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을 튀기듯 하이힐 구두가 밟고 지나갔다. 구두는 주변을 헤매듯 돌
아보다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갔다. 구두를 따라 올라가면 초췌한 소라였
다. 다이얼을 누르고 입가에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저... 제보할 게 있는데요..."
붉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사이버수사대장에게 전화가 연결 된 건 다음날이었다.
"고맙습니다. 다시 전화주셔서..."
"아니요. 진실을 아는 사람이 있는데 괜히 세금낭비할 거 없잖아요..."
"직접 얘기보세요..."
수사대장이 초조하게 상대방의 음성이 들려오길 기다렸다.
"익명은.... 보장되는 거죠?"
"약속드립니다..."
소라가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푸른 눈을 가진 거머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그건 저희쪽에서도 조사했습니다."
"이름은 조성현..."
수사대장이 옆에 서 있는 경관에게 손짓했다. 경관은 급히 녹음 테잎을
돌렸다.
"이름은 조성현... 나이는 스물 일곱... 경기도 파주 사람입니다..."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혹시 보상을 원하신다면......?"
"보상은 필요없어요. 다만 그 사람.. 꼭 잡아주세요. 제 보상은 그 뿐입
니다."
"알겠........"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라가 전화를 끊었다.
수사대장이 눈을 부릅뜨고 경관을 쳐다봤다.
"이젠 게임 아웃이군!!"
"제보가 확실할까요?"
"목소릴 듣고도 모르겠나. 이 여자.. 아마 그 남자와 같이 움직였을거
야..."
"네...?"
"그러다 계획이 틀어진거지... 원한이 서린 목소리잖아..."
수사대장은 메모지에 인적사항을 적고 신원조회를 의뢰했다.
미령이 회장실에서 연락을 받고 원길을 집으로 데려왔다. 지친 원길을 침
실에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 배에 통증이 온 듯 미령이 움켜쥐었다. 도우
미가 놀라 미령 곁에 섰다.
"피......"
미령이 미간을 찌푸리고 내려봤다.
가랑이 사이로 붉은 핏물이 흘렀다.
도우미가 남비서를 불러들였다.
"무슨 일입니까!"
"여사님이 하혈하셨습니다..."
남비서가 작은방에 누워 있는 미령을 돌보러 들어왔다. 미령이 힘겹게 미
소를 지었다.
"회장님 때문에 놀라셨나보군요......."
"남비서님이 원하는 대답에 충분한가요....."
"...... 쉬세요."
남비서는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미령도 정신을 잃고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