜리브는 그가 심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심문 당하는 걸 깨달았다. 경장님이 엄청나게 화내시겠군. 그는 우울하게 자리를 떴다. 의아하게 그를 올려다보는 뷔토스를 향해 그는 인사를 했다.

  "곧 돌아올 거에요, 아마도."

  뷔토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마도는 그녀가 좋아하지 않는 말 중에 하나였다. 그녀는 좋아하지 않는 말이 좋아하는 것들-사람이든 사물이든 말이든 상관없이- 훨씬 많았다.

  밖으로 불러나온 멜리브는 경감의 화난 얼굴을 마주했다.

  "내가 널 수다나 떨라고 이곳에 데려다놓은 것 같아? 한심한 놈."

  경감은 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그는 심문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녹색빛이 도는 회색 눈동자가 집요하게 경감을 쫓았다. 경감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심문이 다시 재개되었다.

  "이름은?"

  "....."

  "이게 장난으로 보이나 보지? 감옥에 갇히기는 싫을텐데?"

  경감은 벌거진 얼굴로 비아냥거렸다.

  뷔토스는 경감이 하는 모든 말이 거슬렸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그녀가 제일 먼저 받은 훈련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 목 하나 따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아무말도 안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세상에는 그렇게 해결되는 것보다 아닌 게 더 많다는 걸 알려주기 전에 내가 묻는 것에 답해."

  "그것 참 고전적인 협박 방식이군."

 "뭐?"

  "내가 그런 말을 한두번 들었을 것 같나? 내가 그 말을 뱉은 인간들을-"

  인간들이라는 말을 할 때 미약한 경멸이 섞여 있었다. 경감의 손이 주먹 쥔 채로 불룩 힘줄이 솟아 있었다. 중요한 정보였다. 화를 참아야 했다.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겠지."

  경감은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목에서 주전자가 끓어오르는 소리를 내며 책상 위로 뛰어 올라갔다. 높이 쳐들어진 주먹이 금방이라도 뷔토스를 후려칠 것 같았다. 그는 성난 황소처럼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중간에 멜리브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폭력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다. 뷔토스가 얌전히 맞아주지는 않았을테지만, 심문실 밖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경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경감님, 경감님! 안됩니다!"

  멜리브가 허리에 매달려서 경감을 밖으로 끌어냈다.

  "오늘, 오늘 심문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바둥대는 경감을 억지로 뒤로 끌어당기면서 멜리브가 외치듯이 말했다.

  다른 경찰들이 뷔토스를 다시 그녀가 있던 곳으로 데려갔다.뷔토스는 씻고 싶었다. 옷을 벗고 따뜻한 물에다가 몸을 담구고 싶었다. 그녀는 언제나 씻으면 기분이 나아졌다. 요근래 피곤한 일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생겼다. 시녀들의 손길이 절실했다. 뷔토스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시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씻고 싶지 않아요?"

  멜리브가 물었다. 방문은 열려 있었지만 그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뷔토스는 내려갔던 호감도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 두었다. 예의와 격식은 태어날 때 자궁에 놓고 온 이들 중에서 그나마 그것을 갖춘 이였다. 지하세계에서라면 이미 목이 날아갔겠지만, 지금 상황은 특수했다.

  멜리브는 오늘 이미 충분히 피곤했다. 하지만 그 가엾은 여자애가 계속 눈에 밟혔다. 그래서 그는 징계를 받는 것을 각오하고 그녀에게 호의를 배푸는 중이었고, 뷔토스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바보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더."

  목욕을 하는 동안 뷔토스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혼자 목욕하는 것은 오랜만이라 그녀는 조금 생소한 기분으로 머리를 감았다. 문 뒤에서 멜리브는 그녀가 달아나면 어떻게 경감에게 이걸 보고해야할지 고민했다.

  "얘기를 해봐."

  멜리브는 적지 않게 놀랐다. 하지만 곧 그녀가 그와 몇 살 차이가 나보이지 않으며 어쩌면 감옥에서 평생을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할까요?"

  "아까 네가 하던 이야기. 취조실에서."

  "아까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너희 부모가 죽은 때 까지."

  "맞다. 그때 저는 겨우 열 여섯이었어요. 돈은 떨어져만 가고, 동생은 빽빽 울어대고. 죽을 것 같아서 차라리 죽자, 같이 죽자. 동생을 보내고 나도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애가 방긋방긋 웃는거예요. 차마 죽일 수 없었어요...."

  뷔토스는 아기들이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라고 느끼면 일부러 웃는다고 들은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공사장에 취직했어요. 그러다가 허리를 하루는 삐끗했어요. 그때 동생이 겨루 다섯사이었는데, 애가 대신 나가겠다고, 제가 사준 구두를 신고 공사장에서 벽돌나르겠다고... 그때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철밥통이잖아요. 몸으로 때워도 되는 일이고."

  "감동적이네."

  이야기는 끊겼다. 뷔토스는 아직 물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가 끊기면 물에서 나와야 한다.

  "동생 얘기를 해 봐."

  뷔토스는 뒤에서 경찰이 웃는 걸 느꼈다.

  "왜 웃는거지?"

  "아까 비오는 걸 맞춘 것도 그렇고. 당신 정말 오감이 잘 발달했네요."

  뷔토스는 눈썹을 한쪽만 올렸다. 경찰도 자신이 한 말이 어떻게 들렸는지 안 듯 서둘러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누구나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하지."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 뷔토스는 상처받지 않았다. 더 심한 것도 들은 적이 있는데 저 정도 말에 슬펴할까?

 경찰이 그녀에게 던졌던 말은 병아리가 달려와서 부리를 한 번 쫀 것보다도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는 몰라도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정말로 미안해요.어떻게 하면 내 사과를 받아줄건가요?"

  목소리는 살짝 쳐져 있었다. 뷔토스는 차가워져 가는 물에 계속 누워 있었다. 다시 지루해져 가는 참이었으므로 그녀는 경찰을 재촉했다.

  "정 그러면 네 동생 이야기나 마저 하던지."

  "내 동생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어요. 직접 한 번 만나보는게 내가 설명하는 만 마디 말보다 훨씬 그 애를 판단하는데 좋을 거에요."

  멜리브의 머리 위에 붉은 등이 켜졌다. 침입자가 있는데 뭐 하는 거야! 경감이 무전기에다 대고 떽떽 댔다. 금, 금방 가겠습니다! 멜리브는 황급히 뛰쳐 나갔다.

  뷔토스는 문에다가 귀를 대고 있었다. 그녀의 청력으로 잡을 수도 없을 만큼 경찰이 멀리 가자 뷔토스는 문에서 귀를 뗐다. 그녀는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옷을 다시 입었다. 칼에 묻은 피까지 목욕물에 헹구고 나서 그녀는 문을 열었다. 그때 그녀는 사흘 전에 그녀가 느꼈던 뭔가를 다시 느꼈다. 이걸 따라서 지금까지 나한테 잘된 일이 뭐가 있었지?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누르며 뷔토스는 다시 문을 닫았다.

  경감은 총을 들고 있었다. 방탄 조끼까지 챙겨 입고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소매에 핏자국이 있었다. 그의 콧수염에도 피가 튀어서 굳어있었다. 멜리브는 그가 주저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경감님, 다른 선배님들은 다 어디에 가셨습니까? 다른 곳에 지원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인가요?"

  "아니."

  "예?"

  "이 건물에 경찰이라고는 우리 둘 밖에 없다."

  멜리브는 잠깐 어지럼증을 느꼈다. 경찰이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동쪽 도시의 갱들은 다른 도시의 갱들보다 과격하고, 경찰을 죽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는 건 알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집에는 동생이 있었다. 그가 여기에서 죽는다면 누가 그애를 데려갈까? 그는 다시는 고아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가 총을 확인했다. 여섯 발의 총알이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소음기를 달고 다시 그것을 권총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방탄 조끼도 입어라. 그다지 도움은 안되지만...."

  멜리브가 방탄 조끼를 다 입자 경감은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라. 사라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해. 우리는 일층까지 갈 거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편하긴 하지만- 네가 지난번같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 그건 철회하고. 비상계단으로 움직이자고. 아까 확인한 결과, 이 건물에선 전화를 할 수 없어. 이 문장이 뜨고 나서 통화권 이탈이라고 나오던데. 자네 혹시 이 문양을 아나?"

  경감이 수첩에 그린 그림을 보여 주었다. 새의 머리에 뱀의 다리. 뷔토스의 진주 머리장식에서 멜리브는 그 문양을 봤다. 보석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며 그때는 독특한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 만들었구나, 넘겼는데 지금 보니 오싹해졌다.

  "자네 괜찮아? 혹시, 이 문장을,"

  "아뇨. 그냥 좀. 무서워서요."

  "그래, 다시 설명하지. 삼층에는 무기소가 있으니까 거기서 무기를 추가로 더 가지고. 그러고 가자고."

  경감이 먼저 앞섰다. 발 아래를 보지 마. 위협하듯 하는 말에 멜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멜리브는 발에 뭔가가 걸리자 흠칫 놀라며 그것을 내려다 보았다. 그의 사수였다. 벌린 입 안으로 잘린 혀가 보였다. 구멍이란 구멍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참한 모습에 멜리브는 눈을 감았다.

  "내가 내려다보지 말라고 했지."

  경감이 우울하게 말했다. 그들은 시체를 애써 무시하면서 오 층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젠장할. 누가 대체 이렇게."

  "이 밑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죠?"

  경장은 여자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그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조용조용히 말했다. 노랫소리같은 그 언어는 남자 경찰들이 다가가면 더욱 죽어가는 소들의 울음소리처럼 바뀌었다. 그 소리는 매우 깊고 구슬펐다. 그런데 그 여자들을 데려가자고?

  "남자랑 닿기만 해도 소스라치는 여자들을 데려오겠다고?"

  "하지만, 경찰은 그러라고 있는거잖습니까...."

  경장은 그의 머리를 총으로 때렸다. 찢어진 뒤통수가 알싸하게 아팠다.

  "내 말을 듣지 않을거라면, 그냥 여기 남아서 그것들과 같이 죽던가...."

  경감은 그를 던지듯이 놓곤 그를 뒤돌아보지 않고 갔다. 멜리브는 그 자리에 잠깐 동안 서 있었다. 그는 여자들이 있던 방으로 431호로 가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로 검은 천을 적신 채 뭉쳐둔 것 같은 것들이 잠깐 있다가 곧 그 자취를 감췄다.

  431호에는 아무도 없었다. 먼저 대피했나보군. 그는 약간 허망했다. 허리춤에 매달린 총주머니를 두 번 툭툭 치면서 건물을 다시 한 번 돌았다. 그는 목욕탕에 그때 생각이 미쳤다. 그의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가 그렇게 찾았던 여자 중 한 명이 단검을-분명히 여경들이 신체 검사를 끝냈을 텐데 어디서 ㄴ온 거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등 뒤에서 꽂아 놓고 있었다. 불을 지른 것 같은 통증은 멜리브가 그녀를 밀치면서- 허리에 박혀 있던 칼이 뎅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지자 더 심해졌다. 한둘이 아니었다. 여덟 명의 여자들이 모두 칼을 들고 있었다. 아까 멜리브가 밀친 여자조차 칼을 다시 주워든 상태였다. 도망칠 길이 없었다.

  그 자리에 뷔토스는 가만히 있었다. 아직도 그녀의 머리채를 누군가가 잡고 있는 듯한 이 찜찜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가 답지않게 많이 인내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발길질로 문을 부수려고 들 때, 나무문이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경찰은 피에 젖은 채 욕실에 풀썩 쓰러졌다. 아까부터 입고 있던 면셔츠는 피에 젖어서 제 색을 잃은지 오래였다.

  "도망쳐요."

  말할 때마다 피가 울컥울컥 욕실 바닥에 묻었다. 기껏 씻었는데 이래서는 의미가 없었다.

  "내가 뭘 하면 그 입을 닥칠거지?"

  "내 여동생을...."

  그는 끝까지 그를 병원에 데려가라더거나, 다른 인간들처럼 살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너는 정말 대단히 이타적인 인간이군."

  뷔토스는 칼에 찔린 그의 어깨를 한 번 지그시 밟고는 나갔다. 그녀에게 어린 여자애가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 정도는 껌이었다.

  멜리브는 그의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자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살고 싶어, 살고, 살고 싶어.....으흑, 흐으, 살고 싶어...."

 

 
작가의 말
 

 과연 누구에게 성공적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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