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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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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파인애플집 호호할매
작성일 : 20-09-10 19:47     조회 : 77     추천 : 2     분량 : 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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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애플집호호할매

 

 파인애플집 호호할매는 늘 햇볕바른 삽짝 앞에 앉아있었다.

 아니면 가끔 집 밖을 나와서 서성거리는 것이 운동이었다.

 삽짝에 햇볕을 받으면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백살쯤 되어보였다.

 내가 더 어릴 적에 어느 여름날 오줌을 쌌던 적이 있다.

 꿈에 사과밭에서 사과를 먹다가 오줌이 누고 싶어서 두리번거리는데 어떤 아주머니들이 우리 밭에서 오줌을 누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변소간에 가기도 귀찮고해서 밭고랑에 오줌을 시원하게 누었다. 그런데 곧 눈을 떠보니 이불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엄마는 이걸 보고 호되게 야단을 친 다음 쌀이나 깨의 껍질을 털어서 까부리는 커다란 키를 나에게 뒤집어 씌우고 바가지를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집 밖으로 나가 소금을 얻어오라고 했다. 뒷집 순돌이네집에 가면 정말 창피하고 순돌이네 집은 걸어서 꽤 멀었다.

 앞집 구원자네 집으로 가는 것도 창피하다. 구원자에게 이런 꼴을 보였다가는 두고 두고 나를 놀릴게 분명했다. 제일 만만하고 부담이 적은 집은 바로 옆집 파인애플집이다.

 호호할매나 아들할배가 나를 좀 봐줄 것 같고 그 집엔 나만한 아이가 없기 때문에 두고 두고 쪽팔릴 일도 없다는 계산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내가 키를 쓰고 불쌍한 표정으로 삽짝으로 들어서자 부엌 아궁이에 마른 아카시아가지로 불을 때면서 솥에 밥을 하던 머리하얀 호호할매는 나를 보자마자 날랜 호랑이처럼 쫓아나왔다. 그러더니 마당을 쓰는 싸리빗자루를 가지고 사정없이 빗자루로 나를 때리려고 덤비는 것이다. 내가 이리 저리 피하니까 싸리비를 가지고 내 다리를 때리는 것이었다. 나는 산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면서 이리저리 피했지만 호호할매가 어찌나 힘이 좋은지 싸리비에 맞아서 다리가 따끔따끔했다. 그리고 나서 소금항아리 뚜껑을 열고 소금을 꺼내 바가지에 부어주는 것이었다.

 ‘늙은 할망구. 허리도 다 꼬부라져가지고 힘은 와 그리 좋노? 좀 봐줄줄 알았더니만.’

 나는 다음에 오줌을 싸면 다시는 이놈의 집구석에 안오리라 다짐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파인애플집 할배는 한번도 결혼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엄마가 파인애플집호호할매에게 들은 얘기를 아부지에게 하는 소리를 밤에 자다가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호호할매의 시어머니는 정말 호랑이보다도 무서웠다. 시집을 가자마자 그렇게 혹독하게 시집살이를 했다고 한다. 줄줄이 낳은 시동생들 삼시세끼를 해주고 빨래빨고 하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고 한다. 호호할매는 열 여섯에 시집가서 그 다음해에 첫아들을 낳았는데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마당에 놀게 두고 헛간에서 시어머니와 보리방아를 찧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당에서 웬 개짖는 소리가 나면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댁이었던 호호할매는 아기가 걱정이 되었지만 호랑이시어머니의 눈치가 보여서 계속 방아를 찧었다고 한다. 그래도 계속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자 호호할매는 방아공이를 집어던지고 마당으로 뛰어갔다. 집에서 키우는 똥개가 아기의 고추를 물어뜯고 있었다.

 호호할매가 급히 개를 걷어차고 아기를 안아들었지만 아기는 물어뜯겨 이미 피범벅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호랑이시어머니는 호호할매 뒤통수에 대고 지새끼 버릇 더럽게 들인다고 욕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입을 옷도 부족하고 해서 따뜻한 날씨에는 아기들은 그냥 기저귀도 채우지 않고 아랫도리를 입히지 않고 놔두었다고 한다. 그러면 아기가 쉬가 마렵거나 똥이 마려우면 그냥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서 똥오줌을 누는 것이다. 그걸 보고 배고픈 개가 아기똥을 낼름 주워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놈의 개는 그래도 배가 고파서 혓바닥으로 아기 똥구멍을 핥았고 그러다가 쩝쩝거리면서 아기 고추를 물어뜯게 된 것이다. 그 아기가 파인애플집아들할배이다. 호호할매가 우리할머니보다 나이가 열 살 정도 더 많았으니 이 이야기는 아마 일제시대쯤에 일어난 이야기일 것이다. 그 시절은 목숨부지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라서 기저귀도 귀하고 아기 옷도 몇 벌 없다보니 그 시절에는 그렇게 아기를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호호할매는 아기가 울어도 일시키느라 아기를 돌보지 못하게한 시어머니가 죽이고 싶을만큼 미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파인애플집아들할배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어머니랑 단 둘이 살게 된 것이다.

  우리 할머니 세대에는 아기들이 개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이야기도 더러 들을 수 있다. 옛날에 우는 아이를 달랠 때 안 그치면 범이 물어간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외할머니 친구분 중에 월이라는 분이 실제로 아기 때 독수리에게 채어갈 뻔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돌 지나서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봄날 마당에 내어놓았는데 하늘에서 번개같이 커다란 독수리가 날아와서 아기를 발톱에 채서 날아올랐다고 한다.

 그걸 보고 기겁을 한 애기어머니가 쫓아가면서 밑에서 고함을 지르고 돌을 던졌더니 독수리가 아기를 떨어뜨리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아기는 다행히 마른 짚더미 위에 떨어져 무사히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그 아기가 우리 외할머니의 친정동네 친구분이신데 아들 낳고 딸 낳고 잘 살았다고 한다. 그 분은 아기때 독수리에 채어갔던 사람으로 유명한 분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집 앞 버드나무 밭에 산책을 하러갔다가 파인애플아들할배를 만난 적이 있다. 풀밭에는 클로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내가 클로버꽃줄기를 손톱으로 가운데를 찢어서 다른 클로버꽃줄기를 끼워 꽃반지를 만들어주었다.

 파인애플집아들할배는 배시시 웃으면서 그냥 내가 해주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모개는 꽃반지도 참 잘 만드는구나.” 딱 한 마디만 했다.

 나에게 뭔가 잘한다고 말한 사람은 닭집딸 똑똑이언니와 닭집아지매, 순돌이할매, 파인애플집할배까지 모두 네 사람뿐이다.

 내가 봄이 되어 구원자, 막둥이, 위선자와 산이나 들을 다니면서 할미꽃이나 진달래를 호미로 패다가 마당 한귀퉁이에 심어놓고 물을 주었다. 읍내나 다른 집들은 꽃밭이 있거나 하다못해 화분이라도 있어서 화사한데 우리집이 뭔가 너무 삭막한 것 같아서 꽃을 살 돈도 없고 해서 경사진 산비탈을 힘들게 올라가서 캐온 것이다. 하지만 장에 가서 사과를 팔고 온 엄마는 할미꽃과 진달래를 한 손에 뽑아버렸다.

 “걸거치구로 이게 머꼬?”하면서 말이다.

 구원자는 엄마가 이쁜 꽃을 패왔다고 수돗가 옆 꽃밭에 심어주었다고 했다.

 우리집도 꽃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엄마는 말했다.

 “꽃 심으면 밥이 나오나? 옷이 나오나?”

 나는 그 후로 꽃을 꺾어오거나 호미로 패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꽃은 보기만 하는 거라고 배우기도 했지만 어쩐지 우리집분위기와 꽃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예쁜 꽃이 많은 파인애플집에 가서 예쁜 꽃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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