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1)
작성일 : 16-10-17 21:08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531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벽 6시. 이른 시각이지만 매일 이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몸은 피곤하고 눈은 떠지지 않지만 출근을 위해서는 지금 일어나야 했다.

 

 진하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팔로 눈을 꾹 누르며 정신을 차리고자 노력했다.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니 아직 다 풀리지 않은 피로 덕에 온 몸이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을 쳤다.

 

 출근, 출근준비를 해야지. 새로 출근하게 된 직장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집에서 한 시간 정도가 걸리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수도권이라면 한 시간 정도는 디폴트겠지만 여긴 지방이니까.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알바 여러 개를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거나 공시생인 상태를 유지하거나 이도 저도 안 돼서 집에 처박혀 있는 백수들도 많았다. 직장이 멀고 가깝고, 그런 조건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진하는 직업구인사이트를 통해 여러 곳에 지원을 했고 그 중 한 곳에 운이 좋게 합격했다. 근무 한 달 째. 사실 업무 강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다만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일이라 진상을 보게 되는 빈도가 높다는 것이 피로도를 높게 만들었다. 실상 업무는 어렵지 않은데 고객님들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고객님을 상대하는 것도 업무의 연장으로 본다면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오늘은 무사히 조용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침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버스를 타러 나가며 진하는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기분 좋은 하루가 되기를 기원했다.

 

 출근을 하는 사람들과 등교를 하는 학생들로 꽉 찬 만원 버스에 올라 꽉 찡겨서 손잡이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지옥 같은 출근길을 통과했다.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도착했다.

 

 웃자, 웃으면 복이 온다. 진하는 잔뜩 절어있었음에도 표정을 밝게 하고 인사를 하며 들어갔다.

 

 “안녕하세요!”“진하씨 왔어? 좋은 아침이야.”

 “네 좋은 아침입니다.”

 

 진하는 카페의 매니저인 승준에게 인사를 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유니폼으로 환복하고 거울을 보며 전체적인 복장을 바로 했다. 두 손을 입가에 가져가 살짝 대고 쭉 올리며 웃는 표정을 만들어보였다.

 

 그래 오늘도 웃자.

 

 서비스업은 감정노동이 대부분이었다. 웃는 얼굴은 기본으로 하고 있어야 했다. 무표정으로 손님을 받으면 괜히 고객의 소리에 오르고 짤릴 수도 있다. 이미 그렇게 짤린 직원을 본 적도 있다. 대부분은 잘리기 전에 그만두지만 그 분은 유독 잘릴 때까지 버틴 거였다.

 

 직장이 흔하지 않은데 정규직으로 입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열심히 할 사유가 되는 시대. 2016년의 대한민국은 지옥과도 같았다.

 

 적성에 맞는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한 번 합격하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국가직을 선호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엄청난 경쟁률에도 시험에 매달렸고 감히 그런 상황을 꿈꿀 수 없는 사람들은 진하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별 것 아닌 월급에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하는 직종을 반 억지로 직업삼아 살게 된다.

 

 남의 돈 버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들으며 살아왔기에 어느 정도 감수는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은 버틸 만 해도 일상이 되는 것은 괴로웠다. 이 일을 천직처럼 여기고 있는 승준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승준도 처음에는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딱 맞는 일이 있을 리가 없어. 진하는 자신도 노력하면 후에는 모든 일들에 달관하고 편하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는 것이었다.

 

 “진하씨 일찍 왔네?”

 “아, 신애언니 오셨어요? 휴우, 오픈조는 힘들어요. 버스가 애매하게 있어서 하나를 놓치면 완전 늦어버리거든요.”

 “맞아. 오픈은 지옥이야. 어서 갈아입고 오픈 준비해야겠다.”

 “저 먼저 나가서 준비하고 있을게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 같은 일을 하며 같은 고객들을 상대한다는 동료의식 때문인지 서로에게는 칼같이 예의를 지켰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고 들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다면 그 직장은 좋은 직장이다. 이런 말도 생겼을 정도다.

 

 진하가 먼저 나와 승준과 움직이며 부지런히 오픈준비를 했다. 빛의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신애도 곧 두 사람의 움직임 속에 합류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손에 익어 익숙하다보니 준비는 빨랐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다 어렵고 새롭게 느껴졌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은 이 모든 일들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웃으며 잘 해 봅시다.”

 “네 매니저님!”

 

 웃는 인상이 매력적인 승준이었다. 진하는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다가 애써 정신을 바로 하고 그녀가 일해야 할 곳으로 몸을 옮겼다.

 

 카페는 한가하지만 한가하지 않다. 한가한 시간대가 있고 사람들이 몰리는 때가 있고 자리를 잡아 일하며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부터 테이크아웃을 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3교대로 돌아가는 카페, 진하는 하루에 보통 8시간 정도를 카페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꽤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업무적인 일들이지만 말을 섞고,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가까운 가족, 친구들만 보고 살다가 무척이나 다양한 직종의, 다양한 사고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생경하면서도 불편했다. 익숙하지 않은 류의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들의 행동에 대응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어서오세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드시고 가세요?”

 “테이크아웃이요.”

 “주문 받았습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한 잔이요. 얼음 넣어드려요?”

 “얼음 적당히 넣어주세요.”

 

 그래, 이런 경우가 힘들었다. 적당히의 개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문제인 것이다. 아이스 음료 안에 들어가는 얼음이 너무 많아 실제 내용물을 많지 않다는 고객 불만들을 수렴해서 아이스 음료의 주문에 얼음의 유무를 묻는 것은 좋았다. 그런데 넣어주세요, 넣지 마세요. 그 둘이 아닌 제 3의 대답. 적당히 넣어주세요.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진하는 고객을 향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투명한 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얼음을 덜어보았다. 이 정도면 되려나?

 

 “고객님,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음. 조금만 더요.”

 “그러면 이 정도요?”

 “네 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4천원입니다.”

 “여기요.”

 

 카드를 받아 결제를 진행하고 내민 쿠폰에 도장도 찍어준 후 본격적 음료 제조에 들어갔다. 돈을 만졌던 손으로 음료를 바로 할 수는 없기에 손을 한 번 씻고 고객이 ok사인을 준 얼음이 담긴 컵에 음료를 담고 낸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그런데 진하에게서 음료를 받아든 고객은 불만을 표했다.

 

 “이거 얼음이 많은데요.”

 

 아니, 그거 네가 ok하고 했던 그 양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진하는 순간 욱 하는 감정이 올라왔지만 이런 진상쯤이야 웃어넘긴다고 생각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고객님께서 괜찮다고 하신 그대로 넣었는데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아서요. 빼 주실 수 없나요?”

 

 고객님아, 너는 뒤에 다른 사람들 안 보이니?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디에 쓰니.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기서 단호박을 먹고 거절하게 되면 카페의 이미지에도, 그녀의 이미지에도 그다지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하는 억울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손님이 내미는 아메리카노를 다시 받아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진하는 신애에게 미안했다. 이런 식으로 손님이 오래 머물게 되면 신애에게 많은 손님이 몰리게 된다. 신애는 평소보다 빠르게 오더를 받고 음료를 만들며 폭풍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진하는 뚜껑을 열어 음료에서 얼음을 덜어내고 빈 부분을 다시 아메리카노로 채웠다. 한 번 완성되어 나간 음료를 수정하는 과정은 손이 더 갔다.

 

 “여기 아이스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네.”

 

 고맙다는 말도, 수고하라는 인사도 없이 쌩 나가버리는 손님을 보자니 왜 불편을 감수하며 얼음을 덜어줬나 싶기도 한 기분. 진하는 이 찝찝한 기분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을이기에 느낄 수 있는 참담함이었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을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막 대해도 좋다는 법칙 같은 것은 없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쉽게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막 대했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니 그 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에게 그만큼의 대우를 해 줘야 한다는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 또한 필요에 의해 서비스를 찾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카페의 경우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은 커피나 음료, 또는 카페라는 공간이었다.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왕처럼 구는 것은 개념이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근무를 하려니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든 것도 같았다. 모든 사람이 방금 자신을 스쳐지나갔던 고객 같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 한 명의 잔상이 너무나 커서 쉽게 지워지질 않는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모닝 베이글이랑 카페모카요.”

 “드시고 가시죠?”

 “네, 아! 생크림 올리지 말아주시고요. 저번에 베이글에 들어간 크림치즈가 너무 밋밋했는데 오늘은 괜찮겠죠?”

 

 포장도 안 뜯은 완제품을 드리는 것인데, 크림치즈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제가 어떻게 아나요. 아하하. 내적 멘붕 2탄이었다. 진하는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모닝 베이글은 본사에서 보내주는 완제가 그대로 판매되기 때문에 저희도 내용물이 어떤지는 자세히 모른답니다.”

 “직원이 그런 것도 몰라요? 알았어요. 그러면 베이글을 됐고요, 카페모카만 주세요.”

 “네, 4500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다. 그래, 나는 괜찮다. 직원인데도 모르는 내 탓이지. 그래 다 내 탓이다. 진하는 어떻게든 좋게 생각해 넘기려 애썼다.

 

 “진하씨, 지금부터 내가 음료 전담할게. 진하씨가 주문 받아줘.”

 “네 언니.”

 

 오늘은 날이 좋지 않은데, 주문을 받으라고 한다. 아마 날이 좋지 않은가보다. 하루를 시작할 때 진상 손님이 오면 끝까지 이런 일이 이어지던데. 진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4500원 결제해 드렸습니다. 여기 진동벨이요.”

 

 손님에게 진동벨을 건네고 바로 다음 주문을 받았다. 두 번 당해서인지 벌써부터 겁이 났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주문은 됐고요. 이거 환불해줘요.”

 “……. 이건 어제 날짜 영수증인데요.”

 

 이미 지나버린 영수증, 다 먹어버린 컵을 들고 와서 환불을 요청한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내가 커피에 정말 민감한데요. 어제 받아간 아메리카노는 가짜였다고. 내가 아는 아메리카노는 그런 맛이 아니에요. 뭔가 사기당한 기분인데 참고 참다가 왔어요. 나 제대로 먹지도 않고 바닥에 다 내버렸어요. 먹지 않았으니 환불 받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신이시여.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진하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신을 찾으며 그를 원망했다. 이건 진상을 넘어선 무개념이다. 상대하기도 벅찬 이의 등장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자신을 도울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 울고 싶다.

 

 “어서 환불해 달라니까요?”

 

 누가…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4. 을의 반란 (11) 2016 / 10 / 29 319 0 5197   
19 4. 을의 반란 (10) 2016 / 10 / 28 412 0 5169   
18 4. 을의 반란 (9) 2016 / 10 / 25 480 0 5153   
17 4. 을의 반란 (8) 2016 / 10 / 24 332 0 5171   
16 4. 을의 반란 (7) 2016 / 10 / 23 357 0 5259   
15 4. 을의 반란 (6) 2016 / 10 / 22 348 0 5205   
14 4. 을의 반란 (5) 2016 / 10 / 22 350 0 5004   
13 4. 을의 반란 (4) 2016 / 10 / 21 414 0 5116   
12 4. 을의 반란 (3) 2016 / 10 / 18 445 0 5191   
11 4. 을의 반란 (2) 2016 / 10 / 17 339 0 5477   
10 4. 을의 반란 (1) 2016 / 10 / 17 337 0 5311   
9 3.5 키퍼학개론 - 헤롤드의 강의 2016 / 10 / 16 444 0 5158   
8 3. 지금까지 다 뻥이야! (2) 2016 / 10 / 15 404 0 5183   
7 3. 지금까지 다 뻥이야! (1) 2016 / 10 / 14 330 0 5498   
6 2. 나를 막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2) 2016 / 10 / 13 398 0 5502   
5 2. 나를 막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1) 2016 / 10 / 13 324 0 5177   
4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4) 2016 / 10 / 12 319 0 5069   
3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3) 2016 / 10 / 11 310 0 5446   
2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2) 2016 / 10 / 11 412 0 5204   
1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1) 2016 / 10 / 10 569 0 527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