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5-08-20 연맹의 대학
저번의 식사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힐트 부인은 먼저 위로의 말을 전해왔다. 힐트는 달리 스케줄이 있어서 같이 와주지 못했다. 힐트의 부인이 대학의 교수를 하고있다는건 알지만 자세하게 어느분야에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몰랐다.
100년도 넘은 낡은 양식의 겉부분은 언제나 보수공사가 이어지고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그중에도 중앙쯤으로 걸어가다보면 반쯤 부숴진 건물이 하나 나온다.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다. 아직 연맹이 서로를 견제할때 갑자기 나타난 중동의 사람이 자살테러로 이곳을 초토화 시켰었다.
아마 그때가 기점이였을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모이기시작했고 더욱더 견고한 나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동남아시아 동맹이나 유럽연맹이 생긴건 이 테러때문이였다.
그들은 무너진 창고를 그날 그대로 두고 사람들을 상기 시키며 평화를 위해나아가자는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기 위한게 목적일것이다. 한마디로 맞기전엔 정신을 못차린다. 희생이 나오기 전에는 자신들 끼리 분열되지 못해 안달이던 사람들이 보이는 위협이 다가오자 얼굴을 싹 바꾸며 이젠 평화같은 소리를 하고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블레이를 실망시켰다. 유혹에는 쉽게 넘어가며 본성 자체가 어두워 언제나 상처주는것만 할뿐이다.
한참을 걸어가니 꽤 큰 건물의 지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건물에 들어오기전 마치온이라고 쓰여진 글자가 보였다. 이 나라의 정보전에 대한 거의 대부분을 맞고있는 곳이였다. 설마 이런곳에서 일하고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힐트가 자주하던 부인의 자랑이 괜히하는게 아니라는걸 알게되었다.
"앉아 있어요. 마실것 갖고올게요."
"네."
부인은 쟁반에 차와 과자를 가져다 주었다.
"팔은 괜찮아요?"
"네 뭐, 그러저럭 아파요. 제이는 잘있어요?"
블레이가 그렇게 묻자 부인은 씁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표님의 아들도 제이랑 또래인데 그 어린나이에."
힐트보다 연상이고 나와 비슷한 나이임에도 확실히 결혼한 여자는 다른 시간을 산것같이 어른스러워 보였다. 지금까지 서로 일이 바빠 거의 만난적이 없는데 상상하던것과는 달리 날카롭고 겉모습과 조용조용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팔은 그렇다치고, 기계화된 인공눈이죠?"
"네, 자세한건 모르는데 레이져가 꽤 깊에 들어가서 시신경에 많은 손상을 주었다고 해서, 어쩔수없이 기계눈으로 했습니다."
"그럼, 모델명좀 조회해줄게요."
손에든 단말기를 블레이의 눈근처에 가져다 대자 기계음을 내면서 화면에 모델명이 떳다. 그리고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조수에게 시켜 커다란 기계장치를 가져왔다.
누워서 무언가를 뒤집에 쓰는 기계의 외관에 블레이는 불길함을 느꼈다.
"저기, 그게 제가 원하는 사람과 관계있는 일인가요?"
"그 학생말이예요? 아직 강의를 받고있는 중일겁니다. 강의라 할것도 없지만. 그건 그렇고 블레이씨는 어디까지 가고싶은 거죠?"
블레이는 당연히 무슨소리인지 파악하지 못해 미간을 찌프렸다.
"대표가 되는것에서 끝인건가요? 아니면 대표는 필요한 도구일뿐 변화를 바라는건가요?"
블레이는 그말의 뜻을 머리속으로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간단히 결정될일은 한가지도 없었다. 모든것이 자신의 손에 달려있고 사람들은 질문을 해온다. 그때마다 죄인이 된것같이 불안하다 정신이 멀어졌다. 그치만 옆에서 죽어간 초르프의 얼굴이 계속 맴돈다. 자신 스스로 발에 줄을 묶었지만 자꾸 걸음은 줄을 묶은 말뚝에서 멀어졌다.
사실 생각해보면 자신은 혼자서는 완벽해 질수없는 도구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사용하는 주인을 위해 다듬어진 생각들. 강한날이 있더라도 그 도구 자체로는 그 아무도 벨수없다. 이앞은 보이지않는 위협투성이지만 혼자서할수있는 일은 그 아무것도, 선택의 무게를 나눌 사람도 없다.
"요즘 뉴스는 보시나 모르겠네. 어떤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zx구역의 방사능 경로 빼고는 별로 관심은 없어요. 지금은 왜 연맹이 이민을 받아주지 않는건지 왜 중동의 전쟁에 손을 때고 있는지가 걱정이예요. 알아요? 지중해의 난민들이 100년전에도 있었다는걸?"
"아 그래요?"
"내가 하고싶은 말은 별거 아니예요. 뭔가 정부가 큰 정보를 가리고 마치온에게도 하나의 힌트 조차도 주지 않아요. 그리고 무언가의 경계로 점점 서로돕는 사람다운 모습이 줄어들었어요. 결국엔 다 같은 사람일텐데."
"저기... 그 숨기고 있다는것에 대해서 정말 아무런 짐작도 안가시나요? 아니, 정부에서 그런 정부를 숨기는 책임자는 누구죠? 초르프 말고도 분명히 있을텐데!"
"저는 그저 정보망을 관리하고 있을뿐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그럼 동남아시아 동맹의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정보망의 윤리정보를 관리하는 일을 하죠? 혹여나 그들이 그 정보망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알아낼수도 있나요?"
"아니요 그런짓을 했다간 기록도 남고요 접근이 불가능해요. 몇달전에 동남아시아에서 스스로 연결을 끊은 그 휴머노이드 때문에요?"
블레이는 입을 꾹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가 될분이라 더 자세한 사실을 알고있을줄 알았는데.."
"초르프가 죽어도 저에게는 단하나의 사실도 이야기 해주지 않아요. 깊고 깊은곳에서! 아직도 무언가를 숨기고있어요. 간단한 정보조차도 저에게는 접근할 권리도없네요."
블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는걸 반복했다. 그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부인은 아까 조수가 가져온 기계장치를 블레이에게 건네주었다.
"이걸 쓰는 일은 그 극비리 범법사항에 해당되는 일이 될거예요. 모든정보를 열람하고 그리고 그눈에 장착된 추적장치나 도청 그리고 마지막 기능 폭발까지도 벗어날수있게 해줄거예요."
"그런 짓을 하면 금세 날 저지할 명분이 생기게 할텐데요."
"왕이 죽으면 원래 궁전은 혼란스러워 지는 법이죠. 큰 변화와 평화를 원한다면 완벽한 왕위를 건네받아야 해요. 큰꿈에 방해 되는 내부의 분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당신의 위치를 한번 보여줘야하구요."
블레이의 손은 잠시 망설이듯 그 장치를 만지막 거렸다. 블레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인을 올려다보다. 꽉준인손으로 장치를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