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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관계자 외 접근금지
작가 : 풀링
작품등록일 : 2020.7.31

술만 마시면 구구단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 하윤은 우연히 만난 「클럽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와 징글징글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파격적인 막말과 각종 못 볼 꼴, 그리고 조울증 비스무리한 다중인격까지 3단 콤보를 펼치며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줬는데...

"저 남자가 새로 오신 대표님이라고?!"

 
3화 남친을 사칭한 자
작성일 : 20-08-02 12:07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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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확실한 건, 어제 누군가 내 남친 행세를 했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도와 목적이 없이 그런 친절을 베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하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왜 하필 내 남친라고 사칭을 한 거지?’

 

 온갖 추리력을 쥐어짜 봐도 「왜???」라는 의문문만 자꾸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전구가 반짝하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그렇지!!! 씨씨티비가 있었지! 천잰데~”

 

 “아이고 깜짝이야!!!”

 

 조용히 밥 먹다가 갑자기 하윤이 소리치며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밥 먹다가 깜짝 놀란 엄마.

 

 또 등짝을 얻어터진다.

 

 “악!! 아파. 엄마!”

 

 “으이그, 제발 하루라도 조용하게 살자.”

 

 하윤이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하윤네 집.

 

 “엄마. 근데 우리 아파트 방범 카메라나 씨씨티비 같은 거 달려있어?”

 

 “당연히 있지. 그런데 갑자기 왜!”

 

 엄마의 눈빛은 이미 ‘니가 또 뭔가 잘못을 했구나.’ 또는, ‘또 뭔 사고를 쳤네!’와 같은 확신이 찬 얼굴이다.

 

 “녹화된 거는 어디에 가면 볼 수 있어?”

 

 “무슨 일인데? 솔직하게 불어.”

 

 “아니… 어제… 내가… 차에서…”

 

 술 마시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분명 또 등짝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솔직히 말할 자신이 없었던 하윤.

 

 “아! 택시에 서류는 놔두고 내렸어.”

 

 “중요한 서류야?”

 

 딸의 거짓말을 믿는 눈치다.

 

 ‘좋아~ 아주 자연스러웠어.’

 

 “응. 엄~청 중요한 서류야.”

 

 “으이그, 그렇게 중요한 서류를 들고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다녀!!!”

 

 결국 또 등짝을 얻어맞는 하윤. 그것도 세 대나 획득하셨습니다.

 

 “악! 아파~ 딸이 내일모레면 서른인데 인제 그만 좀 때려! 엄마는 분명히 친엄마가 아닐 거야.”

 

 “한 대 더 맞고 싶지!!!”

 

 영원히 고통받는 등짝.

 

 저렇게 29년동안 스매싱을 당하고 살아온 하윤의 인생.

 

 어릴 때는 진짜 계모라고 생각했던 날도 많았다.

 

 부자 엄마는 따로 있고, 곧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고 믿고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어느새 스물아홉이 되었다.

 

 지금까지 안 찾으러 오는 걸 보면 애초부터 부자 엄마 따위 없었을지도 모른다.

 

 “관리실 소장님한테 말해 놓을 테니깐. 확인해 봐.”

 

 ‘계모 엄마는 취소다.’

 

 

 ***

 

 

 다음 날 아침. 회사 휴게실.

 

 “어머 어머!!! 진짜? 웬일이니?!!!”

 

 어제 기현과 있었던 일을 라연한테 얘기하니 리액션이 거의 방청객 수준이다.

 

 “그래서 안 자고 그냥 왔다고? 그걸 걷어차고 왔어?”

 

 “여자는 아무데서나 자는거 아니라고 했어.”

 

 “그냥 잠만 자는 게 아닐 텐데.”

 

 의심 드글드글한 눈빛으로 음흉하게 미소를 짓는 라연.

 

 “그게 더 싫어.”

 

 “뭐가 싫어? 내가 보기엔 좋을 때네.”

 

 은근 라연이 부러운 눈초리로 입맛을 다신다.

 

 “뭐가 좋을 때야?!!”

 

 “그래도 자고 가라고 조르는 거 보면, 아직 애틋함이 남아있는 거야.”

 

 “애틋? 맨날 피곤하다고 해서 밖에서 데이트한 게 언제였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나.”

 

 “하긴 한 남자를 8년 사겼으면, 이미 검은 머리가 수십번이나 파 뿌리가 됐겠다.”

 

 저런 쌍팔년도의 주례사를 빙자한 정체불명의 저주는 도대체 어디서 듣고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의미가 없으면, 재미라도 있든지 말이야.

 

 막상 저런 말을 내뱉는 라연이는 이미 한 남자를 10년째 사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깐 결론은 누가 기현이를 사칭했다는 거잖아.”

 

 “그 남자는 때마침 거기에 나타났고, 때마침 잘생기기까지 했는데, 정작 나는 그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거야.”

 

 “예상 가는 사람도 없어?”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눈을 마주쳤다.

 

 “명이 선배?”

 

 “최명 전무님?”

 

 “응.”

 

 “허언증이니? 아무리 학교 선배라지만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이지 마.”

 

 “내 주위에 키 큰 사람은 선배밖에 없단 말이야..”

 

 “너무 일차원적인 대답이잖아. 그리고 진짜 전무님이였다면 대충 목소리만 들어도 직원들이 다 알아차렸겠지.”

 

 “그렇긴 하네.”

 

 쓸데없는 추리력은 결국 능력 발휘도 못한 채 대화는 종료되었다.

 

 

 ***

 

 

 퇴근길.

 

 아파트 관리실에 들른 하윤은 과일 주스 한 상자를 내밀며 최대한 밝고 친근하게 인사한다.

 

 “소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204호 아가씨네”

 

 “저희 엄마가…”

 

 “아~ 씨씨티비 확인해야 한다고 했죠? 안쪽으로 들어와요.”

 

 “네. 감사합니다. 실례 좀 할게요.”

 

 씨씨티비를 관리하는 「통신실」이라고 쓰인 사무실로 들어간다.

 

 “엊그제 밤이라고 했죠?”

 

 “정확하게는 아침에 4시 반, 5시쯤요. 제가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야근이 잦아요. 홍홍.”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를 또 굳이 해가며 간드러지는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이 정도 깔아놨으면 아무리 이상한 게 찍혀있더라도 최소 ‘미친뇬’ 소리는 안 듣겠지.’

 

 신들린 연기력으로 본의 아니게 실력 발휘를 해버렸다고 속을 뿌듯해하는 중이다.

 

 관리소장은 앞으로 되돌려 감았다가 플레이했다가를 몇 번 반복하더니 곧 의자에서 일어난다.

 

 “여기 앉아서 봐요. 오른쪽 키를 누르면 빨리 감기가 돼요.”

 

 “네.”

 

 “난 한 바퀴 경비 돌고 올 테니, 혼자 보고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어떤 민망한 영상이 담겨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관리소장이 때마침 자리를 비켜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하윤.

 

 소장이 보는 건 곧 엄마가 보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창 씨씨티비를 확인하는데, 새벽 4시 반을 막 지났을 때쯤, 검은색 SUV가 한대 들어온다.

 

 ‘저 차인가? 처음 보는 차 같은데...’

 

 좀 더 정확히 보기 위해 좀 더 가까이 화면으로 다가가 앉는다.

 

 차가 멈추고, 조수석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폴짝 뛰어내리는데…

 

 ‘나…?’

 

 게다가 착지 실패로 바로 땅바닥에 꼬꾸라진다.

 

 씨씨티비 화면 안에서 꼬꾸라진 여자는 누가 봐도 하윤이다.

 

 ‘이번 생은 수치사해서 사망하게 하실 건가 보다. 망했어. 모르는 사람한테 못 볼 꼴을 다 보이고 다녔어.’

 

 그때, 운전석에서 어떤 키가 큰 남자가 급히 내린다.

 

 ‘검은색 후드티… 이 남자가 그 남자구나.’

 

 시원하게 쭉 뻗은 팔다리는 뭘 입혀놔도 간지가 철철 흘러내릴 실루엣이었다.

 

 순간 멘솔향의 바람이 불어 눈이 상쾌해졌다.

 

 자신의 못 볼 꼴을 보다가 눈을 소독하여 정화된 느낌.

 

 자기 비하 과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뒤로 갈수록 팩트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넋 놓고 남자를 감상하는 동안, 영상 안의 하윤은 아직 자빠진 그대로 누워있다.

 

 남자는 급히 하윤에게로 다가와 부축하며 일으켜 세워준다.

 

 옷에 묻은 흙도 털어준다.

 

 화면 속에 빨려 들어갈 기세로 남자를 뜯어 봤지만, 도저히 얼굴은 알아볼 수가 없다.

 

 차 번호는 화단에 완벽히 가려져 단 한 글자도 보이지 않았다.

 

 ‘모델인가? 얼굴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이미 잘생겨 보이네.”

 

 조그만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찾아왔지만, 결국 그 남자의 외모에 감탄만 하고 있는 하윤.

 

 나중을 대비해서 사진을 몇 장 찍어두기로 했다.

 

 특히 차종과 후드티의 남자가 잘 보이게.

 

 남자는 하윤을 차에 기대도록 세워놓고, 차 안에 하윤이 버리고 내린 가방을 챙기는 듯했다.

 

 그 사이 하윤은 잠이 들었는지 다리가 풀려서 앞으로 꼬꾸라질 뻔한 걸 한쪽 팔을 뻗어 민첩하게 받아낸다.

 

 ‘와우~ 운동 신경. 아주 칭찬해.’

 

 남자는 부축해서 바로 잡아 세운 하윤의 긴 머리카락을 양쪽 귀 뒤로 넘겨준다.

 

 하윤은 지금 저 상황이 자신에게 닥친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려 붉어질 대로 붉어져 이미 홍조가 파티를 하고 난리가 났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심쿵한 장면이 나왔을 때처럼 감정이입을 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흥미진진하기까지 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배꼽 아래가 간질간질해져서 빨리 다음 장면을 보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흉하게 다리를 달달 떨며 보고 있다.

 

 하지만 곧 못 볼 꼴 2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영상 속 하윤은 계속 땅을 주시하듯 고개를 떨구고 있더니, 급기야 땅바닥에서 흰색의 뭔가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요리조리 보더니 바로 입으로 직행.

 

 ‘나… 설마… 땅에 떨어진 거 먹은 거야???’

 

 당황한 남자는 급히 입안에 들어간 것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씨씨티비 주제에 화질이 이렇게 선명하고 하고 난리야!!!’

 

 충격에 빠진 하윤은 땅에 떨어진 거 먹는 부분을 정지해놓고 한참을 넋을 잃고 들여다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던 걸까.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다급해진 손놀림으로 버튼을 이것저것 막 누르기 시작한다.

 

 ‘삭제해야 해. 이 부분만이라도 삭제시켜야 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돌아온 관리소장.

 

 “다 확인했어요?”

 

 “아…네.”

 

 결국, 영상 삭제는 실패했고, 이사를 하든지 이민을 가든지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집으로 향한다.

 

 씨씨티비에서 건진 정보는 자신을 데려다준 사람이 기현이 아니라는 것과 자신이 땅에 떨어진 것을 먹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 짧은 시간에 후드티의 남자와 친밀감이 생긴 듯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온 하윤은 조금 전 씨씨티비 화면을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고 사진첩을 여는데, 오늘의 마지막 시련을 선사해 주신다.

 

 ‘사람들은 보통 이럴 때 인생 폭망이라고 하더라.’

 

 회식 날 클럽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고, 곧이어 알 수 없는 비슷한 사진이 수십 장이 찍혀있다.

 

 ‘도대체 뭘 찍은 거야?’

 

 흔들리고 번지고 빛에 노출이 많이 된 사진들.

 

 대부분이 하윤의 음주 셀카 사진이었다.

 

 어떻게 찍으면 셀카가 전부 심령사진처럼 나올 수 있는지 하윤은 진짜 궁금했다.

 

 그중에서 유독 한 장만 어떤 장소의 내부를 찍은 거 같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아무리 봐도 자주 가는 식당이나 술집은 아닌 거 같았다.

 

 

 ***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하윤은 라연을 불러내서,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조용히 휴게실로 내려간다.

 

 모닝커피를 한잔하며 회식 날 찍은 의문의 사진을 라연에게 보여준다.

 

 “여기 어딘 줄 알겠어?”

 

 “좀 알아보게 사진을 찍어와야지.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이런 사진을 보고 어딘 줄 어떻게 아니?”

 

 “모르겠지?”

 

 “하지만… 알 방법이 있지. 넌 친구 잘 둔줄 알어.”

 

 거만한 표정을 짓더니 라연은 핸드폰을 가로채서 사진 정보를 확인한다.

 

 “여긴 「에스 호텔」 부근이라고 나오는데.”

 

 “에스 호텔? 내가 그날 에스 호텔까지 갔다고?”

 

 “그런가 보네.”

 

 “누구랑?”

 

 “혹시 네 남친이라고 사칭하고 다니는 남자랑?”

 

 “악!!! 미쳤어!!!”

 

 “새벽 2시 13분에 이 사진을 찍었나 보네.”

 

 “나… 그 시간에 거기서 뭘 한 걸까?”

 

 “남자랑 단둘이서 호텔에서 뻔하지!”

 

 “나… 음모에 빠진 거 같아.”

 

 이미 어느 정도 재난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초토화되어 엉망진창일 줄은 몰랐다.

 

 “뭐.. 가볍게 원나잇 했다고 생각해. 네 나이에 부끄러운 거 아니야.”

 

 토닥토닥 위로 같았지만 자신을 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 이번 생애는 왜 이렇게 시련이 많은 거니?”

 

 그때 마침 휴게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시련이 그렇게 많아요?”

 

 부드러운 중저음의 익숙한 목소리.

 

 ‘이 목소리는…’

 

 “어머!! 전무님. 안녕하세요.”

 

 “전무님. 안녕하세요.”

 

 둘만 있는 휴게실에 최명 전무가 들어왔다.

 

 “누가 괴롭히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아… 그게 아니라…”

 

 누가 봐도 당황한 표정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하윤.

 

 “그럼. 공라연 대리님이 힘든 거예요?”

 

 “아뇨. 전혀요. 전무님 덕분에 아주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건 너무 준비한 멘트 같은데요?”

 

 “그….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하하.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저런 말을 던져 놓고 홀연히 사라진 최명.

 

 하윤과 라연은 몸과 얼굴이 다 경직되어있다.

 

 “가셨냐?”

 

 “가셨다.”

 

 “원래 너희 선배는 원래 농담도 하고 저렇게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너희 전무님이기도 하거든.”

 

 “그나저나… 우리 휴게실에서 농땡이 친 거 현장 발각된 거 같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뛰어서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젠 휴게실도 안전하지 않아.’

 

 자리로 돌아오니 기다렸다는 듯이 내선 전화가 울린다.

 

 “네. 영업 1팀 진하윤입니다.”

 

 -“하윤아.”

 

 “네?... 아! 네. 전무님.”

 

 조금 전에 만난 최명 전무의 전화다.

 

 -“바쁘지 않으면 잠시 내방으로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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