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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3. 지금까지 다 뻥이야! (2)
작성일 : 16-10-15 21:28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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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헤롤드는 새로 들어온 종이책들의 바코드 작업을 시작했다. 기술은 점점 더 진보하고 새로운 매체들도 들어났지만 클래식한 것들도 유지돼야 했다. 전자책이 등장했음에도 그 존재가 종이책을 전부 대신하지는 못했고, 리얼북이 생겼지만 그 리얼북이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를 대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독자의 취향이 다양한 탓이었다. 전자책은 종이를 넘기는 손맛이 없다는 이유로 종이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었고, 휴대가 간편하고 결제와 동시에 책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전자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리얼북은? 리얼북은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독자들과 자신의 뜻을 그대로 전하고 싶은 작가들이 선호하는 매체였다. 또한 개발자, 리얼북의 등장과 동시에 직업을 얻게 된 키퍼도 리얼북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는 무슨. 헤롤드는 키퍼이지만 리얼북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헤롤드는 책장을 넘기는 손맛을 좋아하는 클래식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종이책이 들어왔을 때 바코드 작업을 하고 책을 꽂는 일은 스스로가 원해서 도맡아 하곤 했다.

 

 그리고 키퍼가 그렇게 대우를 받는 직업도 아니었다. 리얼북으로 출판된 책은 극히 제한적이다. 최근에 나온 책들은 리얼북 출판을 병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의 고전들은 리얼북화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작가가 사망해서 작가의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집필 시기가 오래 된 소설들도 리얼북화는 어려웠다.

 

 게다가 리얼북은 가격이 비싼 축에 속했다. 개인이 리얼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달 사용료를 내면서 리얼북 리더기도 사용해야 했다. 도서관에는 조금씩 장서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이 보유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키퍼는 리얼북을 이용하는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일이 많아진다. 반대로 리얼북을 이용하는 유저가 적으면 잉여로운 캐릭터가 된다.

 

 현재의 키퍼는 잉여에 가까운 존재였다. 소롤의 경우처럼 골치 아픈 건이 아주 가끔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스토리의 방향을 감시하는 정도의 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지 않았기에 키퍼들을 뽑아두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일에 그 인재를 쓰는 일은 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키퍼들은 국립 도서관 소속이다. 국립 도서관에 키퍼라는 직위로 소속된 것이 아니라 사서라는 직위로 소속되었다. 평소의 우리는 키퍼의 일이 아닌 사서의 일을 한다.

 

 대신 일반 사서와는 다르게 리얼북의 일도 같이 본다. 월급은 같다. 일은 많다. 그래, 손해 본다는 말이다.

 

 일반 사서는 야근을 하지 않지만 키퍼는 야근을 했다. 극히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소롤 같은 존재가 나타나서 리얼북을 망치려 들면 그 때는 시간을 들여서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 짓고 가야 했다.

 

 헤롤드는 라이트를 떠올렸다. 그는 야근은 기본으로 하고 철야도 한 초과근무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였다. 스스로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렇지만 말이다.

 

 “어이, 오늘도 잔업이야?”

 

 사서장 레이널드였다. 헤롤드의 입장에서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감투 따위는 필요 없이 적당히 일만 하면 됐던 헤롤드에게 키퍼의 리더라는 중책을 맡긴 사람. 그리 반갑지 않은 존재였지만 지금은 어쩌면 필요한 순간에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네. 방금 리얼북에서 나온 덕에 일이 밀렸거든요.”

 

 귀환을 생각하니 또 한숨이 나왔다. 강제종료로 지켜내기는 했지만 아찔했다. 만약 이야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원작자님을 뵐 면목이 없게 될 뻔했다.

 

 “리얼북? 오랜만에 사고치는 사람이 나타났나보네.”

 “사서장님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소롤이라고 사고 잘 쳤던 사람이요.”

 

 오늘에야말로 보내버리고 말겠다. 다시는 리얼북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겠다. 헤롤드는 무척이나 진지한 상태였다.

 

 “아, 잘 알지. 계속 출동했잖아. 왜 그 아이는 자네가 근무하는 때에만 나타나서 사고를 치는지 원.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려나?”

 “그런 인연이라면 죽어도 사양하겠습니다.”

 

 절대로 싫다. 만약 방금 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상황의 로맨스를 원하는 거라면 더더욱 싫다. 헤롤드의 표정에 그 마음이 그래도 드러났다. 레이널드는 헤롤드의 표정 변화를 보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헤롤드의 표정을 이렇게 변하게 만들다니. 소롤이라는 아이 정말이지 대단한데?”

 “사서장님보다 200배는 더 싫은 것 같습니다.”

 “그건 나도 싫다는 말인가?”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아니었습니까?”

 

 헤롤드의 대답에 레이널드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었다. 알면서 떠보는 것이 역시 기분 나쁘다. 헤롤드는 레이널드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손을 움직였다. 아무리 일이 좋아도 야근을 길게 하고 싶지는 않다.

 

 “원래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하지.”

 “저는 사서장님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아, 사랑은 아니고. 음… 우정의 의미로라도?”

 “그것도 싫습니다.”

 

 단호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단호하고 싸가지 없게 말해도 사서장 레이널드는 항상 웃는 낯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헤롤드는 한숨을 침과 함께 삼키며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아, 이걸 해주시지 않으면 더 싫어질 것 같습니다.”

 “뭐? 뭐야. 뭐라도 할게. 더 미움받기는 싫다. 친하게 지내자고!”

 

 아, 갑자기 말하기 싫어진다. 그렇지만 소롤을 보는 것보다는 레이널드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헤롤드는 내적고민을 끝내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소롤이 더 이상 리얼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접근금지령을 내려 주십시오. 키퍼들의 일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키퍼의 일이 그거잖아. 복잡한 상황에서 이야기와 독자 모두를 지키는 것. 아닌가?”

 “키퍼의 목숨도 간당간당합니다. 위험수당도 안 주면서 지독하게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능숙한 키퍼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신규 키퍼들은 매 해 채용되고 있고 그들은 경험이 없기에 소롤과 같은 상황에는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헤롤드는 자신이 근무하지 않는 날 신입 둘이 근무하게 될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렇다면 상황은 악화될 수도 있었다. 기존 키퍼들에게도 벅찬 일이 있는데. 아, 일단 다른 것은 다 접어두고 키퍼들이 위험한 일을 해도 위험수당은 나오지 않았다. 월급이나 올려주고 위험한 일시키라고. 적어도 일반 사서와 구분은 좀 해 두던지!

 

 “헤롤드가 그렇게 말하면 정말 위험한 일이겠지? 알았어. 소롤은 앞으로 리얼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둘게. 그러면 된 거지?”

 “네. 그것만 해 주시면 됩니다.”

 “알았어. 내일 출근해서 할게. 나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거든. 내일 봐!”

 “들어가십시오.”

 

 서른다섯이나 먹은 남자가 가볍게 짝이 없었다. 두 손을 흔들며 큰 하트를 그리고 가는 레이널드를 보던 헤롤드의 표정이 썩었다. 저런 놈이 사서장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뒤에 엄청난 백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헤롤드는 레이널드가 사서장 자리를 박탈당하고 도서관을 떠나는 날 클럽에 가서 다이아몬드 스탭을 밟겠다고 생각하며 마저 바코드작업을 마무리했다. 바코드 작업을 끝내고 새 책이 들어갈 자리를 찾아 책을 진열한 후 뿌듯함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오늘의 임무도 끝났다. 도서관은 폐관할 시간이고 헤롤드는 마무리 후 퇴근하면 되었다.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 퇴근할 짐을 꾸리던 헤롤드는 그의 책상 위에 올려진 낯선 노트 하나를 발견했다. 노트 위에는 노란 메모지가 함께 붙어 있었다.

 

 「생각보다 귀환이라는 로맨스 소설이 재밌어서 필사를 좀 해봤어. 헤롤드는 아마 이전의 상황을 대충 보고 넘긴 것 같아서. 보고 나서 허공에 발차기 몇 번 하고 자라고. 나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느낄 수는 없잖아?」

 

 “젠장.”

 

 에리카의 짓이었다. 그와 주이가 들어간 상태였던 독자 소롤의 귀환. 궁금해서 읽어보았다던 에리카는 다른 방면에서 재미를 느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친히 필사까지 할 이유가 없다.

 

 헤롤드는 퇴근을 하려던 것도 잊고 에리카가 남긴 필사 노트를 펼쳤다. 모든 내용을 적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 역시나 그녀가 인상 깊게 느꼈던 내용으로 보이는 것들이 적혀 있었다.

 

 「키퍼는 작가와 독자, 그리고 이야기를 지키는 수호자이다.」

 「“이야기를 바로잡아 지키는 자, 키퍼 소롤. 망가져가는 이야기 귀환으로 입장을 요청한다.”」

 

 “이… 이게 뭐야.”

 

 발가락이 절로 굽어졌다. 주먹도 꽉 쥐게 되었다. 키퍼가 리얼북으로 입장할 때 이런 낯간지러운 주문은 외우지 않는단 말이다. 그냥 입장하면 되는데 무슨!!

 

 대사 한 줄을 적어놓은 것만 봐도 이렇게 부끄러운데 이것을 책으로 다 봤던 에리카는 얼마나 민망했을까. 이제야 혼자서만 볼 수는 없다는 에리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내 작가님이 글을 잃고 상심하는 모습 따위 보고 싶지 않다.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며 복수의 대상들에 통쾌한 한 방들을 선사하고 멋지게 이야기를 끝마치는 크리스가 보고 싶다. 진심으로!」

 

 “뻥 치시네! 이건 죄다 뻥이야!”

 

 귀환이라는 작품을 지키고 싶은 키퍼의 마음, 그것은 키퍼라는 직종의 환상에 심취해서 중2의 감성을 뿜어대는 어떤 미친 아이의 위선에 지나지 않았다.

 

 “소롤 이 뻥쟁이야!!!”

 

 도서관 폐관 시간이 지난 이후이기에 다행이었다. 헤롤드가 멘붕하며 소리를 질러대도 그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 시간이니 말이다. 헤롤드는 계속해서 악악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참을 수 없는 분을 표출했다.

 

 너무 단호하게 단호박을 먹은 것은 아니었나. 소롤에게 단호하게 대하고 나서 잠시 후회도 했었는데 그 후회는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중2병 환자에게 몇 번이고 놀아난 제 신세가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여워서 헤롤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역시 소롤은 인생 최악의 캐릭터임이 분명했다. 레이널드보다 200배 이상 더 싫다. 능글맞은 게 낫지. 중2의 감성으로 제3자에게 민폐를 선사하는 캐릭터는 딱 질색이다. 소설에서 봐도 마음에 들지 않을 텐데, 그런 인물이 현실에 존재한다니.

 

 헤롤드는 소리를 지르며 오늘 하루 쌓였던 울분들을 모두 털어냈다. 그에게 키퍼의 리더라는 직위를 준 레이널드에 대한 분노도, 복수극에서 로맨스를 보게 만들며 중2의 감성을 알려준 소롤에 대한 분노도, 소롤과 비슷하게 키퍼라는 직업에 환상을 가지고 중2의 감성을 가진 채 처음 도서관에 입사했던 과거에 대한 분노도!

 

 “그래, 세상엔 뻥쟁이들이 참 많아. 나도 당했어. 당한 거라고.”

 

 유망직종이라 소개되며 취준생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나라, 그리고 도서관 관계자들을 증오한다. 포장의 달인들, 약간의 거짓은 양념이라 말하는 허풍쟁이들에게 나도 똑같은 식으로 돌려주고 싶다.

 

 “지금까지 다 뻥이야! 뻥이라고!”

 

 그래, 지금은 내가 키퍼의 리더로 있는 순간도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헤롤드는 키퍼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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