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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24
작성일 : 20-08-29 01:56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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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체 바쁜 사람인걸 알았지만 최근 들어 진주를 보는 일은 청룡가 자제인 한결에게도 드문 일이었다. 물론 그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것이야 대외협력부 인턴으로 들어가고 나서는 일상이었지만. 일이 마치면 들리던 학당에도 거의 들리지 않고 본가에 뻔질나게 들락거린 다는 것이다. 그간 본가는 가기 부담스럽다며 멀리하던 그 양반이. 그런 그를 두고 소문이 돌았다. 대협부가 하도 갈아 넣어서 중앙부로 옮기려고 한다더라, 가문에서 정해준 이와 결혼이 곧 이라더라.

  허황된 소문 중에서 그나마 가장 그럴 듯한 소문은 진주가 곧 대관식을 한다는 말이었다. 나이도 얼추 찼기도 찼거니와, 곧 그가 인턴생활을 마치고 정직원이 되기 때문에 그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현재 그가 소속된 대외협력부가 유망부서이고 그 안의 대외협력1과 -통칭 대외협력과-가 최근 학당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들, 도사청의 설립과 함께 지금까지 견고하게 이어온 중앙부가 가진 권력에 비하면 댈 것이 못되었으니 말이다. 손녀를 꽤나 아끼는 그의 조부가 혹여 중앙부가 아닌 타부서에서 구를 그의 방패막이를 세워주겠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물론 누가 감히 차기 무려 ‘청룡가’ 주인되실 분에게 함부로 굴겠냐만. 물론 그가 쉽게 이 자리까지 오른 것도 아니지만 최초 여성 종가 주인이 되는 것에 부러움만 있으랴. 질투와 시샘이 도끼눈을 뜨고 시시각각 그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누군가는 그 빌어먹을 종가의 주인이 뭔데 그리도 난리인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사방신 가문이 대체 뭐 얼마나 뛰어 나길래 저 난리법석인가 싶겠지만. 도사 가문 중에서도 뼈대 있는 가문은 도사계뿐만 아니라 아약계와도 깊은 교류가 있어 몇몇 가문의 대관식은 도사계는 물론 다수의 고위층 아약들도 참석하는 꽤 거대한 행사되시겠다. 근데 그 뼈대 있는 가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심지어 사방신 중 두 가문은 조선의 붕괴와 함께 자취를 감춰 청룡과 백호가문만 남았으니 로얄 오브 로얄가문 아니겠나. 신문만 보면 어? 이거 그 집 사람 아니냐? 어? 이 사람도 그 가문 아니었냐? 몇몇 가문의 사람들이 아주 돌려 막기 하는 수준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문제이다.

  그럼 대체 그 가문의 차기 주인은 대체 누가, 어떻게 정해지는가. 대다수 잔뼈가 굵은 가문은 형식상 장남에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빌어먹을 코리안 유교는 조선다이네스티가 끝난 게 언젠데 아직도 장남을 못 잃었다. 개중 좀 더 깨어있다 싶은 가문은 실력 순으로 뽑았다.

  그럼 가장 고인물인 사방신 가문은 어떠하냐. 하늘의 뜻으로 지물이 선택한다. 그게 보통 지금까지 두 가문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희비는 갈렸다.

 

 -

 

  달이 뜨는 밤이었다. 달만 떴던 밤이었다. 각각의 종가 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몇 곳은 대대로 차기 종가의 주인에 대하여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로 치자면 탄생설화와도 같은. 수현의 탄생도 그랬다.

 - 별들은 고요한 달빛의 밤. 달이 하얀 원을 그릴 때, 울음의 주인이 보물을 비추리라. -

  휘영청 밝은 달빛에 별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한 여름의 밤이었다. 어찌나 밝은지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곳에 사람 그림자가 생기었다. 미정은 긴 진통으로 괴로워했다. 연신 소리를 질렀지만 쉽지 않았다.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초조했다. 작년에 태어난 아이도 종가의 주인이 아니었다. 그 전의 아이도, 그 전에 태어난 아이도 모두 가문의 주인이 아니었다. 현 주인은 나이가 들고 있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고는 있으나 당최 태어나지 않는 차기 주인에 혹여 공백이 생길까 걱정스러웠다.

  진표는 분만실 밖에서 다리를 달달 떨었다. 쉽게 가지지 못한 아이었다. 몇 번의 유산을 겪었고 그로인해 미정이 많이 괴로워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진표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이번 미정의 출산에 가문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진표에게 그런 이유는 안중에도 없었다. 사실 진표는 태어날 아이가 가문의 주인이 아니길 바랐다. 그저 평범한 인생을 살길 바랐다. 이미 도사라는 것도 평범치 않은데 이 가문에서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것이다. 거기에 가문의 주인이라니. 그런 골치 아픈 운명에 태어날 자신의 아이의 어깨가 무거워지지 않길 바랐다.

  그렇게 밝은 달이 떴음에도 구름에 가려 당최 생기질 않던 달무리가 돌연 달 주위를 그려갔다. 그와 동시에 분만실 안이 다급해졌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미정을 향해 외치는 소리. 분만실 밖에 앉아 다리를 떨던 진표는 벌떡 일어나 차마 들어가지 못한 분만실 앞을 배회했다.

  그리고 동그랗게 달 주변으로 달무리가 그려지던 순간, 분만실 안에서 울음소리가 터졌다. 8월 30일의 밤. 수현의 탄생이었다.

 

  장로회 사람들을 비롯해 가문의 사람들은 지물을 모신 곳에 모였다. 누군가는 이번에 꼭 주인이 태어나길 바랐고 누군가는 절대 아니길 바랐다. 그런 각각의 바람들도 길어지는 산통에 슬슬 지루해질 때였다. 가문의 주인인 진표 부친의 핸드폰이 울렸다. 동시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됐다. 진표의 부친은 천천히 핸드폰을 들어 비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장비서입니다.”

 “그래. 어떻게 됐어.”

 “그... 그게.”

 “무엇인데 뜸을 들여.”

 “그.. 여자아이입니다.”

 “...뭐?”

  그와 동시에 넓은 곳 한가운데 모셔두었던 지물이. 드디어 빛을 냈다. 아주 은은하게. 진표의 부친에게 집중 되었던 모든 시선이 다시 중앙의 지물로 옮겨갔다. 곧 사람들의 웅성임으로 장내 소란스러워졌고. 진표의 부친은 전화를 끊었다. 새로운 주인의 탄생이었다. 전설이 들어맞았고 지물이 선택한 것이었다.

  새로운 가문의 주인이 탄생했음에도. 그렇게 바라던 사람의 탄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문의 분위기는 그렇게 밝지 못했다. 어쩌면 이전보다 더.

 

 -

 

 “여자가 우리 이 청룡가의 차기 주인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어찌 그런 불경한 이야기를, 쯧.”

  이전까진 없던 관례를 깨는 것. 그것을 부수고 마침내 성취한다면 선망의 대상이자 선구자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본인의 모든 것이 부셔진 채 이름 한자 남기지 못하고 무모했던 어느 누군가로 남을 것이다. 관례를 깨고 편견을 부순다는 건 내 모든 걸 걸어야 했다. 평범해선 불가능했고 특출나선 어려웠다. 비범해야 이 악물고 몸이라도 부딪힐 수 있는 조건이 생긴다.

  그렇게 수현이 스무 살이 되는 해였다. 본래라면 주인이 태어 난지 스무 살이 되는 해. 그의 생일이 있는 여름. 차기 가문의 주인이 되는 대관식이 열려야했다. 현재 청룡가의 주인이자 그의 조부도 스물이 되는 해에 청룡가의 주인이 되었으니까. 청룡을 모시는 가문인지라 여느 가문보다 시끄러워야 했던 그 해 여름은 어느 곳보다 잠잠하게 지나갔다.

  수현은 납득할 수 없었다. ‘다 할아버지가 생각이 있으시겠지‘라며 기다려보자 수현을 말렸던 진표도 할 말이 없었다. 어려울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진표는 수현이 태어나고 가문의 징표가 떴음을 들었을 때 오히려 절망했다.

 ‘차라리 사내아이로 태어나든지, 아님 그런 모진 운명을 타고나질 말지.’

  미정은 달랐다. 일반인 가문 출신으로 사랑하나만 보고 왔다. 도사가문 기준으로 아약 가문이지 일반적이진 않았다. 손꼽히는 유수의 대기업 집안의 고명딸로 평생을 사랑받고 예쁨 받고 살았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다. 그의 삶에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단지 미정이 경영에 관심이 없었을 뿐 만약 그가 원했다면 여타 그룹마냥 그룹 사모가 아닌 그룹 대표에 앉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집안이었다. 그러니 진표와 달리 미정은 어린 수현을 안으며 언제나 똑같이 말해주었다.

 “엄마, 제가 차기 가문의 주인이에요?”

 “그럼, 우리 수현이가 원한다면.”

  허나 안타깝게도 그런 개방적인 집안에 자라 살아온 미정과 수현이 이을 집안은 분위기가 달랐다. 날 때부터 하늘의 선택을 받았다. 그렇게 가문의 어르신들이 원하고 바랐던. 그럼에도 조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숨 막히는 분위기에 질식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상했다. 누군가는 선택받은 자라며 자신을 치켜세웠고, 누군가는 네 주제에 가문을 이을 수 있겠냐며 모진 면박을 주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잡아먹을 듯 했다. 학당에 들어가고 나선 더욱 심했다. 같은 가문 사람들은 모두 다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탐내기 바빴고 유수 가문의 자제들은 반은 친하게 지내길 원했고 반은 웃으며 은근히 무시했다. 그들도 수현이 가문의 주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냥 잘해선 안 될 것이라고. 그래서 악착같이 매달렸다. 언제나 맡아둔 듯 일

 등을 턱턱 받아왔다. 누군간 타고난 수재라 박수를 쳤고 누군간 독종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둘 다였다. 선천적 천재였고 지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본인의 대관식이 열리지 않은 채 지나가던 여름의 끝자락. 할아버지의 서재로 돌진하는 대담함도 지니고 있었다.

 “왜 진행하지 않으세요.”

 “예의가 없구나. 그 나이까지 기본 소양하나 갖추지 못하였느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평불만한 적 없습니다. 친척어른들이고 사촌들이고 아무리 비아냥거려도 다 참고 살았어요.”

 “...”

 “어차피, 제 자리었으니까.”

  수현이 들어와 아무리 큰소리를 내었어도 눈길한번 주지 않았던 이었다. 그랬던 이가 수현의 마지막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었다.

 “단 한순간도 네 것이었던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그것이 네 자리더냐.”

  참으로 차가운 시선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향해왔던 그 차디찬 시선.

  그해 초가을, 수현의 생일 11일 뒤,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 날도 수현이 태어날 때 그랬던 것처럼 달이 빛났고 지물이 빛났다. 그렇게 수현은 모든 것을 빼앗겼다. 제대로 쥐어준 적도 없으면서 쥐어주지 않았던 것까지 아낌없이 빼앗아갔다.

  단 한 순간도 자신을 향한 적 없었던 조부의 따스한 시선이. 장로회의 웃음이. 새로 태어난 아기를 향한 순간. 수현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곳에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없다고. 이 곳은 자신을 한정짓는 곳일 뿐이라고. 그길로 나왔다. 모든 짐을 싸서 나왔다. 챙길만한 것도 없었다. 단 한순간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던지라 짐도 조촐했다. 그 길로 외조부에 향했다. 더 이상 학당에도 나가지 않았다.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도 짧게 잘랐다. 모든 속박으로부터 수현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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