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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5화
작성일 : 20-09-13 13:06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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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얘네는 왜 이러는 거야?’

 

  해늘은 모른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소리에도 반응을 안 하는 것 같아. 나가 볼까?’

 

  ‘직접 나가진 말고. 3D 홀로그램 송출기 있으니까 그걸로 속여 봐.’

 

  해늘이 그녀가 가리킨 작은 큐브를 들고 왔다. 나래의 설명대로 이리저리 돌리고 비틀자 이상한 꽃 모양의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심에 까만 구슬이 희미한 광택을 내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공중에 의수가 하나 나타났다. 평범한 모습이 아니라 이상한 장치가 몇 달려 있었다. 그 옆에 기록된 치수나 메모를 보자 해늘은 나래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씩 웃으면서 다른 홀로그램을 띄웠다. 의수가 사라지고 마네킹이 나타났다. 놈들의 이목을 이끌기에는 딱 좋을 법한 크기였다.

 

  ‘문 열고 저거 내보내.’

 

  하랑이 손을 들었다.

 

  ‘그건 내가 할게. 이거 스피커 달려 있어?’

 

  ‘달려 있어.’

 

  나래는 담담하게 타이핑하는 한편 한숨과 함께 조용히 욕설을 뇌까렸다. 만약 놈들이 반응한다면 홀로그램 송출기는 단숨에 고물이 될 테니까.

 

  ‘일단 소리부터.’

 

  하랑이 송출기의 옆에 달린 버튼을 꾹 눌렀다.

 

  “나래 님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합니다.”

 

  안내 목소리에 이어 시끄러운 기타 소리가 그들의 귀를 울리기 시작했다. 정적에 익숙해져 있던 두 남학생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나래는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안 움직이네.”

 

  나래가 일부러 소리를 내어 말했다. 바깥의 놈들은 가만히 서 있을 뿐 반응하지 않았다. 나래는 살겠다는 듯이 록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목 아프네. 이제 밖으로 내보내 봐.’

 

  하랑은 음악을 끄고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나래가 표정을 굳혔다. 정적이 찾아온 가운데, 하랑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놈들은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놈들은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리고 문고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탈수 증세로 땀이 나지는 않았지만 손은 빡빡하게 문고리에 휘어 감겼다.

 

  찰칵. 문고리가 내려갔다. 나래는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랑은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조금씩 밀었다.

 

  보고 있나? 아니면 보지 않고 있는 건가? 반응하는 건가?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가?

 

  부디 반응하지 않기를!

 

  스으으으…… 바닥을 스치면서 문이 살짝 열린다. 어두운 복도를 향해 눈을 내민다.

 

  하랑은 핏발 선 눈으로 복도를 바라보았다. 맨눈으로 복도를 본 게 얼마만이지?

 

  심장 뛰는 소리가 귀를 가득 채운다. 그 소리로 놈들이 반응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마저 든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녀석의 얼굴을 문틈 사이로 노려보았다.

 

  반응하지 않는다. 발견하지 못한 건가?

 

  하랑은 여전히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송출기를 문 바깥에 내려놓는다. 탁.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손끝에 얽혀든다.

 

  ‘해?’

 

  ‘해!’

 

  하랑은 눈을 부릅뜨고 송출기 맨 위의 버튼을 눌렀다. 구슬이 빛을 뿜어내는 동시에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소리 없이 닫힌 문 바깥에서는 이제 마네킹 하나가 공중을 빙빙 돌고 있었다.

 

  나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1초…… 2초…… 3초…… 반응하지 않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쯤 홀로그램 속 놈이 꿈틀거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놈들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그 소리는 문에 난 구멍을 통해 그들에게도 전해져 왔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함이 흐른다.

 

  셋은 홀로그램 앞에 모여들었다. 홀로그램의 빛이 거칠어진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가운데, 그들은 놈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한참을 꿈틀거리면서 비명을 질러 대다가, 어느 순간 마네킹을 향해 달려든다. 문 바깥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해진다. 비명에 금속음에 비틀려 부서지는 소리.

 

  놈들은 서로 부딪쳐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홀로그램을 물어뜯었다. 물론 허공에 떠오른 빛에 불과했지만, 우연히 놈들 중 하나가 송출기를 건드리면서 마네킹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넘어진 마네킹을 물어뜯으러 달려드는 도중 송출기가 망가지고, 목적을 잃은 놈들은 한참 동안 비명을 지르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 굳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거에는 반응하긴 하네.’

 

  ‘근데 좀 느렸던 것 같지 않아?’

 

  ‘녹화해 뒀어. 보자고.’

 

  나래는 홀로그램 화면을 옆으로 분리해 녹화해 둔 놈들의 영상을 띄웠다.

 

  마네킹이 나타나고 몇 초가 지나자 놈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놈들은 몇 초 동안 비명을 지르더니 마네킹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리하자면, 몇 초 동안 꿈틀거리고, 몇 초 동안 비명을 지르다가 뛰어오는 거네.’

 

  ‘근데 왜 이러지? 언제부터 이런 거야?’

 

  ‘7시 30분쯤.’

 

  하랑은 손목을 흔들어 시계를 띄웠다. 아직 5분도 지나지 않았다.

 

  ‘이거 원래부터 이랬던 건가?’

 

  ‘글쎄.’

 

  나래가 대충 타이핑하고 홀로그램에 집중했다. 여기서 끝나선 안 됐다.

 

  놈들이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변한 게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이 상태에서 나간다면 바로 놈들의 손아귀에 찢기는 일만 남게 될 터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없이 긴 몇 분이 지났다. 홀로그램 속 변화를 눈치챈 나래가 소리쳤다.

 

  “시작했다!”

 

  놈들이 바들바들 떨더니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 바로 정면에 모여든 놈들은 계단을 향해 문 뒤로 사라졌다. 놈들이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내려가는 것까지 똑똑히 보였다.

 

  이윽고 텅 빈 복도. 그들은 여전히 목이 말라붙어 홀로그램으로만 대화하고 있었다.

 

  ‘왜 내려간 거지?’

 

  ‘몰라. 근데 지금이라면 정수기로 갈 수 있는 거 아니냐.’

 

  학교 각 층에는 정수기 두 대가 비치되어 있었다. 높은 층에 사는 학생들이 식당까지 물을 챙기러 내려온다는 비극을 피하기 위한 학교의 배려였다.

 

  물이 끊긴 지금 차갑거나 뜨거운 물을 기대할 순 없지만, 적어도 비상용으로 둔 커다란 물통만큼은 충분히 챙길 수 있다.

 

  ‘빨리 갔다 올게.’

 

  하랑은 그렇게 말하고선 문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당당하게 커다란 물통을 팔에 끼고 돌아왔다. 두 사람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랜만에 보는 물이 눈앞에서 찰랑거리고 있다. 셋은 허겁지겁 뚜껑을 따고 컵을 꺼내 들었다.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물이 희미한 빛으로 반짝거린다. 손이 떨리면서 종이컵 속에 잔물결이 일었다. 그들은 컵이 반도 채워지기 전 입에 물을 털어 넣었다.

 

  쏟아지는 시원함! 말라붙은 침으로 끈적거리던 입이 드디어 청량감을 되찾는다. 셋은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닦을 생각조차 않고 컵을 다시 내밀었다. 갈증은 그 자리에서 내리 세 잔을 해치웠을 때에야 사라졌다.

 

  “살 것 같네.”

 

  “이제 말할 수 있겠구만. 아아! 저 새끼들 없으려니 기분 좋다! 아하하!”

 

  나래가 소리치면서 웃음을 터뜨리자마자 홀로그램에 변화가 나타났다. 나래는 입을 틀어막고 홀로그램을 곁눈질했다. 이번에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계단 위였다.

 

  놈들이 계단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놈들이 일제히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조금 전 내려갔던 놈들이 올라왔다.

 

  그들은 무언가에 짜여진 듯 부딪치지 않고 교차해 움직였다. 올라온 놈들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다각거렸다. 카메라 앞으로 수많은 놈들이 움직인다.

 

  그 뒤로 한참 동안 바깥을 살폈다.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놈들이 내려오고, 방금 내려갔던 놈들은 다시 올라왔다.

 

  한동안 홀로그램은 그 장면의 반복이었다. 내려오면 올라가고, 또 내려오면 올라가고. 그중 놈들이 서로 부딪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가 치밀하게 짠 것처럼.

 

  셋은 홀로그램을 덮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놈들이 계속 내려갔다가 올라오길 반복한다. 차례차례, 질서를 지켜서 말이다.

 

  아마 잠시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건 오류일 테지. 기술 선생님의 방해라든지. 하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좋았다. 들키지 말아야 하는 건 그들이지 소리가 아니니까.

 

  저 모습은 해커의 개입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놈들을 내려보내는 걸까?

 

  나래가 인상을 찌푸리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갈증이 채워지자 곧바로 찾아온 허기 탓이었다. 돌림노래라도 하는 건지 셋의 배는 돌아가면서 음식을 달라고 울어 댔다.

 

  ‘굶어 뒤지겠는데. 저건 매일 하는 건가?’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때 하랑이 뭔가 깨달은 듯 급히 타이핑했다.

 

  ‘쟤네들도 해킹당했을 뿐이지, 사람이잖아.’

 

  ‘어. 그게 왜?’

 

  새삼 재확인한 사실에 발밑에서부터 찝찝함이 타고 올라온다. 하지만 해늘과 나래는 하랑의 말에만 집중했다. 찝찝한 감각 따위는 던져 버리고.

 

  ‘쟤네들도 마냥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까?’

 

  ‘해커가 참 친절한데.’

 

  ‘해커한데 들러붙으면 우리도 굶을 걱정은 없는 건가?’

 

  해늘에 이어서 나래가 중얼거렸다. 하랑을 비꼬는 것이 아닌 해커에 대한 불쾌함이었다. 상황을 이 꼴로 만들어 놓고 그 와중에 먹을 건 다 준다고?

 

  ‘엿이나 처먹으라 그래.’

 

  나래가 의수를 꽉 쥐었다가 폈다. 기계 관절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리가 있다. 한참을 관찰한 결과, 놈들은 물을 직접 마시지 않는다. 3일 이상 물을 마시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고, 결국 일주일만 있어도 생존자는 생존자대로 살아남게 된다.

 

  그러면 생존자를 모두 죽이지 못하게 된다…….

 

  ‘잠깐만. 애초에 해커 목적이 뭐지?’

 

  해늘의 질문에 나래의 손이 멈칫했다.

 

  ‘전부 죽이는 거?’

 

  ‘애초에 그거라고 확신할 증거도 없었는데.’

 

  바깥의 놈들은 기괴한 자세로 움직일 뿐, 본질은 해킹당한 학생이었다. 피해자였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단지 비극적인 인형극처럼 해커에게 놀아날 뿐이다.

 

  ‘그럼 목적이 뭐지?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거?’

 

  ‘그럴지도 몰라.’

 

  나래가 머리카락을 탈탈 털면서 둘의 대화를 끊었다.

 

  ‘몰라, 씨발. 해커 새끼가 뭔 생각으로 했는지 뭐가 중요해.’

 

  침묵. 나래는 주먹으로 바닥을 치면서 말을 이었다.

 

  ‘그 새끼가 왜 저랬는데? 왜 우리한테 이러는데? 그냥 몰라. 학교를 이렇게 만들고 애들을 저렇게 꼬아 놓은 새끼야. 그 새끼 대가리에 똥이 들었든 기름이 들었든 광섬유가 들었든 우리가 그런 또라이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애? 응?’

 

  둘은 대답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런 일을 저지른 인간이라면 머리가 이상한 인간일 게 분명했다. 아직 미치지 않은 그들이 그런 해커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은 힘들 수밖에.

 

  ‘그러니까 우리는 살아남을 것만 생각하자고. 안 풀리는 문제 붙들고 머리 싸맨다고 다 풀리는 게 아니라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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