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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22
작성일 : 20-08-11 00:44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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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중앙 못 근처 금지된 숲. 도깨비 열이 홀로 앉아 멀거니 호수만 바라보고 있다. 벌써 가을도 끄트머리였다. 빨갛게 노랗게 물들었던 나뭇잎이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툭툭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몇 개의 이파리는 호수 위로 떨어져 물결 위를 너울거렸다. 바람소리, 바람에 이파리가 우는 소리만 도깨비 열의 주위를 채웠다. 언제나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같이 해맑던 열이도 해마다 이맘때쯤엔 물 먹은 솜 마냥 푹 가라앉는다. 자기 세상에 빠져있는 것만 같았던 열이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구미호. 왔어?”

 “난 항상 이곳에 있는데, 내가 온 것이겠느냐. 네가 온 것이지.”

  말은 그러면서도 구미호는 열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부는 바람에 낙엽이 바닥을 굴렀다. 열의 가라앉은 감정은 구미호의 등장에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또 가을이 지나가는 구나.”

  두 영물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수업이 끝난 것인지 호수 건너 소란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넘어왔다.

 “항상 이맘때만 되면 세상이 무너지는 듯 굴더니. 그래도 많이 의연해졌구나.”

 “구미호.”

  부름에 구미호는 말없이 열을 쳐다봤다.

 “구미호는 대체 어떻게 버텼어? 이제 거의 70년이야. 그런데도 마음이 너무 아파. 나아지긴 할까.”

  열의 시선은 이젠 호수가 아닌 건너편 잘 보아지도 않는 아이들로 향했다. 여전히 바람이 그들을 갈랐다. 열은 희미하게 웃었다.

 “근데 또 있잖아. 이제 그만 아프고 싶은데 또 그러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아프지 않으면 꼭 순이를 잊은 것 같잖아. 그러고 싶진 않아. 참 이상하고 웃긴 것 같아.”

  아직도 70년전 그 어느 날에 머무르고 있는 도깨비 열은 올해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구미호는 가만 생각했다. 본인의 지난 날들을. 그리고 그 지난 날을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리고 여린 도깨비를. 구미호는 매해 괴로워하는 열을 보았지만 열응 이리로 데려온 것이 후회하지 않았다. 본인이 그러했듯 이 어리고 여린 도깨비도 이겨낼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단지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항상 처음은 어렵고 더 괴롭게 느껴질 뿐이니까.

 “이상하지도 웃기지도 않다.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하여 잊었다고 한다면 영원에 가까운 우리의 삶이 이리 괴롭지도 않았을 것이야. 괜찮다. 잊으면 잊히는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그저 흘러가는 그대로 살아라. 그건 나쁜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니까.”

  담담한 이화의 말에 열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건, 열보다 열 곱절의 인생을 더 살았을 구미호 이화의 몫이었다.

 

 -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른지. 겨울방학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물론 그 전에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또 다시 파김치가 되어 여기저기 널려있을 생각하니 도형은 벌써부터 아찔했다.

 “헝헝, 은호~ 기말고사 싫어. 공부 싫어.”

  아침부터 은호를 끌고 한결의 방에 온 도형은 사방팔방을 굴렀다. 결국 하던 공부를 접고 다원으로 내려왔다.

 “그럴 땐 겨울 방학 때 뭘 할지 잘 생각해봐. 그럼 좀 괜찮아 질걸?”

 “겨울방학이라. 겨울 방학. 뭐하지? 야야 한결. 넌 할 거 있어?”

 “나? 글쎄 나는 집 가면 바쁠 것 같아서.”

 “그래. 청룡가 도련님은 그럴 수 있지. 인정. 은호 너는?”

 “나는.. 글쎄 모르겠는데.”

  셋이 머리를 모으고. 아니 사실 도형만 한창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아영이 걸어왔다. 아영이 시야권에 들어오자마자 벌써 눈이 휘어지는 게 도형은 참 눈꼴시렵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왜 안 사귀는 건지. 한결 혼자 좋아 죽는 거 보면 몰래 사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사귄다는 개념이 없는 건가!

 “너네 혹시 도깨비 봤어? 그 키 크고 눈도 크고. 손목에 손수건 묶고 다니는 도깨비.”

 “음.. 도깨비가 다 키 크고 잘생겼잖아.”

 “야! 내가 언제 잘생겼댔어!”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거지. 손수건은 뭐야. 도깨비가 니꺼 훔쳤어?”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모르면 나 간다.”

 “엉. 그러쇼.”

 “아영아! 도깨비는 왜?”

 “아니 요새 한동안 안 보이길래... 보이다 안보이니까 신경 쓰여서.”

 “같이 찾으러 갈까?”

  그 모습에 은호는 그저 멀뚱멀뚱 쳐다봤고, 도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호구도 저런 호구가 없다. 아무리 도깨비여도 남자는 남잔데. 질투 안나나? 신경 쓰인다는데 거기서 옳다구나 같이 찾으러가자 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도형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 내가 한결 네 연애 사업에 물꼬를 터주지!

 “야이. 나도 같이 가. 은호 너도 가자.”

 “나? 나도?”

 “어. 너 뭐 할 거 있어? 여기 있으면 앉아서 핸드폰 게임만 할 거잖아. 나가. 나가서 바깥바람도 쐬고! 어? 도깨비도 찾고 그럼 어? 얼마나 좋아! 가자.”

  그렇게 반은 자의로 반은 타의로 도깨비를 찾아 떠났다. 떠났다고 해봤다. 학당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

 

  지난 정상회담 이후로 얼어붙었던 남북 분위기는 다시 풀리는 듯 했다. 첫 정상회담 이후 다시 한차례 급박했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지지부진했던 속도는 다시 붙는 시늉이라도 했다. 여러 해외 인사들도 다시 평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수현은 그저 사태를 관망했다. 꽤나 웃긴 모양새였다. 동쪽의 이 작은 나라가 대체 뭐라고 해외 모든 국가의 시선이 이곳으로 쏠려 한마디씩 보태는지. 결국 똑같은 목표와 결말을 두고 똑같은 사람이 하는 말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아직도 시대착오적 이데올로기 단어를 캐치프라이즈 삼아 외쳐대는 인간들하며.

  지긋지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간극은 심해진다. 결국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완전한 다른 국가가 될 것이다. 과연 이번 나랏님은 모든 과정을 거쳐 통일을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그 짧은 임기 내에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가. 기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사실 통일은 그리 나쁠 것도 없었다. 수출입도 용이해져 원가 절감도 회사 성장률도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 단지 원래대로였다면 자신이 있었어야할 자리에 다른 이들이 하나 둘 차지해 그 몫을 챙기는 게 차마 눈뜨고 봐주기 어려웠다. 단어 그대로 원래대로였다면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수현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래. 그 집안에 원래 나의 것이라는 게 있기나 했던가.’

 얼마 전 자신을 향했던 날선 목소리가 떠올랐다.

 ‘또 다시 일을 그르칠 생각은 추어도 말거라.’

 내가 한 짓은 일을 그르친 것인가. 나의 몫을 찾기 위한 것인가.

 

 -

 

 “허억허억.”

  곳곳에 거친 숨소리가 울렸다. 철푸덕 소리와 함께 도형이 제일 먼저 드러누웠다.

 “야 이... 이정도 찾았는데 없으면... 없는 거야...”

  바튼 숨을 쉬며 도형이 말했다. 그 주변으로 하나 둘 아이들이 둘러앉았다.

 “혹시, 헛것 본건 아니신지?”

 “도형아.”

  결의 부름에 도형은 입을 닫았다. 아 참. 저 둘이 커플 아닌 커플인거 힘들어서 깜빡했네.

  사실 도형에게서 저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꽤나 여러 노력을 했으니까. 학당을 구석구석 뒤지기도 하고 잃어버리지도 않은 물건을 찾아 달라 빌어보고 메밀묵을 사와 불러보아도 아영이 찾는 도깨비 빼고는 다 나왔다. 그렇게 나온 도깨비에게 그의 행방을 묻길 여러 번. 메밀묵을 먹으러 온 마지막 도깨비가 말했다.

 ‘아~ 그 친구? 그 친구 이 맘 때쯤엔 원래 잘 안보이던데. 아, 거기 그 저 호수 건너 편에 숲 있잖아. 거기 사는 구미호한테 물어봐. 둘이 이곳에 같이 들어왔다 했으니 아마 잘 알겠지.’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이던 아이들을 보며 도깨비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근데 호수 건너 숲에 갈 수 있니? 나이가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아하 되죠. 되고 말고요. 도꺠비님이 완전 동안이셔서 우리도 그렇게 보이시나보다~’

  도형의 너스레에 메밀묵을 먹던 도깨비는 호탕하게 웃었다.

 ‘흥흥~ 요즘 애들은 참 말도 잘해’

  그래서 왔다. 미성년자는 수업 시간 외엔 갈수 없는 호수 건너편의 숲. 형 도진이 친구 생일 파티를 위해 구입했던 기척을 지우는 약초를 질겅질겅 씹으며 철창을 넘었다. 엄청난 쓴 맛에 철창을 넘자마자 다 같이 입 헹구느라 바빴지만. 물론 도형만 빼고. 엥? 내가 말 안했었나. 효력이 좋은 만큼 쓰다고.

 “얘들아. 나 입에서 쓴맛 나.”

 “그거 아까 먹은 약초야. 이거나 하나 더 먹어.”

  도형은 여전히 누운 채로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뒤졌다. 사탕하나를 은호에게 쥐어 주는데 눈이 마주쳤다.

 “으어어어어아!”

 “왜왜왜!”

 “구미호옥...”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구미호와.

 

 -

 

  은호는 당연하고 태생을 도사 집안에서 살아온 나머지 셋도 구미호는 말로만 들었지 눈으로는 처음 보았다. 왜 인지 드는 알 수 없는 주눅감에 자연스럽게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무릎을 꿇는 자세가 되었다. 물론 구미호를 찾아온 건 맞긴 맞는데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도깨비의 행방을 아신다 하여 여쭈러 왔습니다.”

  이화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아이들을 하나하나 쳐다보았다. 사실 아이들이 철창을 넘자마자 이화는 누군가 이 곳에 들어왔음을 알았으며 그게 이들임을 알았다. 유수한 가문의 자제가 내뿜는 기운은 남다르니까. 그리고 유달리 맑은 혼 하나. 그리고 가까이 오는 얼굴에 알았다. 저 작은 여자 아이가 도깨비 열이 그리 입이 닳도록 말하던 그 아이라고.

 “혹시 행방을 아시는 지요.”

  그 아이의 행방이라.. 그 아이가 들으면 꽤나 좋아할 것이다. 자신이 그리도 아끼는 티를 냈으니까. 그리고 또 다시 사람에게 마음을 팔린 이유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원체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아이를 떠올리며 웃던 그 모습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머지않아 스스로 너에게 돌아갈 것이야.”

  이렇게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도와주거라. 그 아이의 이름을 묻고 사라진 연유를 묻고.”

  끝없이 이어지는 가을의 괴로움으로부터 널 꺼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 주거라.”

  끝맺지 못했던 네 질긴 인연을 이제는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정말 아영의 앞에 도깨비 열이 나타났다. 처음보았던 그 어느 날처럼 커다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커다란 두 눈을 이리 저리 굴리며. 하지만 여전히 아영의 손수건을 손목에 두른 채.

 "혹시... 혹시 말이야."

 무슨 말이길래. 무슨 부탁이길래 이리도 뜸을 들이는 것인지. 아영이 꽤나 답답해질 즈음.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담담히 맞춰오는 두 눈에. 두 눈에 담긴 절실함에. 아영은 바로 전에 느꼈던 답답함은 잊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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