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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느 고등학생의 청춘
작가 : 신수
작품등록일 : 2016.10.15

만사에 부정적인 고등학생이, 우연히 학교 제일의 미소녀가 운영하는 학생상담실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꿈上(9)
작성일 : 16-10-20 16:35     조회 : 646     추천 : 0     분량 : 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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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뭐 걸까?”

 “지면 소원 들어주기.”

 

 소원 들어주기라... 당장 생각나는 게 없을 때 걸기 딱 좋은 게 소원이지.

 거기다 막 서로 얼굴 본 사이에 구체적인 걸 요구하긴 좀 그렇기도 하고.

 상대방에 대해 일단 아는 게 없으니까.

 아니지, 머리도 비어보이는 애가 이런 걸 다 생각하고 제안했을 리가 없는데...

 

 “뭐든지?”

 “당연하죠.”

 “그래. 성립!”

 “잠깐만요.”

 

 한여름이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대화를 끊었다.

 

 “소은씨, 소원은 안 되죠!”

 “왜요?”

 “저놈이 뭘 시킬 줄 알고요.”

 

 저놈? 아까부터 그러더니 내가 언제부터 저놈이 된 거야? 이런 건방진 상담실장을 봤나...

 

 “아뇨. 제가 이기면 되죠.”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한여름이었지만, 안소은은 단호했다.

 그전에, 내가 뭘 시킨다는 거야...?

 

 “날 어떻게 보고 있는 거야...”

 “널 어떻게 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소은씨를 봐봐. 이렇게나 귀엽잖아.”

 “......뭐래.”

 

 말을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귀엽긴 하다.

 아마 쟤가 길거리를 지나갈 때면, 상당수의 남자들의 눈이 돌아갈 거다.

 많이 뒤돌아본 18년간의 경험상 확신한다.

 

 “......100등.”

 

 안소은이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너무 작게 말해서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100등 안에 드나 못 드나로 하죠.”

 

 조금 기운을 차린 듯, 다시금 씩씩함이 느껴졌다. 조금이지만.

 

 “100등이라...... 좋지.”

 

 100등이면 반에서 10등엔 들어야 하는데 뒤에서 30명 중에 27명이 10등 안에 한 번에 들겠어?

 내가 90등 안팎인데.

 

 “이번 중간고사로 하는 거지?”

 “넵.”

 “좋아. 니가 도와줄 거라고?”

 

 한여름을 쳐다보자 결의에 찬 굳센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응.”

 

 

 의논할 게 있다면서 나보고 먼저 가라길래 오늘도 먼저 가방을 챙겨 나왔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간다.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한 말은 대체로 맞는 말이다.

 공부 안 하는 애들을 가만~히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를 안 한다는 것.

 사실 국영수만 빼면 대부분 다 암기과목들이다. 외우기만 하면 점수는 나온다.

 그 외우는 과정을 공부라고 부르고.

 뒤에서 3등이면 암기과목들도 다 포기했을 텐데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지를 모르겠네.

 

 “아씨!”

 

 바닥의 살짝 솟은 턱에 걸려 자빠질 뻔했다. 이런 망할. 코 깨질 뻔 했네.

 

 “......”

 

 안 깨졌지만.

 

 

 

 며칠 흐른 뒤의 방과 후, 문제의 날이다.

 드디어 오늘 꿈 신봉자인 한여름을 쓰러뜨릴 거라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났다.

 기대 반 귀찮음 반의 상태로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왔어?”

 

 인사하는 한여름 뒤엔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안소은이 보였다.

 내기하기로 한 다음날부터 매일 와서 저 구석에서 공부를 하다 가는데, 대충 보기에도 꽤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이러다 100등 안에 드는 거 아냐...?

 가방을 내 자리에 내려놓으면서 “안녕.” 하자 의자 빼는 소리에 내가 온 걸 알았는지 저 멀리서 “어! 안녕하세요~” 하는 안소은.

 

 “쟨 잘 하고 있어?”

 “그럼. 소은이 머리 좋던데?”

 “소은이? 언제부터 소은이었는데?”

 “그냥 서로 편하게 부르기로 했어~”

 “그러냐...”

 

 숙제가 밀려있는 참이라 가방에서 수학문제집을 꺼냈다.

 

 “아 참.”

 

 한여름이 가방에서 스프링노트들을 꺼내더니,

 

 “이거 봐봐.”

 

 그대로 건네줬다.

 

 “이게 뭔데?”

 “읽어봐.”

 

 표지에 적힌 이름을 보니 안소은의 노트였다.

 

 “...필기네?”

 

 깜찍한 분홍색의 그 노트엔, 지난 며칠간 안소은이 필기한 내용이 가득 적혀있었다.

 꼴등답지 않게 필기가 나보다 더 섬세했다.

 글씨고 정갈하고 무엇보다도 과목별로 나눠서 깔끔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잘 했군.

 

 “완전 잘했는데?”

 

 내가 노트를 다시 돌려주자 또 한 권의 노트를 건네줬다.

 펼쳐보니, 이번에도 필기 노트다.

 헌데,

 

 “뭐야 이건? 더럽게 못했네.”

 

 필기의 절대적인 양이 앞선 노트의 한 10분의 1? 거기에 졸다가 지렁이 그린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게 뭐냐는 눈빛을 담아 한여름을 쳐다보자,

 

 “둘 다 소은이가 필기한 거야. 앞에 건 지난주부터 한 거고 뒤에 건 작년 2학기.”

 기다렸다는 듯 말해왔다.

 

 “그 둘 사이에 뭐가 있었는지 알겠어?”

 

 1주일 새에 그렇게나 많이 했다고...?

 

 “...”

 

 한여름을 슬쩍 보니 입술을 굳게 닫고 뭔가 결의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웃음 가득하던 그 얼굴은 어디 갔는지 모를 정도로.

 지가 나랑 내기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바하는 거야?

 

 “...나랑 한 내기?”

 “그게 아니라!”

 

 날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

 

 “바보. 다시 말해봐.”

 “몰라. 뭔데?”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거지.”

 “뭔 마음?”

 “너한테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

 

 마음?

 

 “너한테 무시당하던 걸 갚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소은이를 반에 한두 명 있는 꼴통에서, 앞으로 한두 명 있을 개과천선하는 독한 학생으로 바꾼 거라구.”

 

 그러자 저 멀리 있는 안소은이 발끈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언니!!”

 “아하하, 미안~”

 

 언니?

 

 “난 선배고 넌 언니냐..."

 

 같은 시간에 같이 만났는데 벌써부터 호칭차이가 나다니.

 

 “그거야 당연하지. 넌 우리의 공공의 적인걸.”

 “아 네... 그건 그렇고.”

 “응?”

 “나한테 보여줘서 어쩌자고? 감탄이라고 하라고?”

 “너의 그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는 거지!”

 “뭐래. 됐거든요?”

 

 더 할 헛소리가 없었는지, 한여름이 오늘의 메인테마를 꺼냈다.

 

 “오늘부터인 거 알지?”

 “그때 그거?”

 “응.”

 

 문제를 풀고 있는 안소은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이쪽엔 고개도 안 돌리고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쟤 문제 언제까지 푸는데?”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한여름.

 

 “네시 삼십분까진데... 지금이 네시 이십오 분이니까... 지금부터 하지 뭐. 소은아~”

 

 자기를 부르는 한여름의 말에 안소은이 고개를 들었다.

 

 “네?!”

 “일로 좀 와줄래~”

 “네~~”

 

 아주 둘이 천생연분이네, 천생연분이야.

 이성끼리 저래도 오글거릴 텐데 동성끼리 저런 닭살 돋는 대화를 해대다니...

 오징어처럼 변한 내 손가락은 관심 밖인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안소은이 우리 사이에 앉았다.

 

 “그럼, 두 분은 자리를 이동해주세요~”

 

 신난 표정의 안소은이 원탁의 양 끝을 가리켰다.

 100분토론 하듯 서로 반대편에 앉히고 싶나보다.

 

 “다 앉으셨죠?”

 “...어.”

 “응~”

 

 설마 둘이 짜지는 않았겠지...?

 

 안소은이 한여름 편만 들어준다거나 해서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려는.

 

 “그럼, 제가 오늘 말씀드릴 주제는 바로- 꿈이 없다면 삶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예요!”

 

 다른 말로는 꿈 없이 뭘 보고 살아가야 하냐~ 겠구만.

 

 “삶의 의미라는 걸 꼭 찾아야 해?”

 “네?”

 

 안소은이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삶의 의미 같은 거 없어도 상관없잖아?”

 “왜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은 다 정해져있으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예의 그 노려보는 눈빛이다.

 평소라면 여기에 지레 겁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한여름을 밟아줄 각오가 된, ‘마음을 먹고’ 온 나란 말이지.

 

 “자, 길거리 거지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줄게.”

 “...한 번 해봐.” “넵.”

 

 지금 날 아니꼽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저 여자는, 방금 내가 말한 ‘친절하게 설명해줄게.’라는 문구를 지가 전에 써서 내가 쓰는 거라는 걸 알까? 같은 평상시의 나 같은 생각을 잠깐 했지만, 바로 접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할 여유는 없으니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남자니까 남자를 예로 들어보자면, 평범한 월급쟁이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할 일은 다 정해져 있어. 큰 갈래로는.”

 “어떻게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군대 갔다 와서 취업하면 스물일곱이잖아. 멍청아.”

 

 넌 어깨 위에 있는 큰 덩어리는 왜 달고 다니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또 한여름이 뭐라 할 거 같아서 도로 밀어 넣었다.

 

 “새, 생각해보니까 그러네요...”

 “저것들을 하는 동안 돈도 엄청나게 들겠지?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한 몇 억 들걸? 안 그래?”

 “으... 그래요.”

 “2~3년 회사에 적응하고 나면 서른이지? 그때쯤이면 직급도 말단에선 벗어날 테고, 슬슬 결혼해야지. 물론 돈은 어려서부터 모아놔야 전세라도 하나 들 테고.”

 “...네.”

 “서른하나에서 서른둘 정도에 결혼한다고 쳐. 아등바등 모아서 집사고 차사고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그러다 자식 낳으면 내가 몇 억 들여가면서 했던 것들 해주느라 내 등골만 빠지겠지?”

 “그, 그러겠네요...”

 “그러면서 내 노후준비까지 해야 하면, 인생의 목표가 어딨겠어? 그냥, 그때그때 해야 할 일 하면서 늙어가는 거지. 자식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뒷바라지 해주는 게 관례인 거 같으니까 한... 육십 살까지만 개처럼 일하면 되겠네.”

 ““......””

 

 내 말이 끝나자 둘 다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입을 몇 번 뻐끔거리더니 안소은이 입을 열었다.

 

 “......급 우울해지네요... 선배는 말을 너무 우울하게 하는 거 같아요... 힝...”

 “사실인데 어떡해? 남자들이 이렇게 다 힘들게 산다. 여자도 힘들긴 매한가지겠지만.”

 “매한가지요? 매한가지가 무슨 뜻-”

 “마찬가지!! 마찬가지!! 넌 공부 말고 상식사전이나 읽어야겠다! 대화가 안 되네. 아 답답해.”

 “모, 모를 수도 있죠!!”

 

 안소은이 발끈했다.

 자기보고 무식하다는데 좋아할 사람 없긴 하지만,

 

 “넌 몰라도 너무 몰라.”

 “...이렇게 자꾸 저 무시하시면 상식 배틀 신청하는 수가 있어요...”

 

 그러면서 째릿! 하고 날 노려봤다.

 어이구 무서워라.

 

 “지금 당장 하자. 뭐 걸-”

 “넌 너무 큰 갈래만 생각하고 있어.”

 

 까? 라고 말해야 하는데 한여름이 내 말을 끊었다.

 너무 가만히 있어서 가마니인줄 알았네.

 

 “뭐가?”

 “삶의 의미는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의미들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이를 테면 음... 힘든 직장생활에 위안이 되어줄만한 일요일의 낚시나 그런 것들 정도?”

 “낚시? 여자애가 드는 예시가 뭐 그따구야?”

 “....죽는다..?”

 “...그냥 그렇다고.”

 “여, 역시 언니... 너무 멋져요! 생활 속 작은 의미들이라니... 제가 말한 게 그런 거였어요! 헤헤...”

 

 .......어이가 없네.

 

 “아니, 지금 저 한 마디에 바로 마음이 넘어간다고? 내가 훨씬 논리 정연했잖아?”

 “으음... 글쎄요...? 그런 건 잘 모르겠구 전 언니 말이 더 와 닿았어요!!”

 “......”

 

 말문이 턱 막혔다.

 지금 장난하나...

 그러니까 지금 안소은은, 내가 했던 감명 깊은 말들보다 ‘일요일에 낚시나 하는 게 삶의 의미다.’ 라는 쓰레기 같은 소리에 더 마음이 갔단 말이야...?

 새삼 전문토론인들의 굉장함을 느끼게 된다.

 웅변이나 토론대회에 나가는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이었구나... 이렇게 울화통이 치밀 때도 차분하게 할 말을 하다니...

 

 “......”.

 

 잘 정리되지 않는 말을 더듬더듬이나마 말해보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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