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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관계자 외 접근금지
작가 : 풀링
작품등록일 : 2020.7.31

술만 마시면 구구단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 하윤은 우연히 만난 「클럽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와 징글징글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파격적인 막말과 각종 못 볼 꼴, 그리고 조울증 비스무리한 다중인격까지 3단 콤보를 펼치며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줬는데...

"저 남자가 새로 오신 대표님이라고?!"

 
4화 드라마틱한 엇갈림
작성일 : 20-08-12 14:23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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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바쁘지 않으면 잠시 내 방으로 올래?”

 

 “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전무실 앞에 도착한 하윤은 심호흡을 하며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조심히 들어갔다.

 

 모델보다 더 예쁜 한세은 비서가 정중히 맞아주었다.

 

 “진하윤 대리님. 전무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비서는 문을 열어주며 잘 훈련된 상냥한 미소로 안내했다.

 

 마침 최명은 열띤 토론을 하듯 통화 중이었다.

 

 하윤과 눈을 마주친 그는 손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잠시만 앉아 기다리라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이렇게 보니 일하는 선배도 멋있네.’

 

 새하얀 와이셔츠에 깔끔하게 잘 매어진 넥타이.

 

 그리고 다소 깐깐하게 보이는 안경까지 그의 빈틈없는 성격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급하게 통화를 마무리 짓는 듯하더니, 이내 전화를 끊고 소파로 와서 앉는다.

 

 “하윤아.”

 

 “네. 선배.”

 

 “내가 왜 오라고 한 줄 알아?”

 

 언제나 포커페이스인 그의 표정을 읽어보려고 시도를 했으나, 실패.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선배의 속을 알 수가 없다.

 

 마치 감정 따위 없는 차가운 사람처럼.

 

 내심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살짝 떠본다.

 

 “혹시.. 조금 전 휴게실에서 땡땡이쳤다고 혼내시려고…?”

 

 “풉~”

 

 ‘또 웃었다.’

 

 요즘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서 하윤은 적응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방 웃음기를 싸악 빼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널 어떻게 혼내? 난 평생 너 못 혼내.”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매한 그의 대답에 어리둥절해서 다시 질문으로 받아쳤다.

 

 “내가 사정해서 널 회사로 데려왔는데 어떻게 널 혼내겠어?”

 

 그랬다.

 

 최명은 하윤이 졸업하기 전부터 지금의 이 회사로 와달라고 몇 번의 권유가 있었고, 그로 인해 입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건 선물.”

 

 작은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나 되게 비싼 거」라고 말하는 듯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세련된 상자 하나가 들어있다.

 

 “선물요?”

 

 “미국 출장 선물.”

 

 “아~ 출장 다녀오셨구나.”

 

 “나한테는 관심이 없구나.”

 

 표정도 없으신 분이 섭섭해하는 표정은 또 잘 짓는다.

 

 “언제 돌아왔어요?”

 

 “오늘 새벽에 도착했어.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네.”

 

 피곤한 듯 안경을 빼서 눈을 한번 비비더니 다시 안경을 날카로운 콧대에 올려놓는다.

 

 ‘역시… 검은 후드티는 선배가 아니었네.’

 

 이 와중에도 온통 그 남자 생각뿐인 자신에게 놀라며 퍼뜩 정신을 차린다.

 

 “하루 정도는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때 마침,

 

 똑똑똑

 

 최명의 말을 끊는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온다.

 

 “전무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네. 차 대기 부탁해요.”

 

 “네. 전무님.”

 

 비서는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나간다.

 

 “이러니 내가 쉴 수 있겠니?” 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얼른 준비하세요. 전 이만 내려가 볼게요.”

 

 “그래. 나머지 얘기는 조만간 저녁 먹으면서 하자.”

 

 최명은 슈트 상의를 걸치며 눈은 계속 하윤을 향해있다.

 

 “네. 참! 선물 감사합니다.”

 

 “어울렸으면 좋겠다.”

 

 “네…? 네.”

 

 선물을 풀어볼 생각에 신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사무실로 내려온다.

 

 30분이나 자리를 비운 하윤이가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종이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포착한 라연은 잽싸게 뒤꽁무니를 쫓아왔다.

 

 “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그 종이 가방은 뭐야?”

 

 하윤은 라연의 속삭이며 대화를 시작한다.

 

 “선배가 미국 출장 갔다가 선물 사 왔어.”

 

 “전무님이? 선물이 뭐야?”

 

 “나도 몰라. 이제 뜯어보려고…”

 

 “빨리 뜯어봐.”

 

 하윤이보다 더 격하게 설레는 표정으로 달려드는 라연.

 

 포장을 뜯으니 누가 봐도 보석이나 주얼리 종류의 케이스가 럭셔리한 자태를 들어냈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죽이며 케이스를 열었다.

 

 “어머!! 웬일이니!! 이건 「2020 한정판」 티롸니 팔찌잖아.”

 

 명품을 줄줄 꿰고 있는 라연이 놀랄 정도면 보통 물건이 아니다.

 

 “빨리 손목에 차봐.”

 

 라연은 하윤의 손목에 팔찌를 채워준다.

 

 “와… 세상 고급지네.”

 

 “예쁘긴 하다만...”

 

 생각지도 못한 비싼 선물에 기쁘기보다 부담감이 몰려온다.

 

 “우리 최명 전무님은 통도 크시네.”

 

 “이렇게 비싼 선물은 부담스러운데…”

 

 “안 어울리게 왜 또 개념녀인 척을 해?”

 

 라연을 향해 눈으로 쌍욕을 했다.

 

 “끝까지 들어봐. 이건 아무리 봐도 ‘썸’ 같단 말이지.”

 

 “썸같은 소리하고 있네. 난 남친 있는 몸이야. 그리고 선배 눈이 얼마나 높은데. 비서도 아주 그냥 모델급이잖아.”

 

 “그 모델급 비서가 저 여자 아냐?”

 

 때마침 사무실 입구를 런웨이 걷듯이 들어오는 그 모델급 비서는 하윤을 향해 다가왔다.

 

 “전무님이 곧 바이어와 미팅이 있는데, 중요한 서류를 두고 가셨어요.”

 

 “그런데 왜 저한테…?”

 

 “되돌아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진 대리님을 통해서 보내 달라고 하셨어요.”

 

 “제가요?”

 

 “네. 에스 호텔이 1층 로비 커피숍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셨는데, 가능하시겠어요?”

 

 “가능해야죠. 이것만 전달하고 오면 되나요?”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하윤은 급히 회사 업무용 차를 타고 에스 호텔로 향한다.

 

 퇴근 시간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여유롭게 호텔에 도착한 하윤은 에스 호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빈자리가 없어서 한 층을 더 내려가려는 그때, 하윤의 눈을 사로잡는 낯익은 실루엣.

 

 ‘후드티 남자다!!!’

 

 게다가 그 남자가 막 내린 차는 검은색 SUV로 그날과 같은 차종이었다.

 

 급히 차를 돌려보려고 했으나, 뒤에 줄줄이 따라오는 차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차를 돌려 올라왔다.

 

 당연히 사람은 없고 차만 덩그러니.

 

 우선 차 번호를 사진으로 남긴다..

 

 서둘러 서류만 전해주고 돌아와서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잠복할 계획이었다.

 

 커피숍에 도착한 하윤은 최명을 발견하고 급히 다가간다.

 

 “선배!”

 

 “하윤아. 바쁠 텐데. 미안.”

 

 “아니에요. 이렇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너라면 시간 맞춰 빨리 올 수 있을 거 같아서…”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학생 때 여기서 알바를 많이 해서 지름길을 알고 있거든요.”

 

 “왠지 그럴 것 같았어.”

 

 “그럼, 전 임무 수행했으니 이만 돌아가 볼게요. 이번 계약에 제 지분도 있는 거예요. 히히.”

 

 “그래. 잊지 않을게.”

 

 둘은 같이 커피숍을 나왔다.

 

 최명은 호텔 회의실로 간다고 했다.

 

 그때, 바로 앞에 걸어가는 어떤 남자의 뒷모습을 본 최명은 잠시 걸음을 멈춘다.

 

 깔끔하게 검은 슈트 바지에 빳빳하게 다려진 흰 와이셔츠를 헐렁하게 입은 금발의 남자.

 

 “하윤아. 잠시만 여기 있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 남자를 뒤를 쫓았다.

 

 ‘외국 바이어인가?’

 

 몇 분 뒤, 따라갔던 남자를 놓쳤는지 최명은 허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아뇨. 괜찮아요. 아시는 분이셨나 봐요?”

 

 “그런 거 같았는데 놓쳤어.”

 

 하윤과 최명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먼저 도착하고, 최명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럼 회사에서 뵐게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네.”

 

 “팔찌… 잘 어울린다.”

 

 최명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고,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

 

 ‘팔찌?’

 

 손목에는 선물 받은 팔찌가 보란 듯이 반짝이고 있다.

 

 ‘맙소사…’

 

 라연이 한번 껴보라고 채워준 팔찌를 그대로 낀 채 최명을 만나러 온 것이다.

 

 아무리 선물이라고 하지만, 비싼 보석을 받자마자 바로 덜렁 차고 다니는 가벼운 여자가 된 것 같아 괴롭다.

 

 자책하다 보니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한 하윤.

 

 ‘어? 저 남자는 선배가 놓쳤다는 남자잖아.’

 

 조금 떨어진 눈앞에 조금 전 그 금발 머리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선배한테 알려줘야 하나? 망설이며 핸드폰을 꺼내는 그때,

 

 그 금발 머리 남자는 하윤의 잠복 대상인 검은색 SUV에 올라탔다.

 

 “응???”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한 하윤.

 

 “어…? 어… 저 차는…? 아까 그 후드티… 그 남자의 차…?”

 

 하윤이 그렇게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그 남자는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목표물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마음이 급한 하윤은

 급히 차로 가서,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기어를 드라이브로 옮긴 후,

 출발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용의자(?)를 놓치고 만다.

 

 ‘선배가 쫓던 남자가 내가 쫓는 남자라니…’

 

 

 ***

 

 

 퇴근 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에 회사로 돌아온 하윤은 막 퇴근하던 라연을 만난다.

 

 “지금까지 전무님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

 

 “아니.”

 

 “왜 이렇게 늦었어?”

 

 “많~은 일이 있었지.”

 

 하윤은 책상에 쓰러지듯 엎드린다.

 

 “퇴근 안 할 거야?”

 

 “반나절 땡땡이 친 거 야근으로 메꿔야지.”

 

 “그럼 나 먼저 간다. 수고해.”

 

 책상에 엎드린 채 팔만 뻗어 빠이빠이를 해준다.

 

 찌이잉 찌이잉~

 

 그때 가방 속 핸드폰에서 울리는 진동.

 

 발신자 「짝꿍 기혀니♥」로 뜬다.

 

 “여보세요.”

 

 -“어디야?”

 

 “회사야.”

 

 -“퇴근 안 해?”

 

 “오늘 야근이야.”

 

 -“그럼 퇴근하고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바로 출근해.”

 

 “몇 시에 끝날지 몰라. 주말에 만나자.”

 

 -“늦게라도 우리 집으로 와.”

 

 “무슨 할 말 있어?”

 

 -“우리가 할 말 있어야 보는 사이야?”

 

 “아니. 요즘 부쩍 계속 자고 가라고 그러잖아.”

 

 -“우리 사귀는 사이잖아. 그리고 만난 지도 오래됐잖아.”

 

 “그러니깐 주말에 만나서 길게 보내자. 영화도 보고.”

 

 -“오늘 오면 안 돼?”

 

 “회사 일이 밀려 있어서 오늘은 절대 안 돼.”

 

 -“그래… 알았어.”

 

 뚝!

 

 매정하게 대답만 하고 끊어버리는 기현.

 

 최근에 서로서로 바빠서 챙길 시간이 없어 자주 못 만난 건 사실이다.

 

 ‘이왕 전화했으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지.’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기현에게 괜히 섭섭하기만 하다.

 

 

 ***

 

 

 얼마나 야근을 한 걸까.

 

 벌써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슬슬 집으로 갈 준비를 하는 하윤.

 

 좀비처럼 컴컴한 회사를 혼자 걸어 나온다.

 

 “이제 퇴근하시나 봐요?”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은 야간 근무이신가 봐요?”

 

 경비 아저씨께 깍듯이 인사도 잘하는 하윤.

 

 “진 대리님. 잠시만요.”

 

 “네?”

 

 경비 아저씨가 붙잡는다.

 

 “누가 이걸 전해달라고 맡겨놓고 갔어요.”

 

 하윤의 명함 케이스다.

 

 “이거 제꺼 맞아요. 누가 주고 갔어요?”

 

 “내가 직접 받은 게 아니고, 나도 교대할 때 전달받았어요.”

 

 “네. 감사합니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네.’

 

 명함 케이스를 열어보니 앞쪽에 작은 쪽지 한 장이 들어있다.

 

 「조만간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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