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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12화
작성일 : 20-09-15 18:00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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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물이 떨어졌다. 식량은 아직 충분하건만 물통이 메말라 버렸다.

 

  그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텅 빈 물통을 바라보았다. 아침의 은은한 빛이 그들의 등에 가로막혀 희미한 그림자만 물통을 가렸다.

 

  그 와중에 모도리는 창가에서 유유히 책을 읽고 있었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소설이었다. 그녀의 모습에 깃든 유유자적함은 그녀가 이 방에서 지내온 모습을 드러내는 표본이었다. 먹고, 자고, 놀고, 읽고, 먹고, 읽고, 다시 놀고, 먹고, 그리고 자고.

 

  사실 죽을 위기까지도 아니었다. 아침이라면 놈들이 자리를 비울 것이고, 그 사이를 타고 몰래 내려가 물통 두 개를 양팔에 끼고 편안한 아침 산책길처럼 걸어오면 될 일이다. 아니, 아침 산책길은 너무 갔나? 늑대가 우는 밤의 숲길이라면 어떨까?

 

  하지만 단지 겁을 내고 말고의 차이뿐이지 그 본질은 같았다. 놈들에게 들키지도 않을 짧은 시간에 후다닥 달려가 금세 주워들면 될 일이니까.

 

  다만 이 주일 동안 그들이 쌓아 올린 일상이란 놈들의 위협이 없는 곳에서 성립하는 것이었다. 계단 문을 연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등 뒤에 가시가 솟아나는 듯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이디어 없냐?”

 

  나래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결국 하나밖에 없다. 불안감을 감수하고 아래층이든 위층이든 움직이는 수밖에.

 

  “근데 그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 우리가 갈 수 있는 건 15층이랑 17층이 전부니까.”

 

  “그것도 그렇지.”

 

  해늘은 모도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책을 덮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구름이 많았다. 요즘 아무리 구름이 많았지만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저 구름은 약간 회색인 것 같은데. 좀 더 진하고 좀 더 답답한 느낌의. 아침 하늘은 깔끔한 푸른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것조차 몇 시간 후에는 잡아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혹시 먹구름인가? 그 생각에 도달하는 순간. 해늘의 시선이 구석의 빈 물통을 향해 순식간에 돌아갔다.

 

  “빗물 마실 수 있지?”

 

  “뭐, 깨끗하니까. 마실 수 있을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하랑이 대답하자마자 해늘은 물통을 가리켰다. 주둥이는 작지만 몸통은 크다. 그렇다면 뒤집어서 바닥을 자르고 주둥이만 좀 막아 주면 될 일이다.

 

  해늘은 그 획기적일지도 모르는 아이디어를 설파했지만, 나래가 고개를 저었다.

 

  “어디다가 저 물통을 달려고?”

 

  해늘은 눈만 깜빡거리면서 물통과 나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창밖을 보았다. 창틀 하나 없는 깔끔하고 커다란 창문이었다.

 

  “네가 뭔가 개조하면.”

 

  “재료는?”

 

  “해킹 툴로 너네 방이나 다른 방에서 구해 오면.”

 

  “내 방에는 그렇게 길쭉한 판대기 같은 게 없고, 그런 자재는 기술실에서 다 제공하기 때문에 방까지 들고 와서 작업하는 미친놈이 없다는 걸 좀 알아야 할 것 같애. 너는.”

 

  속사포처럼 우울한 반박을 한바탕 쏟아낸 나래는 모도리를 바라보았다.

 

  “너는 아이디어같은 거 좀 없냐?”

 

  “있어.”

 

  “있어?”

 

  모도리는 주머니에서 해킹 툴을 꺼냈다. 그들은 ‘그게 뭐?’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평소처럼 예의 그 무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해킹해서 40층으로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한 번 돌아보고서는 덧붙였다.

 

  “어때?”

 

 

 -

 

 

  모도리가 뱉은 말의 명료함에 비해 해킹의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가진 건 작은 해킹 툴이었고, 적은 빌딩을 집어삼키고 학생을 짐승으로 만들어 버린 정신 나간 해커였다. 그들이 믿을 만한 건더기라고는 ‘만능 또라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 하나뿐이었다.

 

  “너 말 그대로 만능 맞지?”

 

  “만능은 아니지만 해킹은 할 줄 알아.”

 

  텅 빈 16층의 복도에는 그림자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40층으로 올라가면 햇빛도 잘 들어오겠지. 축 가라앉은 곳에 모도리는 적당한 엘리베이터 하나를 골라잡았다.

 

  해킹 툴의 끝자락에 붙은 연결 장치를 잡고 쭉 늘리자 길쭉한 선이 뽑혀 나왔다. 그녀는 연결 장치를 일그러진 홀로그램 뒤에 붙이고 바닥에 털썩 앉았다.

 

  내려다보긴 뭐해서 그들은 쪼그려 앉아 그녀의 작은 등을 피해 고개를 내밀었다. 새까만 홀로그램이 떠오르고, 그녀는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홀로그램 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미 길을 알고 가는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버튼 위를 종횡했다. 그들은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알 수 없는 믿음을 느꼈다.

 

  40층이라. 막연하게만 생각해 오던 이름이 눈앞까지 다가오자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쪼그려 앉은 채로 40층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학교 홈페이지에 나온 사진은 깔끔하고 넓은 방부터 시작했다. 사각형 복도 중 한편에는 편의 시설이 있고, 나머지 세 방향에는 각각 방이 세 칸씩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1인실이었다.

 

  안 그래도 넓은 4인실이다. 하물며 그 4인실은 복도 한 방향에 네 칸씩 있었다. 그렇다면 40층의 1인실이란 얼마나 넓을까? 호텔처럼 화려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상상을 이어가기를 한참,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쪼그려 앉아 있던 그들은 지쳐 바닥에 철퍽 앉아 조용히 그녀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가락이나 허리는 아프지 않은 걸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

 

  그때 그녀가 외마디 소리를 냈다. 정처 없이 공중을 헤매던 그들의 시선이 한순간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답지 않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뭔가 안 풀리는 것인지 손가락의 움직임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졸려. 약 좀 목에 붙여줘.”

 

  “어, 어! 야, 약 찾아!”

 

  나래가 소리치자 해늘이 부랴부랴 모도리의 가방 주머니를 열었다. 작은 봉투를 꺼내 정사각형 패치를 집었다.

 

  “목에다가 붙이라고 했지?”

 

  나래는 해늘이 넘긴 패치를 받아 얇은 비닐을 떼어냈다. 그때 하랑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뭐지? 뭔가 소리가 들리는데.

 

  “야, 이거 무슨 소리.”

 

  운을 떼자마자 다시 들려오는 소리. 이번에는 분명했다. 하랑은 딱딱하게 굳어 해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패치를 모도리의 목에 붙여주는 자세 그대로 굳어 있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시선이 마주치고. 그들은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찰칵. 다시 터지는 나지막한 소리. 이제는 나래와 모도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커져 있다. 그들은 흠칫거리면서도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문고리였다. 그것도, 계단 문 바깥에서.

 

  문고리가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덜컥 흔들렸다. 꽤 긴 주기를 가지고 들려오던 찰칵거림은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다.

 

  “……저거.”

 

  해늘이 속삭였다. 그는 모도리의 목에 대고 패치를 살며시 눌러준 다음,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하랑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

 

  “내가 갈게.”

 

  엘리베이터의 바로 옆이다. 계단이 열린다면 문고리를 건드린 장본인을 바로 마주할 수 있을 테지. 꿀꺽, 목울대가 넘실거린다.

 

  ‘놈들이 문을 열 수 있었나?’

 

  나래의 홀로그램이 그들의 눈앞을 비췄다. 하랑과 해늘이 일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랬으면 진작에 우린 죽었겠지.’

 

  ‘놈들한테 이성은 없었는데…… 생존자인가?’

 

  하랑이 홀로그램에 글자를 띄우자마자 해늘이 그의 어깨를 탁 짚었다. 그새 찰칵거리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다.

 

  밝힌다면 지금이리라. 늦었어도 지금이어야 한다. 해늘이 하랑을 앞으로 툭 밀치고선 홀로그램에 글자를 써넣었다. 하랑은 양팔에 장비해 두었던 삼단봉과 방패를 촥 펼쳤다. 붉은 방패를 앞으로 내민 채 문고리를 응시한다.

 

  찰칵, 찰칵, 찰칵, 이제 문고리는 십여 초에 한 번씩 흔들리고 있었다. 하랑이 모도리에게 속삭였다.

 

  ‘언제쯤 다 될 것 같아?’

 

  그의 물음에 모도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홀로그램 위를 두들겼다. 거친 움직임으로 해킹 툴을 조작하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버튼 하나를 꾹 눌렀다.

 

  “일단 자동으로 될 거야.”

 

  그녀는 그렇게 속삭이고는 초커의 버튼을 꾹 눌렀다. 새까만 강화복이 온몸을 뒤덮었다. 그녀의 말대로 해킹 툴의 홀로그램은 저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개조를 안 해서 홀로그램이 없어.”

 

  ‘조용히만 말한다면 괜찮을 거야.’

 

  모도리가 하랑의 옆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그때 해늘이 타이핑을 마쳤다. 세 명의 눈앞으로 새파란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엘리베이터의 로프가 떨어진 걸 보니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어. 근데 그게 우리를 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이유는 당연히 모르겠고. 만약 저놈이 그 생존자라면, 놈은 적일지도 몰라. 조심해.’

 

  나래가 눈을 크게 뜨고 해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단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다가 오른쪽 의수를 흔들었다. 노란빛이 떠오른다.

 

  문고리는 계속해서 흔들린다.

 

  찰칵.

 

  나래가 마른침을 삼키고 홀로그램을 띄웠다.

 

  ‘문은 잠가 놓은 거지?’

 

  찰칵.

 

  ‘제대로 잠가 놨어. 못 열 거야.’

 

  찰칵.

 

  나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때 모도리가 입을 연다. 작은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꽂혀 들어온다.

 

  “계단 문은 잠겨도 밖에서 열 수 있어.”

 

  정적.

 

  모도리의 말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침묵으로 잠식한다. 심연에 빠진다면 이럴 것이고, 우주에 내던져진다면 이럴 것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침묵으로, 오직 숨소리만이 약하게 바닥에서 흐르고 있다.

 

  찰칵거리는 소리는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정적과 긴장만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모도리를 제외한 셋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다시 계단 문을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계단 문 너머에서는 그 어떤 비명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그는 생존자인가? 아니면 해킹당해 괴물이 되어버린 놈인가? 아니면 해커 본인? 식은땀이 이마를 적신다.

 

  찰칵.

 

  다시 문고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하랑은 방패를 내밀면서 오른손을 뻗어 셋을 뒤로 물렸다. 유사시에 놈을 방패로 쳐낼 수 있도록.

 

  찰칵거리는 소리에 이어서 딱,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나래가 고개를 쳐들고 투시 기능을 가동했다.

 

  내부 부품만을 확인하는 그녀의 의안으로는 뒤에 있는 것이 놈인지, 생존자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다. 작은 막대가 튕겨 내려왔다.

 

  그리고 그 작은 막대는 천장과 바닥에 걸려 있던 잠금 장치였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흔들리기만 하던 문고리가 확연히 비틀어진다. 문이 열린다.

 

  문은 소리조차 없이 열렸다. 정적 속에서 그것은 힘없이, 그리고 천천히 문틈을 넓게 벌릴 뿐이었다.

 

  드러난 문틈에서 보인 것은 어느 남학생이었다. 양손으로 문고리가 있었던 자리를 쥐고 있었다.

 

  “…….”

 

  “…….”

 

  서로 정적이 대치하는 한편, 그인지 놈인지 모를 남학생의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그것을 기점으로,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던 남학생의 시선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돌아갔다.

 

  마침내 그들의 시선이 서로를 마주한다. 하나는 긴장과 경계를 담은 눈동자로, 하나는 공허만을 품은 검은 눈동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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