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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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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양계장집 사람들 & 배나무밭 사람들
작성일 : 20-09-17 07:43     조회 : 61     추천 : 2     분량 : 6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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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허구이고, 이 글의 등장인물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여름- 닭집식구들

 

 양계장집을 닭집이라고 불렀다. 양계장에 넓은 복숭아밭이 딸려있는데 강가에 있었다.

 닭집식구들도 저 멀리 바닷가 대도시에서 이사를 왔다. 언제 이사를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 집에 자주 가고 있었다. 그 집에는 늘 닭튀김과 우리집에서는 엄두도 못 낼 비싼 과자가 있었다. 닭집아지매와 그 집 딸 똑똑이언니는 자주 닭을 튀겨서 나누어주었다. 닭집아지매는 비실비실한 닭은 무조선 때려잡아서 튀기고 볶았다. 그래서 닭집 앞을 지나가면 늘 고소한 냄새가 났다.

 양계장집은 다른 집들보다 지대가 훨씬 낮아서 여름에 홍수가 나면 집과 양계장이 무릎 높이 정도로 물에 잠겼다. 물에 빠져 죽는 닭들이 많아서 엄마와 아부지는 닭집에 가서 죽은 닭들을 건져내고 집과 양계장 치우는 것을 도와주었다. 죽은 닭은 가져와서 개와 강아지들에게 삶아서 주었다. (우리집 개들조차 닭집아지매가 뭔가를 들고 오면 좋아서 꼬랑지를 흔들정도였다.)

  닭집아지매는 늘 우리형제들을 예뻐하였다.

 닭은 잡아 튀기면 늘 우리몫을 챙겨다가 갖다주었다.

 닭집가족들은 본래 바닷가 대도시에 살다가 와서 친척들 결혼, 초상같은 집안 행사가 있으면 닭집아저씨는 막내아들 건들이를 데리고 멀리 가느라 집을 비워야했다.

 대학생 아들들도 모두 도회지에 나가 공부를 했고 양계장에는 닭집아지매와 똑똑이언니 두 사람만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 두 모녀는 단둘이만 있기가 좀 허전하고 무서웠는지 남편이 멀리 외출한 날은 내가 닭집아지매집으로 가서 언니랑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우리집에서는 늘 나를 보고 돌대가리, 모개로 불렀는데 닭집아지매와 똑똑이언니는 늘 나를 예쁘다고 했다.

 그리고 잠을 자고 아침을 먹을때는 아지매가 뻘건 닭개장같은 고깃국을 끓이고 똑똑이언니는 달걀프라이, 분홍빛 소시지같은 것을 구워주었다. 우리집보다 먹는 반찬수준이 높았다. 그러면서 반찬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슨 소리? 우리집에 비하면 진수성찬인데.......’

 그리고 아침밥을 얻어먹고 나면 똑똑이언니는 자신의 책상서랍에서 한번도 안 쓴 연필을 새 필통에 잔뜩 넣어서 주는 것이다. 어떨 땐 도회지에 사는 친척이 보내주었다면서 돼지저금통같은 것을 주기도 했다. 나는 늘 오빠가 쓰다버린 몽당연필을 주워서 오빠가 안쓰는 공책이 개발새발 그림을 그렸다. 나에게 새공책, 새연필을 나누어주는 사람은 닭집언니 똑똑이뿐이었다. 영어가 쓰인 초콜렛이나 비싼 과자도 나누어주었다. 아무 댓가도 없이 말이다.

 예전에 바닷가 대도시에서 잘 살았다더니 그 말이 정말 맞는가보았다.

 “니는 커서 공부를 정말 잘할 것 같다.”

 “니는 너무 착하다.”

 이런 칭찬을 늘 해주었다.

 ‘정말 내가 나중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될 건가? 공부를 잘해야 닭대가리소리를 안들을텐데’

 나도 걱정이 되어서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내가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때, 난 공부를 못해서 늘 학교에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하고 왔다.)

 

 닭집아저씨는 성격이 무척 깐깐한 사람이었는데 자기 자식들이 공부를 못하면 닭대가리라고 불렀다. 닭집식구들도 첫째오빠가 제일 공부를 잘하고 그 다음 둘째, 셋째, 넷째 순으로 성적이 태어난 순서와 같았다. 그래서 똑똑이언니와 그 집 막내오빠 건들이는 그다지 공부를 못하지도 않았는데 닭집아저씨는 늘 못마땅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 닭대가리야!”

 이 말은 똑똑이언니와 건들이오빠를 욕할 때 써먹었다.

 하지만 닭집사람들은 우리동네 수준에서는 공부를 엄청 잘했다. 나중에 모두들 아무나 못가는 대학교에 턱턱 잘만 붙었으니 말이다. 닭집아저씨는 눈이 너무 높아서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뭔가 못마땅한 듯한 표정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번도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닭집에 천날만날 드나들었던 나는 우리 삼촌들과 닭집 식구들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공부못하면 ‘인간취급도 못받는구나’하는 생각이 뼛속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장마로 강물이 불어나면 닭집아지매는 물이 얕은 위쪽의 우리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냇가에서 놀다가 닭집아지매 옆에서 양말을 같이 빨기도 하고 송사리를 잡으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시부렸다. 늘 피곤해하면서 귀찮아하는 우리엄마와는 달리 닭집아지매는 늘 내 얘기를 잘 들어주었다. 닭집아지매는 우리엄마보다 열 두 살 정도 연상이었다.

 막내인 건들이는 나보다 네 살 위였다.

 닭집아지매가 헹구던 빨래가 물에 둥둥 떠내려가자 내가 재빨리 강 밑으로 달려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버들강아지 가지를 꺾어서 빨래를 건져다주었다. 닭집아지매는 나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

 “아이고, 똑똑한 것.”

 빨래만 건져다 주어도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참.

 옆에서 놀다가 하루살이가 내 눈으로 들어가 아무리 비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닭집아지매는 혀로 내 눈을 핥아서 하루살이를 빼주기도 했다.

 우리엄마같으면 더럽다고 어림도없는 일이었다.

 우리엄마는 막둥이에게 무릎을 베개하고 귀청소를 해줄 때 위선자까지 해주고 나서 나에게 늘 혼자 스스로 하라면서 귀찮아했다. 그리고 여섯 살이나 됐는데도 제 앞가림을 못한다고 나를 들볶았다. 하긴 우리엄마는 막둥이를 낳은지 얼마안되서 그런지 감정기복이 심했다.

 그런 엄마에 비하면 마음씨가 너그러운 닭집아지매집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집 막내아들 건들이였다.

 건들이는 닭집막내아들로서 심술이 많았다. 집안에서 둘이 자주 다투는지 누나인 똑똑이언니가 지나가면 욕을 하였고, 똑똑이언니가 무시하고 지나가면 짱돌을 던져서 던졌다. 그리고는 자전거를 타고 멀리 내빼는 것이다.

 닭집아지매가 우리집에 놀러올 때 꼭 따라와서는 나에게도 심술을 부리는 것이었다.

 닭집아지매와 우리엄마가 부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나와 위선자, 막둥이가 놀고 있는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왔다. 나는 똑똑이언니가 준 종이인형을 자르고있었다.

 “야, 니 오빠따라서 밖으로 나와!”

 건들이가 나에게 명령했다.

 나는 참 같잖았다. 지가 뭔데 나한테 명령인가?

 “싫다.”

 나는 건들이의 말을 개무시했다.

 그러자 건들이는 내 종이인형을 빼앗아서 찢어놓는 것이다.

 나보다 네 살이나 나이가 많은 건들이는 나에게 야비한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내가 내 말 들으라고 했잖아. 우리 뽀뽀 한번 하자.”

 “싫다! 니 내가 우리아부지한테 다 이를끼다!”

 그러자 겁을 먹은 건들이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인간성이 바닥같은 놈과 내가 뽀뽀를 왜 해야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엄마에게 일러바치자니 닭집아지매와 똑똑이언니를 비롯한 그 집 식구들과 사이가 나빠질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무시하고 모른 척을 했다. 양계장집 대학생오빠들은 모두 신사적이고 상냥했는데 건달놈같은 건들이는 왜 그 모양인지도 모르겠고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마음이 좋아서 그냥 넘어가서 그렇지 전직 씨름선수였던 우리 아부지에게 일렀으면 건들이는 뼈도 못추렸을 것이다. 사실 건들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힘센 우리아부지였다.

 

 동네 악의 축같은 존재. 구원자아빠는 먼 바닷가 대도시에서 사업이 망해서 이사온 닭집아저씨를 자주 괴롭혔다. 닭집아저씨도 멀리서 이사와서 이곳에 친척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 당시 동네 이장을 자청해서 하던 구원자아빠는 꼭 외로운 집이 있으면 텃세를 부렸다.

 그리고 닭집아저씨도 사실 좀 배운 사람이어서 이장인 구원자아빠가 뭐라고 하면 또 따지고 나섰다. 일하기 바빠서 그냥저냥 넘어가고, 돈 내라는 게 있으면 무조건 줘버리고 마는 우리아부지나 동네아저씨들과는 천지차이로 닭집아저씨도 쫀닥쫀닥 물고 늘어졌다.

 “우리 동네길 시멘트 포장하는데 돈 삼십만원씩 내라!”

 “이 동네 길 길지도 않은데 무슨 집집마다 삼십만원씩 내야되는데? 내가 주위에 물어보고 다시 계산해볼테니까 내일 다시 상의합시다.”

 그 다음날, 나는 양계장집 부엌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닭집아지매가 닭튀김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곧 다 튀기니까 조금만 기다렸다가 먹자!”

 난 침을 꿀떡 삼켰다. 나에게 자주 닭튀김과 찹쌀도너츠를 만들어주는 닭집아지매와 똑똑이언니가 너무 좋았다. 그들은 나에게 천사였다.

 그런데 구원자아빠가 덩치 큰 남동생들을 몰고 닭집으로 들어오더니 닭집아저씨에게 시비를 걸었다.

 “야! 이시키야! 어디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니가 뭔데? 내가 머 돈 부풀려서 빼먹는단 말이가? 뭐꼬?”

 구원자아빠가 시부리면서 닭집아저씨의 가슴팍을 밀었다. 그 옆에 덩치 큰 구원자삼촌들은 웃통을 벗어던지고 당장 한 대 칠 것처럼 옆에서 건들거리고 있었다. 닭집아저씨는 쫄아보였다. 그 당시만 해도 힘세고 숫자많은 놈이 장땡이던 세상이었다.

 구원자아빠는 자기 잘못을 몰랐다. 동네 이장이라면서 지맘에 안드는 동네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개떼같이 지편을 끌고 가서 갑질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재빨리 강가 버들밭으로 난 지름길로 우리집에 뛰어가서 점심을 먹고 있는 우리아부지에게 일러바쳤다.

 “헥헥, 또 동네 싸움났다. 구원자아빠가 닭집아저씨 멱살을 잡고...”

 우리아부지가 양계장으로 급히 달려가서 싸움을 뜯어말렸다. 일 대 삼으로 닭집아저씨가 절대적으로 지고 있었으니까 싸움이 아닌 구원자아빠의 행패를 말리는 거였다.

 사사건건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는 우리아부지가 미웠던지 덩치 큰 구원자삼촌은 우리아부지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야 이시키야! 한판붙자! 나온나!”

 우리아부지와 구원자삼촌은 강가 모래밭으로 갔다.

 ‘우리아부지를 괜히 불러왔나?’

 나는 왠지 불안해서 두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우리아부지와 구원자의 삼촌은 둘 다 힘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다.

 두 사람의 몸이 맞붙어서 엎치락 뒤치락하더니 우리아부지가 구원자삼촌을 모래밭에 메다꽂았다. 난 우리아부지가 두들겨맞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구원자삼촌은 우리집이나 양계장집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양계장집에도 일이 많았다. 닭집아지매집 건들이와 똑똑이언니도 닭들의 사료를 주어야했고, 닭똥을 자주자주 치워야했다. 물도 자주 깨끗한 것으로 갈아줘야했고 전염병이 돌기전에 미리미리 약도 먹여야했다. 닭들은 전염병에 굉장히 약해서 조금만 춥거나 더워도 집단으로 죽어자빠졌다. 나도 닭집아지매를 따라서 달걀을 꺼내러 양계장 안에 들어가봤는데 덥고 숨이 막혀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건들이는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가다가 나와 함께 있던 똑똑이언니에게 말했다.

 “야, 나 볼일있어서 나간다. 니가 닭사료랑 물 챙겨줘라.”

 옆에서 듣는 내가봐도 누나한테 야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지가 뭔데 누나한테 명령조인가? 그리고 어디 또 놀러가는거지 지가 무슨 볼일이 있어서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니당번이잖아! 니가 해!”

 똑똑이언니는 건들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휭하니 지나갔다.

 그러자 건들이는 갑자기 자전거를 세우고 흙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한주먹 집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언니옆을 휙 지나가면서 모래와 자갈을 언니 얼굴에다 대고 뿌리는 것이었다.

 “에잇, 씨팔년아”

 건들이는 똑똑이언니에게 욕까지 퍼붓고 달아났다.

 똑똑하고 불쌍한 똑똑이언니. 건들이는 누나에게 무슨 열등감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밤낮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배나무집>

 

 산밑 열무네가 살던 살구밭 옆에 배나무밭이 있다.

 동네 끄트머리라서 잘 눈에 안띈다. 거기에 이사를 온 배나무집 주인부부는 동네와 별 왕래도 없고, 말없이 조용했다. 배나무집 아주머니는 사람을 정확하게 쳐다보지 않고 늘 허공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배나무집 아저씨는 나이도 봉씨아저씨와 비슷했고 자식들은 모두 커서 출가를 했다고 했다. 어디 다른 곳에 살던 분들인데 나이들어서 농사를 짓고 살겠다고 우리동네로 들어오신 분들이었다. 가끔 우리엄마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딸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을 거들어주러 가는 것이 보였다.

 배나무집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예전에 어디서 무엇을 하다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봄에 열매솎기를 할 때 배나무밭에 일을 도와주러간 한 이웃마을 아지매 두 분이 점심때 우리집 앞을 서성거렸다.

 “밥 좀 얻어먹을 수 있을까 싶어서........”

 우리엄마는 아는 분들이라서 손짓을 하여 들어오시라고 한 뒤 점심상에 수저 두 개와 밥 두그릇을 더 담아서 함께 평상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일을 하면 밥랑 새참까지 다 주게 되어있는데.....”

 엄마의 말에 아지매 두 분은 머뭇거리듯 말했다.

 “그 집 주인아저씨가 밥을 해주는데 쌀도 설익고, 찬도 너무 없어서.”

 “내일부터는 우리집에서 도시락을 싸올까 싶습니더.”

 “배나무밭 아주무이가 사람이 실해보이지는 않더라마는. 밥도 올케 못할 정도일줄은...”

 두 아지매의 말에 우리엄마가 대답했다.

 “그 아줌마는 밥을 못하나?”

 옆에 있던 내가 냉큼 되물었다. 그러자 우리엄마는 또 나에게 신경질을 왈칵 냈다.

 “어디서 또 톡 끼어드노? 엉?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나는 우리엄마에게 눈을 하얗게 흘기고 호박나물 볶은 것과 된장찌개를 넣고 참기름을 떨어뜨린 후 비벼서 밥을 먹었다.

 ‘심심해죽겠는데, 친구도 없고. 우짜란 말이고? 산밑에서... 낳아만 놓으마 다가?’

 막둥이가 엉금엉금 기어와서 내 밥그릇에 든 밥을 손가락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밥알을 입으로 가져가서 씹어먹는데 반은 다 흘린다. 두 살이라 하는 짓은 아기지만 완전 대빵만해서 맨날 나에게 덤비는데 내가 버겁다.

 위선자는 자기도 내밥처럼 비벼달라고 징징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아지매들과 이야기를 하던 엄마는 나를 보고 말했다.

 “위선자 밥 좀 비벼줘라!”

 그리고는 자기는 아지매들과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위선자가 징징 짜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후딱 밥을 비벼서 앞에 놓아주었다.

 나에게 완전한 내 것이란건 하나도 없다. 먹는 것, 입는 것, 부모의 관심도 다 빼앗기고 내 멘탈은 항상 너덜너덜했다.

 우리엄마는 무슨 말을 할 때는 아이라서 끼어들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동생들은 나에게 죄다 맡긴다.

 두 아지매가 배나무밭으로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간 후 우리엄마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아저씨가 혼자서 밥하고 농사짓고 고생이 여간 아니구나. 쯧쯧쯧...”

 어려서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우리엄마는 어디 가족중에 병들거나 돌아가신 분이 있는 사람만 보면 잘해주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자식한테나 좀 잘해줘봐라싶은 생각이 들었다.

 애는 주렁주렁 낳아서 나를 맨날 위선자와 막둥이한테 시달리게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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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20-09-18 20:22
 
'웃프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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