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미령 앞에 남비서가 유령처럼 스르륵 섰다. 그리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일어나보시죠..."
".........."
"은미령씨!!"
미령은 뒤척일 뿐 눈을 못 떴다.
"조성현과 어떤 관계입니까?"
속눈썹이 바들바들 떨리다 열렸다.
"조성현과 어떤 거래가 있었습니까?"
미령이 윗몸을 일으켜 남비서를 올려봤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움찔했
다.
"거래라뇨....... 난 그 사람과 헤어졌을 뿐이에요...."
"아직도 거짓말을 하십니까?"
"거짓말....... 몰라요... 난...."
남비서가 분에 찬 얼굴로 보이는 스탠드를 잡았다. 금방이라도 내리칠듯
한 기운으로 노려봤다.
"모른다구요?"
"몰... 몰라요..."
못 참겠다는 듯 스탠드를 탁자에 내리찧었다. 박살난 스텐드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아아악!!! 미령이 놀라 소리쳤다. 도우미도 놀라 달려왔지만
남비서를 말릴 순 없었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
도우미가 문틈으로 훔쳐보다 전화기를 찾았다.
"조성현이 누군지 아시잖아요!!"
"몰... 몰라요..."
미령은 귀를 막고 어깨를 들썩였다.
남비서는 잡히는 대로 던지고 깨부셨다.
"어디까지 속일 작정입니까!! 은미령씨. 당신은 누구죠!!"
"전 회장님을 사랑해요....."
"더러운 입으로 회장님을 사랑한다고 하지 마세요!!"
"남 실장님......"
"어디서부터 작정하고 덤비셨습니까!! 일본? 아니죠... 그 전부터 아셨겠
죠?"
미령이 서럽게 울었다.
"뭐 때문에 우십니까!!"
남비서가 미령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난 그래도 믿었습니다. 은미령씨를 회장님의 아내로 최선을 다해 모시겠
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전 회장님을 사랑해요....."
미령의 목을 졸라 흔들었다.
"어디 사랑한다고 다시 말해보세요!! 해보세요!!"
"전... 회장님......님을... 사랑해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컥컥 거렸다.
기가 막힌 남비서가 그제야 손을 풀렀다.
"독한 사람이군요..... 하지만 회장님을 능멸한 죄는 제가 다 갚아드리
죠......"
남비서가 나가고 미령은 목을 만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차에 올라타 핸들을 꺽는 순간 직전으로 달려오는 원길 차가 보였다. 남
비서가 불안하게 차에서 내렸다. 남비서를 본 원길이 아연실색한 얼굴이
었다.
"남비서,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나!!"
"회장님. 그게..."
"자넨 해고야! 다신 보고 싶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