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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27
작성일 : 20-09-13 01:46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6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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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하늘에 날벼락. 그 말을 꼭 오늘을 염두하고 만든 말 같았다. 유독 날이 좋았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아침이 약한 민석에게 조차 상쾌하게 느껴졌다. 민석은 근래 같은 고민으로 일상이 가득 찼다. 할아버지께 어떻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할 것인가. 그리고 태어나 여즉 한 번도 보지 못한 할머니에게 어떤 선물을 사러 갈 것인가. 이 즐거운 고민에 침대 자리를 정리한 민석은 콧노래가 다 나왔다. 씰룩씰룩 엉덩이도 들썩였다. 평소라면 지옥 끝까지 쫓아갔을 보이스피싱 전화도 웃으며 넘겼다. 허허 자네도 돈 벌기 힘들지? 이 좋은 날. 좋은 게 좋은 거지. 띵동- 하고 민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기다렸던 그 문자였다. 마침 틀어놨던 티비에선 이산가족상봉 최종선발문자가 방금 전송되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기다렸던 문자였다.

  아니 기다리지 않았던 문자였다.

 

 -안녕하십니까.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김학님과 보호자 김민석님. 통일부 소속 이산가족상봉 담당자입니다. 애석하게도 이번 이산가족상봉 명단에 귀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음을 전해드립니다. 본 부처는 한 분이라도 더 많은 이산가족여러분의 상봉을 추진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던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대한민국정부와 통일부는 추후 빠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의 재상봉과 상시면회소 설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전히 티비 속 사람들은 사람 속도 모르고 재잘재잘 잘만 떠들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잘만 웃으며 떠들어댔다. 우린 또 다시 있지도 않은 지옥으로 내던져졌는데.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본인이 부득불 부탁해 얻어낸 사전자료였으니. 그래서 올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 민석은 도사청 앞에서 한나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지난번처럼 들어가서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민석도 민석이지만 한나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일이었다. 로비에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몇 잔이고 들이켰다. 마음이 아파 속이 쓰린 줄도 모르고.

 

 “한나씨 오늘 명단 뜬 거 확인 했어? 서류처리 해야 하잖아?”

  그날 한나도 명단을 뒤늦게 확인했다. 아 거참 되게 보채시는구만. 제가 다 계획이 있다고요. 제가 이 일만 붙잡고 하는 것도 아닌데.

 “네네. 합니다요.”

  한 손으로는 명단을 찾아 다운받고 다른 한손으로는 서랍에서 이미 수집해둔 다섯 명의 인적사항 서류를 꺼냈다. 머릿속으로는 보내야할 서류를 정리했다. 먼저 문자 보내고, 공문 서류는 우편으로 보내고. 입으론 흥얼흥얼 유행가를 따라 불렀다. 어차피 있겠지만 뭐 마지막 최종 점검 차. 파일을 열며 한나는 며칠 전 자신을 찾아왔던 민석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지금쯤 할아버지와 ‘신난다! 북한행!’파티라도 열었으려나. 내심 뿌듯했다. 참나 오지랖 어디 안 간다. 그거 미리 알려줄 때는 그렇게 고민했으면서 말이다. 마우스를 달칵이며 내려 받은 명단은 지난번 양식과 똑같았다.

 -2020년도 이산가족상봉자 추첨자 발표 명단-

  왼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가장 위에 올라와 있는 종이의 이름 두 글자를 넣어 검색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검색결과가 없다고 떴다. 잘 못 입력 한 건지 몇 번이나 다시 넣어 검색해봤으나 결과는 같았다. 심지어 김민석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도 전혀 뜨지 않았다. 가나다순으로 정렬된 명단을 샅샅이 훑어도 김민석도 김학도 코빼기도 안보였다. 꿈이었나. 지우지 않았던 지난 파일을 열었다. 방금 받은 파일과 다른 거라곤 제목 옆에 -기밀 유지-가 붙어 있을 뿐. 켜진 파일에 다시 이름을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도, 그의 할아버지 이름도 모두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난 파일을 받고 오늘까지 분위기 봐선 그대로 가는 것 같았다. 상사도 관계부처도 다들 허허호호 하고 있었으니. 그저 그게 착착착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에 다들 걱정 없이 사는 줄 알았지. 근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냥 그들은 상사의 상사. 음, 그러니까 저 윗분들의 지랄 맞음에 힘들어서 미쳐버린 것 같기도 하고. 한나는 급히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온 연락은 없었다. 이 인간 확인도 안 해보고 잠이나 퍼질러 자고 있는 거 아니야?

  결과적으로 그 둘은 카페에 마주앉아 있었다.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본인을 붙잡는 팀장님을 가볍게 물리치고 먼저 가보겠다는 퇴근인사와 함께 튕기듯 나갔다. 발음이라도 똑바로 하든가. 다 뭉개진 발음으로 목청은 어찌나 좋은지. 사무실 안 사람들이 그쪽 퇴근하는 거 다 알겠어. 팀장은 한나가 뛰쳐나간 문을 멀끄러미 보며 팔을 쓸었다.

 “먼저 엤슴다!!”

 “또 뭘까... 나는 한나씨 저럴 때마다 너무 무섭다니까.”

  사무실을 튕겨나간 한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뛰쳐나가다 카페에 앉아 있는 김민석을 봤다. 멈출 줄 몰랐던 다리는 강력접착제라도 바른 듯 우뚝 섰다. 사실 그를 보고 멈췄기보단 그의 테이블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홀린 듯 저건 뭐야 누가 카페에서 호화스런 식사를 하네, 저 정도면 방광 과부하 아닌가. 하고 봤더니 그였다. 그의 테이블에는 머그잔이 대여섯 잔 시켜놓고 먹지도 않은 조각케이크가 서너 개 있었다. 넋이 나간 거 보니. 알긴 알았구만. 대체 언제부터 와서 저기 앉아 있던 거람. 말이라도 하든가. 한나가 가서 맞은편에 앉자 민석의 초점이 돌아왔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입을 먼저 뗀 건 한나였다.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

 “어... 문자 받고 명단도 봤지. 근데 나 미리 안거 한나씨 밖에 없어서. 집을 뛰쳐나오고 보니 여기더라고.”

 “아니. 그거 말고요. 왜 바뀐 건지 그게 누가 그런 건지 대충 아시는 거 아니냐구요.”

  민석도 알고 있었다. 한번 고정된 명단이 바뀔 일이라곤 웬만해서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변동 가능성 20퍼센트의 확률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랏일에 그 정도면 걍 공무원 익스큐즈 용도 아닌가. 100프로라고 했다가 정말 피치 못할 일이 생겨서 바뀌면 욕먹으니까 만만한 80퍼의 확률의 정확성이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방패막 생각했다. 그것도 더욱이 파일로 만들어진 이산가족상봉명단이 바뀐다고? 어림도 없다. ‘그’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하지만 자신이 뭘 할 수 있을까. 할 말이 없었다. 다시 본인이 시켜둔 조각 케이크만 말뚱히 보는 민석이 한나는 한숨이 났다. 이내 들고 온 노트북을 열었다.

 “아니 무슨 커피를.. 카페 머그잔 다 가져다 놓으셨네 아주. 아휴. 아니 먹지도 않을 케이크를 왜 이렇게 시키셨어.”

  테이블 가득 차지한 식기들을 한 쪽으로 죽죽 밀어낸 한나는 노트북을 민석에게 들이밀었다.

 “자 봐봐요. 이쪽이 제가 먼저 받은 명단. 그리고 이게 오늘 뜬 공식 명단.”

  민석은 노트북에 띄어진 파일을 찬찬히 봤다. 게 중에는 형광 표시된 이름이 몇몇 있었다.

 “거 표시된 이름 보이시죠. 본인 포함. 총 5가족.”

 “나 혼자가 아니야?”

 “뭐야. 무슨 자의식 과잉이시람? 도사님 포함해서 도사는 3명 일반인 2명이 썰리고 새로 들어왔다 이겁니다. 도사는 우리 측에 공문을 보내고 처리할게 많아서 그런지 싹 다 일반인으로.”

 “최종적으로 가는 도사는 2명이야?”

 “네. 말이 도사지 실질적으로는 일반인과 다를 게 없어요.”

 “왜?”

 “두 분 모두 은퇴 전까지 가족에게 본인이 도사인 걸 숨기고 사셨고, 결혼 후에 자녀분들 모두 아해예요. 물론 그 자녀분들도 본인의 부모가 도사인 걸 모르시고요. 도사는 도사니까 도사청에서 사람이 붙긴 하지만 그건 거의 형식에 불과해요. 두 분 다 은퇴하신지 오래라 도력도 거의 사라진 것 같더라고요. 아시죠? 도력도 안 쓰면 말짱 꽝 되는 거.”

 민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도사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예상은 점차 확신으로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그저 인정하기 싫었을 뿐.

  이쯤 되면 확인사살 아닌가요. 저희 팀도 명단 확인하고 다들 말을 안 할 뿐이지 거기라고 생각해요. 뻔하지 뭐. 이 바닥 몇 년만 구르면 누가 여기 머리채 쥐고 흔드는지 빤히 다 아는데. 솔직히 안 그래요? 이번에 청룡가에서 단장인지 대표직인지 하나 했다며요. 제 연금통장 걸고 백프로.

 

 -

 

  늦은 저녁 학의 병실을 찾은 민석은 여느 때처럼 쉽게 문을 열지 못했다. 이번엔 꼭 갈 거라는 희망. 그리고 미리 확인했던 명단에서 얻었던 확신. 요근래 학도 기분이 좋았다. 갈수 있을 거라고 본인만 믿으라 떵떵거렸던 자신 때문에 학도 급류에 휩쓸리듯 마음이 동했으니까. 하루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좋아졌다. 치료도 열심히 받으셨다. 그런 학에 민석도 기분이 좋았다. 남은 건 이제 북으로 가 할머니만 만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드르륵-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내린 달빛에 학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급하게 손이 눈물 자욱을 쓸어냈지만 벌겋게 물든 눈가는 감추기 힘들었다.

 “늦었는데 뭘 왔어.”

 “식사는.. 하셨어?”

 “그럼. 옆자리 할멈네 손녀가 챙겨줘서 먹었지.”

 “못 챙겨 줘서 미안해.”

 “젊은 사람이 바쁘게 살아야지 무얼.”

  학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는 적막했다. 차마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마음 또한 적막했다. 적막한 마음에서 마땅한 단어를 길어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그 침묵을 끊어낸 것은 학이였다.

 “피곤 할 텐데 그만 가서 쉬어.”

  힘없는 눈동자가 자신을 향했다. 한동안 통 못 봐 그렇게 잊혀 질 것이라 생각했던 눈빛이었다. 열심히 돌려놨던, 초롱초롱했던 그 눈빛은 민석이 채 붙잡기도 전에 이미 창문 틈새로 달아 난지 오래였다.

 “나는 괜찮아. 민석아. 할애비는 괜찮아.”

 

 -

 

  민석은 고층빌딩 앞에 섰다. 대한민국에서 여기 회사 이름만 대면 남녀노소가 다 아는 이곳. 아니 전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도 친숙한 이 회사의 건물. 대학 졸업을 앞둔 이들이 한번쯤은 이력서를 써본다는 이곳에 다시 발을 들일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한참을 1층 로비 구석에 앉아 오가는 사람을 멍하니 보던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안네데스크로 향했다. 그의 얼굴을 아는 오래된 직원이 문을 열고 고층전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감사합니다.”

 “자주오세요.”

  웃으며 말하는 그에게 민석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고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언제 바닥에 있었냐는 듯 바닥과 아주 빠르게 멀어졌다. 그와 수현이 멀어졌던 것처럼.

  평소 대표님을 제외하곤 본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층 엘리베이터에서 띵- 하니 도착음이 울렸다. 결재 받으러 오신다는 분도 없으셨는데.. 오늘 약속이 있으셨나. 급하게 확인한 달력엔 아무 일정도 적혀있지 않았다. 거의 열릴 일 없는 고층전용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막내비서는 당황해 그 앞에 버선발로 달려갔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대표님 가족분이 갑자기 찾아오셔서 깽판을 치지 않으셨나. 그때 대표님이 바로 나오셔서 다행이지 그 성질머리를 독박으로 맞았다면 비상구 1시간짜리 울음이었다.

  잔뜩 긴장하며 엘리베이터를 노려본 막내 비서 앞에 등장한 건. 순둥순둥한 표정으로 머쓱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웬 남자였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야. 그간 달달 외웠던 인물 데이터 속엔 없는 얼굴인데. 누군데 저렇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하는 건지. 양손엔 뭐야. 커피야? 뭐지. 뭐 팔러 온 건가.

 “혹시 안에 대표님 계시나요?”

 “아.. 네. 계시긴 한데.”

  머쓱하게 웃던 얼굴과는 달리 척척 대표님 방 방향으로 향하는 그에 오히려 막내 비서가 쫓아가는 모양새였다. 뭐지. 가족 데이터에도 없었고, 거래처나 어디 위원이라기엔... 복장이 영... 헉! 설마 뭐야 남자친구분이신가?

  바로 옆 막내 비서 테이블에 커피를 올려놓은 민석은 수현의 방을 한번 쳐다보곤 막내비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거 같이 나눠드세요.”

 “저기.. 혹시 누구...”

  그 순간 잠시 대표실에 들어갔다 나오던 수석비서관이 민석을 발견하곤 놀란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막내 비서의 말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김비서님. 오랜만이네요.”

 

 “수현아.”

  이례적인 일이었다. 똑똑 두드린 문소리에 수현은 방금 나간 김비서가 다시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근데 본인이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그런 상황에 고개를 들기 무섭게 본인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표정이 굳는 게 선연하게 느껴졌다.

 “수현아. 잠깐만. 잠깐이면 돼.”

  수현은 본인의 얼굴이 굳었다 생각했지만 민석의 눈에는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다급하게 다음 말을 뱉었다. 잠깐이면 된다고. 시간을 많이 빼앗지 않겠다고. 그런 그의 말에 오히려 수현은 눈을 짙게 감았다 떴다.

 “차, 준비하겠습니다.”

  민석을 따라 들어온 김비서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둘만 남은 수현의 방은 잠잠했다. 당장이라도 무슨 말을 쏟아낼 듯 했던 민석은 입을 다물었고, 그런 민석을 기다리는 수현도 말이 없었다. 어쩌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지도 몰랐다. 직접 찾아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건강이 많이 안 좋아..”

  민석은 수현을 쳐다봤지만 수현은 마주하지 않았다. 수현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고 민석은 여전히 입구에 서있었다.

 “이번이 아마 마지막이실 거야.”

 “나 정말 이번엔... 정말 간절해..”

  민석은 조용히 수현과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여전히 먼 둘의 거리는 좁혀질 줄 몰랐다. 민석은 두 손을 모았고 수현은 여전히 민석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런 수현의 모습에 민석은 오히려 애가 탔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여전히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일도 이렇게 된 것이라 믿었다. 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었다.

 “수현아. 내가 다 미안해. 내가 지금까지 다 잘못했어. 항상 무작정 찾아와서 너 일하는데 정신 사납게 굴고 간 거. 무작정 말리기만 했던 거, 네 생각, 네 입장 들어주지 못한 거. 내가 너.. 네 편에, 내 옆에 같이 서지 않은 거... 전부.. 정말 미안해.”

  아직 3월의 공기는 차가웠다. 막 꽃망울을 틔우려 웅크렸던 고개를 들었다. 서울은 아직 채 오지 못한 봄으로 삭막했다. 봄이 오려하는 분위기에 다들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마음보다 한 걸음 늦은 계절은 아직 겨울에 가까웠다.

 “나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라.”

  결국 민석은 고개를 떨구며 방 한 가운데 무릎을 꿇었고, 겨우 시선을 들어 그에게 옮겼던 수현은 그 모습에 숨이 막힌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정말 딱 토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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