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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유단자 그녀 2
작가 : 변태푸우
작품등록일 : 2020.7.10

선생의 길을 포기하고 노가다를 뛰는 남자와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선생으로 사는 여자와의 인생이야기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우며 살아가는 로맨틱코미디 물입니다.

 
내조의 여왕
작성일 : 20-08-29 18:14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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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조의 여왕

 

 미정이 덕분에 현장에서도 인정받고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현장에서도 이젠 공사과장이 나만 보면 엄지손을 치켜들 정도다.

 

 ‘오빠 즐기는 사람한테는 당할 자가 없는 거야!’

 

 일이 점점 더 재밌어진다. 그래서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밤에 잠이 안 온다는 것이다. 그럴 땐 미정이가 밤새도록 괴롭혀준다. 뭐로 괴롭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오늘은 현장에서 단체 회식을 한다. 근데 협력업체 직원들도 모두 참석하라고 했다. 부부동반이라 미정이한테 말했더니 좋다고 한다.

 

 ‘오우! 오랜만에 배에 기름 칠 좀 하겠는데!’

 

 가든에서 회식을 했는데 미정이는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한다. 사장이 건강해 보여서 좋다는 말에 가볍게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즐거운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미정이가 나를 테이블에 앉히고 이것저것 묻는다.

 

 “공사과장은 뭐고 오빠 사장은 또 뭐야?”

 

 미정이는 건설회사의 체계를 잘 모른다. 그래서 자세히 설명을 했다.

 

 건설회사에서 공사를 맡으면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한다. 그 중에 부장급들이 현장에 소장으로 나온다. 그러면 부하직원들이 따라서 나온다. 그 중에 과장급들이 공사과장을 맡는다. 군대로 따지면 대대장 급 정도 된다. 건설회사에서 인부와 중장비를 관리하기 때문에 파워가 장난이 아니다. 공사과장 밑에 대리, 주임, 기사 순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럼 오빠네 중기는?”

 

 건설회사는 중장비를 임대해서 쓴다. 그 중장비 업자가 바로 유 사장이고 나는 유 사장의 기사이다. 건설회사 공사과장은 갑이고 유 사장은 을이 된다. 그리고 나는 기사니까 병 쯤 된다.

 

 “그러니까 오빠 앞에 앉은 그 남자가 공사과장이구나! 오빠네 사장이 굽실거릴 때부터 알아봤다.”

 

 “그러니까 공사과장은 원청 직원, 유 사장과 나는 하청업체 직원이 되는 거야!”

 

 근데 왜 미정이는 이런 것이 궁금한 것일까?

 

 “그럼 공사과장 옆에 붙어서 술 따라주던 그 사람은 누구야?”

 

 조 부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중기회사엔 대표 차주가 있고 그 사람이 유 사장이다. 그리고 기사를 쓰는 데 나까지 포함해서 7명의 기사가 있다. 유 사장이 기사들 중에 두 명을 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사장의 말을 전달한다. 미정이가 끄덕이며 코웃음을 친다.

 

 “공사과장 옆에 붙어서 아주 딸랑이도 그런 딸랑이가 없더라!”

 

 그냥 웃지요.

 

 “일본 놈들이 친일파들한테 완장 채워주고 백성들 짓밟게 만드는 거랑 똑같구나!”

 

 “뭐?”

 

 “그 유 사장이라는 사람이 두 사람한테 부장이라는 완장 채워주고 나머지 기사들 감시하는 거 아니야?”

 

 미정이는 먹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언제 그런 것까지 다 파악을 하고 있었던 걸까?

 

 “오빠 그동안 양아치들한테 휘둘리느냐고 고생 많았다. 지금부터 나한테 거짓말 하면 안된다. 오빠가 현장에서 얼마나 일을 하고 인정받는지 자세히 좀 얘기해 봐!”

 

 그날 나는 미정이와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설명도 들었다.

 

 다음 날

 

 아침 6시 반이다. 포클레인 시동을 걸고 잠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근데 귀신 같이 알고 전화가 온다.

 

 “김 기사”

 

 공사과장 김 과장이었다.

 

 “아침부터 미안한데 7시에 덤프차가 들어오기로 했어.”

 

 보던 책을 접고 궁시렁 거렸다. 세륜기 앞에 가 보니 물이 고여 있어서 물을 빼고 길을 만들어 준 후 시계를 보니 50분이다.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또 전화가 온다.

 

 “김 기사님 나대리에요. 3-2공구에 지게차가 나오다가 빠졌어요.”

 

 이것들이 진짜!!!!!

 

 투덜거리며 이동하는데 다시 전화가 온다.

 

 “김 기사! 어디 갔어? 세륜기 앞에 없네!”

 

 다시 김 과장이다.

 

 “대리가 지게차 빠졌다고 갔다 오라고 해서요.”

 

 “그래? 그럼 갔다가 1분 안으로 사무실 앞으로 좀 와요.”

 

 푸우웃!!!! 가는 데만 5분이 걸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오전이 지나갔다. 식사 후에 중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미정이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오빠! 당당하게’

 

 유 사장이 신문을 보고 있다. 팔자 좋은 사람이다.

 

 “어어? 성준아 웬일이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고 그만두겠습니다.”

 

 “왜? 어디 갈 데가 있어?”

 

 “아니요. 저도 차를 사서 한 번 해보려고요.”

 

 근데 유 사장이 씩 웃는다.

 

 “성준아! 한 오십 만원 올려주면 돼?”

 

 “네?”

 

 “왜 이래! 선수 끼리 그 대신 다른 기사들이 뭐라고 하니까 오십 만원은 내가 따로 현찰로 찔러줄게!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사무실을 나오며 고개를 갸웃 했다. 뭐가 이렇게 간단하지?

 

 저녁 때 만난 미정이는 빙긋 웃기만 한다.

 

 “미정아! 얘기 좀 해줘!”

 

 “오빠 내 직업이 뭐냐?”

 

 “태권도 관장에 건물주지”

 

 “내가 월급 주고 있는 사람만 두 명이고 세입자 관리도 다 한다.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건 줄 알아?”

 

 “아아!”

 

 “오빠는 지금 최적의 조건이야! 아무도 오빠를 건드릴 수 없어. 왜?”

 

 그냥 바보스런 표정으로 쳐다봤다.

 

 “공사 과장이 오빠를 좋아하잖아!”

 

 “근데 그게 왜?”

 

 “바보야! 원청의 실세가 나를 좋아하는데 누가 감히 나를 건드려! 지금이 기회잖아! 유 사장한테 월급 올려 받을 수 있는 기회!”

 

 “아아! 그렇구나!”

 

 “그동안 월급 못 올려 받은 건 중간에서 부장들의 이간질이겠지! 근데 지금 오빠는 월급을 올려 받았어. 근데 사장이 둘만의 비밀이라고 했지!”

 

 “어어”

 

 “아마 지금 쯤 부장들하고 작전을 짜고 있을 거야! 이 새끼가 부장들 거치지 않고 직접 나한테 월급 올려달라고 했다고 너희 두 놈은 뭐하는 거냐고! 근데도 두 부장은 찍소리 못하는 이유는?”

 

 “공사과장이 내 편이어서?”

 

 미정이가 끄덕인다.

 

 “그렇지! 오빠를 치려면 오빠를 대처할 사람이 있어야 돼! 만약에 오빠가 열 받아서 그만 두면 공사과장이 가만있겠어?”

 

 갑자기 소름이 좍 끼친다.

 

 “어제 회식 때 보니까 조 부장이라는 사람, 보통내기가 아니야! 아주 여우야!”

 

 “성인군자는 자신의 재능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쓴다. 근데 교활한 사람은 그 재능으로 주변사람들을 이용해 먹는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서.....근데 그게 쌓이고 쌓이면 사람들이 모를까? 저 부장이라는 사람은 후자야! 결국엔 돈은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 다 잃을 거야!”

 

 “미정아! 너의 아버지의 가르침이라는 게...”

 

 미정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오빠 오늘부터 오빠도 나처럼 수양하자. 그리고 내일부터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 줄게!”

 

 그날부터 미정이와 난 수양을 했다. 108배를

 

 미정

 

 오빠를 코치해 주고 도장으로 출근했다. 사람이 욕심에 취하는 건 정말 순식간인 거 같다. 나도 모르게 오빠를 우습게 봤고 그런 나를 엄마가 일깨워 줬다. 앞으론 취하지 않도록 더욱 수양을 해야겠다. 그리고 현정이라는 여자를 생각해 보았다. 그 때 난 그녀의 뒷모습만 봤지만 상당히 미녀로 보였다. 긴 생머리에 옷차림도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 오빠가 흔들릴 만하다.

 

 이 현정이라는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가 옆에 계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미정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적은 가까이 두라고 했잖아! 그리고 내 편으로 만들면 된다.’

 

 ‘내 편? 어떻게? 지혜처럼 두들겨 팰 수도 없고....’

 

 ‘바보야! 너는 그럼 지혜를 어떻게 네 편으로 만들었니? 두들겨 패서 내 편을 만들었냐?’

 

 아아! 그렇구나! 이번 미션은 현정이라는 여자를 내 편으로 만들면 되는 구나!

 

 그리고 우리 오빠를 최고의 기사로 만들면 된다. 아자! 아자! 파이팅!

 

 “따르릉”

 

 오빠인가?

 

 “미정아! 어떡하지? 포클레인이 고장 났다. 지금 차 고치느냐고 너한테 갈 시간이 없다.”

 

 슬쩍 입 꼬리를 올렸다.

 

 “오빠! 잘 됐네! 이번에 차도 바꿀 수 있겠다. 오빠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월급도 올려 받고 새 차도 받고 일석이조의 미션이다. 이것을 반드시 성공시킨다. 나...김 미정이 말이다.

 

 성준의 현장

 

 열심히 터진 호스를 풀고 있는데 계속 전화가 온다.

 

 “김 기사님! 아직도 다 못 고쳤어요?”

 

 과장이 이젠 짜증이 난 듯하다.

 

 “네! 죄송합니다. 오전엔 힘들 거 같아요.”

 

 호스 가게에서 새 호스를 사서 교체하고 겨우 시동을 걸었다. 8년도 넘은 포클레인이라 요즘 자주 고장이 난다. 근데 미정이는 자꾸 잘 됐다고 한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놀리는 건가?

 

 하루 일을 끝내고 나오는데 조 부장이 잠깐 보자고 한다.

 

 “성준아! 내일 새 포클레인이 나올 건데 아무리 봐도 네가 타야겠다. 김 과장이 너 차 좀 바꿔주라고 난리다.”

 

 뭐지? 갑자기 왜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는 거지? 미정이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모두 얘기 했다.

 

 “오빠! 조 부장이 한 말을 해석해줘?”

 

 뭔 해석?

 

 “야! 이 새끼야! 네가 사장 협박해서 월급 올려 받더니 이젠 김 과장한테 꼬리쳐서 새 차 까지 달라고? 타라! 이 개새끼야 두고 보자. 이런 뜻이야”

 

 헉!

 

 “오빠! 조 부장은 오빠가 월급 올려 받았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지금부터는 오빠의 꼬투리를 잡으려고 아주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거야 그러니까 오빠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마누라 말을 잘 듣자. 그러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오늘부터 가훈을 바꿔야겠다.

 

 그렇게 난 번쩍번쩍한 새 포클레인을 타게 되었다. 열심히 금이야 옥이야 닦고 있는데 뒤에서 병기가 소리친다.

 

 “너 왜 안하던 짓을 하고 지랄이냐? 새 차가 좋긴 좋은 가 보다.”

 

 병기를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게 다 조 부장님 덕분이지 사장한테 차 바꿔주라고 건의했다는데?”

 

 근데 병기의 표정이 영 이상하다.

 

 “그래...순진한 놈”

 

 또다시 미정이에게 보고했다.

 

 “오빠! 병기 씨는 다 알고 있는 거야 근데 오빠한테 말을 안 하는 이유는 그러면 부장이랑 싸움 붙이는 꼴이 되니까”

 

 그렇구나! 역시 미정이는 내 장자방이다.

 

 기사들이 쉬는 컨테이너가 있다. 그곳엔 컵라면과 먹을 거리가 가득하다. 아침 새벽부터 일을 해서 밥을 먹지 못한 기사들이 허기를 달래는 곳이다. 김 부장과 함께 아침에 라면을 먹고 있었다.

 

 “이야 아아! 사장님은 정말 마음도 넓으셔요. 이렇게 기사들을 챙겨주니 얼마나 좋아요.”

 

 김 부장이 웃으며 내게 묻는다.

 

 “왜? 다른 데서 월급 더 준다면 가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그래봐야 이삼십 만원 차이에요.”

 

 먹고 있는 컵라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난 이런 거 챙겨주는 유 사장님이 제일 좋아요.”

 

 김 부장이 웃으며 일어난다.

 

 “그래! 열심히 해라.”

 

 김 부장과 있었던 일을 또 미정이에게 얘기했다.

 

 “오빠! 아주 잘하고 있어. 김 부장은 조 부장의 안테나야 그러니까 절대로 실수하면 안 돼!”

 

 “네! 마님!!!!!”

 

 그렇게 매일매일 미정이에게 시키는 대로 했다. 근데 조 부장이 점심시간에 나를 호출했다.

 

 “네! 부장님 어쩐 일이세요?”

 

 근데 조 부장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성준아! 기사를 한 명 더 구했는데 그 기사가 헌 차는 싫다고 그런다. 네가 당분간 헌 차 좀 타면 안 되겠냐?”

 

 미정이가 한 말을 떠올렸다.

 

 ‘조 부장이 시키면 무조건 알았다고 해!’

 

 “네! 그럴 게요.”

 

 조 부장이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인다.

 

 “다음에 또 새 차 나오면 그 때 타면 되지”

 

 집으로 돌아와 미정이에게 모든 사실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미정이는 빙긋 웃는다.

 

 “조 부장 진짜 머리 좋은 놈이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오빠 조 부장이 지금 하는 행동을 해석해 줄게! 유 사장님 월급도 올려 주고 새 차도 성준이한테 뺏기셨죠? 제가 그 둘 중에 하나를 뺏어왔습니다. 그러니 저를 잘 좀 봐주세요. 저는 사장님의 딸랑이입니다. 이러고 있는 거야!”

 

 입을 저억 벌렸다.

 

 “아니 그럼 나 같은 놈은 생각도 안 하는 거야”

 

 “전형적인 사회인이야 밑에 사람 짓밟아서 위에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

 

 “근데 미정아! 왜 포클레인을 바로 빼앗지 않고 놔두는 거야?”

 

 “그러면 오빠가 화를 낼 까봐 간 보는 거야 오빠가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돼?”

 

 “일요일 날 하루 쉰다고 해. 이건 내가 조 부장한테 던지는 미끼야”

 

 한숨을 쉬며 앉아 있는데 미정이가 내 어깨를 토닥인다.

 

 “조 부장을 미워하지 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다. 그걸 뭐라고 하면 안 돼! 각자 삶의 방식이니까 오빠는 그럴수록 오빠 밑에 사람들한테 잘해!”

 

 그렇구나....그동안 내가 바보였구나!

 

 “오빠 독재자가 왜 죽을 때까지 그 권력을 못 내려놓는지 알아? 그건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이야 내가 이 권력을 내려놓는 순간 주변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거든 내 주변사람들을 희생시켜서 사리사욕을 채운 놈은 그래서 발 뻗고 못자는 거야. 내가 모든 걸 내려놓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고 존경을 받으면 그 사람은 성공한 거야 나는 오빠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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