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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18
작성일 : 20-04-20 22:08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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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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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련대회에서 금의환향 한 것은 단순히 진주만의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지독했던 아영의 꼬리표도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반장~ 대련대회 단체전 1등에 빛나는 반장 아니야~”

  맞지. 그중에서도 가만있을 도형이 아니지.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영에 기다렸다는 듯 양팔을 좌우로 흔들며 반겼다. 안 그래도 오는 길 내내 자신을 보고 눈이 동그래지던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피로를 느끼던 아영이었다. 별다른 반응 없는 아영에 도형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아영을 향해 걸어가려 했지만 자신을 붙잡는 결에 그러지도 못했다.

 “아이 왜? 우리 반장 축하파티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과한 반응에도 결은 사람 좋은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아영을 혼란스럽게 만든 건 비단 도형과 같은 친구들만이 아니었다. 아영은 학당에 입학 후 이렇게 많은 동아리가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가장 먼저 찾아온 건 학생회였다. 그 사람은 능구렁이라기엔 해맑았고, 마냥 친화력이 좋다기엔 꽤나 영리해보였다. 쉬는 시간이 되기 무섭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단숨에 아영의 앞자리를 꿰차고 앉아 쉴 틈 없이 입을 털었다. 처음엔 10년은 봐온 사이처럼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하더니 어느 순간 왜 학생회를 들어야만 하는지 일장연설이 이어졌다. 쉬는 시간이 10분이 아니고 1시간이었음 아영은 기절했을 수 도 있겠다.

 

  하지만 학생회는 시작에 불과했다. 국궁동아리, 약초동아리 무슨 오만 동아리에서 쉬는 시간마다 교실 문을 열어젖혔는데, 보다 못한 다은이와 민지가 앞, 뒷문 하나씩 틀어막았고 결은 한 술 더 떠 선생님들 끌어들였다. 교실이 보호되자 이제 남은 것은 점심시간 이었다. 원래 반장에 이번 대련대회를 버프로 같이 밥 먹는 인원도 조금 늘게 되었다. 덕분에 아영을 가운데 두고 둘러 싸 누구 하나 옆자리에 앉을 수 없었는데, 그럼에도 포기할 동아리원이 아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 어깨를 톡톡 치는 이들에 아영은 밥을 먹는 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다. 원체 먹는 속도가 느린 사람인데 더불어 중간 중간 끊기기까지 하니 항상 반도 못 먹고 식사를 마치는 게 부지기수였다. 결국 밥 먹다 열 받은 민지가 숟가락을 집어 던지며 ‘애 밥 좀 편하게 먹읍시다!’를 외쳤고, 그나마 학교 끝나는 시간까진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여하튼 요즈음 진주만큼은 아니어도 덩달아 떠들썩한 삶을 보내고 있던 아영에게 기어이 일이 터졌다.

 “아영아, 너 요새는 부채고리 안 달고 다니네?”

 “...어?”

  그게 아영도 모르는 사이의 일이라 문제인 것이지. 들어 보인 부채에는 달랑거려야할 무언가는 사라진 채 끊긴 실끝만 덜렁거렸다..

  그날로 아영은 온 곳을 뒤집고 다녔다. 교실, 기숙사, 그리고 대련대회가 열렸던 그 넓은 필드까지 안 뒤진 곳이 없었다. 아영을 따라 온 동네를 쑤시고 다니던 다은과 민지도 결국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그래서 찾았으면 다행이지. 못 찾았으니 문제다. 당장이라도 아영이 벽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라 둘은 사이좋게 아영의 양쪽을 꿰어 차고 화개로 향했다. 못 찾으면 어떡해? 같은 거라도 끼우면 그나마 낫겠지. 그러고 나서 다시 찾던 포기하던 그러는 게 우리도 아영이도 살 길이야. 틈만 나면 부채고리 찾겠다고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느라 피곤에 절은 아영이 버스에 궁둥이를 붙이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커튼을 치고 옷을 여며주던 다은과 민지는 생각했다. 이것이 아영 어린양에게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이라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아영의 양쪽 팔을 하나씩 꿰어 찬 다은과 민지는 화개를 향해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아니 근데 팔찌는 어디서 샀는지 알았어도 부채고리는 우리가 어디서 샀는지 모르잖아? 그래서 아영이 고이 찍어 둔 사진을 들고 수소문해서 겨우 매장을 찾았지.

 “이거 여기서 파는 물건인가요?”

  얇은 은테 안경을 쓴 꽤나 꼬장꼬장해 보이는 양반이 핸드폰 안으로 들어갈 것 같이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말하더라고.

 “네, 맞네요. 저희 매장에서 판매했던 겁니다.”

  그 말에 아영이는 드디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고 민지는 박수를 빡빡쳤지. 근데 잠깐만 왜 과거형이야? 다은도 따라 웃다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깨림찍함에 다시 그 직원 양반을 쳐다봤다.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슬픔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건지. 우리 어린양 말려죽일 작정이야?

 “하지만 지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왜죠. 어째서 인가요.

 “이 제품은 저희 봄맞이 매화 스페셜 에디션이거든요.”

  뭐야 미친 거 아니야? 지금 여기서 한정판이 왜 나와. 진짜 있는 놈들이 더한다고 어쩐지 오지게 이쁘더라. 한정판이었어. 스페셜로 하는 김에 하나만 더 만들면 안 되나요? 저희가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은은한 미소로 거절당한 세 명은 결국 빈손으로 나와야 했다. 그 와중에 가격이나 알고 가자며 홀로 다시 들어간 민지는 웃으며 걸어 나왔다.

 “야 됐어 그냥 걔보고 질렸다고 새로 사달라 해.”

 “그런 인자한 미소로 말하지 마. 더 미친 거 같아.”

 “야! 아영이 다은이! 지치지마!! 일단, 어? 일단 식혜나 한 사발 하자. 당부터 채워.”

 

  그날은 뭐 그렇게 소득 없이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고 며칠이 지났다. 괜히 화개가자고 했나. 이제 괜찮다며 둘을 다독이는 부처같은 얼굴의 아영에 오히려 더한 죄책감에 휩싸인 둘은 머리를 쥐어 쌌다. 애가 얼마나 괴로웠으면 저런 인자한 표정으로 우리를 위로하는가. 다시 뭐라도 해보자. 다은과 민지는 둘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저런 대안을 내놓아봤지만 어느 하나 마땅치 않았다. 맨날 둘이 모여 수근덕거림에 의아한 다른 몇몇 친구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봤지만 그 역시 마땅치 않았다.

 

 소환술은 어때? 우리 아직 못하잖아 기각.

 선배한테 부탁해. 대외비라 안 돼. 기각.

 그 금속탐지기로 쓸면서 다녀봐. ...내가 그거 유리세공품이라고 오조오억번 말하지 않았냐?

 그럼 직접 만드는 건 어때? 너 진짜 미친놈이냐? 안 그래도 열 받는데 너 한 대치고 빵 가?

 덕분에 속만 시끄럽고 좋다. 다 꺼져 미친놈들아.

 

 “아니 아까 셀프로 만들라던 새끼는 뭐하는 새끼야.”

  밥을 먹다 울컥 화가 차오른 민지가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러다 분노조절장애 올 것 같다.

  그러다 해답 아닌 해답을 찾은 곳은 진주랑 자주 붙어 다니던 선배이자 틈날 때마다 아영을 찾아 돌아다니던 사람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다원에 앉아 음료를 쪼로록 쪼로록 들이키며 더 이상 나오지도 않을 생각을 쥐어짜내다 지는 해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때였다.

 

 “어? 아영이 친구들? 안녕!”

 “안녕하세요..”

 “아영이는 어디가고 둘만 있네?”

 “아영이 반장이라 바빠요. 안 그래도 바쁜데 대련대회 이후로 여기저기서 아영이 데려가려고 아주 난리 난리라.”

 “어, 그러고 보니 선배도 그러잖아요? 어쩐지 보자마자 아영이 찾더라.”

 “에이, 후배님들 그러면 나 너무 서운해. 난 단순히 후배님들 보고 반가워서 인사했던 것 뿐이라고.”

  예 뭐, 그러시겠죠. 매가리라곤 하나 없는 모습으로 대답하곤 테이블에 널부러졌다.

 “왜 이렇게 힘이 없어들? 어? 뭐라도 사줄까?”

 “됐어용.”

  민지가 손만 겨우 들어 손끝을 휙휙 저었다.

 “뭔데뭔데. 말해봐. 혹시 알아?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인지.”

  전에 봤을 때도 그랬지만, 친화력은 어찌나 좋은지. 이름은커녕 서로 선배님 후배님이라 부르며 겨우 인사 몇 번 한 사이면서 벌써 자리를 트고 앉았다.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오는 엉덩이에 결국 자리를 내어줬다.

 “선배님 나중에 아, 내가 도와줬으니까 아영이 데려오라고 그러실 거죠?”

 “에헤이, 아니라니까? 내가 누구야! 다 학생회장의 복지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말해봐.”

  웬만해선 붙은 궁둥이가 떨어질 것 같지 않자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은에게 토스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저희가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그게 한정판이라 이제 구하지도 못하고 근데 찾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래요.”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학교 안에서?”

 “그렇죠. 근데 저희는 소환술을 아직 못쓰니까..”

 “학교에서 잃어버린 거면 소환술 쓸 필요 없는데? 내 동년배들 다 소환술 까먹기 일보직전이다!”

 “뭐야... 그럼 어떻게 찾아요?”

 “너네 도깨비 몰라?”

 “뭔 도깨비...”

 “후배님... 지금 눈빛 뭐야... 나 조금 상처받았어.”

  다소곳하게 양손을 가슴에 얹는 이었다.

 “여하튼 학교생활하면서 나 한 번도 물건 잃어버려서 소환술 쓴 적은 없는데.”

 “아니, 잠깐만... 도깨비..?”

 “엉! 도깨비! 후배님들 아직 도깨비한테 안 빌어봤어?”

 

  그 선배는 신이나 떠들었다. 이 도깨비가 말이야 예전에는 그냥 사탕 하나만 놓고 빌어도 찾아줬는데 요새는 말이야 시세가 좀 높아져서. 그래봤자 한 두알? 그래도 어쨌든 예전엔 한 알이었는데 두 알이면 100프로가 증가한 거잖니. 어? 헛소리는 짧게 하라고? 아이. 알았어. 거 참 야박하긴. 아아, 근데 말이야 내 친구가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메밀묵은 예나 지금이나 속전속결 문제해결 백프로라고 하더라. 근데 메밀묵은 장에 나가야 살 수 있으니까. 그냥 달달한 거 사서 부탁하면 다 해결해줘. 많이 밀리면 좀 시간이 걸리긴 해도. 시험기간 이럴 때는 애들이 정신을 놓고 다니니까 잃어버리는 게 많잖아. 그럴 때 빼면 그래도 하루, 이틀이면 다 찾아줘. 아 그리고 내가 전에 한 번 도깨비 따로 만난 적 있었는데 키도 엄청 크고 얼굴 진짜 와, 사실 나도 어디서 못난 얼굴은 아니, 어? 닥치라고...? 어? 내가 잘못 들은 거라고? 그런... 그래. 아니, 아니야. 응. 도깨비 엄청 잘생겼다구.. 그 말 하려고 그랬어... 근데 그렇게 무섭게 안쳐다보면 안 돼? 나 그래도 너네 도와주고 있잖니. 어? 아니 인상가지고 뭐라 하는 게 아니고. 나 그런 사람 아니다 후배님들? 자자 다시 도깨비 이야기 하자. 성격도 엄청 좋아. 나 그렇게 착한사람, 아니 사람이 아니지. 그런 도깨비는 처음이야. 그 도깨비 말고 만나본 적 있냐고? 어... 사실 그 도깨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긴 한데.. 후배님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야? 응. 근데 나 이거 물 좀 마셔도 돼? 목이 왜 이렇게 타니. 어쨌든 이거 몰랐다니 진짜 헛으로 학교 입학했네. 내가 정말 꿀팁 하나 전수했다. 아이 정말 오늘도 참 보람찬 하루다. 그래서 아영이는 어디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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