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따라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호텔방으로 들어온 미령은 뒤따라 오는 성현을 두고 버럭 성을 냈다.
"너야 말로... 여긴 왜 온거야?"
"뭐?"
성현이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내 던졌다.
미령 앞으로 떨어진 서류철이 활짝 열렸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흠짓
놀랬다.
"이젠 내 물건까지 뒤지니?"
"우리 형님... 왜 만나려는 거야!"
미령이 비웃고 미니 냉장고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내 땄다. 벌컥벌컥 들이
마시고 구겨 던졌다. 성현이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널 날 왕비로 만들어줄 수 없으니까!"
"뭐라구?"
"잊었어? 난 그레이스켈리야."
"미쳤구나. 너."
"그래... 나 미쳤어. 그러니까 건들지마!"
"그래서... 형님하고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못할 건 또 뭐야....!!"
대수롭지 않게 씩 웃었다.
"그럼 난 뭐니..."
미령은 구두를 벗고 침대 이불 속으로 몸을 눕혔다.
"구질구질하게 내 뒤를 미행할거라면 당장 한국 가!"
허탈하게 호텔방을 나온 성현이 걷지 못해 주저앉았다.
[미령이를 봤을 때 아름다운 천사인줄로만 알았어요... 그렇게 정신적인
고통을 앓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난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아
파보였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라곤 생각 못했으니까요... 내가 그렇게
방관하고 있는 사이 미령은 형님의 여자가 되어갔어요.... 소라라는 친구
를 만나곤 더더욱 날 밀어냈어요.]
"너한테는 소라가 있잖아!"
밤늦게 들어오는 미령을 붙잡고 성현이 야단했다.
"소라는 그저 친구야."
"허. 남녀관계에서는 친구없어."
"미령아... 제발..."
"피곤해. 날 제발 내버려두란 말야!!"
잠 한 숨 못 잔 성현이 새벽에 배달 온 신문을 가져왔다.
//재벌 그룹 회장, 미모의 여대생과 열애중//
미령아......
R............R..........R.........R.........
"여보세요."
"신문봤지?"
다급했는지 아침부터 소라가 전화했다.
"미령씨 니 여자잖아..... 그런데 어떻게 우리 회장님과 열애중이야?"
".......소라야. 나 피곤하거든."
"조성현! 정신차려. 사랑하는 여자 뺏기지 말란 말야. 너가 형님보다 뭐
가 부족해서... 그리 보고만 있어."
"미안해. 전화 끊을게."
[그리고 몇 일 뒤에 미령은 청첩장을 내밀었습니다. 내가 형님보다 못해
서가 아닙니다. 어쩌면 미령은 나와 인연이 아닐지도 몰랐으니까요... 좋
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는 틀리잖아요. 미령은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나
는 좋아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