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에 도착한 민서희는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인원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았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 있는 그 곳은 공사를 하다만 빈 건물이었다. 사상구 공단에 위치한 그 건물은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수풀이 무성하게 자란 입구는 그 곳이 얼마나 오래 방치되어 있었는지를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었다.
민서희는 재빨리 사람들 사이를 밀치고 들어갔다.
“아따 뭐시고? 이 아가씨가 와 이라노?”
억센 부산사투리를 쓰며 아줌마들이 민서희에게 인상을 썼다. 하지만 민서희는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경찰들 사이로 최진철 형사도 보였다.
“형사님, 최진철 형사님.”
최진철 형사는 누군가와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민서희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씨 진짜 완전 짜증나게 하네.”
최진철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짜증을 냈다.
“왜요? 제가 온 게 그렇게 싫어요?”
민서희는 살짝 걱정스런 얼굴로 그의 얼굴을 바라다봤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최진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아니에요. 서희씨 보고 그런 게 아니라 저 또라이 형사 때문에요. 자살한 최기영은 해운대 산단 말이에요. 엄연히 우리 서 관할인데, 사상에서 자살했다고 자꾸 자기 관할이라고 우기잖아요. 아씨, 진짜 짜증나네요. 뭐 그 사실 그 형사 말이 맞긴 맞지만요. 쩝.”
민서희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그럼 저도 잠시 현장에 들어가 볼 수 있나요?”
“아니요. 지금은 안 되고요. 제가 일단 현장 검증을 마친 뒤 다시 알려드릴게요.”
최진철은 바쁜지 자꾸 뒤를 돌아다보며 얘기했다.
“예, 알겠어요. 그럼 시간나면 연락주세요. 이 근처에 있을게요.”
불안한 표정으로 최진철의 표정을 살피던 민서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최진철은 방금 전까지 얘기를 나누던 그 아저씨에게 다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불현듯 안경식이 떠올랐다.
‘그래 이게 언제 쓰일지 모르니까, 일단 현장을 좀 찍어둬야겠다. 아까 이름이 최..최기영.’
민서희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어 황급히 안경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저 민서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