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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7. 심야 데이트는 야한 영화를 봐요 (1)
작성일 : 20-08-03 22:48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5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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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오느라 팝콘이랑 콜라 사 오는 걸 깜빡했네. 콜라에 팝콘이면 되지?"

 

 (밤 11시가 지난 시간에 팝콘 먹기엔 부담스럽지 않나?)

 

 "이사님, 전 팝콘은 됐구요. 콜라만 마실게요."

 

 "오케이, 잠깐 매점 다녀올게."

 

 그는 긴 다리를 컴퍼스처럼 쭈욱 뻗으며 두세 칸 계단을 뛰어가듯 한 번에 내려간다.

 

 그 바람에 마주 올라오던 여자 관객 두엇이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준다.

 

 부리나케 출입구로 빠져나가는 그의 그림자.

 

 이수는 맨 뒷자리에 홀로 앉아 긴장을 가라앉히려 두 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앞자리에 앉은 다른 관객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대부분 여자들이다.

 

 남자들은 쭉정이처럼 드문드문 어쩌다 한 명씩 보일 뿐이다.

 

 (뭔가 수상한데, 이 영화...)

 

 상영관에 들어올 때 출입문에 붙어있던 안내문이 떠오른다.

 

 "오늘은 혼탕으로 운영됩니다. 남자 관객 분들도 출입 가능해요!"

 

 (그럼 여탕으로 운영되면 남자들은 출입 못 한다는 건가? only 여자만? 뭐야, 대체...)

 

 생각에 잠긴 이수의 시선이 옆의 좌석으로 향한다.

 

 원통 모양의 음료 거치대에 둥그렇게 말려 꽂힌 영화 팸플릿.

 

 호기심에 꺼내 펼쳐 보니 핑크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담겨 있는 소책자가 아닌가?

 

 (그래, 이거라도 한번 읽어보자.)

 

 ***

 

 "100% 19금 성인들의 놀이터, 제4회 핑크 영화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핑크영화란? 제작비 3천만 원, 촬영 기간 3~5일, 35mm 필름 촬영,

 

 베드신 4~5회, 러닝타임 60분 내외라는 "핑크영화 룰"을 지킨 에로 영화를 말해요.

 

 쉽게 말하면 B급 에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

 

 Only for Wo+men!!

 

 핑크 영화제는 여자만 입장 가능한 "여탕"으로 운영되지만,

 

 특별히 "혼탕"으로 운영되는 경우 남자도 입장 가능해요.

 

 모두들 에로틱한 영화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봐요~

 

 ***

 

 (뭐야, 그럼 에로 영화를 보자고 날 데려온 거란 말이야?

 

 그것도 계약 연애인지 뭔지 맺고서

 

 첫 데이트를 이런 영화를 본다고...

 

 가뜩이나 야근해서 피곤한 몸 이끌고 간만에 영화 보러 왔더니...

 

 변태들이 좋아할 영화를 나랑 같이 본답시고 데려왔단 말이야?

 

 어이구, 딱 타이밍 맞춰서 나타나시네. 저 변태+색마 같은 인간.)

 

 

 저 아래에서 중간 사이즈 팝콘과 콜라 2잔을 든 이사님이 천천히 올라온다.

 

 수북이 쌓여 하나둘 씩 아래로 떨어지는 팝콘에 입을 대어 삼키는 꼴이 장난기 넘치는 아이와 다를 바 없다.

 

 "자, 여기 콜라. 팝콘은 나 혼자 먹으려고 산 거야."

 

 그녀에게 콜라를 건네주고 털썩 주저앉는 이사님.

 

 그는 매점까지 다녀오느라 땀이 흐르는지 연한 블루 색감이 감도는 와이셔츠 소매 단추를 풀러 팔꿈치 아래까지 걷어 올린다.

 

 살짝 그을린 단단한 근육질 속살을 자유로이 횡단하는,

 

 심장에서 시작되어 거침없이 흐르는 검푸른 핏줄기가 손목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근데요, 제가 영화 전단지를 봤더니 "야한" 영화만 상영하던데. 저희가 상영관 딴 데 들어온 건 아니죠?"

 

 "여기 8관이잖아? 맞거든. 내가 눈이 삔 게 아니라면 말이야."

 

 영화 소책자를 들어 그의 눈 앞에서 흔들어대는 이수.

 

 "이사님, 영화 리스트를 보니까 이건 핑크 영화가 아니라 빨간 딱지 붙은 야한 영화 천지인데요?

 

 어떻게 된 거죠?"

 

 "야, 야한 영화라니? 예술 작품을 보는 눈이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니야?"

 

 "예술 작품이라뇨? 영화 제목을 한번 볼까요?

 

 <옷장 속 마이펫>, 그리고 이건, 차마 입 밖에 내기도 그래요."

 

 "뭔데 그래? 이리 줘봐."

 

 그는 전단지를 빼앗아 상영작 리스트를 훑어본다.

 

 "<변태 여형사 귀여운 명기> 다음은 <젖소 며느리의 전원 로망>,

 

 이게 뭐 어때서? 아주 건전한 제목이구만..."

 

 "이사님, 야한 에로 영화를 보고 싶으면 퇴근하고 집에서 혼자 발 씻고 앉아서 보시던가요.

 

 왜 절 데려와서 이런 난감한 상황을..."

 

 말을 꺼내다 보니 감정이 복받쳐 올라 뒷말이 흐려지는 이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싱긋 웃는 이사님.

 

 "물론 당신 입장은 이해하는데 말이야.

 

 야한 영화를 꼭 혼자 봐야 한다는 그런 게, 우리들의 선입견 아닐까?

 

 지금이 유교 탈레반이 장악한 조선시대도 아니고 말이야.

 

 정확히 말해서 "핑크 영화"는 B급 예술 에로틱 영화라구.

 

 날 변태라 생각하든, 색마라고 취급하든 별 상관은 않겠지만

 

 그럼 여기 이렇게 들어찬 여성 관객들은 뭐가 돼?"

 

 심야 상영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좌석은 빈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들이 들어왔다.

 

 대부분이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핑크 영화를 보러 온 여성 관객들이다.

 

 간혹 상영관에 들어와 다수 여자들의 관심 어린 시선을 받아 쭈삣거리는 남자들도 간혹 눈에 띈다.

 

 혼자 온 남자는 드물고 대부분 여친 손에 이끌려 온 경우가 대부분 이리라.

 

 아무 대답 없이 주위를 둘러본 이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듯 말문을 연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긴 하지만,

 

 첫 데이트인데 에로 영화는 제가 불편하고, 어색하고 또 난감하지는 않을까 배려심이 있어야..."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팝콘 두어 개를 집어 그녀의 동그랗게 벌린 입술 사이로 밀어 넣는다.

 

 (이 인간이...)

 

 당황스러워 양 볼이 빨개지고 귀 밑까지 붉어진 이수.

 

 "꼭 첫 데이트라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때려 부수거나 눈물 짜는 그런 영화만 봐야 하는 법칙이라도 있나?

 

 오히려 처음 만남에 이런 영화를 보면 나중에 자다가 "이불 킥"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추억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데. 아닌가?"

 

 말끝을 얼버무리며 팝콘 한 주먹을 입안에 털어 넣는 이사님.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그럴싸한 말에 입에 든 팝콘을 녹여 먹으며 스크린을 바라보는 이수.

 

 (기생오라비처럼 말은 잘하네.. 회사에서 부딪힐 때랑 딴 판으로 말이야.)

 

 "자, 그럼.. 우리 영화에 집중할까?"

 

 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상영관을 밝히던 조명이 서서히 꺼지고 영사기에 불이 들어온다.

 

 맨 뒷자리에 앉은 그들의 머리 위로 "샤라라 락" 필름 롤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영화는 필름으로 봐야 제 맛이지."

 

 (은근히 아날로그형 구식인 거 같기도 하고...)

 

 영화 오프닝 크레딧이 깔리고, 이른 아침 푸른 바다가 등장한다.

 

 카메라는 천천히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해안가 도로 가에 주차된 대형 트럭.

 

 화려한 그래비티, 형형색색의 일루미네이션으로 요란하게 장식한 데코토라(Decoration + Truck) 한 대.

 

 라디오로 아침 뉴스가 흘러나오고 조심스레 열린 차창으로 운전석을 들여다본다.

 

 "근데 저기 샹들리에가 왜 있는 거예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달린 대형 샹들리에 유리 장식을 보고 한 마디하는 이수.

 

 이사님은 "쉬잇" 하고는 그녀의 입 안에 다시 팝콘을 밀어 넣는다.

 

 "아니, 제가 팝콘 안 먹는다고..."

 

 떠드는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뒤를 바라보는 몇몇 관객들.

 

 그녀는 말을 멈추고 잔뜩 몸을 낮추어 시선을 피한다.

 

 조수석 가죽 시트에 몸을 반쯤 접어 웅크린 채로 누워 팬티만 입은 허벅지를 긁적 대는 한 여자.

 

 라디오 채널을 바꾸다 퍼뜩 잠이 깨어 시계를 들여다본다.

 

 "늦어 버렸네!"

 

 서둘러 바지를 입고는 트럭을 몰고 어딘가로 가 버린다.

 

 스크린 좌측 위에 짜잔 하고 떠오르는 영화 제목.

 

 <트럭 운전사 나미>

 

 (겁나 유치한 영화 아니야? 괜히 시간 낭비하게 만드는...)

 

 불만스러워 입을 삐죽 내민 이수는 옆의 이사님을 슬쩍 바라본다.

 

 바로 뒤에서 스크린을 비추는 영사기의 깜박이는 불빛에 그의 실루엣이 잠깐잠깐 드러난다.

 

 동그란 포물선을 그린 이마를 따라 눈썹 사이에서 옴폭 들어가는가 싶더니 힘겹게 올라가는 콧날의 급경사를 내려오면 마침내 만나는 도톰한 입술 라인.

 

 (영락없는 기생오라비 라인이구나. 그래, 잘 생겨서 봐준다.

 

 특별히 잘 생겼으니까... 봐주는 거라구.)

 

 네모난 트럭 짐칸에 길게 그려진 호수 위를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 한 마리.

 

 그 물고기 등에 훌쩍 올라탄 기모노를 입은 여자. 무슨 조폭의 널따란 등에 새겨진 문신을 보는 듯하다.

 

 오른손으로 무거운 핸들을 잡고, 왼손으로 능숙하게 양치질을 하는 여주인공.

 

 (이 영화 시작부터 세네. 대체 감독이 누구야?)

 

 "자, 그럼 우리 편하게 볼까?"

 

 물광을 내 반짝이는 구두를 벗더니 맨 발을 앞 좌석 위에 턱 하니 올리는 이사님.

 

 (그래도 양말은 벗지 않는구나. 다행인 건지.)

 

 "저기요, 발 냄새 많이 나거든요?"

 

 "앞에 사람도 없는데, 뭘.. 그리고 나 발 냄새 안 나거든.

 

 아까 사무실 나올 때 양말 갈아 신고 나왔다구."

 

 "어이구, 깔끔남 나셨네요. 그래도 이건 좀 아니죠?

 

 저도 옆에 있는데, 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건가요?"

 

 "정 팀장도 그 굽 높은 구두 좀 벗어버리고 편하게 발 좀 올려.

 

 하루 종일 그 이쁜 발 감추고 다니면 갑갑하지도 않아?"

 

 "저는 괜찮거든요."

 

 "이것도 엄연히 '비밀 데이트'의 일부분이거든. 꼭 말을 안 들어요."

 

 그는 한껏 몸을 숙이더니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그녀의 에나멜 구두를 벗기려 한다.

 

 "어머멋! 이사님..."

 

 구두에 그의 손이 닿자마자 기겁하며 몸을 움츠리는 이수.

 

 "아, 알았어요. 동작 그만. 거기까지. 제가 벗을게요.."

 

 그녀는 몸을 구부려 구두 한 짝을 벗어 옆에 내려놓고는 앞 좌석 팔걸이 사이에 양 발을 겹쳐 올린다.

 

 새하얀 발등을 따라 매끈하게 이어진 가느다란 발목이 완만한 종아리 라인을 따라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한다.

 

 그녀의 드러난 허벅지 사이 깊숙한 골을 잠시 바라보다 벗어 놓은 자신의 재킷을 덮어 가려주는 이사님.

 

 "편하지 않아? 회사도 아닌데 힘 좀 빼고 있으면 어디가 덧나?"

 

 샐죽거리며 입을 삐죽이는 이수.

 

 앞으로 쭈욱 뻗은 양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발 냄새 나도 전 몰라요."

 

 "정 팀장도 사람인데 발 냄새 날 수도 있는 거지.

 

 지금 시간에 몸에서 냄새 안 나면 그게 인간이야?"

 

 "아무튼 전 몰라요."

 

 어디선가 뜨뜻한 온돌 아랫목에서 메주 발효시키는 내음이 나긴 하지만,

 

 그게 이사님 발에서 나는 건지 그녀의 발꼬락에서 나는지는 통 모르겠더라.

 

 어쨌든 그들의 첫 데이트는 이렇게 막이 올랐다.

 

 과연 그들이 맺은 계약대로 100일 동안 수많은 비밀 만남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까?

 

 아니지..

 

 과연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을지, 모두들 궁금해하는 핑크빛 야심한 밤이로다.

 

 ...

 

 영화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을까? 무심코 나온 그녀의 한 마디.

 

 (근데 대체 이 영화, 언제 끝나는 거야?)

 

 ***

 <트럭 운전사 나미 1>_죠조 히데오 감독, 2008년작, "러닝타임 80분....."

 ***

 

 

 

 

 - 7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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