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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3)
작성일 : 16-10-18 20:32     조회 : 445     추천 : 0     분량 :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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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직 다 읽지도 못했단 말이야.”

 

 에리카의 입에서 우는 소리가 나왔다. 헤롤드는 에리카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간접적으로 듣기만 해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스토리인데, 그 내용이 에리카에게 잘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는데. 그런데 내용을 전부 파악하기도 전에 사고가 생겨버리다니.

 

 아무래도 레이널드에게 건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신간의 경우라면 키퍼가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리얼북을 들여놓지 않는 방향으로 하자고 말이다.

 

 “헤롤드. 나 어떻게 해? 지금 당장 들어가서 상황 정리해야 해?”

 

 헤롤드는 고민했다. 내용도 모르는데 당장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그렇지만 에리카가 을의 연애의 전반적인 스토리에 휘말릴 것 같지는 않고, 최악의 상황에는 스위치를 이용해도 되니까. 괜히 내용 파악을 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방치하게 되면 나중에 수습하기는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일단 들어가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일단 독자 정보부터 확인하자.”

 “선배님들, 그건 제가 확인해 왔습니다.”

 

 로저는 신입 치고 눈치가 빨랐다. 그새 리얼북 대여정보에 기록된 독자 정보를 챙겨서 왔다. 헤롤드는 로저에게서 정보를 받아들었다.

 

 “조안나, 여성, 19세. 리얼북 대여정보. 1개월 내 3건. 라이터 자격증 없음. 지금까지 사고 친 적이 없었는데 오늘만 유독 이런다는 건가. 라이터는 아니니 다행이군. 일단 엉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다른 책으로 재생산되는 일은 없겠어.”

 “그래도 나는 일을 해야겠지. 이야기를 엉망진창으로 받아들이는 독자에게, 제대로 된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이야기를 지켜야 하니까?”

 

 헤롤드는 에리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키퍼의 존재 의미, 그것은 독자가 제대로 된 스토리를 파악하게 해서 스토리를 지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면 일단 들어갈게. 누가 남은 내용 파악 좀 해서 나중에 지원 좀 부탁해. 나도 눈치껏 내용을 원상복구 시키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지금 에리카가 소설 속으로 출동하게 되면 남는 사람은 헤롤드와 로저이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아니 어쩌면 둘 다 을의 연애를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헤롤드의 표정이 굳었다. 왜 하필 오늘 이런 일이 터져서는. 이런 일은 비번일 때 터져야 하는데.

 

 “어허, 헤롤드 얼굴에 다 보인다. 지금 나만 출동시켜두고 발 빼겠다는 거야?”

 “……. 에리카,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을의 연애 스토리를 전부 파악하려면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게 되는데. 나는 읽을 자신이 없다. 로맨스는 내 분야 아닌 것 잘 알잖아.”

 “헤롤드,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로맨스라면 그냥 읽겠는데 지금은 진도조차 빼기 어렵다고. 어지간하면 읽는 편인데 이건 초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내 취향의 벽이 그렇게 견고한 편이 아닌데, 이건 취향이 아니라고.”

 

 에리카는 남아서 을의 연애를 읽을 바에 출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로맨스 담당이니 어차피 한 번은 읽어야 하잖아. 그게 왜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건데. 헤롤드는 짜게 식은 표정으로 로저를 보았다. 로저는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고 웃고 있었다.

 

 “로저, 너는 어때. 해볼 만하지 않겠나?”

 “제가 아까도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차라리 과학 도서를 맡겠다고요.”

 

 싱긋 웃는 얼굴에 담긴 감정은 명백한 거절이었다. 헤롤드는 한숨을 푹 쉬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지금 을의 연애 스토리를 파악할 사람은 그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알았다. 에리카, 일단 들어가서 상황이 어떤지 전부 살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변화가 있다 싶으면 바로 호출하고. 나는 읽는 중간에 굵직한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지.”

 “오케이. 그럼 다녀올게.”

 

 에리카가 붉게 빛나는 리얼북이 꽂힌 리더기에 손을 댔다. 순식간에 에리카의 모습이 디지털화되면서 사라졌다.

 

 “선배님. 힘내십시오!”

 “그래, 고맙다.”

 

 사실은 하나도 고맙지 않다. 좋아하는 일은 잘 하는 편이지만 그 외의 일에는 절대로 나서지 않는 로저였다. 이번에도 딱 적당한 순간까지만 나서고 발을 빼 버렸다. 헤롤드는 답답한 마음으로 여성향 느낌이 물씬 나는 일러스트가 표지인 책을 들었다. 로맨스 읽는 아저씨라니, 누가 볼까 두려운 모습이었다.

 

 

 

 

 

 * * *

 

 에리카는 여주 진하가 일하고 있는 카페의 외국인 손님이 되어 앉아있었다. 난장판이 된 카페 안, 에리카의 눈에 이 소설 속 인물들과는 동떨어진 다른 외국인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난장판의 중심에서 여주와 함께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오히려 지역적 특성을 강조하는 소설이 이럴 때는 좋기도 하군. 타깃은 확실했다. 독자를 찾아내는 수고가 줄었다. 저 사람이 조안나로구나.

 

 깡마른 체형에 어깨 아래까지의 기장일 것 같은 머리카락은 깔끔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상태였다. 적갈색의 눈동자는 소설 속 어떤 인물들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심적 상태 때문인 것 같았다.

 

 “저기, 당신 바보예요? 왜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다 받아주고 들어주고 그래요?”

 “아… 저, 저기 손님?”

 “이 외국인은 또 뭔데? 어? 내가 환불 받겠다는데 왜 갑자기 끼어들고 난리냐고?”

 “아줌마! 그렇게 개념이 없어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요? 그렇게 살다가 총 맞아 죽어요.”

 

 에리카는 조안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소리죽여 웃음을 흘렸다. 이 나라는 개인의 총기소지가 불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에 총기소지가 허용되는 나라라면 정말로 총 맞아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느 장면이 문제가 된 것인지를 보니 에리카가 보다가 딱 접었던 그 부분이었다. 그래, 사실 이 나라의 정서에서는 지금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새이기는 하다. 아니, 시작부터 쭉 그런 분위기이다가 여기서 빵 터진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뭐? 지금 나한테 총이라도 쏴 보겠다는 거야? 그래 쏠 테면 쏴! 그리고 아줌마라고? 이봐, 나 아직 스물둘밖에 안됐다고.”

 

 이 소설의 세계관에는 연장자에 대한 존경이라거나 업장에서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소설 속 진하의 나이가 스물다섯인데. 진하의 동료들은 진하보다 나이가 더 많다. 새파랗게 어린 것이 손님이면 단가. 왜 저렇게 큰 소리를 내면서 난리야.

 

 상황을 파악하던 에리카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참아야 하느니라, 함께 나서서 이야기를 더 난장판으로 만들면 안 되지 암. 안 되고말고.

 

 “스물둘이면 나보다 아줌마네. 아줌마, 다 먹고서 환불받는 건 정말로 치사하고 더러운 짓이에요. 그거 알고 하는 건가요? 그렇게 돈이 없어요? 공짜 커피 다 마시고서 하루 지나서 환불할 정도로요? 그렇다면 거지근성이 정말 쩔어주는 거고요.”

 “저… 손님, 그만 하시고요.”

 “언니도 이상하니까 그냥 보고만 있어요. 왜 이상한 요구들을 다 듣고만 있어요? 보는 사람 답답하게.”

 

 상황을 정리하려는 진하까지 제압해버리며 조안나는 폭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던 에리카는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까는 읽기 힘들었는데. 차라리 이렇게 막장으로 치고나가는 내용이었다면 재밌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깔깔대며 배를 치고 봤을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을 알기 쉽게 표현해 보자면 콜라 한 잔을 가볍게 원샷 때리고 시원하게 트림을 한 기분이었다. 스토리를 파괴하고 있는 조안나 덕분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개운함을 느끼다니.

 

 “이년이. 말 다 했어?”

 “왜 갑자기 욕을 하고 그래요? 그래요, 말 다 했어요. 거지근성만 쩔은 줄 알았는데 욕쟁이이기까지 하네. 인성 제대로 보이고요.”

 “아아아악! 오늘 너 죽고 나 살아보자!!”

 “꺄아아아아.”

 “으앗, 손님들. 제발 그만 하세요.”

 

 역시 여자들의 싸움에서는 머리채 휘어잡기가 빠질 수 없었다. 먼저 그 기술을 구사한 것은 카페의 진상녀였다. 그러나 조안나는 진상녀에게 절대로 뒤지지 않았다.

 

 “아악! 야 이거 안 놔 이 미친 미국년아!!”

 

 저기 조안나는 미국인이 아닌데. 에리카는 배꼽을 잡았다. 갑자기 진상녀의 귀를 잡고 마구잡이로 당기는 조안나 때문이었다. 머리카락이 아닌 귀를 잡고 응징하는 모습이라니. 그녀의 머리를 마구 뜯기는 상황임에도 조안나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가장 원초적으로 싸우는 장면이 가장 저속하면서도 재밌다. 에리카는 아주 웃긴 B급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눈앞의 상황들을 감상했다. 팝콘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진하와 신애는 두 손님의 싸움을 말리겠다고 원래 일하던 위치에서 빠져나와 고군분투 중이었다.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각자 한 사람씩 맡았지만 힘이 부족한 것인지 쉽게 상황을 정리하지 못했다.

 

 카페에서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리던 손님들은 하나둘 카페를 빠져나갔다.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에리카처럼 자리를 잡고 앉는 사람도 있긴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개중에 극히 일부였다. 조용한 분위기를 즐긴다거나 장소가 필요했던 모브캐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금 업장에서 무슨 짓들을 하시는 겁니까?”

 

 상황을 정리할 인물이 나타났다. 카페의 매니저인 승준이었다. 에리카는 슬쩍 손등의 시계를 확인하며 생각했다. 느려.

 

 조안나가 나서지 않았다면 진상녀는 지금까지 난리를 쳤을 것이고, 그 진상녀를 상대하는 것은 진하 딱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표현하지 못하고 다 참고 인내하는 것 같은 캐릭터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승준이 남주라면 무척이나 무능하고 나타날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는 캐릭터이다. 물론 그 캐릭터의 특성은 작가가 만들어 두었겠지만 말이다.

 

 승준의 등장에 서로의 머리카락과 귀를 잡고 당기며 일차원적인 싸움을 하던 두 여자가 떨어졌다. 조안나를 꽉 끌어안고 어떻게든 막으려 하던 진하는 이미 지친 것처럼 보였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준비만 했다더니, 그래서 몸이 약하구나. 운동 좀 해야겠네.

 

 “두 분 모두 영업 방해죄로 신고할 겁니다.”

 “웃기는 소리 마세요! 당신이 여기서 가장 높은 사람이야? 커피가 맛없어서 환불하겠다고 왔더니 하라는 환불은 안 해주고. 직원이 머뭇거리니까 저 사람이 나서서 날 때리잖아!”

 “헐? 아줌마가 먼저 머리채 잡았잖아요!”

 

 글로만 봐도 역대급 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부로 들어와서 직접 그 진상도를 보게 되니 역대급을 넘어서는 전설급이었다. 상상을 넘어서는 파괴력. 에리카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분명 끼어들어서 여주를 도우려고 할 거야. 만약 전에 참았다고 하면 이제. 에리카는 승준의 대답에 주목했다. 확실한 스토리를 알지 못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자세한 상황은 두 분 다 경찰서 가서 하시죠. 영업장에서 이러지 마시고요.”

 

 헐, 이게 뭔 일이래. 승준은 남주가 아닌가? 에리카가 승준의 대사에 입을 떡 벌리며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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