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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5)
작성일 : 16-10-22 23:25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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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누군가! 내가 아끼는 헤롤드가 아닌가.”

 “아낀다면 일을 좀 줄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에이, 왜 시작부터 그렇게 까칠해.”

 “사서장님, 괜히 친근한 척 굴지 마시죠. 티 납니다.”

 

 헤롤드가 찾아온 자는 사서장 레이널드였다. 사서장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직무를 수행하라고 닦달하기 위해 왔다. 이번만큼은 헤롤드도 참고 책을 다 읽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이널드라면 어떻게든 다 읽어낼지도 모른다. 젊은 나이에 사서장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으리라.

 

 “친한 척 구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반가워서 그런 건데. 그런데 무슨 일인가? 혹시 바코드 작업 하다가 문제라도 생긴 건가?”

 “아닙니다. 리얼북 문제입니다.”

 “아, 그렇군.”

 

 리얼북에서는 문제가 잘 생기지 않았기에 오늘도 다른 날과 별다를 것 없는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보다. 그러면서 대충 잘 알아서 넘기라는 대답을 하려고 했겠지. 높은 지위는 괜히 준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생색을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키퍼의 리더라는 직위는 원하지도 않았다고요. 그리고 일반 사서들이 할 일을 키퍼가 하는 것인데. 거기서 키퍼의 리더라는 지위는 그리 필요한 사항도 아니라고요.

 

 감투 아닌 감투였지만 헤롤드는 이 사실을 레이널드에게 직구로 날리지 못했다. 직구로 날리는 순간 상처받았다고 하면서 도서관 여러 사람들에게 헤롤드가 나빴다고 피해자코스프레를 하고 다닐 레이널드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나이답지 않게 유치한 면이 많은 사람이자 친근한 느낌의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헤롤드는 레이널드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뭐랄까, 바람둥이가 저럴 것 같은 느낌이다. 내 여자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여러 여자와 바람을 피울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워낙 속을 알 수 없는데다가 비밀유지도 철저하다. 절대로 들키지 않는 바람을 피울 것이다.

 

 “그런데 리얼북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데?”

 

 레이널드의 질문에 헤롤드는 가슴팍에 감춰서 가져온 책으로 손을 가져갔다. 어쩐지 책에 손이 닿는 순간 망설여졌다. 가슴팍에서 나올 소녀취향의 일러스트 표지. 표지를 보는 순간 분명 큰 소리를 내며 비웃을 것 같은데.

 

 마음을 굳게 먹고 이를 악물고 손에 힘을 주며 책을 빼냈다. 핑크빛이 샤방샤방, 눈이 큰 아가씨가 째진 눈의 남자에게 안겨있는 일러스트가 눈에 담겼다.

 

 “푸흡!”

 

 역시나 예상한 대로 레이널드가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롤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웃지 마십시오.”

 “웃지 않게 생겼냐고! 소도 때려잡게 생긴 남자의 품에서 핑크빛 로맨스 소설이 나왔다고. 큭큭. 아 진짜 웃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한다면 그 웃음이 쏙 들어갈 텐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일방적 통보차원으로 온 게 아닙니다. 업무 협조를 요청하러 왔습니다. 사서장님!”

 

 업무 협조라는 말에 레이널드의 눈빛이 빛났다. 웃고 있던 태도에서 180도 바뀐 진지한 태도. 금세 레이널드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져있었다. 사서장과 키퍼의 리더가 머물고 있는 공간답다는 기분이 이제야 들었다. 긴장감이 조성된 분위기, 곧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협조라니. 드디어 나도 리얼북의 세계에.”

 

 김칫국을 원샷한 것 같으니 현실을 빠르게 알려줘야겠다. 헤롤드는 망설이지 않고 레이널드가 해야 할 일을 읊었다.

 

 “사서장님! 이 로맨스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내용을 요약해 주십시오!”

 “뭐어? 나보고 이걸 읽으라고?”

 

 헤롤드는 기대에 찬 눈빛이 경악으로 물드는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이것 봐, 사서장도 싫어하는 책이 있는 거잖아. 모든 것을 다 좋아하는 것처럼 굴었지만 결국은 이런 식으로 취향을 드러낸다.

 

 레이널드의 취향이 어떻든 간에 헤롤드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잘난 체한 레이널드의 과거가 있으니, 그것을 물고 늘어지며 어떻게든 책을 완독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사서장이라는 지위가 있으니 나 몰라라 하고 도망가지는 않겠지.

 

 계획대로다. 헤롤드는 처음 그가 생각했던 대로 레이널드가 이 상황에 말려주는 상황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렇지만 표정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엿을 먹이려는 게 아니라 업무 상황이니까. 그렇지만 간접적으로 엿을 먹이는 이 통쾌한 기분. 이미 헤롤드는 내적 깨춤을 추고 있었다.

 

 “사서장이라는 존재는 도서관에 구비된 모든 장서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한다고, 사서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설마, 도서관의 모든 업무를 대표하는 사.서.장.님.이 그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 아하하하. 그, 그럴 리가. 당연히 사서장이라면 우리 도서관에 있는 장서에 대한 정보는 잘 알고 있어야 하지.”

 “마침 그저께 들어온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새로운 장서에 대한 지식도 보충할 겸, 한 번 진득하게 읽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레이널드의 표정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푸르게 변해가는 느낌이었다. 헤롤드는 그 얼굴의 변화도 모두 눈에 담고 머릿속에 기억했다. 놀리기 좋은 약점 하나를 잡은 기분이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레이널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 나에게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읽던 책이라면 그저께 반납하셨다고. 2열람실에서 확인하고 왔습니다.”

 

 레이널드가 업무를 회피하는 수법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어서 바쁘다, 그것이 주 레퍼토리인 것이다. 헤롤드는 레이널드가 빠져나갈 수 없도록, 이미 사전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그것 말고 또 다른 책이.”

 “반납 이후에 새로운 대출 기록은 없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빼지 마시고 그냥 화끈하게 읽으시죠.”

 “……. 너 나한테 왜 이러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냐?”

 

 저를 키퍼의 리더가 되게 한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원한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헤롤드는 그 말을 속으로 삼키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말을 꺼냈다.

 

 “그럴 리가요, 저는 키퍼 팀에서 해결하기 힘든 순간에 업무 협조를 요청하러 온 거란 말입니다.”

 “키퍼팀에서 갑자기 웬 로맨스인데!! 표지부터 거부감 느껴진다고!!!”

 “사서장이라면 도서관의 장서들에 대한 정보를…….”

 “아! 알았어. 알았다고! 대신 하나만 확실하게 설명해.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그건… 제가 그 소설을 완독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에리카가 들어갔다며.”

 “오늘 읽기 시작했는데 에리카도 못 읽겠다고 중간에 포기해서 키퍼 중에서는 아무도 완독한 자가 없습니다. 신간입니다. 내용을 모릅니다.”

 “뭐야? 키퍼들이 못 읽으니까 나더러 읽으라고? 이게 무슨 책임 미루기냐?”

 “사서장이라는 존재는 도서관에 있는 장서들에 대한 정보를.”

 “아! 알았어! 시끄러우니까 그만 해!!”

 

 을의 연애를 읽으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을의 입장에서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해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다소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받아들여야 했던 여주 진하. 누구라도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헤롤드 역시 그랬다. 그 부분이 답답했고 이어지는 엉뚱한 로맨스에 몰입도 힘들어졌다. 물론 로맨스란 상황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괴로운 것이었지만. 개연성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헤롤드는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자는 레이널드이고 헤롤드는 을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헤롤드는 성공적으로 을의 반란을 이루어냈다. 갑이 일을 하게 만들고, 갑이 줄거리를 정리하면 일을 해결하러 갈 수 있도록, 일의 방식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역시 사서장님입니다. 그러면 빨리 읽고 줄거리를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얼북에 에리카가 파견을 나간 상태이니 말이죠.”

 “… 뭐?”

 “에리카가 리얼북에 있다고 했습니다. 을의 연애 리얼북이요.”

 “이런…….”

 

 대충 미루면서 읽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레이널드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래, 그 기분 아주 잘 알지. 하지만 키퍼들은 수시로 하는 일이다. 역시 사서보다 키퍼가 월급을 더 받아야 하는데.

 

 헤롤드는 급여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레이널드가 보기 쉽게 책을 펼쳐 주었다.

 

 “그러면 부탁드립니다 사서장님.”

 “오냐, 알았다 이 자식아.”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응원을 빙자한 약올리기를 하고 가거나, 사서들이 해야 할 일을 키퍼들에게 주고 가던 레이널드가 난생 처음 역으로 키퍼에게 당해서 일을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항상 웃는 낯이던 레이널드였지만 지금만큼은 웃을 수 없는 것 같다.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을 보며 헤롤드는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목 안으로 삼켰다.

 

 “저는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하니, 리얼북 열람실에 있겠습니다.”

 “알았다. 빨리 읽고 간다. 상황 정리 될 때까지 퇴근하지 마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서장님이야 말로 도망가지 마십시오.”

 

 칼퇴근의 아이콘, 그 자는 레이널드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단 퇴근부터 하고 보는 레이널드였기에 신경이 좀 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케일이 좀 다르니 막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키퍼, 그리고 리얼북. 안에는 에리카와 독자가 있다. 방치를 하거나 늦어지는 순간 스토리는 위험해진다.

 

 헤롤드는 구시렁거리며 을의 연애를 읽기 시작하는 레이널드를 눈에 담은 후 발길을 옮겼다. 가장 성가신 일을 해결했으니 이제 에리카가 리얼북 내부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것을 확인해야겠다.

 

 하나의 일을 처리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답답했다. 첩첩산중, 그렇지만 헤롤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다.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몸으로 부딪히고 있을 에리카는 얼마나 고생이 많을 것인가? 에리카는 지금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지켜보고 있을 것인가.

 

 에리카 또한 헤롤드에게는 하나의 폭탄이었다. 이미 종이책으로 읽으며 한 번 취향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갑의 횡포가 과하게 심한 상황에 책을 내려놓고 답답해하며 잠깐 쉬어 가겠다고 했었다. 그 장면을 현실로 보게 된다면? 그렇다면 에리카가 과연 가만히 숨죽이고 참고 지켜보고만 있을까?

 

 “에리카라면… 일을 더 키웠으면 키웠지. 얌전하게 두지는 않겠지.”

 

 일났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롤드는 리얼북 열람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 빨리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보다 약간 더 알고 있는 을의 연애의 내용을 알려주며 에리카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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