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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6화
작성일 : 20-09-13 13:08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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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하루가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셋은 허기에 시달렸지만 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가라앉았다. 적어도 당분간 죽지는 않을 테니까.

 

  아침에 놈들을 지켜본 결과, 이번에도 놈들은 어제처럼 멈췄다가, 내려갔다가, 다시 교차해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위에서 놈들이 더 이상 내려오지 않게 되었을 때 놈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들이 왜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려가는 것만은 확실히 해커가 만든 현상이라고 못을 박기로 했다.

 

  내일 아침이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것이다. 시작이 될지 끝이 될지는 봐야 알겠지. 한참을 휴식으로 보내다가 드디어 저녁, 그들은 묵묵한 분위기 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차할 때 필요할 공구, 연고 같은 것들을 가방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하지만 가방이 흔들리자 질서 있게 배치한 물건들이 모두 흐트러져 버렸다.

 

  하랑은 한숨을 쉬고 가방에 물건을 계속 채웠다. 그 모습을 본 해늘이 지적했다.

 

  ‘너무 많은데, 그거.’

 

  ‘미안.’

 

  하랑은 고개를 좌우로 털고서 가방에 든 것들을 비우기 시작했다. 적당한 무게를 어느 정도로 잡으면 좋을까. 이 정도일까? 빨리 달리려면 더 가벼워야 할까?

 

  ‘굳이 가벼울 필요는 없어. 그래도 빈 공간은 많을수록 좋겠지만.’

 

  고민하던 하랑의 앞에 나래의 홀로그램이 번쩍 떠올랐다. 믿는 구석이 있겠지. 그는 물건을 더 빼내려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공간은 충분했다.

 

  해늘은 양손에 물병 여러 개를 들고 하랑의 옆에 주저앉았다. 그가 뚜껑을 열면 하랑이 한 팔로 물통을 기울였다. 도시에서 흘러든 푸른빛에 물줄기가 반짝거렸다.

 

  물병의 벽에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와중에 서랍 아래서 나래가 부스럭거렸다. 서랍 열리는 덜컹거리는 소리에 이어서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하랑은 왜 그러는 건지 불안해했지만 해늘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물병에 물을 거의 다 따랐을 때 나래가 상자를 가지고 왔다. 꽤 커다란 금속 상자로, 겉에는 잠금 장치가 여러 겹으로 씌워져 있었다. 생체 인식에 자물쇠, 아이디 인식까지.

 

  한동안 침침하던 분위기를 뚫고 해늘이 타이핑했다.

 

  ‘잘했다, 친구야.’

 

  ‘언제는 나보고 이걸 왜 하냐고 소리를 지르더만.’

 

  ‘걱정이었지. 잘했다니까?’

 

  대화에 끼지 못한 하랑은 상자만 내려다보았다. 수업 때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보안 가방이었다.

 

  ‘뭐가 들었길래 그래?’

 

  하랑이 묻자 나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희미한 푸른빛까지 겹치니 그야말로 영화 속 악당의 모습이었다. 그는 상자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기서 브금 한 번 깔아 줘야 하는 건데.’

 

  ‘브금과 목숨을 교환하고 싶니?’

 

  ‘내가 이래서 이 새끼 앞에서 그런 말을 안 해요.’

 

  둘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상자를 따기 시작했다. 해늘이 넘겨받은 열쇠를 꽂고 돌리자마자 나래가 손가락을 뻗었다.

 

  아이디, 개인 바코드, 홍채 인식 등등. 마침내 마지막 보안이 해제되고, 나래는 자랑스러운 손길로 상자 뚜껑을 열어젖혔다. 와인색으로 장식된 내부에서 익숙한 모습의 금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래의 손과 똑같은 모델의 의수였다. 다만 팔뚝은 없고 손만 덜렁 놓여 있었다.

 

  ‘우리 아가지.’

 

  ‘아빠는 누구야?’

 

  ‘처맞고 싶냐?’

 

  나래가 장난스레 해늘을 툭 치고는 의수를 꺼냈다. 연결 장치가 손등에 달린 검은색 의수였다. 하랑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 의수, 개조한 거야? 직접?’

 

  ‘정답.’

 

  나래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고 손목을 붙잡았다. 찰칵, 힘을 줘서 비틀자 오른쪽 손이 떨어져 나왔다. 분리형 의수였던 모양이다.

 

  나래는 연신 벙글거리면서 의수가 연결되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광의 표면을 따라 노란 선이 이어졌다. 그것은 손목부터 각 손가락까지 뻗어 나가더니 곧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갈아 끼운 의수를 움직여 보았다. 손목을 꺾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잘 움직인다. 그녀는 손바닥을 펴서 맨 아래 새겨진 글자를 보여주었다.

 

  ‘NR-001이지.’

 

  제작자의 이니셜 뒤에 번호를 붙인다. 국가에서 허락을 받아 그들만의 장비를 만드는 장인들만이 다는 번호였다. 하랑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거 불법이잖아. 허가 없으면.’

 

  ‘뭐 어때. 안 걸리면 되고. 그리고 이건 효과가 꽤 있으니까 말이지.’

 

  ‘걸리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으니까.’

 

  둘은 입을 모아 대답하고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물론 소리는 나지 않게.

 

  하랑은 문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푹 떨궜다. 법을 어긴다니 뭔가 찜찜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겠지.

 

  ‘걸리면 바로 공순이 인생 동력 끊기는 거지만, 이걸 두고 내가 가만히 있겠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두어 번 흔들었다. 그러자 하랑의 제트 노즐과 비슷한 소리가 의수의 손바닥에서 들려왔다. 하랑은 소리가 샐까 기겁했지만 나래는 미소를 띠고 오른 의수를 휘둘렀다.

 

  어둠 속에 샛노란 잔상이 길게 이어졌다. 그녀의 손바닥 위로 둥글게 떠오른 금빛이 방을 환히 물들였다.

 

  ‘전기충격기?’

 

  ‘대충 비슷해. 원래는 충전기지만 좀 개조해서. 출력을 높이면 만지는 순간 훅 가는 거지.’

 

  손바닥에서 빛나는 노란빛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급기야 스파크가 튀자 그녀는 출력을 줄였다.

 

  ‘비상시에 저놈들 팔다리만 건드려 줘도 충분할걸?’

 

  ‘그거 전부 아니지?’

 

  해늘이 턱을 괴고 피식 웃었다. 나래는 씩 미소를 지으면서 상자에 다가갔다.

 

  ‘역시나 너 같은 애가 그걸로 끝낼 리가 없지.’

 

  해늘의 말대로 그녀는 그 정도로 끝낼 인간이 아니었다. 기계의 로망을 여기서 끊으라고? 절대 아니지!

 

  ‘돈 좀 많이 썼어. 이거 만들려고 몇 년 용돈을 아꼈다.’

 

  ‘덕분에 나한테 빚 좀 졌지?’

 

  ‘걱정 마. 목숨값으로 갚으면 그만이니까.’

 

  나래는 작은 막대 두 개를 꺼내면서 문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해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광학위장 장치 하나랑 에너지 현현 장치.’

 

  ‘징하다, 진짜.’

 

  ‘그걸 샀어?’

 

  해늘이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와중, 하랑은 그녀에게 다가가 에너지 현현 장치를 받아들었다. 그에게 있어 꿈의 장치나 다름없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와, 이걸 진짜 눈앞에서…….”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말한 하랑이 입을 틀어막았다. 나래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면서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거 이미 개조 끝나서 너는 못 써.’

 

  하랑은 아쉬운 눈으로 장치를 도로 내밀었다. 손등의 연결 장치에 막대처럼 생긴 장치가 연결되고. 출력을 높이자마자 그녀의 손등에서 길쭉한 노란색 칼날이 생겨났다. 에너지 현현 장치의 효과였다.

 

  하랑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눈이 노란빛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나래는 곧 출력을 줄였다. 노란빛은 형체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듯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고칠 때 실수해서 연비가 최악이 되어버렸지만. 멀쩡하게 쓰려면 30초밖에 못 써. 1분 넘으면 배고파서 쓰러질걸.’

 

  ‘설마 광학위장도 막 이상하게 망가뜨린 건 아니겠지?’

 

  ‘이건 애초에 싸구려라서 멈췄을 때밖에 못 쓰는데.’

 

  나래는 나머지 장치까지 손등에 장착한 뒤 두어 번 흔들었다. 그러자 손등에서부터 조금씩 그녀의 몸이 투명해졌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로 도시의 푸른빛만이 흘러들어왔다.

 

  ‘대체 왜 싸구려로 산 건데?’

 

  ‘에너지 현현 장치가 보통 비싼 줄 아냐?’

 

  투명한 무언가가 공중에서 푸드덕거리는 게 보였다. 윤곽이 살짝 드러나면서 그림자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저게 그 빈틈이란 거군. 그는 불안함에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 괜찮을 거야.’

 

  ‘확실히, 그것만 있으면 내일 당장 올라갈 수 있겠지.’

 

  하랑과 해늘이 서로 중얼거리는 걸 보자 그녀가 양팔을 휘저었다.

 

  ‘반응 좀 해. 그러려고 지금 꺼낸 거야.’

 

  ‘까먹은 거면서.’

 

  ‘닥쳐.’

 

  해늘이 양팔을 흐느적거리며 환호 비스무리한 입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나래는 그를 한 대 후려친 뒤 의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자는 어쩔 수 없이 방에 둬야 했지만 의수는 허벅지의 수납함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일 아침으로 하자. 16층 놈들이 전부 가면 나가서 광학위장으로 서 있다가.’

 

  ‘17층 놈들이 내려오고 나서 16층 놈들이 복도로 전부 들어가면 올라가자, 이거지?’

 

  ‘맞아. 그럼 난 잔다. 챙길 거 다 챙겼지?’

 

  나래가 침대에 드러눕고, 남은 둘은 가방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확실히 모든 게 잘 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좀 놀렸네. 물통은 내가 챙길게.’

 

  하랑이 그에게 물통을 던져 주면서 물었다.

 

  ‘오래 알고 지낸 거야?’

 

  ‘학교 들어오기 전부터.’

 

  ‘한참은 됐나 보네.’

 

  해늘은 그새 잠든 나래를 돌아보았다.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을 계속 같은 학교에서 버텼다. 그녀와 지낸다는 건 말 그대로 ‘버틴다’라는 말이 어울릴 때가 자주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돈을 빌려줬더니 목숨값으로 갚는다고 말하는 둥, 그런 것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있을 때 재밌는 친구가 그녀였다.

 

  놀리니까 재미있단 말이지. 해늘은 몇 년 동안 주고받았던 말다툼을 떠올렸다. 신랄하게 비꼬고, 웃고, 다시 비꼬는 반복.

 

  ‘나름대로 같이 다니다 보면 재밌어, 쟨.’

 

  ‘그래?’

 

  하랑은 가방을 잠그고 일어섰다.

 

  ‘이제 자자. 내일 아침은 바로 나갈 테니까.’

 

  ‘새삼 생각하니까 진짜 위험하네.’

 

  ‘워낙 분위기가 가벼웠으니까.’

 

  하랑은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해늘은 침대에 앉아 방을 한 번 살폈다. 기름 냄새도 이미 익숙해진 더러운 방이었지만, 내일은 이곳을 떠난다.

 

  후련함보다는 불안함이 컸다. 설마 내일 죽는 건 아니겠지, 잡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든다.

 

  창밖에서 흘러든 푸른빛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평소처럼 빛 공해를 퍼뜨리는 도시의 모습은 그들을 꿈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내일 학교 서버에 접속하는 꿈으로.

 

  하지만 빛은 침대 사이를 비출 뿐 그들의 잠자리를 밝히지 않는다. 그들은 현실에 있었다. 내일 해킹된 학생들과 맞서는 현실에.

 

  피곤하고 불안했다. 해늘은 내일 놈들에게 잡히는 상상을 했다. 그 비틀린 기계들이 그들의 손발을 잡고 찢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고전 영화처럼 잡아먹으려고 할지도 모르지.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의 목숨은 한낱 홀로그램처럼 흩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살고 싶다. 현실 속의 불안 위를 걸으면서도 삶을 이어 나가고 싶다. 계속 나래와 말다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리스트의 악보라도 괜찮으니 피아노 위에 손을 올리고 싶다.

 

  해늘은 이불 속에 몸을 던졌다. 일찍 자는 게 좋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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